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트렌드
취향의 파편화 시대, 당신의 브랜드는 누구를 향해 있는가?

취향을 숨기던 나라에서, 취향이 경쟁력이 되기까지

 

'모나미 룩'을 아시나요?

 

검정 재킷에 흰색 티셔츠, 일자로 떨어지는 검정 슬랙스에 깔끔한 컨버스. 조금 더 멋을 낸다면 나이키 덩크 정도로 포인트를 준 스타일입니다. 마치 흰색 몸통에 검정 뚜껑을 덮은 볼펜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자, 한국의 대표적인 출근룩입니다. 

과거 일본의 비즈니스맨들도 넥타이 색깔마저 통일하며 '튀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던 시대가 있었죠.

이제 한국의 기업 문화에서는 비즈니스 캐주얼을 수용하면서 '화이트칼라' 군단 대신 '모나미' 군단을 탄생시켰습니다.

모나미룩, 클론 예시(출처=인스타그램)

모나미룩, 클론 예시(출처=인스타그램)

우리는 왜 튀면 안 되는 삶을 살았을까요?

 

'남들과 다르면 틀린 것'이라는 암묵적 합의 때문이었습니다. 이웃 나라 일본 역시 전체주의적 성향이 강했지만, 그들은 일찍이 '오타쿠 문화'가 발달하며 대중 속에 섞이면서도 각자의 취향을 깊게 파고드는 마니아 층이 존재했습니다. 어쩌면 과거 일본 패션이 다양성 측면에서 한국보다 앞서 보였던 이유는, 장인 정신을 존중하고 취향을 파고드는 소비자들이 일찍부터 존재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반면 한국은 참 바쁜 나라였습니다. 압축 성장의 과정에서 사회적 여유가 부족했던 우리는 고유의 문화를 가꾸기보다 외래문화를 빠르게 흡수했고, 백화점이 제안하는 트렌드나 "옆집 아저씨가 입었는데 싸고 예쁘더라" 식의 소비에 익숙해졌습니다. 취향마저 '효율'과 '눈치'의 영역에 있었던 셈입니다.

 

1세대 쇼핑몰에서 브랜드의 시대로

 

아보키, 스타일난다 같은 1세대 쇼핑몰을 기억하시나요? 당시 패션은 디자인보다 '코디'와 '판매'의 영역이었습니다. 동대문이라는 거대한 인프라 위에서 누가 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잘 파느냐가 관건이었죠. 

하지만 쇼핑몰들이 자체 제작(PB) 상품을 만들며 '브랜드'라는 개념이 싹트기 시작했고, 이제 시장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물론, 제가 언급하는 브랜드의 개념은 기존에 패션학과를 나와 런웨이를 하고, 홀세일을 통해 오프라인 유통확장을 하던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온라인 커머스 상의 이야기입니다.

더 이상 하나의 쇼핑몰, 하나의 거대 브랜드가 트렌드를 독점하지 않습니다. 명품 컬렉션이나 오뜨꾸뛰르가 주도하던 흐름은 서브컬처와 스트릿 브랜드로 넘어왔습니다. 힙합, 락, 일렉트로닉 등 음악 장르가 나뉘듯 패션의 취향도 확고해졌습니다. 

이제 옷차림만으로 "너는 옷을 못 입어"라고 섣불리 평가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모나미 룩을 입은 그분도, 사실은 미니멀리즘이라는 확고한 패션 철학을 표현하고 있는 것일지 모르니까요.

 

변하지 않은 파이, 이동한 돈

 

여기서 우리는 냉정한 현실을 마주해야 합니다. 무신사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수백억 매출을 올리는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쏟아져 나오는 동안, 전체 패션 시장의 규모는 어땠을까요? 최근 3년간 패션 시장의 전체 파이는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그 많은 매출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통계는 명확한 이동을 보여줍니다. 예를들어, 전통적인 ‘남성복’이라 불렸던 정장 시장은 축소되었지만, 캐주얼과 스포츠 시장은 거대해졌습니다. 즉, 남성들의 의류 소비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회사 갈 때 의무적으로 사던 옷'에서 '나의 취향을 위해 사고 싶은 옷'으로 지갑을 여는 카테고리가 이동한 것입니다.

약 6~7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야"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경제적 성장을 이룬 기성세대 덕분에 현세대는 라이프 스타일을 즐길 여유를 갖게 되었고, 남을 포용하는 사회적 성숙함이 생긴거죠. 

이러한 '취향의 존중'은 획일화된 정장 시장을 무너뜨리고, 수천 개의 취향이 공존하는 파편화된 시장을 만든 것입니다.

 

취향 파편화 시대의 생존법: 뾰족한 페르소나

 

취향이 파편화될수록 브랜드의 방향성은 더 뚜렷해져야 합니다. 아니, 날카로워져야 합니다.

스포츠 시장을 예로 들어봅시다. 나이키라는 거인이 존재하지만, 요가 하는 사람은 룰루레몬을 입고, 러닝에 진심인 사람은 호카나 온을 신습니다. 이들은 '모두'에게 팔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의 삶을 투영할 수 있는 확실한 누군가를 공략합니다.

브랜드에는 '페르소나(Persona)'가 필요합니다. 페르소나는 내 브랜드를 사용할 가상의 인물이자, 브랜드가 꿈꾸는 이상향입니다. 취향이 파편화된 지금이야말로 페르소나 전략이 빛을 발할 때입니다. 타겟이 구체적일수록, 그들의 직업, 사는 곳, 즐기는 취미가 디테일할수록 상품과 메시지는 견고해집니다.

 

결국, 좋은 고객에게 집중하는 것

 

좋은 고객이란 참 모호한 단어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우리에게 매출을 만들어주는 고객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얼리어답터라고 불리는 초기 충성 고객들의 특성 중 하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행위를 많이 합니다. 브랜드를 전파하는 사람들도 결국은 신규 고객을 유입하며 매출로 전환해주는 고객이죠. 자주 방문하고 구매하지 않아도, 신중한 결정을 내리고 싶을 뿐 매출이 되지 않는 고객은 아니죠. 다수의 명품 브랜드가 ‘클라이언트텔링(Client Telling)’에 집착하는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10,000명의 고객을 관리하기보다는, 이미 구매한/혹은 구매할 만한 우리의 고객을 알아보고 작은 1,000명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전략이죠. 지난 글에서 글로벌 진출을 위해선 내수 시장의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맥락은 오늘 이야기한 '취향의 파편화'와 이어집니다.

“지금 우리 브랜드는 누구를 보고 있나요?“

불특정 다수의 대중인가요, 아니면 우리의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지지해 줄 '단 한 명의 페르소나'인가요? 취향이 존중받는 이 시대에 살아남는 법은 역설으로 '타겟을 좁히는 것'입니다.

내가 만든 페르소나와 실제 우리 물건을 사는 고객 사이의 거리, 그 거리를 좁히는 것, 그것이 취향 파편화 시대에 우리가 '고객'에게 집중해야 하는 이유이자 글로벌 브랜드로 나아가는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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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관 버클(VIRCLE) · C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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