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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세에 은퇴하지만, 73세까지 일하고 싶은 김부장 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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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실버 산업 인사이트 

: Part2. 은퇴 후 마주하는 현실

 

글 : 보살핌 장한솔 대표

Part 1에서는 한국 중장년의 근로 수요를 들여다봤습니다. 55~79세 경제활동인구 1,000만 명, 69.4%가 계속 일하기를 희망하고, 2차 베이비부머 954만 명이 순차적으로 은퇴 연령에 진입하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번에는 그 반대편을 봅니다. 이 거대한 수요를 받아줘야 할 공급 측은 어떤 상태인가? 일자리는 충분한가, 왜 연결이 안 되는가,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 김부장이 73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말할 때, 그 앞에 놓인 현실의 이야기입니다.


4. 김부장이 마주하는 현실 — 10년의 소득 공백

 

Part 1에서 언급했듯이, 김부장은 법정 정년(60세)보다 7년이나 앞선 53세에 주된 일자리를 떠납니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는 63~65세. 퇴직과 연금 사이에 최소 10년의 소득 공백이 발생합니다. 이 10년 동안 김부장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공급 측의 숫자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100명이 일자리를 찾으면, 28개만 열려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노인 일자리 구인배율(구직자 대비 구인 건수)은 0.28에 불과합니다.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 100명당 열려 있는 일자리가 28개. 전체 노동시장 구인배율(1.0 내외)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김부장이 고용센터에 가서 "일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4명 중 3명은 빈손으로 돌아와야 하는 구조입니다.

운 좋게 일자리를 얻더라도, 그 일자리의 질이 문제입니다. 65세 이상 취업자의 66%가 임시직, 12%가 일용직이며, 단시간 근로와 단순노무직 비중은 각각 약 70%에 달합니다(세계일보, 2024.9). 언제든 해고될 수 있고, 4대 보험 가입도 보장되지 않는 불안정한 일자리가 대부분입니다.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이전 관리직·전문직 임금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것이 드물지 않습니다.

 

연금도, 현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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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공백기의 고통을 더 가중하는 것은 연금의 부재입니다. 55~79세 중 국민연금을 아예 수령하지 못하는 비율이 48.8%. 수령하는 사람도 월평균 82만 원으로, 1인 가구 최저생계비(134만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10명 중 4명 이상(41.2%)이 월 25만50만 원 미만을 받고 있습니다(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이 구조는 곧바로 빈곤으로 이어집니다. OECD 기준 한국의 66세 이상 상대적 빈곤율은 약 40%. OECD 평균(약 14%)의 거의 3배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결국, 밀려나듯 선택하게 되는 길

 

결국 김부장에게 남는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경력과 무관하더라도 당장 할 수 있는 일자리에 뛰어들거나, 소자본 자영업에 도전하거나. 60세 이상 자영업자가 2015년 142만 명에서 2024년 210만 명으로 급증한 것은(한국은행 보고서), 이 선택지가 자발적 '도전'이라기보다 구조적 '밀려남'에 가까움을 보여줍니다.

이것이 한국의 김부장이 처한 현실입니다. 10년간 소득이 끊기고, 일자리를 찾아도 4명 중 3명은 빈손이며, 겨우 찾은 일자리마저 불안정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일자리가 정말로 '없는' 것이 아니라, '연결이 안 되는' 더 깊은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5. 일자리가 있는데 왜 연결이 안 되나 — 미스매칭 문제

 

앞서 구인배율 0.28이라는 숫자를 봤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절대적으로 일자리가 모자란'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중장년 노동시장의 더 깊은 문제는 미스매칭입니다. 구인처는 사람을 못 구하고, 구직자는 일자리를 못 찾는 현상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저희 케어파트너에서도 이 문제를 매일 목격합니다. 요양보호사를 급히 구하는 센터는 넘치는데, 정작 교육을 마친 분들이 자신에게 맞는 시설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연결이 안 되는' 것입니다.

 

직무 단절: 한국만의 구조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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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분석이 이 구조를 정확하게 짚어냅니다. 한국 중장년 근로자는 미국과 달리, 이직 시 기존과 전혀 다른 직무로 재취업하는 '직무 단절' 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미국 근로자는 중년 이후에도 기존 직무를 유지하는 반면, 한국 근로자는 50세 이후 분석·사무 직무에서 신체·단순노무 직무로 전환되는 경향이 강합니다(KDI FOCUS, "중장년 노동시장 현황과 개선 방안").

원인은 한국 특유의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입니다. 근속 연수가 길어질수록 임금이 올라가는 구조에서, 기업은 경험 많은 50대보다 임금이 낮은 30대를 선호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중장년은 자신의 경력과 무관한 직종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매칭 인프라의 부재

설사 일자리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중장년들이 그것을 찾아내는 과정 자체가 어렵습니다. 어디에 좋은 시설이 있는지, 근무 조건은 어떤지, 어떻게 지원하는지 — 이런 기본적인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청년 취업 시장에는 원티드, 잡플래닛, 사람인 등 다양한 플랫폼과 정보가 넘쳐나지만, 중장년 시장은 여전히 지인 소개와 고용센터 방문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정리하면, 중장년 노동시장의 미스매칭은 세 겹으로 쌓여 있습니다. ①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 자체가 적고, ② 있는 일자리도 임금체계와 고용관행 때문에 중장년에게 문이 닫혀 있으며, ③ 그나마 열린 일자리조차 구직자에게 전달되지 못합니다.


6. 다른 나라의 김부장은 어떻게 살고 있나

 

같은 문제를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풀고 있을까요? 해외 사례를 보면, 제도의 힘이 얼마나 큰지 실감하게 됩니다.

 

일본: 65세 완전 고용에서 70세를 향해

 

일본의 김부장(다나카 부장이라고 합시다)은 한국보다 훨씬 넉넉한 제도적 안전망 위에 서 있습니다.

일본은 2025년 4월부터 모든 기업이 65세까지 고용을 의무적으로 보장하게 됐습니다. 기업은 정년 폐지, 정년 연장, 계속고용제도(재고용)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합니다. 2024년 기준으로 계속고용이 69.2%, 정년 연장 26.9%, 정년 폐지 3.9%입니다(한국고용정보원, "일본 고령자 고용확보조치 시행 20년 평가"). 2021년부터는 한 발 더 나아가 70세까지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노력 의무'까지 부과했습니다.

기업들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도요타는 60세 정년 후 70세까지 계속고용을 도입했고, 대형 생보사 메이지야스다는 정년을 65세에서 70세로 연장한 최초의 대형 금융사가 됐습니다(한국경제, 2024.7; 브라보마이라이프, 2025.4). 정년 후 임금이 75% 이하로 줄어든 근로자에게는 국가가 임금을 보조하는 '고령자 고용계속급부제도'가 있으며, 기업의 63.6%가 이를 이용합니다.

핵심은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제도를 정착시켰다는 것입니다. 하루아침에 만든 것이 아니라, 법과 기업 관행과 사회적 합의를 긴 시간에 걸쳐 쌓아 올렸습니다.

 

독일: 연금수급 67세 + 점진적 은퇴

 

독일은 2012년부터 연금 수급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단계적으로 올리면서, 단축근로(Kurzarbeit)와 유연근무제로 고령 근로자가 점진적으로 은퇴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KDI 나라경제). Part 1에서 본 것처럼 한국 중장년의 시간제 선호가 연령과 함께 높아지는 패턴을 떠올리면, 독일의 점진적 은퇴 모델은 특히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미국: 정년 자체가 없다

 

미국은 1986년 정년제를 아예 폐지했습니다. 나이를 이유로 일자리를 빼앗는 것 자체가 위법입니다. 사회보장연금은 62세부터 수급 가능하며, 70세까지 늦추면 월 연금액이 최대화되는 구조로, 스스로 은퇴 시점을 선택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습니다(머니투데이, 2025.1).

 

공통점은 하나: 소득 공백이 없다

 

이 나라들은 접근 방식이 다르지만, 결론은 같습니다. 퇴직과 연금 사이에 소득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다나카 부장은 65세까지 회사가 고용을 보장하고, 독일의 뮐러 부장은 67세까지 연금이 연동되어 있으며, 미국의 스미스 부장은 정년 자체가 없습니다.

한국의 김부장만 53세에 회사를 나와서, 연금이 나오는 63세까지 스스로 10년을 버텨야 합니다. OECD는 한국의 법정 정년 대비 실질 퇴직 연령 격차가 회원국 중 가장 큰 수준이라고 지적합니다(OECD 2025 고용전망 한국편).


7. 정부도 움직이고 있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정부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연간 2조 원 이상의 정부 투자

보건복지부 노인일자리 사업은 2025년 109.8만 개(예산 2조 1,847억 원)에서 2026년 115.2만 개(예산 2조 4,000억 원)로 확대됐습니다(보건복지부 보도자료).

참여 대상은 사업 유형에 따라 다릅니다.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노인일자리, 역대 최대 115만 2천개 제공)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노인일자리, 역대 최대 115만 2천개 제공)

정부는 2027년까지 역량활용·민간형 일자리를 전체 노인일자리의 40% 비중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단순 공익활동 중심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경제활동과 연결되는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방향입니다.

 

공공일자리 외 주요 정책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는 중소·중견기업에 비용을 지원합니다. 앞서 본 일본의 '계속고용제도'를 한국에 맞게 도입하려는 시도입니다(한국고용정보원).

시니어 인턴십 — 만 60세 이상이 기업에서 실제 일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기업과 구직자 모두에게 '시험 기간'을 주는 셈입니다.

폴리텍 신중년 특화훈련 — 2025년 2,800명에서 2026년 7,700명으로 대폭 확대 예정입니다 (고용노동부·한국직업능력연구원).

정년연장 논의 — 여야 모두 65세까지 정년을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민주당은 이르면 2028년 61세부터 시작해 2041년 65세까지 확대하는 안을, 국민의힘도 65세 근로기간 연장에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입니다(한국경제, 2025.12). 실현된다면, 김부장의 '소득 공백 10년'을 제도적으로 줄일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 됩니다.


8. 이 시장은 구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전망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시장의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2019년 정점(3,763만 명)을 찍은 이후 이미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습니다. 2025년 3,591만 명에서 2050년 2,448만 명으로 30% 이상 급감할 전망입니다(통계청 장래인구추계; 국회도서관 브리프).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숫자가 있습니다. 60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비중은 2000년 전체의 9.0%에서 2024년 22.8% 로 급증했습니다. 2025년에는 경활인구 3,001만 명 중 60세 이상이 720만 6천 명으로, 일하는 사람 4명 중 1명이 60세 이상입니다.

2차 베이비부머 954만 명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한국은행은 이로 인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0.38%p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한국은행 이슈노트, 2024.7). 반대로 OECD는, 고령자·여성 등 미활용 노동력을 적극 활용할 경우 한국의 연간 1인당 GDP 성장률이 1.8%로 OECD 최고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OECD 2025 고용전망 한국편).

같은 현상을 놓고, 하나는 성장률 하락을 경고하고, 다른 하나는 최고 수준의 성장을 전망합니다. 차이는 단 하나, 이 사람들이 일할 수 있게 해주느냐 여부입니다.


마무리하며

 

구인배율 0.28. 일자리를 원하는 100명 중 28명만 자리를 찾을 수 있는 시장. 있는 일자리마저 기존 경력과 무관한 단순노무직에 쏠려 있고, 구직자와 구인처를 연결해주는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해외 주요국들은 수십 년 전부터 제도적 대응을 시작했지만, 한국의 김부장은 여전히 10년의 소득 공백을 홀로 버텨야 하는 구조 안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격차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거대한 시장의 빈틈이기도 합니다.

지난 글에서 분석한 메들리가 좋은 사례입니다. 메들리는 일본의 요양 채용 시장에서 "매칭의 비효율"이라는 하나의 문제를 파고들어 연매출 2,600억 원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그 성장의 핵심은 단순했습니다 일하고 싶은 사람과 사람이 필요한 곳을, 더 싸고 더 빠르게 연결한 것.

한국의 중장년 일자리 시장에도 같은 기회가 존재합니다. 연령대와 체력에 맞는 시간제 일자리, 경력 전환을 위한 교육과 자격 취득 지원, 구직자와 구인처를 정확하게 이어주는 매칭 플랫폼 — 이 시장의 빈틈은 크고, 954만 명의 순차 은퇴와 함께 구조적으로 더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 보살핌 팀이 케어파트너와 케어아카데미를 통해 중장년 인력의 교육과 일자리 매칭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시니어를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주체로 바라볼 때, 그들이 원하는 일을 찾고 사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비즈니스이자, 저희가 풀어야 할 문제라고 믿습니다.

김부장은 아직 일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김부장은 점점 더 많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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