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원 전에 스스로 정해야 하는 여섯 가지(시기·이름·명의·분류·위험요인·비용)를 17쪽 워크북으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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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포항의 한 식당이 방송에 나왔습니다. 메뉴 이름은 덮죽이었습니다.
방송 다음 날, 식당과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 특허청(지금의 지식재산처)에 "덮죽"이라는 이름을 상표로 냈습니다. 7월 16일이었습니다.
식당 주인이 자기 가게 이름을 붙인 상표를 낸 건 8월 4일이었습니다. 19일 늦었습니다.
특허청은 먼저 낸 쪽을 "소비자를 속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습니다. 그게 2021년 8월입니다. 식당 주인의 이름으로 등록증이 나온 건 2023년 7월입니다. 방송에서 등록증까지 3년이 걸렸습니다.
이 이야기는 결국 잘 끝났습니다. 그런데 잘 끝난 이야기치고는 3년이 너무 깁니다. 그 3년 동안 주인은 자기 메뉴 이름을 남이 가져갈지도 모르는 상태로 장사를 했습니다.
저는 이 순서를 옆에서 봤습니다
2022년부터 운영 중인 1인 창업 플랫폼에서 일합니다. 5개월 동안 모인 상담이 1만 건, 메시지 25만 개, 고유 고객 7,838명이었습니다.
상담에서 상표 건수만 따로 세어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반복해서 본 순서가 있습니다. 사업자등록을 하고, 간판을 달고,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고, 명함을 찍습니다. 상표는 그다음입니다. 대개는 한참 뒤입니다. 누가 내 이름을 먼저 냈다는 걸 알게 된 날이 그 "한참 뒤"입니다.
지식재산처 발표를 보면 작년 한 해 상표 출원이 32만 4,926건이었습니다. 하루에 890건입니다. 그리고 지식재산처와 한국지식재산연구원 통계에서 2023년 기준 소상공인이 낸 상표가 전체의 47.3%였습니다. 2019년 이후 가장 높습니다.
거꾸로 보일 수 있어요. 상표는 큰 회사 일이라고들 하니까요. 그런데 데이터는 그렇게 말합니다. 오늘 접수된 890개 이름의 절반 가까이는 작은 가게와 1인 사장의 이름입니다.
문제는 그 이름을 이미 "내 것"이라고 믿는 방식에 있습니다. 옆에서 본 착각은 다섯 가지였습니다.
착각 1. 사업자등록증에 상호가 있으니 내 이름이다
사업자등록증의 상호는 세무서가 세금을 매기려고 적어둔 이름입니다. 법인 등기부의 상호도 마찬가지로 법원 서류입니다. 상표는 지식재산처가 따로 심사해서 주는 권리입니다. 세 서류는 서로를 모릅니다.
2001년부터 "웨딩쿨"이라는 이름으로 결혼 준비 서비스를 하던 회사가 있었습니다. 같은 업종의 다른 사람이 비슷한 이름을 상표로 등록했습니다. 원래 쓰던 회사가 무효 소송을 냈는데, 1심과 2심에서 졌습니다. 대법원까지 가서 2020년 9월에야 뒤집었습니다. 20년 가까이 쓴 상호였는데도 그랬습니다.
상호는 "내가 이 이름으로 장사한다"는 신고입니다. 상표는 "다른 사람은 이 이름으로 장사하지 못한다"는 권리입니다. 앞의 서류를 아무리 많이 갖고 있어도 뒤의 권리는 생기지 않습니다.
착각 2. 인스타그램 계정과 도메인이 있으니 내 이름이다
계정 이름은 그 플랫폼 안에서만 통하는 자리입니다. 플랫폼 규칙이 바뀌면 같이 바뀝니다. 도메인은 인터넷 주소입니다. 주소를 갖고 있다고 그 이름의 주인이 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이름을 다투는 자리는 지식재산처 접수 창구 하나입니다. 그 창구에 하루 890건이 들어옵니다. 내 계정 팔로워가 몇 명이든, 그 창구는 팔로워 수를 보지 않습니다. 접수 번호를 봅니다.
사업자등록 전에 미리 정해두면 나중에 편한 것들을 정리한 글에서도 순서를 이렇게 적었습니다. 이름을 정하면 도메인과 계정보다 먼저 키프리스에서 같은 이름이 있는지 확인한다. 순서가 반대가 되면 계정은 만들었는데 이름은 남의 것인 상태가 됩니다.
착각 3. 오래 썼으니 내 것이다
상표법에는 먼저 쓴 사람을 위한 조항이 하나 있습니다. 제99조, 선사용권이라고 부릅니다. 이 조항이 있어서 많은 분이 "오래 쓰면 보호받는다"고 믿습니다.
조건을 읽어보면 다릅니다. 첫째, 남이 출원하기 전부터 계속 쓰고 있었어야 합니다. 둘째, 남이 출원한 그 시점에 이미 소비자들이 "이 이름은 이 가게 것"이라고 알고 있었어야 합니다. 셋째, 그 두 가지를 내가 증명해야 합니다.
둘째 조건이 문제입니다. 동네에서 5년 장사한 가게가 "전국 소비자가 알고 있었다"를 증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덮죽 식당도 이 조항으로 지킨 게 아닙니다. 방송 다음 날 출원됐으니 "출원 시점에 이미 알려져 있었다"를 다투기 애매했습니다. 지식재산처가 상대방의 목적이 나쁘다고 판단해 거절해준 덕에 끝났습니다. 운이 따랐고, 그래도 3년이 걸렸습니다.
오래 썼다는 사실은 방어 재료입니다. 권리가 아닙니다. 재료로 싸우는 데 3년이 들고, 권리로 막는 데는 접수 하루가 듭니다.
착각 4. 이름만 등록하면 끝이다
상표는 이름 단위로 등록되지 않습니다. 이름과 업종의 조합 단위입니다. 업종은 45개 칸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1번부터 34번까지가 물건, 35번부터 45번까지가 서비스입니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파는 1인 사장이 자주 하는 등록이 35번 칸입니다. 판매업이라는 칸입니다. 그런데 35번만 등록하면 "이 이름으로 파는 행위"만 내 것이고, 파는 물건 자체의 칸은 비어 있습니다. 옷이면 25번, 화장품이면 3번이 비어 있는 겁니다. 그 빈칸에 누가 같은 이름을 넣으면, 같은 이름의 옷이 시장에 나옵니다.
돈도 칸 단위로 나갑니다. 특허로 수수료표 기준으로 출원할 때 칸마다 46,000원, 등록할 때 칸마다 201,000원입니다. 칸을 세 개 잡으면 셋 다 곱해집니다. 그래서 "어디까지 잡을지"는 나중 문제가 아니라 접수 전에 정하는 문제입니다. 이 결정을 빠뜨리지 않게 출원 전에 정할 여섯 가지를 한 권으로 묶어둔 워크북을 만들어뒀습니다. 칸을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적는 장이 그중 하나입니다.
착각 5. 등록되면 영원하다
등록증이 나와도 세 가지가 남습니다.
첫째, 3년입니다. 등록해두고 3년 동안 안 쓰면 다른 사람이 취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상표법 제119조입니다. "일단 잡아두자"는 전략은 3년짜리입니다.
둘째, 10년입니다. 상표권은 등록일부터 10년이고, 갱신은 자동이 아닙니다. 기간 안에 신청하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셋째, 국경입니다. 한국 등록은 한국 안에서만 힘이 있습니다. 2025년 국정감사에 나온 지식재산처 자료를 보면, 최근 5년 동안 해외에서 한국 브랜드를 남이 먼저 등록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표가 30,841건입니다. 그중 35%가 중소기업 이름이었습니다. 국내에서 다 지켜놓고 수출 첫 달에 이름을 잃은 회사들입니다.
다섯 가지의 공통점
다섯 착각은 한 문장으로 모입니다. 이름은 쓴 사람 것이 아니라 낸 사람 것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안다는 것입니다.
사업자등록증, 계정, 간판, 단골, 세월. 전부 "쓴 흔적"입니다. 지식재산처 접수 창구는 흔적을 세지 않습니다. 접수 번호를 셉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지식재산처 발표 기준으로 상표는 접수하고 심사에 들어가기까지 평균 12.8개월이 걸립니다. 오늘 내면 내년 이맘때 심사가 시작됩니다. 이름이 알려지는 속도는 방송 하루면 되는데, 지키는 속도는 1년입니다. 이 차이가 덮죽의 3년을 만들었습니다.
오늘 할 일 하나
키프리스(kipris.or.kr)에 들어가서 내 브랜드 이름을 검색해보세요. 5분이면 됩니다.
그리고 두 줄만 적어보세요.
1. 같은 이름이나 비슷한 이름으로 이미 출원된 건: ______ 건
2. 내 이름을 잃으면 다시 만들어야 하는 것 (간판·계정·포장·명함): ______ 개
1번이 0이 아니면 이름을 바꿀지 지금 낼지 결정할 때입니다. 1번이 0이면, 그 0은 오늘 기준입니다. 내일은 890건이 더 들어옵니다.
하나만 물을게요.
지금 쓰는 그 이름, 낸 적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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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아시아경제, 「유명 방송서 소개된 '덮죽'…상표권 둘러싼 논란」(2022-07-20) — 출원일·거절 경위: https://view.asiae.co.kr/article/2022072009572210541
조선일보, 「골목식당 출연 3년만에 상표권 얻은 덮죽집」(2023-07-28):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3/07/28/66LGTBOF7JB6RF3BE5PEQHMLPM/
연합뉴스, 「'웨딩쿨' 상표 등록무효 소송, 대법원 파기환송」(2020-09-29) — 대법원 2019후11688: https://www.yna.co.kr/view/AKR20200929101100004
지식재산처, 2025년 산업재산권 출원 동향(2026-05-14 발표) — 상표출원 32만 4,926건 (경향신문 보도): https://www.khan.co.kr/article/202605141448001
지식재산처·한국지식재산연구원, 「지식재산 통계 FOCUS」 통권 26호(2025-10) — 소상공인 상표출원 비중 47.3%: https://www.kiip.re.kr/board/data/view.do?bd_gb=data&bd_cd=10&bd_item=0&po_item_gb=10&po_item_cd=¤tPage=2&po_no=13014
특허청 보도자료(2025-07-23) — 상표 심사 착수까지 평균 12.8개월: https://www.kipo.go.kr/ko/kpoBultnDetail.do?menuCd=SCD0200618&ntatcSeq=20576&sysCd=SCD02&aprchId=BUT0000029
특허로, 수수료 안내 — 상표 출원료 46,000원·설정등록료 201,000원(1상품류마다): https://www.patent.go.kr/smart/jsp/ka/menu/fee/main/FeeMain01.do
인천일보, 「해외서 K-브랜드 상표 3만건 '도용'…중소기업 피해 집중」(2025-10-09) — 오세희 의원실·지식재산처 자료: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305498
국가법령정보센터 · 상표법 제99조(선사용권) / 제119조(불사용 취소) / 제83조(존속기간 10년): https://www.law.go.kr/법령/상표법/제99조
코워크메이커스, 「사업자등록 전에 미리 정해두면 나중에 편한 7가지」: https://makers.coworkcity.co.kr/newsletters/52?utm_source=eo_planet&utm_medium=article&utm_content=trademark-first-to-file
「내 브랜드 상표등록 설계서」 무료 PDF (출원 시기 자가진단·이름/로고/명의·45개 분류 설계·위험요인·비용 시점, 17쪽): https://www.coworkcity.co.kr/resources/guides/trademark-blueprint?utm_source=eo_planet&utm_medium=article&utm_campaign=leadmagnet_trademark_2609&utm_content=trademark-first-t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