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훈
現 Asia2G 캐피탈의 공동창업자, 제너럴파트너
現 모두의연구소 최고비전책임자
現 D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겸임교수
미래학자이자 투자자인 그는 시장이 확신하기 전, 한발 앞서 투자해왔다.
2018년 휴머노이드 기업 에이로봇(AeiROBOT), 2024년 AI 추론 반도체 기업 하이퍼엑셀(HyperAccel)과 AI 보안 기업 티오리(Theori). 그가 일찍 주목했던 기업들은 지금 피지컬 AI, AI 추론, AI 보안이라는 흐름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는 AI의 다음 10년을 현재의 승자보다 산업의 구조와 사이클의 이동, 그리고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변화에서 읽는다.
그리고 또 다른 질문이 남는다. 좋은 미래를 선택하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그 시장이 열릴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가.
AI의 다음 기회는 어디에서 시작될까. 이번 대화는 그 질문에서 시작했다.
다음 승자가 아닌, 다음 병목
Q1. AI가 촉발한 반도체 부족과 가격 급등은 많은 투자자에게 예상 밖의 변화였습니다. 당시 시장은 무엇을 놓쳤고, 지금은 무엇을 중심으로 이 산업을 봐야 할까요?
반도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은 아닙니다. AI 사용량의 증가가 얼마나 큰 수요와 병목을 만들어낼지를 충분히 보지 못했던 거죠.
AI 성능이 좋아지고 사용 비용이 낮아질수록 이용량은 계속 늘어납니다. 지금까지는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오르는 P(Price)의 영향이 컸지만, 앞으로는 실제 사용량이 늘어나는 Q(Quantity)의 변화가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의 가격이나 시장의 관심보다, 다음 수요가 어디로 이동하고 새로운 병목이 어디에서 생길 것인가를 봅니다.
Q2. 많은 사람은 성장하는 산업에서 ‘다음 승자’를 찾습니다. 교수님은 오히려 ‘다음 병목’을 중요하게 보셨습니다. 왜인가요?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 어느 순간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지점이 생깁니다. 저는 그 지점을 중요하게 봅니다. 지금 어떤 기업이 1등인가보다 앞으로 무엇이 부족해질 것인가를 보는 거죠.
수요가 몰리면 가격이 오르고 투자가 늘어나면서 공급이 보완됩니다. 그러면
부족이 나타나는 지점도 다른 곳으로 이동합니다. 지금은 반도체가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에너지나 통신망, 피지컬 AI에 필요한 여러 부품이 새로운 병목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투자에서는 현재의 승자를 따라가는 것보다 수요가 어디로 이동하고, 다음 공급 부족이 어디에서 발생할지를 먼저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병목의 이동이 다음 투자 기회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뉴스 너머, 구조의 이동
Q3. AI에서는 매주 새로운 모델이 나오고 시장의 관심도 계속 바뀝니다. 일시적인 뉴스와 구조적 변화를 알리는 신호를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요?
단기적으로 투자한다면 그때그때의 뉴스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 투자에서는 오늘 Gemini가 잘하느냐, Claude가 잘하느냐 같은 변화가 그렇게 결정적인 사건은 아닙니다. 몇 달 뒤에는 또 바뀔 수 있으니까요.
제가 보는 것은 산업에서 무엇의 중요도가 올라가고 무엇의 중요도가 내려가는가입니다.
예를 들어 AI 모델 자체의 성능 경쟁보다 이용 비용이 낮아지고 실제 사용량이 늘어나는 단계가 중요해지면, 관심의 중심도 모델에서 인프라로 이동합니다.
뉴스를 많이 아는 것과 산업을 읽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투자자는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이 산업의 구조를 바꾸고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Q4. 이번 책에서 AI 산업을 하나의 사이클이 아니라 ‘더블 사이클’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관점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대부분 Digital AI입니다. ChatGPT처럼 디지털 환경에서 움직이는 AI죠.
하지만 그 다음 단계엔 로봇이나 자율주행처럼 실제 공간에서 움직이는 Physical AI가 있습니다. 저는 이 두 사이클이 약 3년에서 5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움직인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첫 번째 사이클이 둔화될 때 두 번째 사이클이 올라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Physical AI가 본격적으로 확대되면 필요한 것은 AI 모델만이 아닙니다. 반도체, 에너지, 센서, 통신망, 각종 부품까지 훨씬 더 많은 산업이 함께 움직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AI 산업의 핵심을 하나의 상승곡선으로 보기보다 서로 다른 두 파도가 어느 시점에서 겹치는가의 문제로 봅니다. 그 시차가 향후 산업과 투자 시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변수가 될 겁니다.
판단과 시간의 간격
Q5. 2018년 휴머노이드 기업에 투자하셨지만, 기관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기까지 5~6년이 걸렸습니다. 투자에서 더 어려운 것은 미래를 먼저 발견하는 일일까요, 아니면 그 미래가 현실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일일까요?
둘 다 어렵지만, 미래 산업에서는 기다리는 일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휴머노이드의 경우 당시에는 시장이 언제 열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기관들이 투자하기 어려웠습니다. 실제로 여러 기관을 다니며 피칭했지만 오랫동안 투자를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휴머노이드 시장은 결국 열릴 것이라고 봤습니다. 또 대학과 R&D 기반이 있어 이 회사가 오랫동안 관련 기술을 개발하며 버틸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몇 년 뒤 AI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같은 주변 기술이 맞물리면서 시장이 열리는 계기가 생겼고, 회사에 대한 평가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당시 가장 중요하게 했던 이야기가 이것입니다.
시장이 열릴 때까지 버틸 수 있다면, 기회는 결국 찾아옵니다.
미래 산업에서는 방향을 먼저 보는 것만큼, 기업은 필요한 시기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지, 투자자는 그 시간을 견딜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Q6. 좋은 투자자는 미래를 정확히 맞히는 사람보다, 아직 현실이 되지 않은 변화를 먼저 읽는 사람에 가까운 걸까요?
저도 어떤 일이 몇 년, 몇 월에 벌어진다고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앞으로 몇 년 안에 이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생각할 수 있습니다.
AI 보안도 비슷했습니다. AI가 강력해질수록 공격에도 AI가 쓰이게 될 것이고, 그러면 결국 방어 역시 AI가 담당해야 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당시에는 그런 시장을 믿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이후 실제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시장의 인식이 빠르게 바뀌었습니다.
투자는 모든 사건의 날짜를 맞히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일이 언젠가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구조를 먼저 발견하고, 그 일이 현실이 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느냐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래를 예측한다기보다, 미래가 현실이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이 하나씩 갖춰지고 있는지를 늘 지켜보고 있습니다.
미래가 구조로 드러나는 순간
Q7. 『AI 투자강의』를 다 읽고 난 뒤, 투자자가 AI 산업과 투자를 바라보는 방식에서 어떤 변화가 있기를 바라셨나요?
저는 특정 종목이나 기업을 알려주는 것보다, 산업 전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는 눈을 갖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번 책을 집필했습니다.
AI 산업은 앞으로도 계속 변할 겁니다. 지금의 승자가 계속 승자라는 보장도, 오늘의 병목이 몇 년 뒤에도 같은 곳에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답을 예측하고 외우는 것이 아니라, 수요가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 무엇이 부족해지고 있는지, 다음 변화가 어디에서 시작될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가에 있다고 봅니다.
이 책이 앞으로 5년, 10년의 AI 산업을 바라볼 때 그런 판단의 기준을 갖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결국 투자에서 필요한 것은 미래의 정답을 미리 아는 것이 아니라, 미래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구조를 알아보는 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이야기가 실제적으로 다가왔던 이유는, 시장의 확신보다 먼저 자본을 배치했고 그 시간을 직접 통과했기 때문이다.
현재 AI 시장을 보는 데 중요한 것은 승자를 따라가는 것보다, 다음 병목이 어디에서 생길지를 먼저 알아보는 일이다.
판단이 현실이 될 때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견뎌야 하는 시간이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을 통과한 사람에게는, 때로 남들보다 훨씬 큰 기회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