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목표를 세울 때 흔히 하는 일이 있습니다. 연간 매출 총액을 12로 나누는 것이죠. 100억이면 매달 8억 남짓. 익숙하고 관리하기 편한 셈법입니다.
그런데 이 방식에는 ‘판단’이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가령 같은 100억이라도 5억, 5억, 40억 같은 배분이 더 가능성이 있을 때가 있습니다. 지금 무엇이 준비돼 있고 앞으로 어떤 변수가 올지를 반영한 수치니까요. 균등하게 나누는 쪽은 그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니 편한 겁니다.
크린텍은 3년 단위 계획을 세워 두고, 그 안에서 KPI를 매번 조금씩 조정합니다. 큰 방향은 흔들지 않되 새로 알게 된 것은 반영하기 위해서입니다. 변화를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일상으로 받아들이게 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다만 자주 바뀌면 불안해지기 때문에, 무엇을 왜 바꾸는지는 매번 설명합니다.

사례를 들자면, 크린텍은 2019년에 처음으로 청소로봇을 검토했습니다. 당시 국내 고객의 요구는 로봇 3대를 넣으면 최소한 사람 1명분의 인건비는 줄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조건을 충족하려면 로봇 단가가 낮아야 했는데, 그때 접한 저가 로봇들은 청소 품질이 뒷받침하지 못했습니다.
보통은 그나마 조건이 가장 잘 맞는 브랜드와 손잡고 시장에 진입하겠지만, 저희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10개가 넘는 브랜드 로봇을 직접 들여와 테스트했고, 어느 한 곳과도 독점 관계를 맺지 않았습니다. 청소 현장은 하나로 묶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항의 넓은 대합실과 오피스 빌딩의 복도, 전시장의 개방 공간은 필요한 장비가 모두 다르니까요.
지금 인천공항과 포스코센터, 코엑스에서 현장 성격에 따라 다른 모델을 제안할 수 있는 건 그 판단의 결과입니다. 2019년의 조건에 맞춰 한 곳을 골랐다면 지금의 선택지는 없었을 겁니다.
변화가 빠르다는 감각은 대개 직접 겪은 것이 아니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접한 것입니다. 그런 소식을 자주 접하면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지고, 그 조바심이 판단을 앞질러 갑니다. 하지만 빨리 줄을 선다고 해서 비행기가 빨리 이륙하는 것은 아닙니다.
계획을 세운다는 건 앞으로 벌어질 일을 맞히는 게 아닙니다. 지금 우리 상황을 정확히 보고, 앞으로 올 변수를 어느 자리에 놓을지 미리 정해 두는 일입니다. 그래서 계획은 한 번 세우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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