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가방에서 자리를 가장 많이 차지하는 물건이 뭘까. 의외로 마우스다. 노트북은 해가 갈수록 얇아지는데, 마우스만 20년째 같은 덩치로 파우치를 불룩하게 만든다.
홍콩의 디자이너 호레이스 램(Horace Lam)이 만든 '에어 제로(Air.0)'는 그 전제를 뒤집었다. 접으면 두께 4.5mm, 무게 40g. 신용카드 몇 장 두께로 납작해져 노트북과 파우치 사이에 끼워 넣을 수 있다. 유통 채널에 따라 'OrigamiSwift'라는 다른 이름으로도 팔린다.

쓸 때는 종이접기처럼 접선을 따라 세우면 된다. 0.5초 만에 마우스 형태가 잡히고, 자석 스냅 커넥터가 딸깍 물리면서 고정된다. 삼각형 단면이 손바닥 하중을 받아내는 구조라 이 두께에도 눌리지 않는다. 블루투스 5.2, 4,000 CPI 적외선 센서, 500mAh 배터리로 한 번 충전에 약 3개월. 킥스타터에서 49달러로 출발해 지금은 85달러에 팔린다.
▲ 접었다 펴는 Air.0의 실제 동작 (영상: YouTube)
▲ 유튜버 잇섭의 Air.0 리뷰 (영상: YouTube)
얇다는 감탄은 여기까지. 조금 더 들여다보자.
특허 - '접히는 마우스'는 이미 남의 등록특허다
이 제품의 기술적 본질은 '접힌다'가 아니다. 접히는 마우스는 이미 여럿 나왔다. 진짜 본질은 4.5mm라는 두께에서 어떻게 손바닥 하중을 버티는 강성을 만들어내느냐에 있다. 그런데 직업병이 발동해 특허를 찾아보니, '접이식 마우스' 자체는 이미 남의 등록특허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Microsoft의 Arc Mouse 특허
https://patents.google.com/patent/US8421753B2/en
이 특허가 노린 건 접힘과 전원 제어를 하나로 묶은 구조다. 접이식 마우스의 고질병은 힌지를 지나는 내부 배선이 반복 굴곡으로 끊어지는 것인데, 이 특허는 배선 대신 가요성 도전 시트를 쓴다. 전원용 연결 시트와 컨트롤러용 안내 시트가 마우스를 세웠을 때 서로 맞닿아 통전되고, 평평하게 펼치면 떨어지며 전원이 끊긴다. 전원 스위치를 따로 두지 않고 접는 동작 자체를 스위치로 만든 셈이다. 발상이 좋다.
Air.0는 다른 길을 갔다. 접선을 삼각형으로 배치해 세웠을 때 구조적 강성이 생기게 하고, 결합은 자석 스냅으로 처리했다. '접힌다'는 결과는 같아도 강성을 만드는 수단과 결합 수단이 다르다. 특허 침해는 결과가 아니라 청구항의 구성요소를 모두 갖췄는지로 갈리므로, 가요성 도전 시트를 쓰지 않는 Air.0가 위 특허의 문언 범위에 들어간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접이식 마우스 분야에는 이 건 말고도 마이크로소프트 아크 마우스 계열을 비롯해 선행 등록건이 켜켜이 쌓여 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출발한 제품이 특히 위험한 지점이 여기다. 펀딩이 성공해 물량을 다 찍어낸 뒤 경고장을 받으면 되돌릴 방법이 없다. 이 제품에 가장 먼저 건네고 싶은 말도 '얇다'가 아니라 '양산 전에 자유실시(FTO, Freedom To Operate) 검토는 하셨나'이다.
거꾸로, Air.0가 반드시 붙잡아야 할 것도 분명하다. 삼각 접선에 의한 강성 확보와 자석 스냅 고정은 그 자체로 청구항이 될 만한 기술적 특징이다. 이걸 비워둔 채 디자인만 등록해두면, 후발주자가 외관만 살짝 바꿔 같은 구조를 쓰는 걸 막을 수 없다.
디자인 - 접힌 모습과 펼친 모습, 둘 다 그려야 한다
이 제품은 디자인 실무에서 '형태가 변화하는 물품'에 해당한다. 접힌 평판 상태와 펼쳐 세운 마우스 상태, 두 형태가 모두 이 디자인의 본질이다. 우리 디자인보호법상 이런 물품은 변화 전후의 상태를 모두 도면으로 내야 하고, 디자인의 설명란에 형태 변화 과정을 적어야 한다. 접힌 상태만 출원해두면 펼친 형태를 베낀 제품을 막을 수 없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주의할 건 기능성이다. 접기 위해 필연적으로 생기는 접선의 위치, 삼각형 단면의 각도처럼 기술적 기능에서 곧바로 도출되는 형상은 디자인권으로 넓게 보호받기 어렵다. 그건 앞서 말한 특허가 맡아야 할 영역이다. 디자인이 붙잡아야 할 건 오히려 선택의 여지가 있었던 부분이다. 비건 레더 외피의 질감과 마감선, 모서리 슬라이더의 형상, 접힌 상태에서 드러나는 면 분할 비례 같은 것들.
이런 제품일수록 부분디자인을 함께 걸어두는 게 좋다. 전체 디자인 하나만 등록해두면 후발주자가 색과 비례만 조금 바꿔 유사 판단을 빠져나간다. 모서리 슬라이더, 자석 스냅이 드러나는 결합부처럼 소비자가 '이 제품이네' 하고 알아보는 부위를 부분디자인으로 나눠 출원하면 회피가 훨씬 어려워진다. 여기에 접힌 상태·펼친 상태·중간 상태를 관련디자인으로 묶어두면 방어선이 한 겹 더 생긴다.
맺음말
Air.0가 흥미로운 건 뭔가를 더 넣어서가 아니라, 마우스에서 부피를 빼서 성립한 제품이라는 점이다. 이런 뺄셈형 발명은 소비자에게는 단번에 이해되지만, 권리로 만들기는 오히려 까다롭다. '얇다'와 '접힌다'는 결과일 뿐 권리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권리가 되는 건 그 결과를 가능하게 만든 수단 — 삼각 접선의 배치, 자석 스냅 결합, 얇은 두께에서 강성을 뽑아내는 구조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출발한 제품이 양산에 들어서면 늘 같은 순서의 숙제가 온다. 남의 등록건에 걸리지 않는지 확인하고(FTO), 자기 차별점을 청구항으로 붙잡고, 브랜드 이름을 하나로 정리하고, 외관을 부분디자인으로 촘촘히 덮는 것. 이 네 가지를 양산 전에 끝낸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의 3년 뒤는 꽤 다르다.
가방을 늘 가볍게 싸고 싶은 변리사, 엄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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