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 선정 #사업전략 #운영
할인도 광고도, 매출의 진통제일 뿐입니다

제가 한동안 심한 두통에 시달린 적이 있어요. 머리 한쪽만 아프길래 편두통이겠거니 하고 여러 병원을 다녔는데, 대부분 진통제만 처방해줬어요. 먹으면 잠깐 가라앉았다 다시 올라왔고, 나중엔 그마저 듣지 않았죠. 그러다 찾은 한의원은 달랐어요. 제가 "편두통 같다"고 말했는데도 그 말에 갇히지 않고 직접 몸을 살펴보더니, 원인이 목 근육과 자세에 있다고 했어요. 그쪽을 치료하자 그 지독하던 두통이 잡혔고요. 나중에 운동센터에서 몸 상태를 점검했을 때도 거의 같은 원인 진단을 받았어요.

 

 

같은 두통인데, 어떤 곳은 '아픈 증상'을 없애려 했고 어떤 곳은 '아픔을 일으킨 원인'을 찾았어요. 그런데 여기서 진짜 중요한 건, 두 곳이 본 게 달랐다는 게 아니라 제 말에 갇히지 않았다는 것이에요. 제 진단("편두통")은 제 경험에서 나온 거지, 원인에서 나온 게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사업에서도 저는 이 차이를 자주 봐요. 초기 기업들에게 "지금 가장 큰 문제가 뭐예요?"라고 물으면 "매출이 안 나와요"라는 답이 자주 돌아오는데, 이게 딱 '두통' 같은 거예요. 매출이 안 나오는 건 눈에 보이는 증상이지, 그걸 일으킨 원인이 아니거든요. 여기다 진통제(할인, 광고)만 붙이면 잠깐 반짝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요.

앞의 편들에서 문제를 깊이 파고드는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은 그 깊이의 다른 얼굴을 이야기해볼게요. 눈에 보이는 '현상적 문제'와 그 아래 숨은 '본질적 문제'를 구분하는 것. 초기 기업이 의외로 이 둘을 자주 섞어요.


 

둘 다 문제지만, 층이 다르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게 있어요. "매출 하락도 엄연한 문제 아니야?"라고요. 맞아요. 그것도 문제예요. 다만 층이 달라요.

'현상적 문제'는 눈에 보이는 결과예요. 매출이 떨어졌다, 문의는 많은데 결제가 안 된다, 고객이 이탈한다. 실제로 벌어지고 있고, 아프고, 급하죠. 반면 '본질적 문제'는 그 현상을 일으킨 진짜 원인이에요. 매출을 떨어뜨린 그 무언가요. 두통과 목 자세의 관계처럼, 현상적 문제는 겉으로 드러난 증상이고 본질적 문제는 그 아래 숨은 원인이에요.

 

 

둘 다 문제인 건 맞는데, 해결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건 본질적 문제예요. 그런데 초기 기업은 현상적 문제에 바로 솔루션을 붙이는 실수를 자주 해요. "매출이 안 나온다"에 대고 "그럼 광고를 늘리자", "할인을 하자" 같은 진통제를 붙이는 거죠. 그러면 잠깐 반짝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요. 두통에 진통제만 처방하던 병원처럼요. 현상에 솔루션을 붙이면 반드시 재발해요.

 


 

현상을 한 겹만 걷어내 보면

 

말로만 하면 잘 안 와닿으니, 몇 가지를 나란히 볼게요. 왼쪽이 흔히 '문제'라고 적는 현상적 문제이고, "왜?"를 한 번 던져 걷어낸 오른쪽이 그 아래로 한 겹 내려간 거예요. (실제로는 여기서 "왜?"를 더 던져 몇 겹 더 내려가야 할 때가 많지만, 우선 한 겹만으로도 얼마나 달라지는지 볼게요.)

 

 

  • "재구매가 안 일어나요." → 왜? → 첫 구매에서 기대했던 것과 실제가 달랐어요. 실망한 사람은 두 번 사지 않죠. 그렇다면 진짜 문제는 '재구매'가 아니라 '첫 경험'에 있어요.
  • "앱을 깔고 금방 나가요." → 왜? → 켜자마자 이게 나한테 왜 좋은지를 못 느껴요. 그렇다면 손봐야 할 건 이탈을 막는 알림이 아니라, 첫 화면에서 가치를 전하는 방식이에요.
  • "문의는 많은데 결제까지 안 이어져요." → 왜? →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신뢰를 고객이 못 느껴요. ‘무엇을 사는지’는 알겠는데 ‘이 회사에게 사도 되는지’가 안 보이는 거죠. 그렇다면 진짜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결정을 도와주는 신뢰 전달 방식이에요.

 

세 경우 다, 왼쪽(현상)에 바로 솔루션을 붙였다면 헛돈을 썼을 거예요. 재구매 쿠폰을 뿌리고, 이탈 방지 푸시를 보내고, 연봉을 찔끔 올리고. 다 잠깐 효과 보다 재발했겠죠. 오른쪽(본질)을 봐야 진짜 해결이 시작돼요.


 

왜 자꾸 현상을 문제라고 적을까

 

이유는 단순해요. 현상은 눈에 보이고, 본질은 안 보이거든요.

매출 하락은 숫자로 딱 찍혀요. 이탈률도 그래프로 보이고요. 급하니까 당장 그걸 잡고 싶어져요. 반면 그 아래 원인은 파고들어야 겨우 보여요. "매출이 안 난다" 밑에서 "고객이 첫 구매에 실망한다"를 찾았다면 한 겹 내려간 거지만, 여기서 멈추면 안 돼요. "왜 실망하지?"를 또 물어야 하거든요. 배송이 늦어서인지, 기대한 품질이 아니어서인지, 설명과 실제가 달라서인지. 이렇게 더는 "왜?"가 안 나올 때까지 내려간 지점이 진짜 본질이에요. 눈앞에 안 보이니 이 내려가는 걸 자꾸 건너뛰게 되죠.

 

 

그런데 현상만 잡으면 두더지 잡기가 돼요. 하나 누르면 저기서 또 튀어나와요. 매출이 안 나와서 할인했더니 이번엔 수익성이 무너지고, 그걸 막으려다 또 다른 게 터지고. 본질을 안 건드렸으니 증상이 자리만 옮겨 다니는 거예요.


 

그럼 어떻게 구분하나

 

 

거창한 도구가 필요한 건 아니에요. 지금 '문제'라고 적은 것 앞에서 스스로 한 번만 물어보면 돼요. 이건 원인일까, 결과일까?

결과처럼 느껴진다면, 거기서 "왜?"를 한 번 더 던지세요. 한 커머스가 "결제율이 낮다"는 현상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아래로 내려가, 진짜 원인이 배송비를 보여주는 방식 하나였다는 걸 찾았던 것처럼요. 실제로 그런 일이 꽤 잦아요. "왜?"가 더 이상 안 나오고, "아, 이게 진짜 원인이구나" 싶은 지점에 닿으면 거기가 본질이에요.

한 가지 팁을 더하면, 본질은 대개 '고객의 마음이나 행동'에 가 닿아요. "매출이 안 난다"를 계속 파고들면 결국 "고객이 왜 안 사는가"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와요. 숫자에서 멈추지 말고, 그 숫자를 만든 고객의 마음까지 내려가면 대개 본질이 보여요. 이때 주의할 게 하나 있어요. 우리 머릿속에 있는 '고객의 말'은 가정일 때가 많아요. 본질은 고객을 관찰하고 직접 물어봐야 확인돼요. 가정에서 멈추면 본질도, 거기서 나올 솔루션 방향도 같이 흔들려요.


 

문제 앞에서 물어볼 네 가지

 

지금 사업계획서나 머릿속에 적어둔 '문제'를 한번 꺼내보세요. 그리고 물어보세요.

  • 이건 눈에 보이는 결과(현상)인가, 그걸 일으킨 원인(본질)인가?
  • 여기다 솔루션을 붙이면, 잠깐 낫고 재발하진 않을까?
  • "왜?"를 한 번 더 던지면, 그 아래에 뭐가 있을까?
  • 그 답이 '고객이 실제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에서 나온 건가, 우리 머릿속 가정에서 나온 건가?

 

네 번째 질문이 가장 중요할 수 있어요. 문제정의가 고객·시장에서 출발해야 솔루션도 거기서 나오거든요. 만약 지금 적은 게 현상이었다면, 실망할 일이 아니에요. 오히려 다행이에요. 헛돈 쓰기 전에 알아챈 거니까요. 한 겹만 더 걷어내면, 진짜 풀어야 할 문제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여기까지 우리는 문제를 얼마나 '깊이' 보느냐를 이야기했어요. 다음엔 조금 다른 방향, 문제를 얼마나 '넓게' 잡아야 하는지, 그러니까 이 문제가 정말 우리 고객·시장의 문제인지를 이야기해볼게요.


 

스타트업의 “성장”을 기획합니다. 기획하는별 (블로그 : https://sparkle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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