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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AI 회사들은 왜 매출 100억에서 멈출까

제조 AI, 스마트팩토리, 산업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들의 실적을 몇 년치 나란히 놓고 보면 이상한 규칙이 하나 보입니다. 매출이 100억 언저리에 닿을 무렵 상장을 하고, 그 뒤로 매출이 잘 늘지 않습니다. 어떤 곳은 4년째 제자리이고, 어떤 곳은 상장 때 제시한 추정치의 20~30%만 채웁니다.

이것을 개별 회사의 실패담으로 읽으면 배울 것이 없습니다. 한두 곳이면 경영의 문제이지만, 같은 구간에서 같은 모양으로 반복되면 그것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입니다. 이 글은 그 구조를 네 층으로 나눠서 봅니다. 어느 회사가 잘못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렇게 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특정 회사를 지목하지 않습니다. 대신 개별 기업이 아닌 모집단 통계, 즉 그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한 공개 집계만 근거로 삼습니다.

100억은 우연히 나온 숫자가 아닙니다

먼저 이 숫자가 어디서 오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이 시장에서 매출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창업자가 직접 뚫는 대기업 영업, 대기업이 열어 주는 파일럿(PoC), 그리고 정부 보급사업입니다. 세 가지 모두 각자의 상한이 있고, 그 상한을 전부 다 채웠을 때 나오는 연매출이 대략 80억에서 150억 사이입니다.

· 창업자 영업 — 왜 상한이 있나: 만날 수 있는 곳이 유한 · 넘어서려면: 조직 영업으로 재구축
· 대기업 파일럿 — 왜 상한이 있나: 확산으로 안 넘어감 · 넘어서려면: 매년 새로 채워야 함
· 정부 보급사업 — 왜 상한이 있나: 요구 수준이 올라감 · 넘어서려면: AI 실행 역량 필요

세 칸을 하나씩 열어 보겠습니다.

매출을 늘리는 방법이 사람을 늘리는 것뿐일 때

구축형 사업, 그러니까 고객사마다 프로젝트를 열어 만들어 주는 방식의 매출 공식은 단순합니다. 투입 인력 수 × 단가 × 시간. 이 공식에서 매출을 두 배로 만드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사람을 두 배로 뽑는 것입니다.

그런데 채용은 세 가지를 동시에 요구합니다. 매출보다 먼저 나가는 비용이고, 새로 온 사람이 기존 품질을 낼 때까지의 위험이고, 무엇보다 마진을 깎습니다. 개발 인력 50~100명이 감당할 수 있는 구축 매출이 대략 100~200억이고, 그 위로 가려면 조직을 다시 배로 키워야 합니다. 그 순간 회사는 AI 기업이 아니라 중견 시스템 통합 회사가 됩니다.

그래서 첫 번째 이유는 이렇게 정리됩니다. 그 지점부터는 매출을 늘리는 행위 자체가 회사의 정체성과 손익 구조를 해칩니다. 성장이 막힌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방법이 회사를 다른 회사로 만들어 버립니다.

파일럿은 쌓이지 않습니다

두 번째 동력인 대기업 파일럿은 초기에 아주 잘 듭니다. 건당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이고, 열 건에서 스무 건을 돌리면 한 해 매출이 수십억 찍힙니다. 문제는 그 다음 해입니다.

파일럿이 전사 확산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현상은 오래전에 이름이 붙었습니다. 파일럿 연옥(pilot purgatory)입니다. 현장에서 관찰되는 이유는 대체로 겹칩니다.

- 운영을 책임질 사람이 없습니다. 검증은 연구 조직이 하고, 운영은 현장이 합니다. 그 사이를 넘겨받을 담당이 정해지지 않으면 결과가 좋아도 멈춥니다.
- 현장 변수가 성능을 깎습니다. 조명, 진동, 기존 기간계와의 연동처럼 실험실에 없던 조건이 배포 단계에서 한꺼번에 들어옵니다.
- 파일럿 자체가 목적이 되기도 합니다. 담당자의 그해 실적이 "새로운 시도"로 채워지면, 결과와 무관하게 다음 파일럿을 찾는 편이 합리적인 선택이 됩니다.

공급하는 쪽에서 보면 결과는 하나입니다. 누적되지 않는 매출은 성장이 아니라 러닝머신입니다. 작년에 뛴 거리는 올해 위치에 보태지지 않습니다. 파일럿으로 40억을 만든 회사는 다음 해에도 40억어치의 새 파일럿을 처음부터 찾아야 합니다.

정부 예산은 줄지 않았습니다. 요구 수준이 올라갔을 뿐입니다

세 번째 동력인 정부 보급사업은 흔히 "이제 예산이 없다"고 이야기됩니다. 실제 숫자는 반대입니다.

·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 2026년: 4,366억 · 전년 대비: +84.9%
· 제조AI특화 스마트공장 — 2026년: 800억·400과제 · 전년 대비: 4배

보급확산 예산은 2,361억에서 4,366억으로 늘었고, 제조AI 특화 쪽은 네 배가 됐습니다. 2022년에서 2023년으로 넘어올 때 보급·확산 예산이 3,570억에서 1,458억으로 깎였던 국면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바뀐 것은 총액이 아니라 돈이 무엇을 사는가입니다. 기초 단계 보급 물량은 정리됐고, 그 예산이 AI 도입과 자율형 공장 쪽으로 옮겨갔습니다. 그래서 이 동력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자격이 걸린 것입니다.

여기서 공급사가 갈립니다. AI를 실제로 현장에 붙일 수 있는 곳에는 시장이 커졌습니다. 반대로 기초 구축 물량으로 조직을 채워 온 곳에게는 같은 재편이 그대로 축소입니다. 그리고 지원금 확보에 조직이 맞춰져 있을수록, 직접 고객을 만들어 온 근육이 비어 있습니다.

세 가지 동력의 합이 곧 정점입니다

창업자 영업, 파일럿 반복, 정부과제. 세 가지 모두 상한의 성격이 다릅니다. 앞의 둘은 양이 막혀 있고, 세 번째는 자격이 막고 있습니다. 그래도 결과는 같습니다. 셋을 전부 잘 돌렸을 때 나오는 연매출이 앞서 말한 80~150억입니다. 그 위로 올라가려면 사업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제품으로 파는 구조, 반복적으로 들어오는 매출, 상한이 없는 해외 시장 같은 것들입니다.

그런데 그 전환에는 시간과 자본과 흑자를 버틸 체력이 함께 필요합니다. 셋 다 부족한 상태에서 그 자리에 서 있게 됩니다. 그리고 정확히 그 자리에 출구가 하나 열려 있습니다.

정확히 그 지점에 출구가 열려 있습니다

기술특례상장입니다. 제도는 매출이 크지 않아도, 이익이 나지 않아도 기술성 평가로 상장할 수 있게 열어 놓았습니다. 취지 자체는 타당합니다. 문제는 그 문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의 이해가 한 방향으로 모인다는 것입니다.

- 미는 손 — 투자한 벤처펀드에는 만기가 있습니다. 만기가 다가오면 회수 가능한 형태를 만들어야 합니다.
- 당기는 손 — 주관 증권사의 수수료는 상장이 성사되어야 발생합니다. 창업자와 초기 주주에게도 상장은 처음으로 지분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시점입니다.

셋의 시간표가 겹치면 상장은 성장 과정의 중간 기착지가 아니라 회수의 종착점이 됩니다. 상장일이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목표의 마감일이 되는 것입니다.

숫자는 이것이 예외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개별 기업의 불운이 아니라는 것은 모집단 통계가 보여 줍니다.

· 추정치 전 지표 미달 — 값: 105곳 중 83곳 · 출처: 금감원 집계
· 추정치 전부 달성 — 값: 6곳 (5.7%) · 출처: 같은 집계
· 공모가 하회 — 값: 203곳 중 149곳 · 출처: 2024 국정감사
· 상장 5년차 ROA — 값: 절반이 -10% 아래 · 출처: 자본시장연구원

앞의 두 줄은 2022~2024년 추정 실적으로 공모가를 산정한 코스닥 상장사 105곳(88.6%가 기술·성장특례)을 집계한 결과입니다. 자기가 제시한 숫자를 전부 지킨 곳이 5.7%입니다. 79.1%는 전 지표에서 미달했습니다.

세 번째 줄은 2015년부터 2024년 8월까지 기술특례로 상장한 203개사 기준이고, 그중 81개사는 공모가의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네 번째 줄은 자본시장연구원 실증으로, 상장 5년이 지난 시점에도 자산 대비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은 회사가 절반을 넘는다는 뜻입니다.

즉 이 시장에서 상장 후 정체는 예외가 아니라 기본값입니다.

상장 다음 날부터 목표가 바뀝니다

상장 이후에는 성장할 유인이 한 번 더 꺾입니다. 코스닥에는 관리종목 지정 요건이 있고, 특례로 상장한 회사에는 유예 기간이 붙습니다. 유예가 끝나갈 무렵 회사의 실질적인 목표 함수는 "얼마나 크는가"에서 "요건을 어떻게 넘기는가"로 바뀝니다.

여기서 가장 잔인한 딜레마가 생깁니다. 요건을 넘기는 가장 빠른 방법은 매출을 늘리는 것이고, 이 회사들이 당장 매출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구축 프로젝트를 더 받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상장할 때 내세운 플랫폼 회사라는 설명이 무너집니다. 반대로 그 설명을 지키려고 구축을 줄이면 매출이 안 나옵니다. 어느 쪽을 골라도 하나를 잃습니다.

여기에 시간 단위가 하나 더 얹힙니다. 제품으로 방식을 바꾸는 데는 2~3년이 들지만, 공모 시장은 분기로 회사를 평가합니다. 분기마다 설명해야 하는 회사가 2년 뒤에 열매가 열리는 곳에 돈을 넣기는 어렵습니다.

멈추지 않은 회사들은 무엇이 달랐을까

같은 제도, 같은 시장에서도 상장 이후 계속 큰 회사들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그런 사례를 모아 보면 조건이 뚜렷하게 갈립니다.

1. 매출을 사람 수에서 떼어냈는가. 매출이 제품 판매나 반복 계약에서 나오면 인원이 더 이상 상한이 아닙니다. 상장 전에 이미 흑자 제품 회사였던 곳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2. 시장의 상한을 지웠는가. 국내 대기업 파일럿과 정부 예산은 그 자체로 유한합니다. 3년 만에 매출이 여섯 배가 된 회사들의 공통점은 기술이 아니라 시장을 바꿨다는 것입니다.
3. 상장이 회수가 아니라 조달인가. 흑자 상태로 상장해 공모 자금이 성장에 들어간 경우와, 추정치로 만든 기업가치·펀드 만기·지분 유동화가 겹쳐 만들어진 상장은 다음 5년이 완전히 다릅니다.

반대로 해외의 실패 사례군도 병인이 같았습니다. 대형 고객 몇 곳에 매출이 몰려 있고, 파일럿이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방식을 바꿀 시점을 놓쳤습니다.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공급사를 고를 때 무엇을 물어야 할까

이 구조는 공급하는 쪽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스마트공장이나 제조 AI를 도입하는 기업에게는 더 직접적인 문제입니다. 지금 계약하려는 회사가 3년 뒤에도 이 제품을 고도화하고 있을지가 여기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도입한 시스템의 수명은 공급사의 성장 구조보다 길 수 없습니다.

제안서에 없는 것을 묻는 편이 빠릅니다.

· 매출이 사람에 비례하나 — 좋은 답의 모양: 재사용 비중을 숫자로 답함 · 위험 신호: 인원 수로 규모를 증명
· 파일럿 다음이 있나 — 좋은 답의 모양: 같은 고객 확대 사례 제시 · 위험 신호: 파일럿 건수만 나열
· 정부과제 비중은 — 좋은 답의 모양: 자체 수주 비중을 밝힘 · 위험 신호: 선정 이력만 나열
· 상장은 왜 하나 — 좋은 답의 모양: 자금 용도를 설명함 · 위험 신호: 상장 자체가 목표

네 질문 모두 회사를 곤란하게 만들려는 것이 아닙니다. 답을 준비해 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가 갈릴 뿐이고, 그 차이가 그대로 3년 뒤의 차이가 됩니다.

한 줄로 줄이면

100억에서 멈추는 것은 개별 회사의 한계가 아니라 사업 방식·자본 시장·제도·조직이 맞물려 만든 균형점입니다. 그 균형을 벗어난 회사들은 예외 없이 매출 공식을 먼저 바꿨습니다. 사람을 더 뽑아서 매출을 늘리는 구조에 머무는 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이 글은 웨이스 기술블로그에 먼저 실린 글입니다. 원문: https://blog.vexplor.com/post/why-project-based-ai-vendors-st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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