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코워크시티에 실린 사례를 새로 정리한 글입니다.
내 일을 만들려는 분들을 위한 창업트렌드·인사이트·AI 이야기를 매주 월요일에 보내드려요.
1인 창업자 2,500곳을 추적한 조사가 있습니다. 십스쿼드가 2026년에 낸 「솔로 파운더 인덱스」인데, 숫자가 이상했습니다.
AI를은 2 업무에 붙여 쓰는 1인 창업자의 연 매출 중앙값4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억 3,000만 원입니다. AI를 안 쓰는 쪽은 4만 8,000달러, 약 6,600만 원이에요. 5배입니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AI 코딩 도구를 쓴다고 답한 비율은 89%였습니다. 열에 아홉이 이미 쥐고 있는데 결과는 5배로 갈렸다는 뜻이에요. 도구를 가졌느냐가 갈랐다면 이 두 숫자는 같이 나올 수 없습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십스쿼드는 이 조사를 어떻게 했는지 방법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5배를 결론으로 읽지 않았어요. 질문으로 읽었습니다. 89%가 같은 도구를 쥐었는데 무엇이 갈랐나.
저는 2022년부터 1인 창업 인프라 플랫폼에서 일합니다. 5개월간 쌓인 상담 1만 건, 메시지 25만 개, 고객 7,838명을 옆에서 봤어요. 그 자리에서 보면 AI 이야기는 매달 늘어나는데, 결과는 이 조사처럼 갈립니다. 그래서 갈림길 위쪽에 실제로 서 있는 사람 한 명을 끝까지 들여다봤습니다.
6개월 된 회사를 1,100억에 판 사람
2025년 6월, 윅스가 창업 6개월 된 회사를 8,000만 달러 현금에 인수했습니다. 약 1,100억 원이에요.
테크크런치가 보도한 내용입니다. 회사 이름은 베이스44, 창업자는 마오르 슐로모, 당시 31세.
숫자를 뜯어보면 이렇습니다.
외부 투자 0원. 벤처 투자를 한 번도 받지 않았습니다.
인수 시점 직원 10명 미만. 첫 직원을 뽑은 건 인수 협상이 시작된 뒤였어요.
인수 직전 월 순이익 약 20만 달러, 약 2억 7,000만 원. 칼칼리스트 보도입니다.
출시 3주 만에 연 환산 매출 100만 달러 달성.
유료 광고비 0원. 링크드인과 X에 매일 만드는 과정을 올린 게 마케팅의 전부였습니다.
여기까지는 흔한 성공담입니다. 제가 멈춘 건 다음 문장이었어요.
"코딩 한 줄 안 썼다"에서 빠진 단어
국내 소개글은 그의 말을 "코딩 한 줄 안 쓰고 만들었다"로 옮겼습니다. 정작 그가 인터뷰에서 한 말은 이겁니다. "3개월 동안 프런트엔드 코드를 한 줄도 쓰지 않았다."
프런트엔드. 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화면입니다. 옮기는 과정에서 이 단어가 사라졌습니다.
단어 하나 빠졌을 뿐인데 지시가 달라집니다. "코딩을 안 해도 된다"는 아무것도 안 배워도 된다는 말입니다. "화면 코드는 안 짜도 된다"는 어디까지 맡기고 어디부터 직접 붙잡을지 선을 그었다는 말입니다. 뒤쪽은 선을 그은 사람의 말이고, 앞쪽은 선이 아예 없는 말입니다.
그가 넘긴 것, 끝까지 안 넘긴 것
베이스44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갔는지, 인터뷰와 코워크시티가 정리한 기록을 맞춰 목록으로 만들었습니다.
AI에 넘긴 일
- 화면 코드 작성
- 데이터베이스 구조, 로그인, 파일 저장, 방문 기록 집계 코드 생성
- 문서 작성
- 고객 문의 1차 처리
- 기본 테스트 코드 생성
- 끝까지 자기가 한 일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일. "글로 말하면 앱이 나오는 서비스"라는 한 문장을 정한 사람은 AI가 아닙니다.
나온 코드를 읽고 판단하는 일. 구조가 맞는지 아닌지는 사람이 봅니다.
보안과 예외 상황 점검. 결제가 중간에 끊기면, 같은 요청이 두 번 들어오면 어떻게 되는지는 사람이 확인합니다.
배포와 운영. 서비스를 실제로 띄우고, 죽지 않는지 지켜보는 일이요.
매일 공개로 기록하는 일. 광고비 0원으로 사용자를 모은 건 링크드인과 X에 올린 매일의 기록이었습니다. 이건 AI에 넘길 수 있는 종류의 일이 아니에요.
목록을 만들고 나서야 5배의 정체를 알았습니다. AI를 쓰는 사람과 AI로 굴리는 사람의 차이는 도구 개수가 아니라 1번부터 5번까지를 자기 일로 남겨뒀느냐였습니다. 도구만 쥐고 1~5번까지 같이 넘기려 한 쪽이 4만 8,000달러 자리에 있습니다.
도구값은 월 17만 원, 갈림길은 그 위에 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1인 창업자의 월평균 AI 지출은 127달러, 약 17만 원이었습니다. 5배 차이를 만든 게 이 17만 원일 리 없어요.
한국에서도 같은 장면이 반복됩니다. 코드를 모르던 사람이 혼자 서비스 하나를 0에서 1까지 만든 기록을 보면, 개발 환경을 세팅해서 실제로 돌아가게 만드는 데만 3주가 걸렸습니다. 데이터가 쌓이는 것까지 4주 반이요. 도구는 첫날 다 있었는데도 그렇습니다.
혼자 고객 문의를 받다 지쳐서 AI로 응대를 자동화한 1인 사장님의 경우도, 어려운 건 챗봇을 붙이는 작업이 아니라 "어디까지 자동으로 답하게 두고 어디부터 내가 받을지"를 정하는 쪽이었습니다. 도구를 붙이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선을 긋는 데 걸리는 시간이 깁니다.
넘길 범위를 정하고 나면 그다음은 관리의 영역입니다. 요즘은 AI에 매번 읽히는 지시문을 파일로 정리해두는 방식이나 작업마다 다른 모델을 골라 비용을 조절하는 방식까지 실무로 내려와 있어요.
제가 상담을 옆에서 보며 반복해서 확인한 것도 이 지점입니다. AI 이야기가 나오는 시점은 대부분 일이 이미 손을 넘어선 뒤였습니다. 그때 필요한 건 도구 추천이 아니라 목록입니다. 지금 내 손에 있는 일 중 무엇을 넘기고 무엇을 안 넘길지요.
이번 주에 해볼 한 가지
종이 한 장을 반으로 나눠서, 이번 주에 반복한 일을 전부 적어보세요. 왼쪽은 "결과가 틀려도 내가 고치면 되는 일", 오른쪽은 "틀리면 고객이나 돈이 새는 일"입니다.
왼쪽은 이번 주에 AI로 넘기세요. 오른쪽은 넘기지 마세요. 슐로모가 그은 선이 정확히 이 선이었습니다. 화면 코드는 왼쪽, 결제가 두 번 빠지는 상황은 오른쪽이었어요.
당신의 오른쪽 칸에는 무엇이 남나요
5배는 도구를 산 사람과 안 산 사람의 차이가 아니었습니다. 넘길 것과 안 넘길 것을 구분한 사람과, 구분하지 않고 다 넘기려 한 사람의 차이였습니다.
거꾸로 보일 수 있어요. AI를 더 많이 쓸수록 잘된다는 이야기가 훨씬 많으니까요. 그런데 6개월 만에 1,100억을 받은 사람이 남겨둔 일은 다섯 가지나 됐습니다.
당신의 오른쪽 칸에는 지금 무엇이 남아 있나요. 그 칸이 비어 있다면, 5배의 아래쪽에 서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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