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략 #운영 #마인드셋
작년에 문 닫은 가게의 절반은, 3년 넘게 버틴 가게였습니다

작년 한 해 문을 닫은 사업체가 97만 5,681곳입니다.

그중 49.2%가 3년 넘게 버틴 곳이었습니다. 2023년에는 43.9%였습니다.

숫자를 나눠서 보면 이렇습니다. 3년에서 10년 사이 하다가 닫은 곳이 31만 4,452곳에서 34만 6,105곳으로 늘었습니다. 10년 넘게 한 곳도 11만 8,744곳에서 13만 3,384곳이 됐습니다. 둘을 합치면 2년 사이에 4만 6천 곳이 더 문을 닫았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폐업 수는 늘지 않았습니다. 오래 버틴 쪽만 늘었습니다. 경향신문이 중소벤처기업부와 국세청 자료를 정리해 보도한 내용입니다.

거꾸로 보일 수 있어요. 장사는 초반에 무너진다고들 하니까요. 그런데 데이터는 그렇게 말합니다. 지금 문을 닫는 사람은 처음 해보는 사람이 아니라, 3년을 해본 사람입니다.

저는 이 시점을 옆에서 봤습니다

2022년부터 운영 중인 1인 창업 플랫폼에서 일합니다. 5개월 동안 모인 상담이 1만 건, 메시지 25만 개, 고유 고객 7,838명이었습니다.

처음엔 3년차 상담이 왜 갑자기 많아졌나 싶었습니다. 며칠 들여다보다 깨달았어요. 3년은 무너지는 시점이 아닙니다. 버틴 값이 한꺼번에 청구되는 시점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7월 30일 내놓은 폐업 소상공인 조사를 보면, 문을 닫기로 결심한 때는 64.4%가 매출이 잘될 때보다 40% 이상 빠진 뒤였습니다.

40%가 빠질 때까지 버텼다는 뜻입니다. 그 버틴 기간에 무슨 값이 붙는지가 이 글입니다.

1. 버틴 값은 빚으로 쌓입니다

폐업한 사장님의 평균 빚은 8,531만 원입니다. 60대 이상은 9,897만 원입니다.

그리고 폐업 절차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을 물었더니 1위가 매출이 아니었습니다. 대출금 갚는 문제였습니다. 45.5%가 그렇게 답했습니다.

부산 동래구 아파트 상가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하던 40대 유 씨의 계산이 이렇습니다. 차리는 데 1억 4,000만 원을 썼습니다. 하루 목표 매출은 40만 원이었는데 실제로는 20만~30만 원이 들어왔고, 나쁜 날은 10만 원이었습니다. 매달 200만 원씩 적자였습니다. 작년 11월에 문을 닫았고, 지금 빚이 8,000만 원 남았습니다.

매출이 돌아오기를 기다린 달마다 빚이 늘었습니다. 기다림은 공짜가 아니었습니다.

2. 문을 닫는 데도 돈이 듭니다

평균 폐업 비용이 1,286만 원입니다.

부산 사하구의 50대 이 씨는 두 번 닫았습니다. 3년쯤 전에 김밥집을 정리하는 데 500만 원, 이번에 식료품점을 정리하는 데 300만 원이 들었습니다. 다른 비용까지 합쳐 두 번 닫는 데 1,000만 원 넘게 썼습니다. 지금은 배달을 하면서 매달 50만~100만 원씩 원리금을 갚습니다. 남은 빚이 8,000만 원입니다.

"장사만 20년 했지만, 다시 하라고 하면 절대 안 한다."

여기가 3년차·10년차의 함정입니다. 오래 할수록 정리하는 비용이 커집니다. 원래대로 돌려놔야 할 범위가 넓어지고, 재고가 쌓이고, 장비가 늘고, 계약이 길게 묶여 있습니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는 마음이 나중에 낼 계산서를 키웁니다.

3. 손님이 한 명도 안 와도 나가는 돈이 있습니다

문을 닫은 소상공인의 71%는 남의 자리를 빌려 장사했습니다.

낚싯대 공장을 하던 50대 김 씨의 고정 지출은 월세 87만 원, 전기요금 70만 원이었습니다. 합쳐서 157만 원. 이 돈은 손님이 한 명도 안 와도 나갑니다. 남편이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이 157만 원을 감당하지 못해 작년 7월에 접었습니다.

큰 회사도 같은 계산을 다시 합니다. 37signals는 남들이 다 쓰니까 쓰던 클라우드 비용을 처음부터 다시 계산해서, 2022년 연 42억 원이던 비용을 2024년 17억 원으로 줄였습니다. 해마다 26억 원이 남았습니다. 이 회사가 계산을 다시 한 방식은 규모와 상관없이 똑같습니다. "다들 쓰니까"를 "내 규모에 맞나"로 바꿔서 한 줄씩 세어보는 것입니다.

1인 사장 버전은 이렇습니다. 월 1만 5천 원짜리 구독 3개를 정리하면 1년에 70만 원입니다. 첫 고객 10명을 새로 받는 것과 같은 크기입니다.

4. 세금은 지금 사정이 아니라 지난 장사를 따라옵니다

9월 28일입니다.

국세청이 올해 1기 부가세 납부 기한을 102만 6천 명에게 두 달 미뤄준 날짜입니다. 원래는 7월 27일이었습니다. 그 안에는 매출이 크게 줄어든 소상공인이 43만 1천 명 들어 있습니다.

미뤄준 것이지 깎아준 게 아닙니다. 신청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적용됐기 때문에, 미뤄진 줄 모르고 지나간 사람도 있습니다. 이번 연장이 왜 함정이 될 수 있는지는 따로 정리해뒀습니다.

세금이 도착하는 순서가 문제입니다. 장사가 안 되는 달에, 잘되던 시절의 세금이 옵니다.

이 순서 때문에 3년차가 위험합니다. 첫해에는 낼 것이 적습니다. 3년쯤 되면 매출이 쌓여서 장부를 쓰는 방식과 신고 의무가 바뀝니다. 도소매는 전년 수입 3억 원, 제조·숙박·음식은 1.5억 원, 서비스·전문직은 7,500만 원을 넘으면 장부 의무가 무거운 쪽으로 넘어갑니다. 사업이 커진 신호이지만, 돈이 나가는 방식도 같이 바뀝니다.

시작할 때 5분 만에 고른 업종코드 하나가 여기까지 따라옵니다. 같은 3,000만 원을 벌어도 업종코드에 따라 세금 매기는 소득이 2.3배 차이 나기도 합니다.

5. 오래 한 사람일수록 늦게 인정합니다

다시 그 숫자입니다. 64.4%가 매출이 40% 빠진 뒤에 결심했습니다.

왜 그렇게 늦는지는 제가 직접 조사한 것이 아니라 추론입니다. 다만 상담에서 반복해 본 형태는 이렇습니다. 3년, 10년 해본 사람에게는 "예전엔 이만큼 나왔다"는 기준이 있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은 비교할 과거가 없어서 빨리 접습니다. 오래 한 사람은 과거를 기준으로 지금을 "잠깐 그런 것"으로 읽습니다.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기준으로 삼는 숫자가 과거에 있어서입니다.

공통점 하나

무너진 건 실력이 아니었습니다.

버티는 데 드는 값을 계산하지 않은 것입니다.

빚, 정리 비용, 손님이 없어도 나가는 돈, 지난 장사를 따라오는 세금. 넷 다 매달 조용히 쌓입니다. 매출은 매일 확인하는데, 이 넷은 아무도 매일 확인하지 않습니다.

오늘 할 일 하나

종이 한 장에 두 줄만 적어보세요.

1. 손님이 한 명도 안 와도 이번 달에 나가는 돈: ______ 원

2. 지금 문을 닫으면 드는 돈: ______ 원

두 숫자를 알면 "몇 달 더 버틸 수 있는지"가 개월 수로 나옵니다. 감이 아니라 숫자로요.

그리고 하나만 물을게요.

지금 버티는 중인가요, 아니면 결정을 미루는 중인가요?

둘은 다릅니다. 그리고 폐업 통계는, 그 둘을 구분하지 못한 사람의 비용이 얼마인지를 알려줍니다.

참고

경향신문, 「끝 모를 불황에…작년 폐업 중 절반은 '3년 이상' 된 가게」(2026-06-30) — 중소벤처기업부·국세청 자료: https://www.khan.co.kr/article/202606302210015

중소벤처기업부,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2026-07-30 발표) — KDI 경제정보센터: https://eiec.kdi.re.kr/policy/materialView.do?num=283540

더퍼블릭, 「장사가 안돼도 문 못 닫는다…빚·임대료에 발목 잡힌 소상공인」(2026-08-18): https://www.thepublic.kr/news/articleView.html?idxno=315304

부산일보, 「"배달하며 매달 100만 원씩 원리금 갚는 중" [자영업자 폐업 그 이후]」(2026-06-01): https://v.daum.net/v/20260601203005409

코워크메이커스, 「부가세 납부 연장 9월까지 미뤄진 102만 명의 함정」: https://makers.coworkcity.co.kr/newsletters/226?utm_source=eo_planet&utm_medium=article&utm_content=three-year-shutdown

코워크메이커스, 「37signals는 클라우드 비용을 왜 다시 계산했을까」: https://makers.coworkcity.co.kr/newsletters/233?utm_source=eo_planet&utm_medium=article&utm_content=three-year-shutdown

코워크메이커스, 「복식부기의무자 기준 확인하고 사업용 계좌 신고 대상인지 알아보기」: https://makers.coworkcity.co.kr/newsletters/227?utm_source=eo_planet&utm_medium=article&utm_content=three-year-shutdown

코워크메이커스, 「업종코드 하나 잘못 골랐다가 경비율이 20%p 차이 났습니다」: https://makers.coworkcity.co.kr/newsletters/235?utm_source=eo_planet&utm_medium=article&utm_content=three-year-shutdown

코워크시티 블로그, 「프리랜서·1인 사업자, 비상주사무실이 정말 필요할까?」: https://www.coworkcity.co.kr/blog/freelancer-virtual-office-tax-saving-guide

링크 복사

코워크시티 뉴스레터 코워크시티 · 브랜드 마케터

창업을 옆에서 1,200번 본 사람의 기록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추천 아티클
코워크시티 뉴스레터 코워크시티 · 브랜드 마케터

창업을 옆에서 1,200번 본 사람의 기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