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imicle 시리즈 2/15]
팀프레너십: 판을 바꾸는 팀은 어떻게 설계되는가
"일 잘하는 팀"과 "판을 바꾸는 팀"의 결정적 차이
지난 글에서 "우리 팀에는 아직 시스템이 없다."는 문장을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설계가 시작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우리는 어떤 팀이 되어야 하는가?"
많은 대표들이 이렇게 답한다.
"일 잘하는 팀이죠. 뭐... 알아서 척척."
"사고만 안 쳐도 감사한데요." (웃음)
"5명이 10명 몫 하는 팀이요. 런웨이가..."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다 절실하고 현실적인 바람이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스타트업에게 '효율적인 실행팀'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 잘하는 팀"의 함정
(효율적인데 왜 성장이 멈췄지...)
작년에 만난 한 스타트업 이야기다. 시리즈 A를 받고 팀을 10명 정도로 늘렸다. 대표는 기쁘게 말했다.
"이제 팀답게 일할 수 있도록 잘 세팅된 것 같아요. 각자 팀 역할도 잘 돌아가고, 프로세스도 정립됐고, 커뮤니케이션도 효율적이에요."
실제로 그랬다. 팀은 빠르게 움직였다. 결정이 필요하면 즉각 이루어졌고, 막히는 부분은 바로 해결됐다. 분기 목표는 90% 이상 달성했다. 누가 봐도 '잘 돌아가는 팀'이었다.
그런데 4개월 후, 다시 만난 그 대표님은 이렇게 말하며 혼란스러워했다.
"이상해요. 팀은 잘 돌아가는데... 성장이 멈췄어요. 우리가 뭘 놓친 걸까요?"
나는 그 팀의 노션 워크스페이스를 보여달라고 했다. 모든 회의록과 기록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어떻게 더 잘할 것인가", "어떻게 더 속도를 낼 것인가"만 논의하고, "무엇을 다르게 할 것인가"는 논의하지 않았다.
이게 '일 잘하는 팀'의 함정이다. 효율적으로 실행하는 데 최적화되면, 새로운 길을 만드는 능력은 퇴화한다.
효율의 역설: 완벽한 기계가 혁신을 죽인다
스타트업은 본질적으로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드는 조직이다. 그런데 많은 팀이 빠른 성장 과정에서 "이미 존재하는 것을 잘 실행하는" 팀으로 변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투자를 받으면 압박이 생긴다. 성과를 내야 한다. 실수를 줄여야 한다. 그래서 프로세스를 만들고, 역할을 나누고, 효율을 높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실험하는 여유"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 "이건 우리가 원래 하던 방식이 아닌데?"
- "이거 해서 성과가 나올지 확실하지 않은데?"
- "지금 분기 목표 달성도 빠듯한데 실험할 시간이 어디 있어?"
효율은 확실성을 사랑한다. 하지만 혁신은 불확실성 속에서만 태어난다.
"판을 바꾸는 팀"은 무엇이 다른가
(이 팀들은 대체 뭘 하길래...)
2022년 말, Gamma는 죽어가고 있었다. AI 프레젠테이션 도구를 만들었지만 사용자는 겨우 6만 명. 유지율은 바닥이었고, 남은 런웨이는 1년.
팀은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할 수도 있었다. 마케팅을 늘리고, 기능을 더 추가하고, 템플릿을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다른 선택을 했다. 팀 전체가 모여 3개월간 "미친 스프린트"에 돌입했다. 문제의 본질을 다시 물었다. "왜 사용자들이 돌아오지 않을까?"
그리고 발견했다. 문제는 기능이 아니라 “빈 페이지의 공포”였다. 사람들은 백지에서 시작하는 걸 두려워한다.
팀은 AI를 완전히 재설계했다. 사용자가 한 줄만 입력하면, 30초 안에 완성된 프레젠테이션이 나오도록. 2023년 3월 출시 후 3개월 만에 300만 유저가 몰려들었다. 지금은 5천만 유저, ARR $50M.
이것이 팀프레너십이다.
대표 혼자가 아니라, 팀 전체가 창업가처럼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 정해진 업무를 실행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정말 풀어야 할 문제가 뭐지?"를 함께 묻는 것.
Gamma의 공동창업자 Jon Noronha는 이렇게 회고했다. “우리는 매주 'Gammarama'라는 내부 미팅을 했어요. 한 명씩 돌아가면서 Gamma로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어 발표했죠. 스테판 커리, 노트 테이킹 시스템, 월트 디즈니의 야망... 뭐든 좋았어요. 팀 전체가 제품을 쓰면서 문제를 느꼈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냈죠.”
(Gammarama 라니 이름만 들어도 흥분되고 감마스럽다!)
팀프레너십(Team-entrepreneurship)이란 무엇인가
팀프레너십은 단순히 "팀워크가 좋다"는 것과 다르다.
팀워크가 좋은 팀은 함께 일을 잘한다.
팀프레너십이 있는 팀은 함께 길을 만든다.
차이를 표로 정리하면 이렇다.
| 일 잘하는 팀 | 판을 바꾸는 팀 | |
|---|---|---|
| 질문 | "어떻게 더 잘할까?" | "무엇을 다르게 할까?" |
| 초점 | 효율과 실행 | 실험과 학습 |
| 실패 | 피해야 할 것 | 배워야 할 것 |
| 의사결정 | 대표가 방향 제시 → 팀이 실행 | 팀이 함께 방향 탐색 → 정렬 후 실행 |
| 에너지 | 주어진 길을 빠르게 | 새로운 길을 함께 찾기 |
| 성과 | 목표 달성률 90% | 예상 못 한 돌파구 1개 |
스타트업에 정말 필요한 건 후자다.
팀으로 함께 일하다가 혼자서는 절대 생각하지 못했을 지점에 다다른 경험, 있지 않은가? 그것이 바로 '예상 못 한 돌파구'다. 판을 바꾸는 팀은 그런 돌파구를 만들어내기 위해 어떻게 함께 움직여야 하는지를 안다.
결정적 차이: 실행 vs 창조
한 팀 코칭 세션에서 있었던 일이다.
나는 팀원들에게 물었다. "지난 3개월간 팀이 한 일 중에서, 대표가 시키지 않았는데 여러분이 스스로 시작한 게 뭐가 있나요?"
침묵이 흘렀다. 개발 리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희는... 대표님이 제시한 방향대로 열심히 실행했는데요."
"그럼 여러분은 그 방향이 맞다고 생각했나요?"
또 침묵. 마케팅 리드가 입을 열었다. "솔직히... 다른 방법도 있을 것 같았어요. 근데 대표님이 이미 결정하신 거니까..."
이게 '일 잘하는 팀'과 '판을 바꾸는 팀'의 결정적 차이다.
일 잘하는 팀은 대표의 고정된 비전(Fixed vision)을 충실히 실행한다.
판을 바꾸는 팀은 팀 전체가 비전을 함께 만들고(Creative vision), 함께 수정하고, 함께 실현한다.
전자는 대표 한 명의 비전과 투지에 의존한다.
후자는 팀의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과 모두의 투지를 발휘하게 한다.
두 가지 모두 필요하지만
오해하지 말자. '일 잘하는 팀'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효율적 실행 능력은 필수다.
문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두 가지 능력을 동시에 필요로 한다.
- 실행 능력: 정한 방향으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나아가기
- 창조 능력: 새로운 방향을 함께 발견하고 만들어내기
대부분의 팀은 1번에만 집중한다. 왜냐하면 측정하기 쉽고, 관리하기 쉽고, 성과를 보여주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조직이다. 그 길 위에서는 2번, 즉 팀프레너십이 생존의 조건이 된다.
당신의 팀은 어디를 향하는가?
이 글을 읽는 대표님께 묻고 싶다.
당신의 팀은 지금 "주어진 길을 빠르게 가는 팀"인가, 아니면 "새로운 길을 함께 만드는 팀"인가?
이 글을 읽는 멤버들에게도 묻고 싶다.
당신은 지금 "대표의 비전을 실행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이 회사의 비전을 함께 만드는 사람"인가?
둘 다 필요하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 생존하려면, 후자 없이는 안 된다.
다음 편에서는 더 불편한 진실을 다룬다. 많은 대표들이 입으로는 "팀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팀의 창의적 혼돈을 질식시키고 있다는 것. 그리고 왜 대표의 천재성과 고정된 비전이 역설적으로 팀의 지능을 가로막는지.
다음 글 예고:
"우리 대표는 똑똑해. 근데 왜 우리 팀은 점점 멍청해지는 기분일까?" 창업자 1인의 의사결정에 의존하는 '질서'가 어떻게 팀의 '창의적 혼돈(Creative Chaos)'을 죽이는지, 그 서늘한 역설을 다음 편에서 파헤친다.
이 글을 팀과 함께 읽으셨나요?
다음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해보세요.
CEO에게: "우리 팀은 지난 3개월간 '다르게' 시도한 게 뭐가 있나요?"
팀원에게: "나는 이 회사의 방향을 제안할 수 있다고 느끼나요?"
이 질문의 답이 팀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함께 보면 좋은 리소스
Every.to, "The Art of the AI Pivot": Gamma의 피벗 스토리 - 팀 전체가 함께 방향을 바꾼 3개월
https://every.to/p/the-art-of-the-ai-pivot
HBR, "The Execution Trap": 실행만 잘하는 팀이 왜 혁신에 실패하는가
https://hbr.org/2010/07/the-execution-trap
Anthropic, "Gamma Customer Story": 팀의 집단지성이 어떻게 사용자 만족도 30% 향상을 만들었나
https://claude.com/customers/gamma
글쓴이: Tiimicle (티미클)
좋은 아이디어보다 좋은 팀이 먼저입니다. 스타트업의 성패는 비즈니스 모델보다 '팀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건강한 팀을 기반으로 스타트업의 성장과 혁신을 지원합니다. 혼돈과 질서의 경계에서 팀 전체가 창업가처럼 움직이는 팀프레너십(Team-entrepreneurship)을 통해 세상에 혁신적인 변화를 만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