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엔 다 있는데, 정작 채용 공고를 쓰려니 막막해지는 이유
"이 지원자, 이력서에 AI 툴 다 써봤다고 적어놨네요. 그런데 이게 정확히 무슨 뜻일까요?"
채용 회의에서 이런 질문이 나오면, 다들 이력서를 다시 들여다봅니다. ChatGPT, Claude, 노션 AI, 여러 이름이 나열돼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사람이 우리 팀에서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콘텐츠 초안을 빠르게 뽑아내는 힘일 수도 있고, 고객 데이터를 읽어 캠페인을 짜는 감각일 수도 있습니다. 매주 되풀이되는 보고서 작업을 자동화하는 역량일 수도 있죠.
LinkedIn의 「Future of Recruiting 2025」 보고서도 AI 활용과 함께 채용 품질, 스킬 기반 채용을 핵심 화두로 다룹니다. 이력서와 경력 연차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정리했습니다. 우리 팀에 필요한 일을 정의하는 것부터, AI로 성과를 내는 전문가를 찾고 함께 일하는 법까지, 점검해볼 채용 전략 7가지입니다.
1. 공고를 쓰기 전에, 문제부터 쪼개보세요
팀이 바빠지면 일단 사람을 늘리려 합니다. 그런데 채용 요청을 한 겹 벗겨보면, 서로 다른 문제 여러 개가 한 직무에 뭉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케터가 필요하다"는 말 안에도 콘텐츠 기획, 광고 운영, 데이터 정리, 보고서 작성이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다음 네 가지 질문으로 시작해보세요.
- 지금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 그 문제가 풀리면 어떤 결과물이 남아야 하는가
- 언제까지 필요하고,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업무인가
- 내부에서 반드시 판단하고 책임져야 할 부분은 어디인가
"마케터 한 명 채용"을 고민하던 팀이 업무를 쪼개 보니, 실제로 가장 급한 과제는 '주간 광고 리포트 개선'이었던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필요한 건 마케팅 전반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광고 데이터와 리포트 자동화에 강한 사람입니다.
2. 'AI 잘 쓰는 사람' 대신 실제 업무로 써보세요
"AI 툴 능숙자 우대"만으로는 지원자도 뭘 준비해야 할지 모릅니다. 채용 담당자도 무슨 기준으로 뽑을지 모호해집니다.
공고에는 도구 이름 대신, 맡길 업무와 기대하는 결과물, 사람이 확인해야 할 기준을 적어보세요.
| 모호한 조건 | 업무가 보이는 조건 |
|---|---|
| 생성형 AI 활용 능숙자 | 고객 인터뷰를 AI로 정리하고, 원문과 대조해 핵심 요구사항을 뽑아낼 수 있는 분 |
| 콘텐츠 제작 경험자 | 브랜드 기준에 맞게 AI 초안을 다듬고, 사실관계와 출처를 검수할 수 있는 분 |
| 업무 자동화 가능자 | 반복 보고 프로세스를 분석해 수집·정리·검토·공유 흐름을 새로 설계할 수 있는 분 |
회사가 제공할 조건도 함께 적어야 합니다. 쓸 수 있는 도구, 데이터 접근 범위, 함께 일할 담당자, 결과물을 승인할 사람까지요.
프로젝트나 시간제 협업이라면 기간, 협업 시간, 예산, 포함·제외 업무까지 미리 안내해두세요.
3. 도구 이름보다, 판단하고 검수한 경험을 물어보세요
ChatGPT, Claude, Gemini, 뭘 써봤는지 나열하는 걸로는 실무 역량을 알 수 없습니다. 같은 도구를 써도 문제를 보는 방식과 결과를 검토하는 기준이 다르면, 결과물 수준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면접에서는 최근 프로젝트 하나를 골라 구체적으로 물어보세요.
-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 AI를 썼나요
- 업무의 어느 지점에 AI를 활용했고, 이유는 무엇인가요
- AI 결과에서 어떤 오류나 부족한 점을 발견했나요
- 최종 결과물을 확인한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 같은 일을 다시 한다면 무엇을 바꾸겠나요
마케팅 전문가라면 AI가 쓴 문장이 고객의 구매 맥락에 맞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데이터 전문가라면 계산과 해석이 원자료와 맞는지 짚어낼 수 있어야 하죠.
4. 실무와 가까운 짧은 과제로 확인하세요
서류와 대화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은, 실제 업무와 비슷한 작은 과제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 마케팅 전문가라면 이런 과제를 줄 수 있습니다.
아래는 평가용으로 만든 가상의 서비스 소개와 고객 인터뷰입니다. 고객의 핵심 고민을 정리하고, 콘텐츠 주제 3개와 이유를 제안해주세요. AI를 사용했다면 활용한 단계, 직접 수정한 부분, 추가 확인이 필요한 내용도 함께 설명해주세요.
이 과제 하나로 글의 완성도, 고객 이해, 주제 선정 기준, AI 활용, 검수 과정까지 함께 볼 수 있습니다.
후보자마다 도구 접근 조건이 다르지 않도록 맞추고, 예상 소요 시간과 평가 기준도 미리 공유하세요. 과제가 길어지거나 실제 사업에 쓸 결과물을 요청한다면, 보상과 사용 범위를 먼저 합의해야 합니다.
5. 평가 기준은 후보자를 만나기 전에 만드세요
"말을 잘한다", "우리랑 잘 맞을 것 같다"는 느낌만으로는 후보자를 일관되게 비교할 수 없습니다.
같은 역할의 후보자에게는 공통된 핵심 질문을 하고,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세요. 미국 인사관리처(OPM)도 구조화 면접의 핵심으로 사전에 정한 질문과 일관된 평가 척도를 꼽습니다.
| 평가 항목 | 확인할 근거 |
|---|---|
| 문제 이해 | 목표와 제약 조건을 파악하고, 빠진 정보를 되물어보는가 |
| 전문 분야 판단 | 제안한 방법의 이유와 한계를 스스로 설명하는가 |
| AI 활용 설계 | 업무에 맞는 활용 지점과 도구를 골라내는가 |
| 결과 검수 | 오류를 잡아내고 근거를 확인하며, 불확실한 부분을 구분하는가 |
| 협업과 인계 | 진행 상황과 결정 사항을 다른 사람이 이어받을 수 있게 남기는가 |
채용팀도 AI로 서류를 요약하거나 면접 기록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요약이 원문을 왜곡하거나 중요한 경험을 빠뜨리지 않았는지는 꼭 확인해야 합니다.
6. 업무 성격에 맞게 정규직과 외부 전문가를 함께 쓰세요
필요한 전문성을 전부 정규직으로 채울 필요는 없습니다. 반대로 기간이 짧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걸 외부에 맡기기도 어렵습니다.
| 업무 상황 | 검토할 방식 |
|---|---|
| 장기적으로 의사결정과 운영을 책임지는 핵심 역할 | 정규직 채용 |
| 기간과 산출물이 분명하고 특정 경험이 필요한 과제 | 프로젝트 단위 전문가 협업 |
| 정기적으로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상시 업무량은 크지 않은 경우 | 시간제 전문가 협업 |
| 내부에서 방향을 정하고 특정 과업에 외부 경험을 더해야 하는 경우 | 내부 담당자와 외부 전문가의 협업 |
내부 마케팅 담당자가 브랜드 방향과 예산을 관리하고, 외부 전문가는 광고 계정을 진단하거나 보고 자동화를 구축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어떤 조합이든 내부 의사결정자, 업무 범위, 자료와 권한 제공 방식, 검토 일정은 미리 정해야 합니다.
7. 합류 이후 첫 결과물까지를 채용 과정으로 보세요
계약이나 입사가 끝나도, 시작할 조건이 안 갖춰져 있으면 성과는 늦어집니다. 자료를 못 찾거나, 승인권자가 불분명하거나, 기대 품질이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합류 전후로 이걸 함께 정리해보세요.
- 첫 번째로 풀어야 할 과제와 결과물
- 완료 여부를 판단할 기준과 검토 담당자
- 필요한 자료, 계정, 접근 권한
- 사용할 AI 도구와 데이터 취급 원칙
- 중간 점검 일정과 변경 요청 방식
- 작업 과정과 결과물을 남길 공간
그래서, 우리 팀에는 어떤 전문가가 필요할까요
다음 채용을 준비한다면, 공고를 쓰기 전에 이 문장부터 완성해보세요.
"우리는 ______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______까지 ______ 결과물을 만들어줄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내부 담당자와 완료 기준까지 더하면, 어떤 역량을 확인해야 하는지 훨씬 분명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