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홈페이지 About Us에 적힌 거창한 문장들. 직원도 고객도 투자자도 읽다가 스크롤 내린다. 그런데 진짜 웃긴 건, 세계 최고 기업들은 이걸 목숨 걸고 지킨다는 거다.
코카콜라의 미션을 아시는가? "정신과 육체와 영혼을 상쾌하게 하는 것"이란다. 하는 일은? 탄산수에 화학물질 녹여서 파는 거다. 테슬라?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자"라면서 정작 파는 건 차다. 파타고니아는 아예 "우리 행성을 구하자"인데, 실제론 등산복 판다.
이쯤 되면 미션이라는 게 대체 뭔가 싶다. 그냥 마케팅용 립서비스 아닌가?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다. 칸 아카데미, TOMS 신발, 덕덕고(DuckDuckGo) 같은 회사들은 이 '허황된 문장'을 진심으로 믿고, 진짜 그대로 실행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미친 듯이 사랑한다.
1. "미션"이라는 단어의 정체성 혼란
• 한쪽에선 "미션"을 선교사(missionary)처럼 해석한다. 우리보다 큰 대의, 세상을 위한 것.
• 다른 쪽에선 그냥 군사 작전처럼 "당장의 실행 목표"로 본다. 스타트렉의 "5년간의 미션: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라" 같은 거다.
• 페덱스는 아예 대놓고 "주주들에게 우월한 재무적 수익을 안겨주는 것"이 미션이라고 써놨다. 솔직한 건 인정. 근데 이걸 보고 "와, 나도 저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 할 사람이 있을까?
2. 용어 정리 — 이게 진짜 핵심이다
저자는 뒤죽박죽인 개념을 세 가지로 깔끔하게 정리한다.
• Purpose (목적): "왜 존재하는가?" 우리보다 큰 세상의 변화. 칸 아카데미의 "누구나 어디서나 세계 최고 수준의 무료 교육을"이 딱 이거다. 영원히 100% 달성은 못 하지만, 나침반 역할을 한다. 경쟁사가 같은 목적을 가져도 화나지 않는다. 오히려 동지다.
• N-year Vision (N년 비전): 구체적으로 뭘 만들 건지, 누구를 위한 건지, 우리만의 차별점은 뭔지. 테슬라 초기 비전은 "미국 부자들을 위한 최초의 고성능 배터리 스포츠카"였다. 거창하지 않다. 대신 명확하다.
• Next Milestone (다음 이정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 "6개월 안에 유료 고객 20명"처럼 객관적으로 달성 여부를 알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드디어 숫자가 등장한다.
3. Purpose-driven vs Purpose-derived — 처음부터 거창할 필요 없다
여기서 좀 위로가 되는 얘기가 나온다.
• Purpose-driven: 처음부터 목적이 1순위. 매출 깎여도, 시장점유율 떨어져도 목적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회사.
• Purpose-derived: 목적이 있긴 한데, 성공의 부산물에 가깝다. 대부분의 회사가 솔직히 여기 해당한다.
애플도 처음엔 그냥 컴퓨터 덕후들한테 컴퓨터 파는 회사였다. "Think Different" 캠페인? 창업 후 21년이나 지나서 나왔다. 사이먼 사이넥이 "Start with Why"라고 했지만, 애플은 사실 Why로 시작 안 했다. 그런데 결국 거기에 도달했고, 우리가 기억하는 건 그 "왜"다.
4. About Us 페이지에 멋진 문장 붙인다고 되는 게 아니다
• 진짜 Purpose는 우리가 세상에 어떤 차이를 만들 수 있는지 알아내고, 그걸 전략과 목표와 일상 업무에 녹여야 생긴다. • 저자 본인도 두 회사를 창업했는데, 둘 다 처음엔 거창한 목적 없이 시작했다. 그냥 문제 해결하고 싶었다. 근데 하다 보니 Purpose가 생겼고, 그게 회사를 지탱하는 힘이 됐다.
저자의 마지막 문장이 꽤 찔린다. "우리 시대엔 선한 일을 하면서 동시에 부자가 되는 게 가능하다. 둘 다 이루길 바란다."
솔직히, 스타트업 초기엔 미션이고 비전이고 생각할 여유가 없다. 당장 다음 달 월급 걱정하는데 "우리의 목적"을 고민하라고? 그건 맞다.
근데 언젠가 "우리가 왜 이걸 하고 있지?"라는 질문이 찾아온다. 새벽 3시에 버그 고치다가, 투자자한테 까이고 나서, 핵심 직원이 퇴사할 때. 그때 "돈 벌려고"밖에 답이 없으면, 생각보다 오래 못 버틴다.
21년 걸려도 된다. 애플도 그랬으니까. 중요한 건 언젠가 그 질문에 진심으로 답할 수 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