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 선정 #사업전략 #프로덕트
“Unicorn”을 노리는 Dinosaur”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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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공룡"이 거대 Big Tech들을 뜻하는 줄 알고 클릭하셨을 것 같습니다만...(월척이요!…..)
오늘은 예전에 지구상에 살았던 동물인 "공룡" 얘길 해보려고 합니다.

 

제 여섯 살 아들이 요새 공룡에 푹 빠져 있어요.

그래서 자기 눈에 보이는 모든 사람을 다 "공룡화" 시키고 있어요...;;;
저보고는 파라사우롤로푸스래요.

(Source : Google_얜데요...머리에 볏 달린 이녀석...당췌 이놈과 내가 어디가 닮았냐고 아들을 다그쳤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어요.
스타트업 씬에도 공룡을 아이템으로 사업을 하는 회사가 있을까요?
찾아보니 진짜로 티라노사우루스 DNA로 가죽을 만드는 회사가 있었고, 그 계약서 안에는 VC가 눈여겨볼 만한 계산이 숨어 있었어요.
오늘은 "유니콘"이 되고 싶은 "공룡"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께요.

 

Source :

  • VML, Lab-Grown Leather Ltd. and The Organoid Company announce partnership to create world's first T-Rex leather (VML, 2025)
  • World's first T-Rex leather product unveiled: a luxury handbag designed by Enfin Leve (VML / PR Newswire, 2026)
  • T-Rex Leather, Work Page (VML)
  • Heads of Terms: US Joint Venture (BSF Enterprise PLC RNS, London Stock Exchange, 2026)
  • LGL Ultra-Lux Automotive & Advanced Robotics Skin (BSF Enterprise PLC RNS, 17 August 2026)
  • BSF Enterprise Signs Exclusive Global ETSYL Skincare Commercialisation Deal (Share Talk, 2026)
  • Interim 2026 Results (BSF Enterprise PLC RNS, 30 June 2026)
  • BSF shares jump 56% on US joint venture for lab-grown leather (Proactive Investors, 2026)
  • These companies want to make hand bags out of T-rex leather. But scientists aren't buying it (ZME Science, 2025)

 

Q : 아들이 공룡을 좋아해서 공룡 회사를 찾아보셨다고요?


네, 진짜 갑자기 아들이 공룡보러 가고 싶대서 어떤 테마파크 같은 데 갔다가 문득 든 생각이 이거였어요.

"공룡"을 가지고 스타트업을 하는데가 있으려나???

나름 기준을 좀 세우고 싶었어요.
공룡으로 영화를 만드는 곳들은 다 제외하구요(이건 너무 뻔하잖아요?), 너무 오래된 회사는 의미가 없어보여서 2020년 이후 창업한 회사 중에 공룡을 주제로 삼은 곳을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정말 없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이미 멸종한 친구들 갖고 뭘 하기가 참...;;;
없는 게 당연한거긴 했죠...

그러다 딱 하나 눈에 걸린 게 T-Rex Leather 프로젝트였어요.



(Source : luxuriousbymm instargram_별 기대없이 찾다가 진짜 있어서 놀란 마음에  마우스를 떨궜음...;;; 저게 진짜 공룡 가죽으로 만든 가방이라고라...??)

 


(Source : 김성모 화백 작품 중)

티라노사우르스의 가죽으로 가방을 만든다니...
좀 어이 없는 컨셉의 프로젝트이긴 한데요...
이 프로젝트는 2025년 4월 25일 암스테르담에서 발표됐어요.

 

(Source : Google)

제가 구라...아니
진짜 거짓말 하는게 아닙니다.
 

VML(브이엠엘, WPP 산하 글로벌 광고·마케팅 대행사), The Organoid Company(오가노이드 컴퍼니, 합성 DNA·게놈 설계 기업), Lab-Grown Leather Ltd(랩그로운 레더, 세포 배양 가죽 개발사) 세 곳이 손을 잡았어요.

 

Q : 읭? 광고회사가 왜 공룡 가죽을 만드는 건가요?


여기가 이 프로젝트의 진짜 비밀이에요.
VML은 럭셔리 업계가 랩그로운 소재를 단순히 거부하는 게 아니라 아예 이념적으로 반대해 왔다고 봤어요.

지난 10년간 배양 가죽 회사들이 지속가능성 논리로 그 벽을 넘으려 했지만 실패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논리를 바꿨어요.

환경 이야기 대신 공룡을 꺼낸 거죠. 미국 몬태나에서 25년 전 발견된 T-rex 대퇴골의 콜라겐 서열을 참고해 합성 DNA를 설계하고, 그걸 세포주에 넣어 배양했어요.
소재 개발이 아니라 카테고리 창조 프로젝트였던 셈이에요.
 

(Source : 멋지다! 마사루_뭐 이런 경우가 다...그냥 우기는 거잖아…!?)

 

Q : 우리가 주라기공원을 보긴 했는데....그건 그냥 영화인거고...6,600만 년 전 DNA가 진짜 남아 있긴 한가요?


솔직히 과학자들은 회의적이에요.
실제로는 화석화된 T-rex 콜라겐 서열을 참고해서 합성 DNA를 설계하고, 그걸 세포주에 넣어 배양하는 방식이에요.

공룡을 복원한 게 아니라 공룡에서 영감을 받은 거라고 보는 게 정확해요.
VML은 2023년에도 매머드 미트볼로 비슷한 화제를 만든 적이 있어요.
 


(Source : VML_이제 보니 이 놈들 상습적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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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저도 티렉스 이빨로 이쑤시개 만들어서 팔거예요.
말리지 마세요.

이건 저만의 아이디어입니다!!

도룡뇽 이빨인지 공룡 이빨인지 알게뭐야...;;

 

Q : 그래서? 제일 궁금한 건 그 핸드백이 팔리긴 했냐는 건데요! 얼마에 팔렸나요?


안 팔렸어요.
 


(Source : Google_크하하하! 그럼 그렇지!!)

2026년 4월 2일 암스테르담 아트주 뮤지엄에서 Enfin Leve(앙팽 르베, 폴란드 디자이너의 테크웨어 브랜드)가 만든 청록빛 핸드백이 공개됐고, 6월 11일 파리 경매사 Drouot에서 경매에 부쳐졌어요.

추정가는 30만~50만 유로(약 5억 2천만~8억 6천만 원)였는데, 응찰가가 15만 달러(약 2억 2천만 원)를 겨우 넘는 데 그쳤어요.(읭? 그래도 꽤 비싸게 응찰한 사람이 있었네요???)

제작진이 예상가 아래로는 팔지 않기로 하면서 결국 유찰됐어요.
과학계 반응도 냉랭했어요.
공룡 화석의 콜라겐은 극도로 파편화된 형태로만 남아 있어서 진짜 공룡 가죽을 재현하기엔 부족하다는 반박이 나왔어요.

 

Q : 그럼 실패한 프로젝트로 봐야 하나요?


저는 그렇게 보지는 않아요.

경매는 유찰됐지만 그 뒤에 계약이 줄줄이 붙었거든요.
Lab-Grown Leather의 모회사인 BSF Enterprise PLC(비에스에프 엔터프라이즈, 런던증시 상장 조직공학 지주사)는 2026년 8월 미국 브랜드 운영사 IMPOSTER(임포스터, 미국 럭셔리 브랜드 사업사)와 50대 50 조인트벤처 조건에 합의했는데요, 현금은 한 푼도 넣지 않았어요.

기술 라이선스와 소재 공급만 출자하고, 운영자금 50만~100만 달러(약 7억 4천만~14억 8천만 원)는 상대가 조달하는 구조예요.
특허와 핵심 세포 기술은 100퍼센트 BSF가 그대로 갖고요.
 

Q : 다른 파트너 계약도 좀 특이하다고 들었어요.


네, 두 가지가 눈에 띄어요.

하나는 단계별 활성화 조항이에요.
1단계로 미국 럭셔리 행사에 제품을 선보이는 마케팅 라이선스만 먼저 열어주고, 전면 독점권은 상대가 자금 조달을 마치고 돈을 넣어야 발동돼요.

다른 하나는 수익 배분을 시간에 따라 줄이는 방식이에요.
2026년 8월 17일 독일 SCHAKAU(샤카우, 경영컨설팅·브랜드 사업사)와 맺은 초호화 자동차·로봇 피부 소재 계약에서 1~3년차는 배분율을 100퍼센트 적용하고, 4~6년차에는 절반으로 줄여요.

같은 달 체결한 화장품 원료 계약도 10년 독점이지만 연간 물량 목표를 못 채우면 독점이 유지되지 않아요.

 

Q : 그래서 지금 이 회사, 상태는 괜찮은 건가요?


냉정하게 보면 아직 초기예요.

2026년 3월 말로 끝난 반기 순손실이 95만 6,625파운드(약 19억 원)로, 전년 동기 79만 623파운드보다 오히려 늘었어요.

주가도 1펜스 안팎에서 움직이는 초소형주라, 미국 조인트벤처 소식이 나온 날 하루에만 56.5퍼센트가 뛰었을 정도로 변동성이 커요.

2025년 12월에 1,500만 파운드(약 300억 원) 규모 자금을 확보하긴 했지만, 아직은 매출보다 발표가 앞서 있는 단계로 보는 게 맞아요.
 

오늘 배우게 된 점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볼께요.


  • 시장이 거부하는 건 제품이 아니라 서사임
    배양 가죽은 10년 동안 기술적으로 준비돼 있었지만 럭셔리 시장에서 팔리지 않았어요. VML은 그 원인을 성능이 아니라 이야기의 부재로 봤어요. 그래서 환경 논리를 버리고 공룡이라는 서사를 붙였고, 그제야 럭셔리 브랜드와 자동차 회사가 미팅에 나왔어요. 포트폴리오사가 좋은 기술을 갖고도 안 팔린다면 제품이 아니라 서사를 먼저 의심해 보면 좋겠어요.

 

  • 현금 없이 지분을 만드는 출자 방식이 있음
    BSF는 미국 조인트벤처에 현금을 전혀 넣지 않고 기술 라이선스와 소재 공급만으로 절반의 지분을 확보했어요. 자본이 부족한 초기 기업이 유통망을 확보하는 아주 현실적인 방법이에요. 대신 특허와 제조 노하우는 100퍼센트 본사에 남겨 두는 안전장치를 함께 걸었어요. 돈이 없을 때는 지분 대신 권리를 설계하면 된다는 걸 보여줘요.

 

  • 독점권은 한 번에 주는 게 아니라 쪼개서 주는 것임
    이 회사는 마케팅 권한과 전면 독점권을 분리해서, 상대가 자금을 실제로 넣기 전까지는 절반만 열어줬어요. 화장품 원료 계약도 10년 독점이지만 연간 물량 목표라는 조건을 붙여 뒀어요. 파트너십이 서명만 하고 흐지부지되는 걸 막는 아주 구체적인 장치예요. 계약서를 쓸 때 독점의 크기가 아니라 독점이 켜지는 조건을 먼저 정하면 좋겠어요.

 

  • 화제성은 자산이 될 수 있지만 실적을 대신하지는 못함
    공룡이라는 소재 덕분에 이 회사는 언론과 투자자의 관심을 크게 얻었어요. 하지만 반기 순손실은 오히려 늘었고 주가는 하루에 절반 넘게 출렁일 만큼 불안정해요. 화제성은 유통 비용을 줄여주는 자산이지만 매출로 바뀌기 전까지는 부채에 가까워요. 이런 기업을 볼 때는 발표 건수와 매출 인식 시점을 반드시 나눠서 봐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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