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운영
브랜드 인지도 76%인데 왜 안 살까?

 

당신의 브랜드는 ‘유명하기만’ 한가요?
 

단기간에 급성장한 소비재 브랜드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 있습니다. 더 성장하기 위해 시장 카테고리를 넓히는 과정에서 예전만큼 마케팅 효율과 구매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 현상입니다. 흔히 브랜드의 실무자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우리 이름도 알고 광고도 많이 본 것 같은데, 매출은 왜 정체될까?”라는 의문입니다.

 

 

이때 실무자들은 다시 ‘노출 부족’을 탓하며 더 자극적인 비주얼과 대규모 캠페인을 기획합니다. 하지만 인지도가 높은데 이용률이 낮다면, 문제는 ‘노출량’이 아니라 ‘인식의 결함’에 있을 수 있습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기 전에, 데이터가 말하는 진실을 먼저 들여다봐야 합니다.

 


76%의 인지도가 매출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
 

드래프타입 스튜디오와 함께 했던 파트너사 중 하나의 케이스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프리미엄 건강 간편식(HMR) 시장에서 급성장한 G사의 사례입니다. G사는 2030세대를 타깃 소비자로 설정하여 빠르게 성장해왔습니다. 이제 4050세대로 카테고리를 확장하려는 비즈니스 미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G사는 대규모 인플루언서 협업과 퍼포먼스 광고 물량 공세 덕분에 브랜드 인지도가 76%에 달했습니다. 타겟 고객 10명 중 7~8명은 G사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다는 뜻입니다.

 

(설명을 위한 AI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이용 고려(Consideration)’ 단계에서 발견됩니다. G사를 알고 있는 소비자 중 실제 구매를 고민하는 비율은 19%에 불과했습니다. 인지도와 이용률 사이에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이죠. 대중은 G사를 알고 있지만, 정작 본인의 식탁 위에 올릴 음식으로는 선택하지 않고 있습니다. 왜 이런 괴리가 발생했을까요? 우리는 소비자 설문(브랜드 서베이)를 통해 G사가 구축해온 ‘브랜드 이미지 자산’을 실제로 확인하면서 그 이유를 찾아냈습니다.

 


‘힙한 이미지’가 갉아먹은 ‘식품의 본질’
 

데이터 분석 결과, 확장 전략에서 타겟 고객인 4050 세대는 이 카테고리에서 ‘신뢰할 수 있는 원재료(64%)’와 ‘가족에게 먹일 수 있는 안심(52%)’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즉, 식품 브랜드의 본질인 ‘안전과 신뢰’를 가장 중시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G사가 지난 3년간 쌓아온 이미지는 이와 정반대였습니다. G사는 ‘트렌디한(68%)’, ‘패키지가 예쁜(55%)’, ‘힙한(42%)’ 이미지에 자산이 쏠려 있었습니다. 2030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이 ‘힙함’이 먹혔을지 모르지만, 브랜드가 타겟을 확장하려던 4050 주부들에게 ‘너무 힙하고 화려한 광고’는 오히려 독이 되었습니다.


즉, G사의 화려한 광고는 이전 타겟 고객이었던 2030 소비자들에게는 긍정적 이미지 자산을 쌓을 수 있었지만, 4050 소비자들에게 “보기엔 예쁘지만 첨가물이 많을 것 같은”, 혹은 “광고비 때문에 가격만 비싸고 실속은 없을 것 같은”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브랜드가 가진 ‘세련됨’이라는 기존의 자산이, 앞으로 확보하려는 타겟 소비자가 식품에 기대하는 ‘정직함’이라는 본질적 니즈를 정면으로 방해하고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카테고리 확장이라는 비즈니스 미션이 제대로 달성되지 못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예쁜 광고가 구매를 막는 비즈니스 악순환
 

이 사실을 모른채 ‘신뢰’ 이미지가 결핍된 상태에서 광고의 톤앤매너를 더욱 세련되게만 가져갔다면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졌을 겁니다.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이 브랜드가 “너무 상업적, 가벼워 보여서, 젊은 사람들만 먹는 것 같아서” 지갑을 닫고 있는데, 광고는 더 화려한 영상미와 감각적인 연출로 소비자로부터 더욱 더 멀어졌을 겁니다.

 

 

이렇게 되면 광고의 퀄리티가 높아질수록 비즈니스 성과는 하락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합니다. 마케터는 “영상은 잘 뽑혔는데 왜 안 팔리지?”라며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사실은 그 ‘잘 뽑힌 영상’이 구매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었던 셈이죠. 데이터를 보기 전까지 이러한 안타까운 악순환이 지속될 것입니다.

 

 

감이 아닌 ‘간극’을 메우는 크리에이티브
 

결국 성공하는 광고의 본질은 제작자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 케이스에서는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 자산과 소비자의 기대치 사이의 간극(GAP)을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메울 수 있는 최적의 시각 언어를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앞으로 G사가 만들어야 할 광고는 ‘더 멋진 영상’이 아닙니다. 기존 고객인 2030 소비자들을 유지하면서도 4050 소비자들의 결핍, 즉 ‘원재료의 정직함’과 ‘제조 공정의 투명함’을 공학적으로 시각화하여 인식의 격차를 줄이는 광고여야 합니다. 기존에 추구하던 비주얼의 화려함을 다시 점검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고객들이 갈구하는 ‘신뢰’의 요소들을 적절히 배치하는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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