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imicle 시리즈] 팀프레너십: 판을 바꾸는 팀은 어떻게 설계되는가
1. 똑똑한 사람들이 모였는데 왜 우리 팀은 제자리일까?
팀-앙트러프레너십을 대학에서 교육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내가 팀으로 혁신을 일으키는 교육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한 스타트업 대표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저희 팀원들 모두 학력도 실력도 좋고, 이전 회사에서 인정받던 사람들이에요. 근데 이상하게... 우리 팀은 계속 제자리예요. 왜 그럴까요?"
이 말이 스타트업에 더 팀-앙트러프레너십을 전파해야겠다고 의지를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나는 그분에게 물었다. “팀이 지난 3개월간 함께 배운 게 뭔가요?”
"각자 맡은 일은 잘 배워가는데... 팀이 뭘 배웠는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네요."
유능한 개인들이 모여도 팀은 무기력할 수 있다.
(실상 유능한 개인이 모일 수록 팀은 무기력 하다…)
스타트업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우리 팀원들, 사람은 정말 좋아요.”
“다들 똑똑하고 열심히 해요.”
"그런데 뭔가... 계속 삐걱거려요."
이 말 속엔 하나의 거대한 착각이 숨어 있다. 팀의 성과 = 개인 능력의 합이라는 착각 말이다.
MIT의 조직연구팀이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동일한 난이도의 문제를 개인에게 주고, 또 팀에게 줬다. 결과는? 팀의 평균 IQ가 개인보다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절반 이상의 팀이 개인 한 사람보다 못한 성과를 냈다.
왜일까?
팀에는 개인에게 없는 '변수'가 있었다. 누가 발언하는가, 누가 결정하는가, 의견 충돌 시 어떻게 조정하는가, 실패했을 때 누가 책임지는가. 이런 '작동 방식'이 정해지지 않은 팀은 구성원의 능력을 오히려 상쇄시켰다.
당신의 팀도 그렇지 않은가? 회의 때마다 같은 사람만 말하고, 결론은 늘 대표 의견으로 수렴되고, 팀원들은 "어차피 그렇게 될 거"라며 침묵한다. 똑똑한 사람들이 점점 멍청해지는 팀. 그게 바로 시스템 없는 팀의 증상이다.
팀은 감정이 아니라 구조로 작동한다.
(여전히 많은 팀은 감정와 정서로 많은 부분 작동하고 있다…)
많은 대표들이 팀 문제를 이렇게 해결하려 한다.
“팀빌딩 한 번 갈까?”
“회식 자주 하면 나아지겠지.”
“더 좋은 사람 뽑자.”
물론 관계는 중요하다. 하지만 관계 '만'으로는 부족하다.
Y Combinator의 파트너들은 이렇게 조언한다.
"시스템이 실제로 깨져서 도저히 돌아가지 않을 때만 사람을 뽑아라."
왜일까? 준비되지 않은 팀에 사람을 추가하는 건 고장 난 엔진에 고급 연료를 넣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혼란의 규모만 커진다.
진짜 필요한 건 '더 좋은 사람'이 아니라 '제대로 된 팀 운영 체제(Team OS)'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 팀에 이런 질문을 던져보라.
- 중요한 결정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내리는가?
- 의견이 엇갈릴 때 어떻게 조율하는가?
- 실패했을 때 우리는 무엇을 먼저 확인하는가?
- 새로운 가설을 실험할 수 있는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가?
즉답할 수 없다면, 당신의 팀은 시스템이 아니라 '운'과 ‘호의’로 버티고 있는 상태다.
운은 언젠가 바닥나고, 호의는 반드시 소진된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착각이 팀을 죽인다.
(좋은게 좋은게 아니다…)
스타트업 CEO 중에 이런 분들이 있다.
“우리 팀은 화목해요. 다들 착하고, 갈등도 없어요.”
내가 그런 말을 들으면 오히려 걱정이 된다. 왜냐하면 갈등이 없는 팀은 생각이 없는 팀이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투자자 벤 호로위츠(Ben Horowitz)는 이렇게 말했다.
"좋은 팀은 서로 좋아하는 팀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면서도 치열하게 부딪칠 수 있는 팀이다."
생각해보라. 시장은 예측 불가능하고,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모두가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대표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는 팀이, 과연 시장을 뚫어낼 수 있을까?
진짜 강한 팀은 "착한 팀"이 아니라 "건강하게 충돌하는 팀"이다. 서로 다른 관점이 맞부딪히고, 그 마찰 속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터져 나오는 팀. 그게 혁신을 만드는 팀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구조가 필요하다. 충돌해도 안전한 심리적 장치,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문화적 규칙, 그리고 그 충돌을 생산적으로 만드는 의사결정 시스템.
시스템 없는 팀에서 일어나는 일
(시스템이 없이 어떻게 일할 수 있지???)
내가 초기 멤버로 있던 어느 스타트업 이야기다.
스타트업 전체가 작은 팀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제품 방향을 놓고 모두 모여 회의를 했다. 각자 생각이 달랐다. 마케팅 리드는 A를, 개발 리드는 B를 주장했다. 대표는 들은 척하다가 결국 C를 선택했다. 아무도 동의하지 않은 C를.
회의 후 복도에서 마케팅 리드가 내게 속삭였다.
“어차피 대표님 마음대로 할 거면서 왜 의견을 물어보는 거야?”
3개월 후, 그는 회사를 떠났다.
이게 시스템 없는 팀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유능한 사람이 점점 수동적으로 변하고, 결국 떠난다. 남은 건 대표 혼자다. 그리고 대표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요즘 사람들은 왜 이렇게 주인의식이 없을까?”
주인의식의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의 문제다.
팀은 설계의 대상이다.
(팀이야 말로 고도의 artifact 여서 고도의 설계 대상이다…)
피터 센게(Peter Senge)는 그의 명저 『제5경영(The Fifth Discipline)』에서 팀 러닝(Team Learning)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팀 러닝이란 개인이 각자 학습하는 게 아니라, 팀 전체가 하나의 학습 단위로 작동하는 것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군가를 탓하는 게 아니라, "우리 시스템의 어느 부분이 이 문제를 만들었나?"를 묻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스템 사고(Systems Thinking)다.
시스템 사고가 이식된 팀은 다르게 움직인다.
- 실패했을 때: "누구 잘못이지?" → "무엇을 배웠지?"
- 의견 충돌 시: "누가 맞지?" → "어떻게 합치지?"
- 새 문제 발생: "누가 해결하지?" → "우리가 어떻게 풀지?"
팀을 설계한다는 것은 구성원을 통제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각자의 에너지가 증발하지 않고, 한 방향으로 모이는 최소한의 정교한 그릇을 만드는 것이다.
당신의 팀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이 글을 읽는 대표님께 묻고 싶다.
당신의 팀은 지금 ‘사람의 집합’인가, 아니면 ‘작동하는 시스템’인가?
이 글을 읽는 멤버들에게도 묻고 싶다.
당신은 지금 ‘시키는 일 잘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이 회사의 방향을 함께 만드는 사람’인가?
만약 전자라면, 괜찮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거기서 시작한다. 중요한 건 그걸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 팀에는 아직 시스템이 없다."
이 문장을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설계의 첫 단추가 시작된다.
다음 글 예고:
대부분의 팀은 "우리는 협업을 잘해"라고 말하지만, 그건 단지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있을 뿐이다. '팀이 있다'와 '팀프레너십'은 왜 차원이 다른 이야기인지, 그 결정적 차이를 다음 편에서 다룬다.
💬 이 글을 팀과 함께 읽으셨나요?
다음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해보세요.
CEO에게: "우리 팀의 의사결정 방식, 솔직히 어떻게 생각하세요?"
팀원에게: "나는 이 회사의 방향을 함께 만들고 있다고 느끼나요?"
불편하지만, 이 대화가 시작입니다.
📚 함께 보면 좋은 리소스
- Sam Altman, “Startup Playbook - Hiring & Managing”: 왜 사람을 뽑는 것이 팀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는가
http://playbook.samaltman.com/#hiring
- HBR, “Why You Need Systems Thinking Now”: 복잡한 문제를 시스템 관점으로 접근하는 4단계 프레임워크
https://hbr.org/2025/09/why-you-need-systems-thinking-now
- MIT Human Dynamics Lab: 똑똑한 개인이 모여도 왜 멍청한 팀이 되는가 (집단지성 연구)
https://www.media.mit.edu/groups/human-dynamics/overview/
글쓴이: Tiimicle (티미클)
좋은 아이디어보다 좋은 팀이 먼저입니다. 스타트업의 성패는 비즈니스 모델보다 '팀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건강한 팀을 기반으로 스타트업의 성장과 혁신을 지원합니다. 혼돈과 질서의 경계에서 팀 전체가 창업가처럼 움직이는 팀프레너십(Team-entrepreneurship)을 통해 세상에 혁신적인 변화를 만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