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꽤 오래 전부터 품어왔던 의문이 있습니다. 유독 한국에서는 많은 뉴스레터가 ‘꾸미기’와 ‘문체’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었습니다. 뉴스레터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쉽고, 재미있고, 디자인이 예쁘다’는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즉 이모티콘, 문체(반말), 디자인 요소, 색채, 볼드 등 그래픽 디자인, 레이아웃, 편집요소 등이 강조되고 있는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유명한 뉴스레터들이 ‘쉬움’과 ‘친근함’을 핵심 장점으로 브랜딩을 해서 대중화에 성공했기 때문일 것 같은데요, 혹시 그 성공적인 브랜딩 때문에 오히려 수익화가 어려운 시장이 된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즉 새로운 독자를 끌어들이고 콘텐츠를 널리 알리기 위해 쉽고 친근하게 진입장벽을 낮췄는데, 너무 낮춰버려서 구매의사가 생길수 없는 지점에 포지셔닝을 잡아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죠.
오늘 글에서는 뉴스레터로 촉발된 ‘지식 크리에이터 경제’가 차별화, 다양화, 그리고 커뮤니티화의 순서대로 발전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간단한 프레임워크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마지막 단계인 커뮤니티화는 뉴스레터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나 언론사와는 달리 개인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본업을 가졌거나 일을 그만둔 지식 크리에이터들이 어떻게 비즈니스를 만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답이기도 합니다. 조금 거창한 것 같지만 ‘CCC(크리에이터, 콘텐츠, 커뮤니티) 모델’로 불러볼까 하는데요, 지식 크리에이터는 ‘뉴스레터’라는 미디어보다도 어떻게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어 ‘독자’가 아닌 ‘팬덤’을 모을 것인지에 집중해보면 어떨까하는, 제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먼저 다음과 같은 발전 단계모델을 제시합니다.
뉴스레터로 촉발된 지식 크리에이터 경제의 발전
1단계, 차별화: 뉴미디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기존 언론, 출판등과 차별화되는 톤앤매너의 뉴스레터 브랜드가 만들어짐. 젊은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뉴스레터 브랜딩에는 ‘꾸미기’와 ‘쉬운 문체’가 주로 활용됨.
2단계, 다양화: 언론사, 기업, 개인 크리에이터들도 뉴스레터 발행을 시작하며 뉴스레터 생태계가 더 다양해짐. 발행 주체, 콘텐츠의 톤앤매너, 비즈니스 모델도 다양해짐
3단계, 커뮤니티화: 개인 지식 크리에이터는 CCC(크리에이터, 콘텐츠, 커뮤니티)가 한데 묶인 ‘브랜드’를 중심으로 수익화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해나감
차별화, 뉴스레터가 유독 ‘선명성’을 추구했던 이유
해외 뉴스레터 중에도 유독 ‘스타일’에 집중한 것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언론사가 뉴스레터를 런칭하는 사례나 개인 크리에이터가 서브스택과 같은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사례보다는 ‘시사 대중화’를 위해 뉴미디어 스타트업이 뉴스레터의 톤앤매너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사례로 보입니다. 대표적인 사례에는 시사 뉴스레터인 모닝브루(Morning Brew)나 더스킴(The Skimm)이 있습니다. 비교적 관점에서 보면 한국에서 뉴스레터가 동물 캐릭터, 문체, 이모티콘, 그래픽 디자인 등 ‘시각적인 브랜딩’과 깊은 연관을 가지게 된 것은, 뉴미디어 스타트업들이 젊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양화, 스토리텔링은 하나가 아니다
뉴스레터가 대중화되면서 뉴미디어 스타트업 외에도 다양한 주체들이 뉴스레터를 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언론사, 기업, 그리고 개인 크리에이터가 여기에 포함되죠. 이 단계에서는 다양한 스토리텔링과 톤앤매너의 양식과 전략이 개발되었던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뉴스 스타트업 악시오스(Axios)를 살펴볼까 합니다. “스마트한 간결함(Smart Brevity)”을 추구하는 문체와 포맷으로 유명한 뉴스 스타트업 악시오스는 노이즈가 많은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에서는 간결함이 중요하다며 조금 다른 형태의 글스기를 강조합니다. 창업자들이 출간해 최근 번역되어 나온 <스마트 브레비티>에서는 “간결은 자신감이다. 장황은 두려움이다”고 강조합니다. “더 적은 단어로 더 많이 전달”하기 위해 각 뉴스 콘텐츠의 구조를 도발적인 제목, 강력한 첫 리드 문장, 맥락 해설, 그리고 더 알아보기(go deeper)로 나눕니다. 콘텐츠를 읽기 전에 먼저 분량과 리딩타임을 제공하기도 하죠.
전 ‘디지털 콘텐츠의 스토리텔링은 좀 달라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해왔는데요, 콘텐츠의 도메인과 독자 페르소나에 따라 콘텐츠와 관계를 맺는 방식이 매우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스타트업이기에 뉴스라는 제품의 질을 일원화하는 악시오스와 개인 지식 크리에이터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본업을 유지하거나 그만두고 뉴스레터를 통해 수익화를 추구하는 지식 크리에이터는 반드시 젊은 독자층을 타겟팅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픽 디자인 등에 여력이 적기 때문에 ‘꾸미기’나 악시오스와 같은 뉴스 스타일의 글쓰기를 추구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두 개의 예시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NYU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인 스캇 갤로웨이(Scott Galloway)는 유명한 학자이자 다수의 책을 출간한 저자죠. 해외에선 유명한 학자, 기자, 작가 등이 유료, 무료 뉴스레터와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경우가 정말 많은데, 테크와 디지털 경제에 대해 인사이트를 가진 필자입니다. 그가 운영하는 뉴스레터는 비즈니스 분석과 통찰을 담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평소에 테크, 비즈니스, 미국 시사 관련 뉴스를 팔로우해야 읽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고급 독자층을 위한 콘텐츠라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픽 위주의 시각화, 매우 간결한 제목, 고급 독자를 위한 글쓰기 스타일 등이 돋보입니다.
뉴스레터 번들(bundle) 서비스인 에브리(Every)는 테크, 미디어, 생산성 등에 대한 다수의 필자 뉴스레터를 묶어서 보내줍니다. 유료 구독이고 무료로 메일을 시험기간 동안 받아볼 수 있는데 군더더기 없고 쉬운데 업계 내부 인사이트를 담고 있는 글쓰기가 돋보였습니다. 핵심 단어의 첫 철자를 강조한 그래픽 디자인도 눈에 띕니다. 테크, 미디어, 생산성 분야에 라이트 독자에게 적합한 뉴스레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뉴스레터는 독자층에 맞게 다양한 브랜딩, 시각화, 그리고 무엇보다 스토리텔링과 글쓰기 방식을 개발해 나가고 있습니다. 국내에도 해외 비즈니스 뉴스레터 커피팟, 테크와 미국 정치 뉴스레터 오터레터 등의 사례를 들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브랜드의 콘텐츠 스타일을 강조하거나, 개인 필자의 관점과 시각을 큐레이션한다는 점이 매력인 것 같습니다.
커뮤니티화, 팬덤을 가진 브랜드는 강하다
그렇지만 국내 시장에서 뉴스레터만으로 비즈니스를 키워가는 일은 매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유료구독 모델의 경우, 텍스트 콘텐츠에 돈을 내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층을 대상으로 유의미한 매출 성장을 만들어 내는 일은 정말 어렵죠. 이런 맥락에서 몇 가지 관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 중요한 것은 텍스트 콘텐츠의 미디어(뉴스레터 등)가 아니라 ‘오디언스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양질의 지식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실력, 콘텐츠 브랜드를 통해 독자와 관계를 맺어 브랜드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뉴스레터’라는 미디어에만 집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죠. 뉴스레터는 기존의 언론사나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도 독자와 직접적인 관계를 만들 수 있는 미디어라는 점이 특징이지만, 유료구독 모델을 중심으로 ‘제품화’하는 데는 많은 플레이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실제로 뉴스레터 플랫폼으로 유명한 서브스택(substack)도 뉴스레터 트렌드나 크리에이터 경제로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봐서는 안된다고 주장합니다. 대신 크리에이터의 주체성과 독립에 기반한 ‘미디어 이코노미(media economy)’라는 키워드를 제시하죠.
둘째, 브랜드에 메시지가 있다면, 수익 다각화가 가능할 겁니다. 위에서 제시한 것처럼 반드시 ‘뉴스레터’가 아닌 ‘오디언스와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고, 오디언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면 브랜드는 ‘팬덤 비즈니스’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특정 시간에 메일함에 보내줄 수 있는 ‘친밀함’을 가진 미디어인 뉴스레터뿐만 아니라, 아카이빙(유료구독), 오디오, VOD, 전자책, 오프라인 모임, 단체메시지방, 굿즈 등, 다양한 형태로 수익화가 가능합니다. 결국 판매하는 것은 브랜드나 크리에이터의 메시지와 ‘콘텐츠 및 커뮤니티 경험’이지 단순한 정보나 지식이 아니니까요.
셋째, 실력이 쌓이는 구조를 만들어 가는 일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콘텐츠를 기반으로 오디언스와 직접 관계를 맺는 비즈니스는 스타트업, 개인 크리에이터, 언론사 등의 지식노동자 모두 에디터나 라이터가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손이 많이 가는 일이고 기획, 데이터 관리, 오디언스와의 소통 등 다른 일도 많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금방 소재가 바닥나거나 창작의 영감과 의지가 휘발될 수 있죠.
크리에이터, 에디터, 또는 담당자가 계속해서 불태우며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갈 수 있으려면, 만드는 콘텐츠의 분야가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분야이면 좋을 것 같고, 콘텐츠를 만들며 체력을 소진하는 것이 아니라 실력의 복리가 계속해서 쌓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관적인 질을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오디언스를 늘려가고 다수의 페르소나와 소통하면서 브랜드, 콘텐츠, 크리에이터 모두 성장하고 확장되어야 비즈니스를 성장시킬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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