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만난 한 소기업 대표는 직원 대부분이 40~50대였습니다. 작년에 슬랙을 도입했다가 두 달 만에 접었고, 올해 두 번째 시도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솔직히 우리 나이대에 새 툴 하나 배우는 게 제일 무섭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3개월 만에 팀원들이 먼저 "노션 확인해주세요"라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팀, 같은 사람들이었습니다. 달라진 건 도입을 설계하는 방식 하나였습니다.
첫 번째 실패에서 배운 것
인원이 적을 때는 카톡으로 충분했습니다. 서로의 업무를 알고 있었고, 어제 나눈 대화도 기억했습니다. 인원이 늘고 프로젝트가 겹치자 결재할 것이 쌓이고 "어제 카톡으로 말씀드린 건"이라는 말이 하루에 몇 번씩 반복됐습니다.
슬랙은 이 문제를 풀지 못했습니다. 낯선 채널 구조와 기능을 한꺼번에 익혀야 했고, 어떤 내용을 어느 채널에 둘지도 각자 판단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카톡보다 어려운 도구가 된 겁니다. 초반 몇 주 동안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팀은 자연스럽게 “예전 방식이 낫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여기서 이 회사가 얻은 교훈이 있습니다. 툴을 바꾼다고 일하는 방식이 저절로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준을 기능에서 정착으로 바꿨습니다
팀이 5명을 넘어가면서 대표는 두 번째 검토를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기능이 많은지를 보지 않았습니다. 물은 것은 하나, 직원들이 남의 도움 없이 이 시스템을 굴릴 수 있는가였습니다.
그래서 메뉴를 전부 열지 않았습니다. 초기 화면은 결재 요청·업무 요청·오늘 확인할 일, 세 가지뿐이었습니다. 메뉴가 적으면 무엇부터 익혀야 하는지도 분명해집니다. 도입 후 2~4주는 기능을 배우는 기간이 아니라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기간으로 잡았습니다. 나이대가 높은 조직일수록 이 순서가 정착을 가릅니다.
카톡을 없애지 않았습니다
이전 시도와 달랐던 또 하나는 카톡을 그대로 둔 것입니다. 팀 대화는 기존처럼 카톡에서 하되, 결정이 걸린 내용과 나중에 찾아봐야 할 업무만 노션으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대표가 먼저 썼습니다. 결재를 노션에서만 처리하기 시작한 겁니다. 카톡 결재 시절에는 요청이 올 때마다 앞선 대화를 거슬러 뒤져야 했지만, 지금은 요청자·안건·금액·관련 내용이 한 페이지에 모여 있습니다. 대표가 이 방식으로 결재하자 팀에 기준이 생겼습니다. 결재 받을 일은 노션에 남긴다. 직원에게 새 툴을 권하면서 대표가 계속 카톡으로 지시하면, 직원은 결국 대표가 있는 곳으로 돌아갑니다.
3개월째, 직원이 먼저 시스템을 열었습니다
대표의 예상은 6개월이었습니다. 실제로는 3개월쯤 지나자 팀원들이 먼저 "대표님, Notion 보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업무 요청을 직접 남기고, 필요한 페이지를 먼저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회사가 정착을 판단한 기준은 로그인 횟수가 아니었습니다. 대표가 챙기지 않아도 직원들이 먼저 필요한 페이지를 찾고 업무를 남기는지가 기준이었습니다.
설계한 것은 기능이 아니라 순서였습니다
이 사례의 결론은 노션이 슬랙보다 좋다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팀이라도 도입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사용법부터 배워야 했고, 두 번째는 하던 일의 일부만 옮겼습니다. 반복 빈도가 높은 결재와 업무 요청부터 시작했고, 카톡을 없애지 않았고, 대표부터 시스템 안에서 일했습니다.
새 시스템을 검토하고 있다면, 기능표보다 먼저 확인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 직원이 첫날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날부터 문서 관리, 회의록, 자동화까지 전부 써야 한다면 그건 또 하나의 학습 과제입니다. 하던 업무 하나를 어디서 처리할지만 명확하면 시작은 단순해집니다. 한 번 실패해본 팀이라면 더욱, 많이 쓰는 툴보다 계속 쓰는 툴을 목표로 잡아보시길 권합니다.
공여사들이 작은 회사를 위해 노션으로 만든 업무 시스템 '비즈노션'도 이 기준으로 도입 과정을 설계합니다. 그 회사에서 제일 자주 생기는 업무가 무엇인지부터 정하고, 첫날부터 모든 기능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정착까지 함께 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