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첫 번째는 관계성이다. 유재석은 운전을 하며 최종 판단을 내리는 중심축이고, 지석진은 노래를 부르며 엉뚱한 불평과 훈수를 얹고, 양세찬은 총무를 맡으면서 의견이 부딪힐 때 완충제 역할을 한다.
2. 그리고 그 사이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이성민이다. 'NO 고속도로'를 제안한 것도 이성민인데, 그가 없이 셋만 가면 그냥 <런닝맨>이다. 엄마 같기도 하고 코미디언 막내 같기도 한 이성민이 붙으면서 새로운 그림이 나온다.
3. 많은 제작자와 브랜드 담당자가 간과하는 것이 '관계성의 발현'이다. 토스 머니그라피가 잘된 이유도 틀어놓는 시청 형태 때문만이 아니라, ‘허간민’이라는 관계성을 발현시켰기 때문이다. 세 사람의 조합은 어디서도 못 본 그림이고, 그래서 대체 불가다.
4. 특히 유튜브 판에서는 한 인물이나 한 그룹이 뜨면 여기저기 쉴 새 없이 출연하며 이미지가 빠르게 소진된다. 오히려 이렇게 핫할 때는 본 채널로 몰아서 트래픽과 구독자 수를 폭발시키는 것도 좋은 전략일 수 있다.
5. 어차피 이미지는 한정적이다. 똑같은 모습을 여러 채널에서 반복해 보여주면 금방 떨어져 나간다.
6. 둘째, 이 관계성을 기반으로 기존 예능의 진행 방식인 '미션 부여'를 없애버린다. 미션 부여는 2000년대부터 내려온 방식이라 매번 비슷한 그림이 펼쳐진다. 인물이 달라도 큰 미션이건 작은 미션이건 그건 '날것'은 아니니까.
7. 하지만 풍향중은 NO 앱, NO 사전 예약, NO 내비게이션, NO 고속도로, ONLY 종이 지도책과 국도다.
8. 즉, 여기서 '무작위성'이 발생한다. 길을 잘못 들고 ➞ 지도책을 펴고 ➞ 서로 책임을 미루다가 ➞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고 ➞ 일정이 밀리고 ➞ 식사 계획까지 바뀌면서 ➞ 도착 시간이 훨씬 더 늘어난다.
9. 풍향중 1편은 1시간 55분인데 목적지에 도착하지도 못한다. 그런데도 차 안에서 벌어지는 관계성 기반의 대화와, 우연히 닿은 아산에서 날것의 그림이 드러난다.
10. 셋째, 결국 '여행'을 녹이는 형태 자체가 기존과 다르다.
11. 여행 유튜버들은 왜 국내가 아니라 해외로 갈까?
12. 국내 여행지에 대한 시청자 수요가 없기 때문. 하늘길이 막혔던 팬데믹 때 '로컬'이라는 이름으로 잠시 떴을 뿐, 국내 여행 수요는 강릉, 양양, 속초, 고성 등 강원도 중심으로 퍼져 있다.
13. 그래서 국내 여행 콘텐츠가 표방하는 것이 '이국적인 국내 여행지'다. 한국인데 일본 같은 골목, 스위스 같은 풍경을 원하고, 여기에 숙박 쿠폰과 할인, 정부 지원금이 붙는다.
14. 실제 조사에서도 국내 여행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 1위는 물가(45.1%)지만, 2위가 '특색 있는 관광 콘텐츠 부족'(19.4%)이다. 20대 이하에서는 해외 선호가 48.3%로 국내 28.6%를 크게 앞선다.
15. 여행 관점에서 한국의 지방은 '갈 이유가 없는 곳'이 됐다. 수도권 인구 비중은 이미 절반을 넘겼고(50.9%), 지역 불평등도 일자리나 소득보다 문화·여가 시설의 소외를 더 크게 느낀다(45.2%).
16. 하지만 풍향중은 지방을 이국적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오래된 거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대단한 관광지'라고 설명하지도 않는다. 그냥 여기 한번 가볼까? 정도로 가볍게 던진다.
17. 팬데믹 당시 로컬 트렌드에 맞춰 등장한 백종원의 예산시장, 축제로 지역을 살리는 방법(축지법)과는 또 다른 형태다. 각각 지역 살리기에 장점이 있는 콘텐츠다.
18. 넷째, 이게 바로 밥친구다. 탈락과 배신, 고성과 경쟁이 없다. 밥 먹을 때도 별생각 없이 틀어놓기 딱 좋다.
19. 최근 <콩콩팜팜>은 농장 콘텐츠인 만큼 똥을 치우는 장면이 나오는데, "똥똥팜팜"이라며 밥 먹을 때 틀어놓기 어려웠다는 평도 있었다. (물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다)
20. 풍향중의 최초 공개 동접자는 12만 명이다. 공개 시간은 토요일 오전 9시인데, 보통 이 시간에는 영상을 올리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늦잠 잘 때니까.
21. 그런데 이 저자극의 무해함이 연령, 성별, 취향, 이념과 상관없이 틀어놓게 만든다.
22. 결국 풍향중은 새로운 여행지를 발굴한 콘텐츠가 아니다. 현대인의 여행에서 사라진 ‘우연’을 되살려, 평범한 지방을 경험하는 방식 자체를 특별하게 만든 콘텐츠이며, 3편 총 조회수 1,781만, 좋아요 17만, 댓글 1.7만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