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취향을 삽니다> 뉴스레터에서 발행되었어요.
직접 취향 비즈니스를 경험하며 얻은 인사이트로
'내 취향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누군가에겐 장수풍뎅이도 취향 비즈니스의 주제가 될 수 있습니다.
유치원 시절부터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를 좋아하던 저에게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는 아이돌 같은 존재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장수풍뎅이라는 타이틀, 노란 딱지날개와 긴 뿔, 멋쟁이 같은 노란 머리털의 조화에선 마치 공룡 시대의 생물을 보는 듯한 경이로움이 느껴졌습니다. 그리스 신화의 ‘헤라클레스’라니. 이름도 참 잘 지었습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우리나라에서 살아있는 헤라클레스를 만나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곤충 선진국인 일본과 대만을 비롯한 해외의 많은 국가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애완용 외국곤충을 기를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엄격히 외국곤충의 사육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저에게 ‘살아있는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 만나기’란 거의 평생에 걸쳐 소망해온 꿈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절호의 기회
그러던 2023년의 어느 날, 오사카로 가족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일본에 간다는 건 저에겐 곧 살아있는 외국곤충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곤충 선진국인 일본은 우리나라에서도 비교적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파충류샵이나 수족관처럼 도시마다 크고 작은 곤충샵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죠.
역시 당시 여행을 계획하며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관광지 근처 곤충샵을 찾는 거였습니다. 폭풍 검색 끝에 ‘INSECT SHOP KMY’라는 작은 매장을 찾아냈는데요.
그런데 이 곤충샵이 제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은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살아있는 헤라클레스를 만져볼 수 있다는 것이었죠. 1회 체험 비용은 1,000엔, 약 9,000원 정도 하는 금액이었습니다.
잠깐 보는건데 돈을 받다니! 솔직히 처음엔 조금 치사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헤라클레스를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기회라니, 평생의 소원을 이룰 수 있는 기회치곤 아주 저렴하다고 할 수 있었죠.
결전의 날
결전의 날,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시간을 보낸 뒤 동생을 데리고 대망의 ‘INSECT SHOP KMY’를 찾았습니다. 젊은 사장님께서 반겨주시는 매장의 입구엔 멋들어진 헤라클레스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전의 도쿄 여행에서도 살아있는 헤라클레스를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리 가림막과 눈앞에서 직접 보는 헤라클레스는 한 번 더 제 가슴을 뛰게 만들었죠.
1,000엔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저는 10여 분간 행복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처음 만져보는 헤라클레스는 예상대로 거대하고, 단단했으며, 경이로웠습니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동생 앞에서 미소를 지으며 사진도 부탁했습니다. 찍어두길 참 다행입니다.
짧은 시간이 끝나고 사진밖에 남기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사장님께서 ‘free gift’라며 곤충 스티커와 달력을 건네주셨습니다. 언제든지 이날의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해줄 두 매개체는 저에게 남았던 마지막 아쉬움을 완벽히 달래주었습니다.
헤라클레스가 알려준 취향 비즈니스의 진리
이번 사례는 단순히 곤충 덕후가 곤충 보고 온 얘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엔 아주 중요한 ‘취향 비즈니스’의 접근법이 담겨 있습니다.
세상에 취향은 다양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헤라클레스는 신기하게 생긴 벌레, 혹은 그냥 벌레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 같은 누군가에게 이 ‘벌레’는 케이팝 아이돌 이상의 꿈 같은 존재입니다.
국내만 해도 헤라클레스의 표본만 수집하는 컬렉터가 여럿 있고, 일본엔 헤라클레스만 전문적으로 사육하는 마니아, 전문점, 커뮤니티, 헤라클레스만을 위한 용품과 굿즈도 많습니다. 멋진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 수컷은 수백 수천만 원에 분양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세상에 취향은 다양하며, 이는 비즈니스 기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확실한 취향은 비즈니스 기회로 이어진다
외국 곤충 사육이 허가된 일본에서조차 헤라클레스는 신화적인 존재입니다. 일본 곤충샵에 가면 헤라클레스를 발견한 일본 아이들의 상기된 목소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죠.
이렇게 누군가의 확실한 취향은 그만큼 확실한 수요를 만들어 냅니다. INSECT SHOP KMY는 ‘살아있는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를 보고 싶다’는 마니아들의 소원을 ‘만지기 체험’이라는 서비스로 승화함으로써 비즈니스 기회로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뾰족한 서비스는 저 같은 외국인도 직접 작은 전문점을 찾아내 다녀올 정도로 그 자체로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당장 가지고 있는 자원만으로도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
사실 INSECT SHOP KMY가 헤라클레스 만지기 체험을 창조해 내는 데에는 별다른 자원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이미 분양용으로 데리고 있던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 수컷과 거대한 수조, 스티커 정도가 전부죠. 큰 마케팅 활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가지고 있는 몇가지의 자원을 조합해 다른 곤충샵에선 제공하지 않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결과, 차별화와 동시에 새로운 수익 구조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헤라클레스 만지기 체험은
이렇게 발전돼 있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를 쓰며 오랜만에 INSECT SHOP KMY를 검색해 보았는데요. 그동안 ‘헤라클레스 만지기 체험’은 더욱 발전해 있었습니다.
만지기 체험은 헤라클레스를 포함한 외국곤충 5종 만지기 체험으로 업그레이드되었고, 한국인 관광객도 꽤 많이 찾는지 한국인 직원까지 따로 계시며, 한글 안내판까지 따로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이처럼 당장 가진 자원만으로도 누군가의 확고한 취향을 다룰 수 있으며, 이렇게 만들어낸 새로운 가치는 또 다른 비즈니스 기회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우리는 오사카의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로부터 또 한 번 ‘취향 비즈니스’의 진리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취향 비즈니스'의
시작이 궁금하다면
다음 주 월요일(9/21) 저녁 8시, 무료 비즈니스 회고 모임 <내가 만든 일 돌아보기>를 진행합니다. ‘왜’를 찾는 이번 모임을 기획하게 된 이유와 신청 링크는 아래 뉴스레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살아 있는 외국곤충을 만날 수 있는 정말 귀한 전시가 10월까지 여주곤충박물관에서 진행됩니다. 살아있는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를 직접 만나고 싶으시다면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