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Growth Unhinged에 게재된 “What’s working in SaaS pricing right now“라는 글을 통해 SaaS 가격 책정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통찰을 얻었습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상위 500개 SaaS 기업에서 1,800개 이상의 가격 패키지 변경이 포착되었는데, 그중 가장 눈에 띄는 트렌드는 크레딧 모델의 폭발적인 성장입니다. 2024년 말 35개였던 크레딧 모델 도입 기업은 2025년 79개로 늘어나며 126%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Figma, HubSpot, Salesforce 같은 선도 기업들이 앞다투어 크레딧 모델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왜 이토록 많은 SaaS 기업이 크레딧 모델로 전환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초기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이 트렌드를 어떻게 자신의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해당 기사의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크레딧 모델의 현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크레딧 모델은 고객이 크레딧을 미리 구매해두고, AI 기능이나 서비스를 사용할 때마다 정해진 단위만큼 차감하는 방식입니다. 사용량 기반 요금제의 한 형태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크레딧 모델의 부상: 왜 지금인가?
크레딧 모델이 급부상한 이유는 AI 기반 제품이 직면한 유닛 이코노믹스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사용자 수 기반 라이선스는 계정 수에 따라 비용을 청구하지만, AI 제품은 사용자 수와 실제 발생 비용 간의 상관관계가 약합니다. 한 사용자가 AI를 1회 사용하든 1,000회 사용하든 동일한 계정 비용을 내게 되면, 서비스 공급자 입장에서는 인프라 비용 폭증의 위험에 노출됩니다. 반면 순수 사용량 기반 요금제는 고객 입장에서 매달 청구액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부담이 큽니다. 크레딧 모델은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합니다. 공급자에게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마진 확보의 기초를 제공하고, 고객에게는 기존 라이선스 방식과 유사한 예측 가능성을 부여합니다.
크레딧은 제품 사용에 대한 단순 비용과 최종 결과물에 대한 비용 사이의 중간 지점에 위치합니다. 기존의 사용자 기반 모델보다 투명한데, 이는 제품 내에서 어떤 활동이 일어나는지 명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순수한 결과물 기반 모델보다는 시스템을 구현하고 측정하기가 쉽습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크레딧은 AI 시대의 가격 책정에서 가장 매력적인 옵션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크레딧 모델 구현 전 4가지 핵심 질문
크레딧 모델을 도입하기 전 다음의 4가지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아야 합니다. 첫째, 크레딧의 가치는 무엇이며 규모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가? 가장 간단한 접근은 달러와 크레딧을 1:1 수준으로 맞추는 것입니다. Lindy는 월 50달러에 5,000 크레딧을 제공하여 100 크레딧당 1달러의 가치를 부여합니다. 이는 고객이 계산하기 매우 쉽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대량 구매 할인을 도입합니다. Clay는 134달러에 2,000 크레딧(개당 0.067달러)을, 720달러에 50,000 크레딧(개당 0.014달러)을 제공하는 식입니다.
둘째, 크레딧으로 무엇을 살 수 있는가? 일부 크레딧 시스템은 극도로 단순합니다. Audible의 크레딧 1개는 오디오북 1권과 같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SaaS 제품은 더 복잡합니다. Clay의 크레딧으로는 기업 정보 조회, LinkedIn 스크래핑, 이메일 보정 등 수십 가지 기능을 구매할 수 있으며 기능마다 차감되는 크레딧이 다릅니다. Lovable 역시 간단한 디자인 수정, 인증 기능 추가, 전체 랜딩 페이지 구축 등에 각기 다른 비용을 책정합니다. 이러한 복잡성은 공급자에게 유연성과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레버리지를 제공하지만, 고객에게는 이용 과정을 번거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셋째, 크레딧이 가치 사슬의 어디에 위치하는가? Fireworks AI는 가치 사슬의 시작점인 인프라 단계에 위치합니다. 기본적으로 LLM 토큰을 구매하는 것과 같습니다. 반면 리플라이 같은 회사는 가치 사슬의 끝단에 있습니다. 이들은 연간 계약을 통해 비즈니스 결과물에 가까운 가치를 판매합니다. 크레딧이 이 스펙트럼의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고객이 체감하는 가치와 ROI 평가 방식이 달라집니다. 결과물에 가까울수록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 쉽지만, 공급자가 결과에 대해 더 큰 책임을 져야 합니다.
넷째, 크레딧 시스템이 고객 친화적인가 아니면 공급자 친화적인가? 남은 크레딧이 다음 달로 이월되는지, 사용자별이 아닌 조직 단위로 통합 관리되는지, 추가 크레딧 구매 절차가 간편한지 등의 정책이 크레딧 모델의 고객 친화도를 결정합니다.
4가지 크레딧 구현 프레임워크
실제 SaaS 기업들이 크레딧 모델을 구현하는 방식을 분석해 보면 다음의 2x2 매트릭스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 매트릭스는 두 가지 변수를 기반으로 합니다.
- 크레딧 정책이 고객에게 얼마나 유연한가 (예: 이월 여부, 계정 통합, 추가 충전 방식)
- 크레딧 산정 기준이 비용 기반인가 가치 기반인가 (예: 기능 사용량 대비 과금 vs 결과물 대비 과금)

출처: https://www.growthunhinged.com/p/2025-state-of-saas-pricing-changes
첫 번째: AI 크레딧을 제품 기능으로 제공 (가치 기반, 공급자 친화적)
이 영역의 기업들은 AI를 통해 얻는 결과물을 중심으로 가격을 책정하며, 마진 보호를 위해 사용량을 엄격하게 제한합니다. 크레딧은 모델 내부 로직에 의해 추상화되어 있으며, 자주 초기화되고 이월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AI 기능을 기존 요금제에 번들로 묶어 제공하는 전통적인 SaaS 워크플로우 도구에서 흔히 나타납니다. Adobe, HubSpot이 대표적입니다. 목표는 과도한 운영 비용을 방지하면서 제품의 고착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HubSpot은 AI 기능에 크레딧 모델을 적용합니다. 기본 요금제에서 매월 재설정되는 크레딧 뱅크를 제공하며, 필요시 추가 구매가 가능합니다. HubSpot의 크레딧 차감 수치는 수행되는 작업의 양에 따라 10에서 100 사이로 다양합니다. 이를 통해 HubSpot은 사용자 수나 연락처 수의 제약 없이 수익 성장의 동력을 확보합니다. Adobe 역시 자체 AI 제품인 파이어플라이에서 이 모델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AI 크레딧을 창의적 샌드박스로 제공 (가치 기반, 고객 친화적)
이 기업들은 비용 구조를 철저히 추상화하고 유연성을 극대화하여 제품 사용과 실험, 습관 형성을 유도합니다. 크레딧을 넉넉하게 통합 제공함으로써 사용자가 비용 걱정 없이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Lovable, Replit 같은 AI 네이티브 플랫폼이 주로 해당하며, 초기 마진 확보보다는 성장을 최적화합니다. 사용자의 참여도와 유지율 상승으로 얻는 이익이 비용 변동성보다 클 때 적합한 모델입니다.
세 번째: AI 크레딧을 엔터프라이즈 인프라로 제공 (비용 기반, 공급자 친화적)
이 사분면의 크레딧은 발생 비용을 밀접하게 추적하며, 사용 한도 설정, 부가 서비스(add-ons), 관리자 제어 기능을 통해 엄격하게 관리됩니다. 대개 LLM 서비스 공급자로부터 발생하는 비용을 그대로 고객에게 전달하는 구조이며, 거버넌스 기능을 활용해 마진을 보호하고 사용량을 통제합니다. 주로 사용량 편차가 큰 개발자 도구나 엔터프라이즈 플랫폼에 적합한 모델입니다.
커서(Cursor)의 크레딧은 월간 좌석당 가격의 일부로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API 요율에 따라 청구됩니다. 좌석 기반 모델은 고객이 수용하기 쉽고, 크레딧에 대한 공격적인 가격 책정은 사용 장벽을 제거하여 활발한 제품 이용을 유도합니다. 커서는 사용자가 정해진 한도를 초과할 경우 사용한 만큼 지불하는 종량제(PAYG) 결제를 활성화할 수 있게 하지만, 남은 크레딧의 이월은 허용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일부 고객들 사이에서 불만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네 번째: AI 크레딧을 실무형 유틸리티로 제공 (비용 기반, 고객 친화적)
이 영역에서 크레딧은 서비스 공급자, 특정 작업 또는 데이터 소스와 직접 연결되어 가격 체계가 투명하지만 엄격합니다. 사용량의 변동성을 수용하되 고객이 비용을 명확히 인지하도록 유도합니다. PostHog와 Clay가 여기에 속합니다.
PostHog는 매월 20달러 상당의 무료 크레딧을 제공하여 고객이 AI 기능을 충분히 탐색하게 한 뒤, 본격적인 사용 시 종량제와 선불 요금제를 모두 선택할 수 있게 합니다. 이들은 LLM 원가에 20%의 마진을 붙인다는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선불 요금제 고객에게는 잔여 크레딧의 절반을 다음 계약으로 이월할 수 있게 해줍니다. Clay 역시 전체 가격 모델이 크레딧 기반이며, 크레딧의 가치는 원천 데이터 공급업체의 비용과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실전 가이드
그렇다면 초기 스타트업 창업자는 이러한 프레임워크를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요? 첫째, 자신의 제품이 가치 사슬의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하세요. 인프라 성격의 제품인지, 아니면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주는 제품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인프라에 가까울수록 비용 기반 모델이, 결과물에 가까울수록 가치 기반 모델이 적합합니다.
둘째, 타겟 고객이 선호하는 예측 가능성의 수준을 이해하세요. 엔터프라이즈 고객은 공급자 친화적인 통제 모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개인 사용자나 개발자는 유연한 고객 친화적 모델을 선호합니다.
셋째, 마진 확보와 성장 사이의 균형을 맞추세요. 초기에는 고객 친화적 모델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후, 점차 공급자 친화적인 요소를 추가하며 수익성을 개선하는 전략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Lovable이나 Replit처럼 초기에는 성장에 집중하고 규모가 커짐에 따라 마진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방식입니다.
넷째, 단순함을 유지하세요. 크레딧 모델은 금방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고객이 자신의 사용량과 잔여량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대시보드와 알림을 제공해야 합니다. Lindy처럼 달러와 크레딧의 관계를 명확히 하거나, Audible처럼 크레딧 1개가 갖는 가치를 직관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장에 크레딧 모델이 넘쳐날수록 고객은 결국 다시 단순함을 찾게 될 것입니다. 2025년에는 시장의 무게추가 크레딧 모델로 급격히 기울었지만, 2026년에는 다시 단순함과 예측 가능성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노션, 슬랙, 룸 같은 기업들은 AI 기능을 별도 옵션이 아닌 기본 요금제에 포함하는 번들링 방식으로 선회하고 있습니다. 이는 AI가 프리미엄 기능을 넘어 핵심 제품 역량으로 편입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초기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이러한 변화는 기회이자 도전입니다. 너무 복잡한 크레딧 모델은 고객에게 혼란을 주지만, 변화를 외면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습니다. 핵심은 자신의 비즈니스 특성과 고객의 니즈에 가장 적합한 지점을 찾는 것입니다. 선도 기업들의 사례를 참고하되, 본인의 제품과 시장 위치에 맞게 전략을 수정하고 적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만약 투자유치를 준비하는 AI 스타트업이라면, 새롭게 대두되는 크레딧 기반의 수익모델이 정비됐다면 이를 바탕으로 밸류에이션, 손익 추정 등 정량적 모델링을 다시 검토해 최신 IR 자료에 반영하고 IR 활동에 임해야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코칭이 필요하시다면, 린스프린트 초기 스타트업 코칭 프로그램을 참조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 린스프린트 초기 스타트업 코칭 서비스 : https://leansprint-ir-coaching.lovable.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