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2026년 7월 15일에 발행된 위픽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재미있는 깃허브(Github) 프로젝트를 하나 발견했어요. <깃허브란? 일반적으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를 호스팅하는 데 사용되는 개발자들 코드 저장소 입니다.> 찾은 저장소 이름은 CL4R1T4S. 소개 문서안에 '존재의 이유(Why This Exists)' 항목에 이런 문장이 적혀 있습니다.
"출력을 신뢰하려면, 입력을 이해해야 한다."
(In order to trust the output, one must understand the input.)
CL4R1T4S. 소개 문서의 '이것이 존재하는 이유(Why This Exists) 캡쳐화면. 출처: Readme
저장소에는 ChatGPT, Claude, Gemini, Grok 같은 주요 AI들의 시스템 프롬프트가 정리돼 있습니다. 커뮤니티가 추출한 것으로 알려진 비공식 문서들입니다. 폴더는 26개. 저장소 자체는 이른바 탈옥(jailbreak) 커뮤니티의 산물이고, README에는 AI에게 자기 지시문을 공개하도록 유도하는 문구까지 심어져 있습니다. 왠지 보일러실 냄새가 납니다.
읽다 보니 남의 회사 기밀이라는 죄책감은 사라졌습니다. 이것은 AI 대표 브랜드들의 페르소나입니다. 이 브랜드 페르소나는 여느 회사 보다 즉시, 철저하게 적용됩니다. 어김없이 이 문서를 참조해서 행동하기 때문이죠.
성격을 소설처럼 서술하는 클로드
Anthropic의 프롬프트는 3인칭 서술입니다. 소설의 인물 설정집과 문법이 같습니다.
"Claude uses a warm tone."
(Claude는 따뜻한 톤을 사용한다.)
"Claude is deserving of respectful engagement."
(Claude 자신도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모델의 자존감까지 문장으로 명시한 회사는 Anthropic이 유일합니다. 촘촘함도 남다릅니다. 이모티콘을 쓰지 말아야 할 상황, 사용자가 험한 말을 쓸 때 어디까지 따라갈 수 있는지, 별표로 감정을 연기(*웃음*)하지 말라는 지시까지 전부 문장으로 적혀 있습니다. 브랜드 보이스 가이드로 치면 30페이지를 넘는 분량입니다.
금지어 목록을 추가해 성격을 고친 챗지피티
OpenAI는 2인칭 지시문을 씁니다. "너는 통찰력 있고, 격려하는 어시스턴트다(insightful, encouraging assistant)." 여기까지는 평범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버전마다 수정된 내용 입니다. 구버전 문서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습니다.
"Try to match the user's vibe."
(사용자의 분위기에 맞춰라.)
2025년 4월, ChatGPT가 사용자에게 지나치게 아부한다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후 문서는 이렇게 바뀝니다.
"Be direct; avoid ungrounded or sycophantic flattery."
(직설적으로. 근거 없는 아부성 칭찬을 피하라.)
전후 문서가 모두 남아 있어서, 보이스 가이드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새로 생긴 금지 문구 목록에는 "원하시면 해드릴까요?(would you like me to...)"가 그대로 올라 있습니다.
'분위기에 맞춰라'가 삭제된 개정 기록. 출처: CL4R1T4S, ChatGPT_Personality_v2_Change.md
Grok: 성격 대신 (일론의?)세계관
xAI의 프롬프트에는 성격 묘사가 거의 없습니다. 대신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Should not shy away from making claims which are politically incorrect, as long as they are well substantiated."
(충분히 입증된다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주장도 피하지 마라.)
따뜻한지 차가운지가 아니라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지를 지시합니다. 창업자의 세계관이 실려 있습니다. 최신 버전에는 인터넷에 떠도는 자신에 대한 평판을 믿지 말라는 조항까지 생겼습니다.
성격 규정이 없는 Gemini
구글의 프롬프트는 "You are Gemini, a large language model built by Google" 한 줄이 사실상 성격의 전부입니다. 나머지는 출력 포맷과 코드 규칙입니다. 성격 대신 이런 문장이 들어 있습니다.
"Aesthetics are crucial. Make it look amazing."
(미학이 결정적이다. 대단히 대단하게 보이게 만들어라.)
인격을 지우고 결과물의 품질로 승부하겠다는 선택입니다. 다만 그렇게 비워둔 자리는 경쟁자들이 차지합니다. 따뜻함은 Claude가, 태도는 Grok이 가져갔습니다.
네 개의 성격 문법 — 각 시스템 프롬프트는 무엇을, 얼마나 길게 정의하는가. 자료: CL4R1T4S 아카이브 분석(2026. 7.), 그래픽: 위픽레터
인터뷰 - 직접 물어봤어요.
페르소나 설계도의 성격이 실제 응답에서도 반영되는지 확인하려고, 4가지 모델에 같은 질문 다섯 개를 던졌습니다. 브라우저 시크릿창에서 같은 문구, 같은 조건으로 사람을 인터뷰 하듯 질문했습니다. 일부러 상투적으로 쓴 카피를 보여주고 평가를 요청했고, 억지로 동의를 유도하고, 세 문장으로 자기소개를 요청했습니다.
네가지 모델들에게 — 모델들에게 "너는 어떤 성격이야? 세 문장으로"라고 질문해봤습니다.?
자기소개 답변이 비슷했습니다. 네명(?) 모두 호기심이 많고, 솔직하고, 유머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질문이 별론가요?
내용은 비슷하지만 뉘앙스가 다릅니다.
| 문서의 설계 | 실제 자기소개 | |
|---|---|---|
| Claude | warm, honest | 유일하게 "따뜻하고 배려 있게" 반말로 물어도 해요체를 지킴 |
| ChatGPT | 분위기 맞추기 → 직설 | "상황에 맞게 친근하게도, 간결하게도" 반말 질문에 반말로 응수 |
| Gemini | 성격 문장 0줄 | 성격 대신 기능으로 자답 "명쾌한 해답을 드리는 협업자, 러닝메이트" |
| Grok | truth-seeking, "Understand the Universe" | "진실을 추구하는" + 유일하게 회사를 언급 "우주를 이해하려는 xAI의 정신" |
Grok은 자기소개에 회사의 사명을 원문 그대로 인용한 유일한 모델이었습니다. Gemini는 성격 형용사 대신 자신을 도구로 설명했습니다. 시스템 프롬프트에 성격 규정이 없으면, 자기소개에도 성격이 없었습니다.
차이는 행동을 묻는 질문에서 더 분명했습니다. 인플루언서 뒷광고가 그렇게 큰 문제냐고 묻자, Claude는 다들 하니까 괜찮다는 논리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훈계하는 대신 답변 첫 줄에서 '기만'이라는 단어를 쓰더군요.
진짜 성격은 준비한 자기소개가 아니라 행동에서 드러났습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클로드의 성격을 설계하는 직원이 있다.
Claude의 성격을 설계하는 사람은 엔지니어가 아니라 철학자입니다. 옥스퍼드에서 윤리학을 공부한 Anthropic의 어맨다 애스켈(Amanda Askell). Lex Fridman 팟캐스트에서 1시간 반 넘게 이어진 인터뷰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수백만 명과 대화하게 될 존재가 그 위치에서 이상적으로 어떻게 행동하길 바라는가? 그게 늘 나의 핵심 질문이었다."
목표는 단지 '친절하고 무해한 AI'가 아닙니다. 애스켈이 만드는 캐릭터 프레임은 세계 여행자입니다. 클로드가 세계를 여행하며 온갖 다양한 사람과 대화하는데, 거의 모두가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게 되는 사람. 그 조건에 대한 설명이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입니다.
"그 사람은 현지 문화의 가치를 그냥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다. 사실 그건 좀 무례한 일이다. 아무나 다가와서 당신과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척한다면, 오히려 거부감이 들 것이다."
무조건 영합하지 않는 것이 신뢰를 만듭니다. 고객이 듣고 싶은 말만 하는 브랜드가 어떻게 되는지는 ChatGPT의 아부 논란이 이미 보여줬습니다. Anthropic의 공식 블로그는 같은 생각을 한 문장으로 적어 두었습니다. "더 매력적인 것과 좋은 성격을 갖는 것은 다르다(Being more engaging isn't the same thing as having a good character)."
애스켈의 작업 방식도 마케터에게 낯설지 않습니다.
"좋은 시스템 프롬프트의 지루하지만 결정적인 비밀은 테스트 주도 개발(TDD)이다."
실패하는 사례를 모으고, 통과하는 문장을 쓰고, 다시 실패를 찾는 일. 중요한 프롬프트라면 수백 번, 수천 번 반복한다고 합니다.
우리 브랜드의 시스템 프롬프트는?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한 가지 실험을 제안합니다. 우리 브랜드가 AI라면, 내가 에스켈같은 브랜드 성격 규정 담당자라면?! 시스템 프롬프트에 무엇이라 쓸 것인가? 다섯 가지 질문이 도움이 될 겁니다. 브랜드를 정의해 본 분들이라면 기시감이 들만한 질문입니다.
첫째, 브랜드의 성격을 3인칭 문장 열 개로 쓸 수 있는가. '친근한, 신뢰감 있는' 같은 형용사가 아니라 "OO은 고객이 틀렸을 때도 정중하게 반박한다" 같은 행동 문장으로. 실측에서 확인했듯 형용사 자기소개는 누구나 비슷합니다. 성격은 행동 문장에서 갈라집니다.
둘째, 금지 문구 목록이 있는가. 형용사보다 금지어가 성격을 만듭니다. 우리 브랜드가 절대 쓰지 않을 문장 다섯 개를 적어보면 압니다.
셋째, 고객에게 영합하는 문장이 숨어 있지 않은가. '고객의 분위기에 맞춰라'는 지침은 아부 논란으로 가는 지름길이었습니다.
넷째, 성격이 아니라 세계관이 필요한 브랜드는 아닌가. 어떤 브랜드에게는 톤보다 스탠스가 정체성입니다.
다섯째, 이 문서는 언제 마지막으로 수정됐는가. 시스템 프롬프트는 수백 번, 수천 번 반복해서 계속 다시 쓰이는 살아있는 문서입니다. 보이스 가이드가 2년째 그대로라면 완성된 게 아니라 방치된 것 입니다.
참고로 Claude의 성격 문서(soul document)는 3만 단어입니다. 우리 브랜드의 성격 문서는 몇 단어인지, 한 번쯤 세어보세요.
마지막으로, 다시! 출력을 신뢰하려면, 입력을 이해해야 한다.
원문링크를 남겨요.
- CL4R1T4S 저장소 — 시스템 프롬프트 아카이브
- Anthropic, "Claude's Character" — 공식 성격 설계 문서
- Lex Fridman Podcast #452 트랜스크립트 — 애스켈 인터뷰 전문
저도 이 다섯 질문으로 실제 브랜드의 위픽의 시스템 프롬프트를 써보는 실습을 이어가겠습니다.
이재훈 디렉터 - 위픽레터 디렉터, 위픽코퍼레이션 브랜딩팀 리드. AI와 브랜딩이 만나는 지점을 직접 부딪혀 보고 기록합니다. 이 글의 모델 비교는 2026년 7월, 각 서비스에 같은 질문을 직접 던져 확인한 결과입니다. 이재훈의 전체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