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금 받고 나서 알게 되는 비용 4가지.
· TIPS R&D 5억, 공짜 맞나?
정부지원금은 무상 출연금이다. 대출이 아닌건 맞다. 급하면 받아야 한다. 다만 우리의 비용이 계약서 본문이 아니라 별표와 요령에 흩어져 있어서, 협약서에 사인하는 시점엔 정작 후회할 것들이 잘 안 보인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 이후 한국을 떠났고 심지어 내 이름 한자도 잘 모른다. 이게 장점인지(?) 모르겠지만, 유난히 복잡한 정부문서에 에너지를 쓰는게 매-우 아깝고, 나아가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돈 쓰는걸 정부돈으로 하는게 조심스럽고, 솔직히 좀 불편하다. 그래서 일찍이 정부 돈은 정말 필요할때만 받자는 쪽으로 기울게 되었다. 지금은 처음부터 흑자내며 자생하는 사업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에 특화된 투자를 하며 스스로도 그렇게 하고 있다.
고로 아래는 그 편향이 섞인 목록일수도. 여튼 하나씩 세어보자.
1️⃣ 지원금을 받을때 내 현금이 먼저 나가는 경우. 민간부담금.
'정부 75% 지원'은 총 사업비의 75%지, 내가 쓸 돈의 75%가 아니다.
유명한 세 개의 예시.
· 초창패 1억, 자부담이 지역에 따라 10~30%라 천만원~4300만원까지 벌어짐.
· 디딤돌 2억, 정부지원 75% 이내라 총사업비 ~2.6억, 민간부담 7000만원
· TIPS R&D 5억, 기술개발자금의 80% 이내라 민간부담 1.25억, 그중 현금이 50% 이상이니 6250만원
식의 구조다.
정부출연금은 협약 후 분할로 들어오고 정산까지 묶여 있는데, 민간부담 현금은 앞에 먼저 나간다. 월 4000만원 쓰는 팀이 TIPS 협약하면서 6250만원을 빼면 런웨이가 한 달 반 줄어드는건데, 그 돈은 과제 회계로 들어가서 정작 정말 급한 이번달, 해외 부스 비용 또는 서버 비용에 못 쓴다.
현물로 채우는 쪽도 공짜는 아니다. 현물은 보통 기존 인력 인건비로 계상하는데, 협약기간 동안 같은 사람의 인건비를 다른 사업에 중복으로 올릴수 없다. 개발자가 둘인 팀에서 한 명을 현물로 걸면 그 사람은 그만큼 장부상 이 과제 사람이 되고, 연구노트와 참여율 증빙이 따라붙는다.
고로, 선정 자체보다 협약 시점의 통장 잔고 확인이 필요하고, 붙었는데 현금을 못 맞춰서 협약을 못 하거나, 브릿지를 급하게 돌게도 된다.
역설적으로 정부 돈을 받는데, 런웨이 계산에 민간부담 현금을 반영해야 하는 웃픈 상황..
2️⃣ 기술료- R&D 과제엔 붙고 사업화 지원엔 안 붙는다.
이 둘을 섞어서 알고 계신 경우가 꽤 많다. TIPS 공식 안내에 따르면, 성공 시 출연금의 10% 기술료 납부(R&D 5억을 받았으면 5천만원).
총 납부 한도는 정부지원연구개발비 기준으로 중소기업 10%, 중견기업 20%고, 경상기술료로 걷을 땐 아래로 계산된다.
· 매출 1억 × 기술기여도 67% × 요율 5% = 335만원
· 징수기간은 매출 발생 회계연도부터 5년, 또는 협약종료 후 7년 중 먼저 오는 시점까지
반면 예비, 초창패는 사업화자금이라 기술료 개념이 없다. 대신 자부담이 앞에 붙는다. 이게 실무에 무슨 의미인가? 경상기술료는 매출이 나기 시작한 해부터 걷히니까, 제품이 막 팔려서 재투자해야 하는 그 시점에 현금이 같이 빠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미납, 미확정 기술료는 시리즈 A나 M&A 실사에서 우발부채로 잡힌다.
매출이 나서 내는 돈이면 좋은거 아닌가? 맞다. 다만 사업계획서에 매출 전망을 크게 적을수록 심사엔 유리하고 나중에 낼 돈은 같이 커진다는건 알고 적자.
3️⃣ 중도 포기. 피벗에 값이 붙는다.
이게 스타트업한테는 제일 큰 항목이라고 본다.
정당한 사유 없이 과제 수행을 포기하면 3년 참여제한이 붙는다. 참여제한은 사안에 따라 6개월에서 최대 10년까지 가고, 환수는 참여제한과 별도 처분됨. 성실하게 수행했다고 인정되면 기간과 금액을 감면받을수 있지만, 그 판단을 받는 절차 자체에 대표의 시간과 에너지가 든다.
스타트업의 꽃이 피벗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정말 크리티컬한데, 1~2년 안에 피벗을 하면, 협약서에 적은 개발 내용과 지금 실제로 팔리는 제품이 갈라지는 상황이 연출된다.
결국 실무에서, 하나는 과제용 제품과 진짜 제품을 따로 굴리게 된다. 협약을 못 바꾸니까 얼마 없는 인력이 반으로 갈리는 셈.
4️⃣ 대표의 시간 = 계산서에 안 올라오는 비용
진도보고, 단계보고, 최종보고, 정산, 성과 추적. 대부분 대표나 CTO가 직접 붙는다. 완전 우리에게 핵심 코어 인력들 아닌가.
숫자로 못 적는 항목이라 다들 0으로 놓고 시작하는데, 실제로는 3억짜리 과제에서 대표가 쓰는 시간은 3억 보다 훨씬 더 값지다. 특히 같은 기간에 대표가 진두지휘해야 하는 고객 인터뷰를 못 돌아, 팀 전체 스케쥴이 밀리면 팀의 비용은 최소 몇배로 든다.
제일 자주 보는 단골 시나리오는, 단계평가와 정산이 몰리는 달에 세일즈 미팅이 겹치면 대표는 둘 중 하나를 놓는데, 놓는 쪽은 마감이 없는 쪽, 즉 고객이다.
결론.
정부지원금을 재고하시라 말씀드리는 이유를 꼽자면
4 > 3 >>> 넘사벽 >>>> 2, 1
정부지원금은 정-말 크게 수틀리면 깔고 가는 정부가 주는 마지막 카드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아예 없다고 생각하고, 사용하지 말고 처음부터 버텀업 사업해야 한다.
버텀업을 가장 빨리 배우는 방법은 그 카드가 없는 시장 방식으로 굴러보는거다. 실리콘밸리엔 중기부도 창업진흥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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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Yosemite Valley Welcome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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