
한국경제인협회가 8월 13일 발표한 조사에서 매출 800대 제조기업 가운데 응답한 200개사의 45.0%가 협력사의 AI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그 45.0%를 나눠 보면 시범사업 단계가 39.5%이고, 정착 단계에 이른 곳은 5.5%뿐입니다. 지원은 시작됐지만 대부분 아직 시범사업 안에 있습니다.
제조 AI 운영체제 VEXPLOR를 만드는 웨이스는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사업 등으로 중소 제조 공장과 대기업 협력사 공장에 시스템을 구축해 왔습니다. 이 조사에서 대기업이 지원 활동 1위로 꼽은 것도, 지원이 구체화될수록 커지는 걸림돌도 AI 모델이 아니라 데이터입니다. 아래에서는 한경협 조사로 본 협력사 AI 전환의 현재 위치, 지원이 구체화될수록 커지는 데이터 문제, 법이 협력사 데이터를 보는 기준을 차례로 살핀 뒤 대기업이 협력사 데이터를 받기 전에 정할 5가지를 적습니다.
매출 800대 제조기업 200곳 가운데 협력사 AI 전환 지원이 정착 단계인 곳은 5.5%입니다
한경협이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맡긴 이 조사는 협력사 AI 전환(AX) 지원 현황을 5단계로 물었습니다. 응답 기업은 200개사이고, 아래 비율은 모두 200개사 기준입니다.
· 정착 — 비율: 5.5% · 한경협 원문 구분: 확산·정착 단계
· 시범사업 — 비율: 39.5% · 한경협 원문 구분: 시범사업 추진
· 착수 전 — 비율: 24.0% · 한경협 원문 구분: 계획은 있으나 착수 전
· 계획 없음 — 비율: 31.0% · 한경협 원문 구분: 검토 중 14.0%와 계획 없음 17.0%
같은 조사에서 91.5%는 협력사까지 포함한 공급망 전반의 AI 전환이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구체적인 지원 계획이 없는 62개사에서도 82.3%가 같은 답을 했습니다. 필요하다고는 거의 모두가 보지만, 지원이 정착 단계까지 간 곳은 100곳 중 5~6곳입니다. 이 글에서 「대기업」은 이 조사의 매출 800대 제조기업을 가리키며, 그 안에는 중견기업도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설문은 기존 상생협력·스마트공장·DX 지원사업 안에서 AI 적용을 시작한 경우도 시범사업으로 셌습니다. 39.5%에는 별도의 AI 전환 사업뿐 아니라 기존 사업 안에서 AI를 붙여 보기 시작한 곳도 들어 있습니다.
대기업이 협력사에 해 주는 일은 솔루션 제공보다 데이터 연결이 많습니다
지원 중이거나 착수 전인 기업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었더니, 가장 많이 꼽힌 활동은 생산·품질·설비·물류 데이터의 연계와 표준화(34.4%)였습니다. 공동 파일럿·실증 프로젝트가 23.8%, 수준 진단과 로드맵 컨설팅이 16.4%로 뒤를 이었고, AI 솔루션이나 인프라를 단순히 제공하는 방식은 10.7%였습니다.
한경협은 데이터 연계·표준화를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기업과 협력사의 생산·품질·설비·물류 데이터를 포털이나 시스템으로 주고받고, 명칭·형식·단위를 통일해 AI가 함께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기업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을 물은 문항에서도 데이터 연계·표준화가 40.1%로 1위였습니다.

- 대기업이 하고 있거나 계획한 일 — 협력사 데이터를 자기 데이터와 같은 이름·형식·단위로 맞추는 일
- 대기업이 맡겠다고 답한 일 — 같은 일, 데이터 연계와 표준화
- 대기업이 정부에 바라는 일 — 협력사 AI 도입 비용 지원(43.7%), 업종·공정별 AI 솔루션 및 표준모델 개발(25.5%) — 복수응답 341건 기준
대기업은 협력사 AI 전환에서 자기 몫을 데이터로 보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연결하는 순간 그 데이터를 누가 어디까지 쓰는지도 함께 정해야 합니다.
지원이 구체화된 대기업일수록 데이터 연계와 보안을 걸림돌로 꼽았습니다
협력사 AI 전환의 제약 요인은 최대 2개까지 고르게 했고, 응답은 모두 348건이었습니다. 1위는 협력사의 디지털 인프라와 AI 활용 역량 부족(43.4%), 2위는 데이터 연계·표준화와 보안 관리의 어려움(22.7%), 3위는 협력사의 AI 도입 비용 부담(17.5%)이었습니다.
이 답을 지원 여부로 나누면 순서가 달라집니다.
· 협력사 역량 부족 — 지원 중·계획: 50.5% · 계획 없음: 28.6%
· 데이터 연계·보안 — 지원 중·계획: 26.7% · 계획 없음: 14.3%
· 협력사 비용 부담 — 지원 중·계획: 14.8% · 계획 없음: 23.2%
지원 중이거나 계획한 138개사의 응답 236건과 계획이 없는 62개사의 응답 112건을 따로 센 값입니다. 한경협은 지원이 구체화된 기업에서는 데이터 연계·보안 문제를, 아직 추진하지 않은 기업은 비용과 내부 여건 문제를 더 크게 체감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지원을 구체화한 기업일수록 데이터 문제를 더 크게 느낀다는 뜻입니다.
반대편 수치도 있습니다. 같은 문항에서 「비용·성과·책임 범위가 불명확함」을 고른 응답은 2.3%였습니다. 책임과 비용을 나누는 문제는 아직 대기업이 체감하는 걸림돌 목록의 아래쪽에 있습니다. 설문에는 데이터 소유권과 활용 권한을 둘러싼 분쟁 우려를 묻는 문항도 있었지만, 그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협력사 데이터가 오가기 시작하면 누가 무엇을 쓸 수 있는지가 거래 조건이 됩니다
이투데이는 10월 6일 기사에서 이 문제를 「납품단가 다음은 데이터」라고 요약했습니다. 기사는 AI 시대에는 데이터의 저장 위치와 접근권, 활용 목적, 외부 반출과 2차 활용, AI 결과물의 귀속까지 거래 관계에서 정해야 할 영역이 넓어진다고 짚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원청이 대기업인 경우 협력사가 요구받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은 이 문제에 두 가지 기준을 둡니다.
· 산업디지털전환법 — 조항: 제9조 제3항 · 정한 것: 약정 없으면 양쪽 사용
· 산업디지털전환법 — 조항: 제9조 제5항 · 정한 것: 이익 배분 계약 노력
· 하도급법 — 조항: 제12조의3 · 정한 것: 기술자료면 사전 서면
산업 디지털 전환 및 인공지능 활용 촉진법(9월 18일부터 바뀐 이름) 제9조는 산업데이터를 생성한 자에게 그 데이터를 사용·수익할 권리를 줍니다. 그 데이터가 제3자에게 제공되면 생성한 자와 제3자 모두 사용·수익할 권리를 가지되, 당사자 사이에 약정이 있으면 약정을 따릅니다. 약정 없이 협력사 데이터를 받으면 양쪽 모두 그 데이터를 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그 데이터가 하도급법의 기술자료에 해당하면 아래 조항이 목적 외 사용과 제3자 제공을 따로 막습니다. 같은 조 제5항은 이해관계자들이 이익의 합리적 배분을 위한 계약을 맺도록 노력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하지 못하게 합니다.
하도급법 제12조의3은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막고, 정당한 사유로 요구할 때는 요구 목적·권리귀속 관계·대가를 미리 협의해 서면으로 주고, 늦어도 자료를 제공받는 날까지 비밀유지계약을 맺게 합니다. 생산·품질 데이터가 여기서 말하는 기술자료에 해당하는지는 데이터마다 따로 판단해야 합니다. 다만 해당한다면 「받은 뒤에 정한다」는 선택지는 없습니다. 이 글은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데이터마다의 판단은 변호사와 확인해야 합니다.
독일 자동차 공급망은 데이터 사용 계약에 상대·데이터·기간을 적을 수 있게 합니다
독일 자동차 업계의 공급망 데이터 공간 Catena-X는 이 문제를 운영 규칙으로 먼저 정했습니다. 10가지 기본 규칙 가운데 하나는 모든 참여자가 대등한 조건으로 참여하고 자기 데이터를 주권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원문은 중소기업을 따로 언급합니다. 데이터 사용 계약에는 어느 파트너가, 어떤 데이터를, 얼마 동안 쓰는지를 적을 수 있고, 기본 규칙은 두 회사 사이의 개별 계약으로도 뒤집을 수 없습니다.
한국 대기업이 Catena-X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공급망 데이터를 연결하는 쪽이 「무엇을 정하고 시작하는가」를 참여 조건으로 먼저 공개했다는 점이 다릅니다. 협력사는 데이터를 내놓기 전에 그 조건을 읽을 수 있습니다.
대기업이 협력사 데이터를 받기 전에 정할 5가지는 목적·저장 위치·2차 활용·보안·비용입니다
한경협 조사, 이투데이 기사, 두 법 조항, Catena-X 규칙을 합치면 데이터를 받기 전에 정할 것이 5가지로 모입니다. 앞 항목이 정해져야 뒤 항목을 정할 수 있는 순서로 적었습니다.

- ① 어떤 데이터를 무엇에 쓰는가 — 생산·품질·설비·물류 가운데 받을 항목과 목적. 목적이 정해져야 명칭·형식·단위를 어디까지 맞출지가 정해집니다.
- ② 데이터를 어디에 두고 누가 보는가 — 협력사 공장 안에 둘지, 대기업 포털로 보낼지, 외부 클라우드를 쓸지. 접근할 수 있는 사람과 부서를 이름 단위로 적습니다.
- ③ 2차 활용과 AI 결과물은 누구 몫인가 — 약정이 없으면 양쪽이 모두 쓸 수 있습니다. 협력사 데이터로 학습한 모델을 다른 협력사에 쓸 수 있는지까지 정합니다.
- ④ 기술자료에 해당하는가, 보안은 누가 책임지는가 — 해당한다면 목적·권리귀속·대가를 서면으로 정하고 늦어도 데이터를 받는 날까지 비밀유지계약을 맺습니다. 유출 시 책임과 보관 기간도 함께 적습니다.
- ⑤ 비용과 이익은 어떻게 나누는가 — 협력사 도입 비용을 누가 얼마나 내는지, 생산성이 오르면 그 효과를 어떻게 나누는지. 법은 이익 배분 계약을 맺도록 노력하라고 정합니다.
5가지 가운데 지금 대기업이 걸림돌로 크게 느끼는 것은 ①과 ④, 데이터 연계와 보안입니다. ⑤ 비용 분담과 맞닿은 「비용·성과·책임 범위가 불명확함」은 2.3%였고, ③ 2차 활용·귀속을 물은 문항은 결과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웨이스는 이 둘이 시범사업 안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다가 데이터를 여러 협력사로 넓힐 때 함께 나온다고 봅니다. 확산 단계에서는 한 협력사의 데이터로 만든 결과를 다른 협력사에 쓸 일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협력사 AI 전환을 지원하는 대기업 대부분은 아직 시범사업 안에 있고, 지원이 구체화될수록 데이터 연계와 보안이 걸림돌로 커집니다. 웨이스는 협력사 데이터를 받기 전에 목적·저장 위치·2차 활용·보안·비용 분담 5가지를 서면으로 정해 두는 것이 시범사업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WACE(웨이스)는 공장이 스스로 판단하고 멈추지 않게 하는 제조 AI 운영체제 VEXPLOR를 만드는 회사다.
(이 글은 웨이스 기술블로그에 먼저 실린 글입니다. 원문: https://blog.vexplor.com/post/supplier-ax-decide-before-data?utm_source=eo&utm_medium=social&utm_campaign=2026-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