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집/홍보 #마케팅 #커리어
마케터 이직 데이터를 열어봤습니다. 우리가 믿던 2가지가 틀렸습니다

마케터 커리어 상담은 결국 같은 질문에 도착합니다.

"에이전시에 계속 있어도 괜찮을까요?"

여기에 대한 답은 늘 경험담이었습니다. 에이전시는 빡세지만 많이 배운다, 인하우스는 편하지만 고인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닌데 둘 다 누군가 한 사람의 3년입니다.

그래서 데이터를 열었습니다. 그룹바이에 등록된 마케팅 채용공고 2,045건, 마케터 구직자 11,379명의 프로필, 그리고 그들이 실제로 회사를 옮긴 기록 5,146건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흔히 믿는 것 중 두 개가 틀렸습니다.

에이전시가 신입에게 문이 넓다는 것도 틀렸고, 에이전시가 사람을 빨리 소진시킨다는 것도 틀렸습니다. 대신 아무도 잘 얘기하지 않던 곳에서 격차가 벌어져 있었습니다.

신입 문턱은 34.2%와 36.0%, 사실상 같았습니다

먼저 문턱입니다. 신입도 지원할 수 있는 공고 비율을 셌습니다.

인하우스 36.0%, 에이전시 34.2%. 평균 요구 최소경력은 양쪽 다 1.9년으로 같습니다.

"일단 에이전시로 들어가 경력을 만든다"는 경로는 적어도 지금 시장에서는 근거가 없습니다. 문은 양쪽 다 같은 크기로 열려 있습니다.

대신 전혀 다른 축에서 두 배 가까운 격차가 나왔습니다. 세부 직무입니다.

직무공고 수신입 지원 가능 비율
인플루언서 마케터304건52%
바이럴 마케터233건46%
콘텐츠 마케터1,083건43%
광고기획(AE)217건35%
브랜드 마케터578건31%
그로스 마케터560건31%
CRM 마케터248건28%
퍼포먼스 마케터812건27%

인플루언서 마케터와 퍼포먼스 마케터 사이가 52%와 27%입니다.

이 순서를 위에서부터 읽어 내려가면 규칙이 하나 보입니다. 위쪽은 결과물이 회사 밖에 남는 직무입니다. 만든 콘텐츠가 남고, 돌린 캠페인이 남습니다. 아래쪽은 남의 광고 계정과 남의 고객 데이터 위에서만 검증되는 직무입니다. 회사가 계정을 열어주기 전까지는 실력을 보여줄 방법이 없습니다.

문턱을 정하는 건 난이도가 아니라 검증 가능성입니다.

지금 내 직무는 회사 밖에서 증명할 수 있는 종류인가, 회사 안에서만 증명되는 종류인가.

 

시작 연봉은 300만 원, 천장은 1,000만 원 차이였습니다

공고에 적힌 연봉 범위를 비교했습니다. 모두 중앙값입니다.

인하우스는 3,500만 원에서 6,000만 원. 에이전시는 3,200만 원에서 5,000만 원입니다.

시작점 차이는 300만 원인데 위쪽 차이는 1,000만 원입니다. 밴드의 폭 자체가 다릅니다.

이걸 개인 역량으로 읽으면 답이 안 나옵니다. 이건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입니다.

에이전시의 매출은 클라이언트가 집행하는 광고비와 수수료율에서 나옵니다. 한 사람이 담당할 수 있는 계정 수에는 물리적 상한이 있고, 수수료율은 경쟁이 눌러놓습니다. 개인이 아무리 잘해도 그 사람에게 붙일 수 있는 인건비의 천장이 구조적으로 정해져 있다는 뜻입니다.

인하우스는 성과가 회사 매출에 직접 붙습니다. 한 사람이 만드는 값이 커지면 밴드 상단도 같이 열립니다.

참고로 마케팅 직군 전체의 연봉 상한 중앙값은 5,700만 원으로, 전 직군 평균 6,500만 원보다 낮습니다. 마케팅은 원래 밴드가 좁은 직군입니다. 그 좁은 밴드 안에서 한 번 더 갈리는 셈입니다.

 

내 연봉 진단하기

 

'클라이언트'는 인하우스 공고에 1%만 나옵니다

공고 본문의 주요업무·자격요건·우대사항에 어떤 단어가 쓰였는지를 양쪽으로 나눠 셌습니다.

에이전시 공고에 많이 나오는 말입니다.

키워드에이전시인하우스
광고주·대행32.4%11.4%
클라이언트19.4%1.0%
제안서·기획서16.2%4.1%
광고 운영22.3%13.0%
매체 운영13.6%6.3%

인하우스 공고에 많이 나오는 말입니다.

키워드인하우스에이전시
SNS·자체 채널 운영34.0%20.1%
AI 활용25.4%16.6%
콘텐츠 제작24.5%15.3%
퍼널 분석17.9%12.5%
A/B 테스트13.3%7.4%
브랜딩12.6%7.3%

가장 눈에 띄는 건 '클라이언트'입니다. 인하우스 공고 1,503건 중 1.0%.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단어입니다.

이 두 표를 한 줄로 줄이면 이렇게 됩니다.

에이전시는 남의 브랜드를 설득하는 능력을 사고, 인하우스는 내 브랜드를 축적하는 능력을 삽니다.

 

그래서 두 세계 사이를 옮길 때 이력서가 안 읽힙니다. 에이전시에서 5년을 잘한 사람이 인하우스에 지원하면, 이력서에는 클라이언트 이름과 ROAS와 수주 건수가 적혀 있습니다. 읽는 쪽이 궁금한 건 "우리 제품을 어떻게 키울 건가"인데 돌아오는 답은 "남의 제품을 어떻게 팔았는가"입니다.

경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번역이 안 된 겁니다.

하나 덧붙이면, 인하우스 공고의 25.4%가 AI 활용을 요구합니다. 에이전시보다 8.8%p 높습니다. 넘어갈 생각이라면 지금 무엇을 채워야 하는지가 여기 적혀 있습니다.


에이전시에서 시작한 사람의 40.7%가 지금 인하우스에 있습니다

실제로 회사를 옮긴 기록 5,146건을 시간 순서대로 따라갔습니다.

인하우스에서 인하우스로 47.7%, 에이전시에서 에이전시로 25.2%, 인하우스에서 에이전시로 14.4%, 에이전시에서 인하우스로 12.7%.

커리어 전체로 보면 방향이 더 뚜렷해집니다.

에이전시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사람 중 40.7%가 지금 인하우스에 있습니다. 인하우스에서 시작해 지금 에이전시에 있는 사람은 28.8%입니다.

양방향 다 열려 있지만 길의 폭이 다릅니다.


그런데 에이전시가 더 빨리 나오는 곳도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통념이 하나 더 깨집니다.

퇴사가 완료된 경력만 놓고 재면 평균 재직기간은 에이전시 20.1개월, 인하우스 16.6개월입니다. 오히려 에이전시가 깁니다.

에이전시가 유독 사람을 갈아 넣는 게 아니라, 스타트업 인하우스 마케터의 재직기간이 짧은 겁니다. 이 숫자를 보기 전까지 저희도 반대로 알고 있었습니다.

희망 연봉 중앙값도 봤습니다. 양쪽을 다 겪은 사람이 4,400만 원, 에이전시만 4,000만 원, 인하우스만 3,800만 원입니다.

다만 이건 그대로 읽으면 안 됩니다. 양쪽을 다 겪은 사람은 평균 경력이 5.6년이고 인하우스만 겪은 사람은 3.3년입니다. 연차 차이가 연봉 차이의 상당 부분을 설명합니다.

이 데이터로 말할 수 있는 건 "양쪽을 겪으면 연봉이 오른다"가 아닙니다. "양쪽을 오간 경력이 시장에서 불이익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까지입니다.


세 가지만 재보면 방향이 나옵니다

여기까지의 숫자를 결정 기준으로 바꾸면 세 개가 남습니다. 이 축은 다음 이직 때도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첫째, 내 성과는 누구의 자산으로 쌓이나요?

에이전시에서 만든 성과는 클라이언트의 브랜드에 남습니다. 계약이 끝나면 그 계정은 손을 떠나고 사례의 개수만 남습니다. 인하우스에서 만든 성과는 하나의 브랜드에 누적되지만 회사를 옮기면 맥락째 사라집니다. 어느 쪽이 사라지는 게 지금 더 아까운지를 보면 됩니다.

둘째, 지금 필요한 건 개수인가요, 깊이인가요?

경력 초반에는 개수가 유리합니다. 뭘 잘하는 사람인지 스스로도 모르는 시기에는 여러 업종을 빠르게 통과하는 게 정답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3~5년 차부터는 개수가 늘어도 이력서가 강해지지 않습니다. 사례가 열 개인데 하나도 끝까지 안 간 사람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례를 하나 더 늘려도 이력서가 안 달라지는 시점, 그때가 옮길 때입니다.

셋째, 올리려는 게 시작점인가요, 천장인가요?

당장 연봉 300만 원을 올리는 문제라면 회사 성격은 거의 무관합니다. 앞의 데이터가 그렇습니다. 5년 뒤의 상한을 올리는 문제라면 밴드 자체가 넓은 쪽으로 가야 합니다. 이건 개인이 노력으로 뚫는 종류의 벽이 아닙니다.

세 개를 다 재봤는데 "지금 회사가 힘들다"는 이유밖에 안 남는다면, 옮겨도 달라지는 건 회사이지 일의 성격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마케터를 뽑는 쪽이라면, 공고에서 '클라이언트'를 세어보세요

같은 데이터를 채용하는 입장에서 읽으면 다른 게 보입니다.

에이전시 출신 지원자를 계속 거르고 계시다면, 걸러지는 이유가 역량인지 번역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두 세계는 쓰는 단어부터 다릅니다. 이력서에 클라이언트 이름이 나열돼 있다는 게 브랜드를 못 키운다는 뜻은 아닙니다. 면접에서 "그 캠페인을 우리 제품에 적용한다면 무엇부터 보시겠어요" 한 문장이면 갈립니다.

반대로 공고를 쓰실 때, 지금 우리 공고에 '클라이언트'와 '광고주'가 몇 번 나오는지 세어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인하우스 마케터를 뽑으려는 공고인데 그 단어들이 반복되고 있다면, 지원자 풀이 의도와 다르게 만들어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방향보다 어려운 건 번역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신입에게 문이 더 열린 쪽은 없습니다. 직무가 정합니다. 연봉은 시작점보다 천장이 갈립니다. 그리고 두 세계는 같은 '마케터'라는 이름을 쓰지만 파는 능력이 다릅니다.

방향은 각자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올 겁니다. 그런데 방향을 정한 다음에 대부분이 막히는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내 경력을 저쪽 언어로 옮기는 일입니다.

"클라이언트 ROAS를 320%까지 올렸습니다"를 "우리 제품의 재구매 구간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압니다"로 바꾸는 작업.

이건 경력이 부족해서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해봐서 못 합니다.

그룹바이는 스타트업 채용 플랫폼입니다. 프로필을 등록해 두면 조건에 맞는 기업이 먼저 제안을 보냅니다. 기존 이력서를 올리면 프로필이 자동으로 채워지고, 실제로 스카우트 제안을 받은 마케터들의 프로필이 어떤 단어로 쓰여 있는지도 직무별로 볼 수 있습니다. 번역이 막힐 때 참고하시기 좋습니다.

내 연봉 진단하기


데이터 기준과 한계

그룹바이에 등록된 마케팅 직군 채용공고 2,045건(삭제·외부 임시 공고 제외), 마케터 구직자 11,379명의 프로필과 경력 기록 24,562건을 기준으로 집계했습니다.

'에이전시'는 회사의 등록 업종이 마케팅·광고인 곳으로 분류했습니다. 실제 사업 형태와 등록 업종이 다른 경우가 있어 완벽한 구분은 아닙니다. 구직자 경력 기록 중 업종을 확인할 수 있는 건 8,982건(36.6%)이고, 이동 방향은 그 범위 안에서만 계산했습니다. 연봉은 공고에 연봉 범위를 기재한 221건 기준이라 표본이 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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