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더가 집에서도 CEO처럼 굴 때 생기는 참사
회사에서는 빠른 결정, 명확한 지시,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이게 좋은 파운더 라면 추구해야 할 미덕이다. 문제는 이 모드를 집에서도 끄지 못할 때인데,
파운더가 집에서 무너지는 순간은 스타트업 성공 방식을 그대로 집으로 가져올 때다.
1️⃣ 문제 해결 본능이 관계를 망가뜨릴 때
“이 문제의 원인은 뭐고, 다음 액션은 뭔가?” 라는 문장만 수백 수천번을 스타트업 대표님들께 외치다보니, 자연스럽게 집에 돌아와서도,
- “그건 이렇게 하는 게 더 효율적이잖아.”
- “왜 감정적으로 얘기해?”
- “결론이 뭐야?”
- “이건 나중에 얘기하자. 지금 너무 비생산적이야.”
등 집에서 CEO처럼 굴기 시작하더라.
회사에선 유능함으로 비춰지는 효율성, 정리, 우선순위화 등의 개념들이 이상하리 만큼, 결혼 초기 가정과 아내에겐 잘 적용되지 않았다. 나중에 알았다. 적용되지 않고 있었음을. 이대로 가면 정말 큰일이 날것 같았다. 근데 더 큰 문제는 이런 습성이 집에서 뿐만 아니라, 카페에서 만나는 바리스타에서 부터, 부모님에게 까지, 거의 모든 타인과의 관계들에도 전염됐고 매우 불필요한 감정적인 Friction들을 만들어 결론적으로 생산성에도 악영향을 끼쳤다는 점이다.
2️⃣ 가정은 팀이 아니라 안식처다 - 역할 혼동을 멈추자.
“오늘 하루가 너무 힘들었어.” 라는 배우자의 말에 모두다 한번쯤은 이렇게 반응했으리라.
“왜 힘들었는데?”, “나도 힘들어”, “그럼 다음엔 이렇게 해보는 게 낫지 않아?”
하지만 한가지 명심해야 할 부분은, 남녀, T/F를 막론하고 이런 류 대화의 목적은 해결(solution) 이 아니라 제일먼저 공감(validation) 이다는 점이다. 가정에서 대부분의 대화는 문제를 없애기 위한 게 아니라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확인을 위한 것이라 그저 고개를 끄덕여주는것 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다.
애써 일과중에 이미 소진된 Decision-making 에너지를 배우자의 문제를 풀어주기 위해 할당하지 않아도 배우자는 당신에게 충분히 위로 받을수 있다.
좀더 들어가서, 많은 파운더들이 무의식적으로 가정을 아래로 볼텐데,
- 배우자 = 나를 지지해야 하는, 함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파트너
- 아이 = 잘 성장해야 하는 장기 프로젝트
- 집 =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인프라
이 관점 자체가 틀리다라는 것 보다, 역할의 방향에 대해서 짚고 싶다.
회사는 개인이 조직을 위해 존재한다.
반면, 가정은 관계가 개인들을 살리는 구조에 더 가깝다.
나아가 CEO는 ‘누가 뭐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무엇이 개선되어야 하는지’, ‘지금 이 선택이 최적인지’ 등 늘 평가했던 습성을 가정 대입한다. 그렇게 우리 가정에 평가가 들어오는 순간, 바쁜 당신에게는 차마 얘기 못하겠지만, 가족은 내심 본인이 ‘성과가 있을 때만 환영받는 존재구나’ 라는 생각을 뿌리깊이 하게 된다. 이는 굉장히 위험한 문화다.
가정의 하나의 기둥인 당신에게 심리적 안전감이 무너지면 그 가정 문화는 늘 방어적으로 변한다.
집에 성과 주의적 문화가 자리잡게 되면, 그 공간에서 아무도 솔직해지지 않는다는 너무나 뼈아픈 현상이 발생한다.
3️⃣ CEO 모드를 끄지 못하면, 결국 회사도 잃어요.
스타트업들을 만나면서 아이러니한 사실 하나는, 집에서 CEO 모드를 못 끄는 파운더일수록 회사에서도 오래 못 간다는 점이다. 사람은 완전히 평가받지 않는 공간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 잘못 말해도 되고, 무기력해도 되고, 아무 성과가 없어도 괜찮은곳. 이런 공간이 있어야 다시 제대로 CEO 모드로 돌아갈 에너지가 생기는데, 집에서조차 늘 판단하고, 정리하고, 결정하고 있다면 그렇게 판단한 기준과, 정리한 습성들이 그대로 파운더 당신에게 돌아온다. 이렇게 되면 집에서도 일터에서도 만성 각성 상태로 번아웃에 매우 빠르게 노출될수 있다.
우리 현대인들을 대부분 부교감신경이 작동할 틈을 주지 않아서, 감정 둔감, 공감 능력 저하, 번아웃, 그리고 어느 날 찾아오는 공허함에 매우 취약하다. 게다가 이 상태의 CEO는 조직에도, 가정에도 좋은 리더가 될수 없다.
좋은 파운더가 언제 결정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성숙한 배우자와 부모라면, 언제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지 아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파운더여, 집에서는 리더십도, 판단도, 전략도 필요 없다.
그저 들어주고, 같이 느끼고, 아무 쓸모가 없어도 괜찮은 사람이면 충분하다.
성과만 쫓는 CEO의 정체성은 집 문 앞에서 내려놓자. 이제 문을 열고 가정에 들어가 당신의 존재로만 온전히 그들의 마음을 채워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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