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취향을 삽니다> 뉴스레터에서 발행되었어요.
내 취향과 가치관을 다루는 '취향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취향 창업가’들에게 '진심'이라는 단어는 유독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브랜드의 진심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그리고 진심의 힘은 얼마나 강력할까요? 이번 레터에서는 지난달 직접 만난 한 자동차 문화 브랜드를 통해 느끼고 온 진심의 힘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모험가 재형의 자동차 취향
이전 레터들에서는 곤충을 비롯한 생물과 자연에 대한 저의 취향을 주로 소개했었는데요. 그런데 그만큼이나 오래된 취향이 있으니, 바로 자동차입니다.
특히 슈퍼카와 스포츠카처럼 아찔한 디자인에 브랜드의 오랜 헤리티지를 녹여낸 모델을 볼 때면 늘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큰돈을 벌고 싶었던 이유도 람보르기니가 너무 갖고 싶어서였을 정도죠.
그런 자동차 마니아의 입장에서 최근 현대차그룹의 행보 중 인상 깊은 활동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번 레터의 주인공을 만난 장소인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입니다.
현대차그룹도 주목하는 취향의 가치
도산대로 한복판에 자리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은 지난 10년간 현대차그룹의 브랜드 스페이스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마니아들의 취향과 문화가 가진 가치를 알아본 현대차는 작년 10주년을 맞은 이곳을 자사 브랜드를 넘어 경쟁사까지 아우르는 종합 자동차 문화 공간으로 리뉴얼했는데요.
일본 츠타야 서점으로 유명한 라이프스타일 기획 기업 CCC와 협업해 세계 각국 자동차 브랜드의 아이템으로 가득한 '오토 라이브러리'를 조성하고, 커스텀 모형과 사진, 그림 등 다양한 형식의 자동차 작품을 전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자동차 커뮤니티들을 초대해 공간을 내어주기까지 했죠.
리뉴얼된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이 처음으로 연 대규모 행사 'HMS Playground'가 제 눈에 띈 이유도 같았습니다. 마니아들로 붐비는 현장을 함께 즐기며 자동차를 향한 열정과 진심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는데요.
그중에서도 제게 가장 깊은 울림을 준 건 5층 '자동차 애호가의 방'을 꾸몄던 한 자동차 문화 브랜드였습니다.
자동차 '변태' 브랜드를 마주하다
영상 콘텐츠를 비롯해 3D 그래픽 디자인과 굿즈 등 다양한 창작 활동을 이어온 '자동차 창작 집단' WRD. 국내 자동차 마니아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브랜드입니다.
'덕후'를 넘어 '변태'의 경지로 설명될 만큼, 그야말로 모든 자동차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만큼 다루는 정보가 굉장히 넓고 깊어, 저에게는 가끔 영상으로만 스쳐 보게 되는 브랜드였습니다.
그러다 이번 행사에서 WRD의 작품 세계와 열정을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하게 됐는데요. WRD 멤버들의 활동들로 이루어진 자동차 애호가의 방엔 재고 따지지 않는 '진심'이 잔뜩 묻어 있었습니다.
WRD의 진심
벽엔 멤버들이 각자의 구형 쏘나타와 티뷰론, 벨로스터를 몰고 일본에 다녀온 여러 장의 사진이 걸려 있었습니다. 직접 디자인한 데칼을 차에 붙인 채 현지 자동차 마니아들을 만나며 주요 자동차 거점을 하나하나 찾아다닌 여정이었죠.
깊은 자동차 지식을 바탕으로 그럴듯한 상상력을 가미해 만든 가상 디자인 작품과 미니카가 있는가 하면, 한쪽엔 클래식카의 테일램프와 스티어링 휠, 책자와 모형 같은 각종 소장품도 놓여 있었습니다. 소문으로 듣게 된 이야기에 재미난 컨셉을 더해 만든 디오라마 작품도 있었는데요.
포스터와 캘린더, 뱃지와 미니카까지 굿즈의 종류도 다양했죠. 특히 그랜저 프라모델 모형과 호환되는 미니 튜닝 파츠 세트에선 만들고 싶은 건 뭐든 만들겠다는 진한 변태력이 느껴졌습니다.
WRD의 진심에 감동한 이유
사비까지 들여 자동차를 보러 해외에 다녀오고 웬만한 마니아조차 관심이 없는 깊숙한 주제까지 다루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만들고 싶은 작품을 만들어 온 WRD. 최선을 다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으로 즐기는 모습에선 굳이 ‘진심’이라는 단어를 꺼내 쓰지 않아도 엄청난 열정과 생명력이 느껴졌습니다.
브랜드의 진심만큼이나 흥미로웠던 지점은 진심이 비즈니스 기회와 연결되는 장면이었습니다. WRD의 주된 수익원은 모빌리티 기업의 브랜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 내역을 확인할 수 있죠. 폭넓게 쌓아온 활동이 대기업이 원하는 수준 높은 마케팅 및 콘텐츠 제작 역량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여기에 자동차 분야에서도 점점 취향의 가치가 주목받기 시작하며 이제는 B2B 에이전시 업무를 넘어 순수한 창작 활동 자체도 의미 있는 수익화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번 행사에 초청되어 대중을 상대로 다양한 창작 활동을 소개할 수 있었던 것만 해도 그렇죠.
모두 재고 따지지 않고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이어오며 쌓았던 역량이 빛을 발한 결과입니다.
진심의 힘
WRD를 통해 경험한 브랜드의 진심은 비즈니스를 끈기 있게 이어갈 수 있는 ‘지속력’이자 ‘비즈니스 기회’, ‘강력한 마케팅’이었습니다. 제가 WRD를 접하며 느꼈던 진심의 힘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진심은 곧 지속 가능한 힘이다
WRD가 지금껏 다양한 창작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좋아하는 분야를 좋아하는 방식으로 다뤄왔기 때문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고객을 찾아 탄탄한 수익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당연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일단 내가 재밌어야 내 취향 비즈니스에 진심을 다할 수 있으며, 진심을 다할 수 있다면 이 일을 어떻게든 끌고 갈 수 있는 지속력이 생깁니다.
진심은 기회를 불러온다
창작 활동으로 쌓인 3D 모델링과 영상, 굿즈 개발, 자동차 지식 등의 역량은 자동차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활동의 핵심 자산이 되었습니다. 또 깊고 넓은 자동차 콘텐츠는 국내 자동차 씬에 WRD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며 에이전시의 가장 강력한 포트폴리오이자 마케팅 활동이 되었죠.
계산 없이 좋아하는 일을 해왔을 뿐인데 어느새 이렇게 쌓인 역량을 필요로 하는 고객들이 나타나 비즈니스가 되는 모습에서 진심이 만들어내는 가능성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진심은 찐팬을 만든다
WRD는 스스로를 ‘자동차 창작 집단’으로 정의한 채 자신들만의 취향과 방식으로 콘텐츠와 작품을 제작해오며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 왔습니다.
같은 분야더라도 각자가 좋아하는 맥락과 표현의 방식은 모두 다릅니다. 즉, 진심을 다해 나의 취향을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즐긴다면 그것이 곧 강력한 차별화가 되며, 내 취향에 공감하는 찐팬과 이어집니다. 특히 AI 생성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인간미가 느껴지는 콘텐츠는 가장 강력한 힘을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행사 현장에선 WRD 멤버들과 사진을 찍고 싸인을 받는 마니아들의 모습도 여러 번 볼 수 있었는데요. 저도 하나 받아 왔습니다.
이렇게 재고 따지지 않았던 진심이 곧 비즈니스가 된 ‘자동차 변태 브랜드’의 모습을 보며 진심의 힘을 생생하게 목격하고 왔습니다.
재고 따지지 않고 순수하게 좋아해 온 영역이 있나요? 어쩌면 취향 비즈니스의 기회는 멀리 갈 필요 없이 지금 내 일상 속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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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를 찾는 이번 모임을 기획하게 된 이유와 모임 신청 방법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