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제로인사이트
격주 목요일, 창업가들의 인사이트를 메일로 전해드립니다.
창업가들의 Day 0로 돌아가, 그들의 ‘처음’에 담긴 고민과 배움을 살펴봅니다.
요즘 식당에서는 직원에게 주문하기보다 키오스크를 쓰는 게 더 흔한 일이죠. 계산까지 자리에서 한 번에 끝나는 곳도 많습니다. 하지만 2012년 무렵 미국의 식당은 모든 것이 기다림의 연속이었습니다. 테이블마다 담당 서버가 정해져 있고 그 사람이 내 테이블 쪽으로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다 먹고 나면 계산서를 받고, 카드를 가져가고, 결제한 영수증을 다시 가져오면, 팁을 적고 서명해서 또 건넵니다.
손님은 빨리 나가고 싶고 식당은 빨리 테이블을 비우고 싶은데, 양쪽 모두 손해를 보고 있었습니다.
이 불편함에 주목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만 나랑(Aman Narang),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토스트(Toast)를 창업했습니다. 초반엔 지체되는 주문·결제 방식이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직접 겪어본 식당의 운영 체제는 훨씬 복잡했습니다. 상상과 현실 사이에서 그는 연달아 실패를 맛보았습니다. 하지만 낙담하지 않고 실패를 들여다보며 다시 방향을 다잡았고, 그렇게 이끈 토스트는 현재 기업가치 168억 달러(약 23조 5,200억 원)에 달합니다.
오늘은 토스트의 창업자 아만 나랑의 Day 0로 가보려 합니다.
오늘의 인사이트 요약
1. 낯선 땅, 낯선 질문
2. 얕은 문제를 넘어 깊은 문제로
3. 숫자 뒤에 가려진 문제
4. 해결의 실마리는 여전히 현장에
1. 낯선 땅, 낯선 질문
1990년대 후반, 미국에는 인터넷 붐이 일고 있었습니다. 그 무렵 고등학생이던 아만 나랑은 네팔에서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로 가족과 함께 이주했습니다. 변화의 중심지에서 인터넷이 세상을 바꾸는 모습을 목격하며 자연스럽게 기술에 대한 관심은 커졌습니다. MIT에서 컴퓨터공학 학사와 석사를 마친 그는 2006년, 이커머스 검색·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회사 엔데카(Endeca)에 입사합니다.
엔데카 사내 신사업팀에서 그는 훗날 공동 창업자가 되는 스티브 프레데트(Steve Fredette)를 만납니다. 두 사람은 이 시기를 제품-시장 적합성(PMF)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초창기의 실패와 고통스러운 과정을 미리 경험해봤다고 회상합니다.

(출처: Nation's Restaurant News)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되자, 모바일로 큰 변화를 예감한 아만과 스티브는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나눕니다. 다만 "정확히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는 둘 다 답이 없었습니다. 이를 알게 된 엔데카 창업자 스티브 파파(Steve Papa)는 회사 안에서 모바일 사업부를 맡아보라고 제안했습니다. 엔데카의 대형 리테일러 고객사들의 모바일 전환을 이끈 이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고,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부로 자리잡았습니다.
2011년 말, 오라클은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에 엔데카를 인수합니다. 이를 계기로 스티브 프레데트는 엔지니어인 존 그림(Jonathan Grimm)과 함께 창업을 위해 회사를 떠났습니다. 반면 아만은 여전히 '무엇을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퇴사부터 해버리면 압박에 쫓길 것 같았고, 오라클에 남은 채 동료들과 계속 아이디어를 탐색하기로 결정합니다.
2. 얕은 문제를 넘어 깊은 문제로
어느 저녁, 아만과 스티브 그리고 존은 술집 파이어브랜드 세인츠(Firebrand Saints)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나가려는데 계산서를 받고, 카드를 건네고, 다시 영수증을 받기까지 10분이 넘게 걸렸습니다. 손님도 답답하지만 가게도 테이블 회전이 빨라지길 바랄 텐데. 그런 생각은 곧 하나의 아이디어로 이어졌습니다. "우리가 그냥 스마트폰으로 바로 결제하는 앱을 만들면 어떨까?"
그들은 곧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밤낮으로 코딩해 앱을 완성했고, 단골 식당 사장님을 설득해 화려한 런칭 파티를 열었습니다. 친구와 가족들을 잔뜩 불러 "이제 스마트폰으로 결제해봐!"라고 외쳤죠.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앱은 버그투성이였고, 결제가 자꾸 끊겼습니다. 파티가 끝난 뒤, 손님들은 다시는 그 앱을 켜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현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들은 "스마트폰 앱만 있으면 결제가 편해지겠지" 생각했지만, 2012년 대부분의 식당은 매장 구석에 PC를 두고 그 안에 모든 데이터를 가두어 사용하는 방식으로 머물러 있었습니다. 즉 '클라우드'라는 연결점이 아예 없었던 것이죠.

(출처: The Boston Globe)
한동안 그는 보스턴 지역 식당 사장님들을 찾아다녔습니다. 실제 운영자의 목소리는 그가 눈에 보이는 현상이 아닌 진짜 문제를 발견하도록 이끌었습니다.
"결제 앱 얘기를 꺼내면 아무도 관심을 안 보였는데, '식당 매장 기술 플랫폼' 얘기로 넘어가니 몇 시간이고 붙잡고 하소연을 하시더라고요."
식당의 운영 체제는 모두 맞물려 있어야 했습니다. 음식을 주문하고, 조리하고, 서빙하고, 결제하고, 인력과 식자재까지 관리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모든 시스템은 뿔뿔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POS는 주문만 받고 회계 소프트웨어는 돈만 관리하고 급여 시스템은 출퇴근만 기록하는 식으로요. 온라인 주문조차 팩스로 출력될 정도였습니다. 각 시스템은 서로 데이터를 공유하려 하지 않으니, 식당 사장님은 이 불편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만과 동료들은 이때 3가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첫째, 남의 시스템에 연동하는 일에 매달리기보단 전부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둘째, 식당 산업에만 몰두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경쟁자들은 식당도 카페도 소매점도 다 되는 수평 전략을 택했지만, 미국 내 70만 개 매장이 여전히 직관과 운에만 의존하는 시장이라면 더 나은 의사결정을 돕는 '식당 전용 운영체제'가 될 기회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사명을 Opti Systems에서 Toast로 바꿨습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명료해진 아만은 마침내 오라클을 떠났고, 집 지하실에 사무실을 차렸습니다.

첫 자금은 스티브 파파가 넣은 50만 달러가 전부였고, 난방도 안 되는 지하실을 스페이스 히터로 버텼습니다. 여섯 달의 밤낮없는 코딩 끝에, 드디어 새 시스템을 선보일 시간이 왔습니다.
첫 고객은 케임브리지포트의 식당 드웰 타임(Dwell Time)이었습니다. 그런데 영업 시작 20분 만에 시스템이 통째로 먹통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만과 동료들은 수습을 위해 식당 운영으로 뛰어들어야 했습니다.
"손님들 줄은 길게 늘어서지, 저희는 당황해서 종이에 손으로 주문을 적어 주방에 뛰어다니고, 신용카드 번호를 종이에 받아 적으며 난리를 쳤습니다. 그날 깨달았죠. 이 시스템은 식당 영업의 생명줄이고, 절대 고장 나면 안 된다는 것을요."
연달은 실패를 통해 그들은 무거운 책임감을 새겼습니다. 그들이 만들어야 할 서비스는 단순히 망가지면 고치면 되거나 멋지게 보이는 기술이 아니라, 단 1분이라도 멈추면 장사 자체를 멈추는 생존 기술이라는 것을요. 이후 팀은 다시 지하실로 돌아가 시스템의 '안정성'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다시 다듬기 시작했습니다.
"보스턴의 식당 사장들이 우리 플랫폼을 만들어줬다고 늘 말합니다. 우리는 가설이 있었을 뿐이고, 실제로 필요한 게 뭔지는 현장에 들어가서야 알았습니다."
📒 Editor’s Note: 한 가지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모든 것이 시작된 그 술집, 파이어브랜드 세인츠는 2017년에 문을 닫았습니다. 그 자리엔 로티세리 치킨집 '쉬버드(Shi Bird)'가 새로 들어왔습니다. 그 가게에 전화를 걸어 무슨 결제 시스템을 쓰는지 물었습니다. 토스트였습니다.
3. 숫자 뒤에 가려진 문제
보스턴 지역에만 머물던 토스트가 전국으로 뻗어나가게 된 기회는 2014년 초에 찾아왔습니다. 엔데카 창업자이자 투자자인 스티브 파파의 소개로 대형 식품 유통사 고든 푸드 서비스(GFS)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식당 운영자들이 이미 신뢰하던 유통·공급망 네트워크를 영업망으로 활용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확장했습니다.
수백 개의 식당을 고객으로 확보하며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내실은 휘청이고 있었습니다. 지하실에서 소수 인원이 짠 뼈대가 갑작스러운 성장 속도를 견디지 못한 것입니다. 하드웨어가 통째로 반품되어 돌아오고, 잦은 장애와 다운타임에 고객들의 불만이 쌓였습니다. 이후 토스트엔 '6가지 철칙'이 생겼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멈추면 안 되는 6개의 핵심 기능을 정해두고, 99.99% 가동률을 관리하는 원칙이었습니다.
"고객들이 실제로 우리 제품을 원한다는 신호는 분명히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는 매출을 키우는 데만 몰두하느라, 스티브와 함께 회사가 커질 때 필요한 '확장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는 충분히 시간을 쏟지 못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너무 뻔한 실수들이었죠."

이 실패는 토스트의 경영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만과 공동 창업자들은 계속 유통·파트너십과 영업 확장에 집중하면서, 조직을 다잡을 전문 경영인으로 엔데카 시절의 베테랑 크리스 코마라도(Chris Comparato)를 영입합니다. 크리스는 합류 초기 사무실 카페테리아에서 한 고객 지원 직원이 화가 난 사장님과의 전화를 짜증내며 끊는 모습을 보고, "우리가 고객을 대하는 방식을 처음부터 다시 정의해야 한다"며 고객 중심 문화로 회사를 개조하기 시작했습니다. 크리스가 조직에 심은 건 결론이 아니라 논쟁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리더십 팀이 치열하게 토론하되, 결정이 내려지면 하나로 뭉쳐 실행하는 문화였습니다.
4. 해결의 실마리는 여전히 현장에
2020년 초, 토스트의 기업가치는 무려 50억 달러(약 7조 원)에 달했습니다. 매년 100% 이상씩 성장한 결과이죠. 하지만 같은 해 4월 세상을 멈췄던 팬데믹이 터졌습니다. 코로나19 타격을 가장 먼저 받은 업종 중 하나가 식당이었습니다. 손님이 오지 않으니 결제가 일어나지 않았고, 불과 몇 주 만에 토스트의 매출은 90% 넘게 증발했습니다.
회사를 지키기 위해 아만은 함께 고생해온 직원의 55%를 해고해야 했습니다. 남은 직원들과 모여 대책을 논의했을 때,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다시 한번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뿐이었습니다. 아만은 이 시기를 이렇게 회상합니다.
"그 시기는 특히, 마치 다시 지하실 단계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정말 미친 듯한 집중력으로, 미친 듯한 속도로 만들었습니다. 2014년 이후로는 처음이었죠. '이거 정말 끝날 수도 있겠다'고 느낀 게."
식당 사장들이 당장 필요로 하는 건 명확했습니다. 포장·배달 전용 기능, 그리고 테이블에서 QR코드로 메뉴를 보고 결제하는 시스템. 이 기능들이 순식간에 개발돼 나갔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위기 속에서 토스트의 정체성은 더 분명해졌습니다. 주문, 결제, 배달, 고객 응대까지 식당의 워크플로우는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팬데믹을 거치며 더 선명해진 것입니다. 이때 증명된 건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라, 몇 년 전 사장님들에게서 들었던 그 답이 여전히 맞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코로나는 토스트가 처음부터 주장해온 방향을, 외식업계 전체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적 필요로 바꿔놓았습니다.
토스트는 팬데믹을 지나며 다시 성장 궤도에 올랐고, 2021년 뉴욕증시에 상장했습니다. 2025년 현재 미국 내 소상공인 식당의 20% 이상이 토스트를 사용하며, 기업가치는 약 168억 달러(약 23조 5,200억 원)에 달합니다.
그리고 2024년, 아만 나랑은 CEO로 복귀했습니다. 복귀를 망설이던 그를 움직인 조언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당신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사각지대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 사업의 맥락과 역사, 그리고 애정을 가진 당신보다 외부에서 온 사람이 더 잘할 거라는 근거도 없습니다."
시간과 노력을 다 쏟아부어 만든 게 오답이었고, 성장 중인 줄 알았던 회사가 안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리기도 했고, 매출의 90%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읽는 사람 입장에서도 연이은 실패가 숨 가쁘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아만 나랑은 부족함을 인정하고 실패 속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그 안에는 넘어진 이유가 있었습니다. 단순하게만 정의했던 문제, 미처 보지 못한 고객 상황, 미리 신경 썼어야 했던 고객 경험 등이요. 달릴 때는 미친 듯 질주하지만, 필요하다면 여태껏 달려온 방향을 거스르는 선택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아만 나랑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선택한 길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여태껏 옳다고 믿던 방향이 정말 괜찮은 건지, 마지막으로 점검해본 게 언제일까요?
*이 글은 팟캐스트 How I Built This의 Toast: Aman Narang. How a Long Wait for the Dinner Check Launched a $2 Billion Business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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