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 선정 #마케팅 #사업전략
창업 8년 차, 다시 시작한다면 프로덕트 개발보다 '데이터'부터 사겠습니다

멋진 프로덕트가 아니라 '팔리는 시장'을 먼저 찾는 순서 (feat. 정부지원금 생존 전략)

 

"대표님, 지원사업 선정됐습니다! N억 들어옵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창업 초기, 정부지원금 선정 소식을 듣고 팀원들과 환호했던 그날 밤을요. 통장에 꽂힐 사업 자본금 마치 우리가 세상을 바꿀 자격을 얻었다는 보증수표처럼 느껴졌습니다.

소중한 자금이 확보되자마자 저는 지체 없이 실행 계획을 세웠습니다. 당시의 저는 그것이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가장 정석적인 길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1. 우리 아이디어를 완벽하게 구현해 줄 실력 있는 개발자를 모셔오고 (높은 인건비)
  2. 시장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세련된 브랜딩/디자인 외주를 맡기고 (용역비)
  3. 앱 런칭과 동시에 트래픽을 확보하기 위해 퍼포먼스 마케팅을 집행했습니다. (광고비)

그리고 1년 뒤, 저는 예상치 못한 거대한 벽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자금(Runway)은 바닥을 드러냈고, 프로덕트는 완성도 높게 출시되었지만, 기대했던 유저들의 반응은 차갑다 못해 싸늘했기 때문입니다.

 

"제품 완성도는 자신 있는데, 왜 시장 반응은 미온적일까?"

그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제가 '시장이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드느라 리소스를 다 써버리는' 전형적인 실패 루트를 밟고 있었다는 사실을요.

창업 9년 차가 되어 회고해보니, 스타트업의 실패는 기술력의 부재가 아니라 '시장 인지(Market Cognition)의 오판'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90%였습니다.

만약 저에게 타임머신을 타고 창업 1년 차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는 개발에 착수하기 전에 '시장의 데이터'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볼 것 같습니다. 단순히 "사람들이 좋아할까?" 정도의 가설이 아니라, 고객의 뇌 구조 속에 우리 제품이 들어갈 '공간'이 있는지를 4가지 차원에서 집요하게 검증할 것입니다.

J커브를 꿈꾸는 후배 창업가분들이 저보다 안전한 길을 가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프로덕트 개발 전 반드시 이해해야 할 4가지 인지(Awareness)의 관문을 깊이 있게 풀어봅니다.

 

 

1. 카테고리 인지도 (Category Awareness)

고객은 '문제(Pain Point)'를 공감하기 전에는 결코 '솔루션'을 사지 않는다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창업가들이 가장 많이 간과하는 '죽음의 구간'입니다. 우리는 흔히 "우리가 경쟁사보다 기능이 더 많고 싸다"고 어필하지만, 이는 고객이 이미 '이 카테고리의 제품이 필요하다'고 인지했을 때나 통하는 이야기입니다.

 

'혁신의 역설'을 주의하십시오 

혁신적인 스타트업일수록, 고객에게는 그 서비스가 '낯선 이방인'일 확률이 높습니다. 창업가는 "이게 미래야!"라고 외치지만, 고객은 "지금도 불편한 거 없는데 굳이?"라고 반응합니다. 이를 마케팅에서는 '심리적 마찰(Mental Friction)'이라고 부릅니다.

초기 '식물성 대체육' 시장이 겪었던 고전이 대표적입니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진짜 고기 같은 식감", "풍부한 육즙"을 강조하며 기술력을 자랑했습니다. 하지만 대중의 머릿속에는 기술에 대한 감탄보다 더 큰 의구심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고기가 아닌데 왜 고기 흉내를 내지?" "콩으로 만든 건데 왜 가격은 소고기만큼 비싸?" "이걸 건강식으로 먹어야 해, 아니면 환경 보호 때문에 먹어야 해?"

즉, 고객은 '어떤 브랜드가 맛있는가'를 고민하는 단계가 아니라, '대체육이라는 카테고리를 내 식탁에 올려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멈춰 있었던 것입니다. 카테고리 자체에 대한 필요성(Why)이 납득되지 않은 상태에서 브랜드의 차별점(What)을 떠드는 것은 소음(Noise)에 불과합니다.

 

초기 '스마트홈(IoT)' 시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원격 제어, 자동화 같은 멋진 기능(Solution)이 쏟아져 나왔지만, 대중은 "그냥 일어나서 스위치 누르면 1초면 되는데, 왜 앱을 켜고 로딩을 기다려야 해?"라는 기존 습관의 관성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 Founder's Insight 

만약 세상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계신다면, 브랜딩이나 기능 개발보다 '시장 검증'이 무조건 선행되어야 합니다.

"잠재 고객들은 이 문제(Pain Point)를 얼마나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가?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꺼이 새로운 방식(Category)을 학습할 준비가 되었는가?"

이 데이터가 긍정적이지 않다면, 당신의 전략은 '제품 개발'이 아니라 '시장 교육(Market Education)'이어야 합니다. 시장의 파이(Pie)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는데 점유율(Share)을 논하는 것은 허상일 수 있습니다.

 


 

2. 제품 인지도 (Product Awareness)

"브랜드는 아는데, 뭘 파는지 모른다"는 건 칭찬이 아니라 경고다

창업계에는 소위 '네임드' 스타트업들이 있습니다. 수십억 투자를 유치했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대표 인터뷰가 공유되며 업계 내 인지도는 하늘을 찌릅니다. 하지만 정작 일반 고객에게 "그래서 그 회사가 정확히 무엇을 파는 곳인가요?"라고 물으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이것이 '브랜드 인지도'와 '제품 인지도'의 치명적인 괴리입니다.

 

'추상적인 비전'의 함정 

특히 플랫폼 비즈니스나 B2B SaaS 기업 창업가들이 자주 빠지는 함정입니다. 우리는 회사의 비전("데이터로 세상을 연결한다", "업무의 미래를 혁신한다")을 고객에게 주입하려 합니다. 물론 멋진 말입니다. 투자자(VC)들은 좋아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장 내 업무가 바쁜 실무자(고객) 입장에서 저 문장들은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는 공허한 말'입니다.

브랜드: "우리는 AI 기반의 초개인화 업무 혁신 플랫폼입니다." 고객: (그래서 이게 내 엑셀 노가다를 줄여준다는 거야, 뭐야?)

브랜딩 영상 조회수가 터져서 유입 트래픽은 늘었는데, 회원가입 전환율(Conversion Rate)이 바닥이라면 100% 이 문제입니다. 고객은 브랜드의 '힙한 이미지'는 소비했지만, "이 제품이 내 삶의 어떤 구체적인 이득(Benefit)을 주는지"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입니다.

 

💡 Founder's Insight 

"우리 회사는 꽤 알려졌으니까 잘 팔릴 거야"라는 생각은 위험한 착각입니다. 고객에게 우리 제품의 '구체적인 효용'을 묻는 서베이를 돌려보십시오.

"이 제품을 당신의 동료에게 소개한다면 뭐라고 말하겠습니까?"

이 질문에 대해 고객들이 "음... 뭔가 좋은 거긴 한데..."라며 머뭇거린다면, 당신의 PMF(Product-Market Fit)는 아직 맞춰지지 않은 것입니다. 비전(Vision)은 투자자에게 파시고, 고객에게는 "클릭 3번으로 야근을 없애드립니다" 같은 구체적인 기능(Feature)과 혜택을 파십시오.

 


 

3. 메시지 인지도 (Message Awareness)

우리만의 언어(Jargon)에 취해 '고객의 언어'를 잃어버리다

창업가는 자식 같은 프로덕트에 24시간, 365일 몰입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반 고객은 이해하기 힘든 '전문가의 언어' 혹은 '공급자의 언어'를 쓰게 됩니다. 그리고 그걸 고객이 알아주길 기대합니다.

 

뇌는 '일관성 없는 정보'를 쓰레기로 취급한다 

더 큰 문제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메시지가 너무 자주 바뀐다는 점입니다. 지난달엔 A 기능을 밀다가 반응이 없으면 이번 달엔 B 기능을 밉니다. 피봇(Pivot)을 할 때마다 마케팅 슬로건도 춤을 춥니다.

1분기: "가장 빠른 배송" 2분기: "가장 저렴한 가격" 3분기: "친환경 물류의 혁신"

창업가 입장에서는 '빠른 태세 전환(Agile)'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고객의 뇌 입장에서 이것은 '신뢰할 수 없는 소음(Noise)'에 불과합니다. 인간의 뇌는 에너지 효율을 위해 일관되지 않은 정보를 장기 기억장치에 저장하지 않고 삭제해 버립니다. 결국 수억 원을 썼지만, 고객의 기억 속에 남은 우리 브랜드의 키워드는 '0개'가 되는 비극이 발생합니다.

 

💡 Founder's Insight 

나이키가 "Just Do It"을 30년 넘게 유지해 온 뚝심, 에이스 침대가 "침대는 과학이다"를 20년 넘게 외친 이유를 곱씹어봐야 합니다.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메시지는 단순하고(Simple), 명확하며(Clear), 무엇보다 지겨울 정도로 반복적(Repeatable)이어야 합니다. "압도적 기술력"이라는 모호한 자랑보다는, "5분 만에 퇴근하세요"처럼 고객의 삶에 와닿는 한 문장을 찾아내고, 그것을 시장이 외울 때까지 반복하십시오.

 


 

4. 브랜드 현저성 (Brand Salience)

전체 1등이 불가능하다면, '그 상황(Context)'의 1등을 노려라

결국 사업의 지속 가능성은 '시장 점유율(Market Share)'과 연결됩니다. 하지만 자본과 인력이 한정된 초기 스타트업이 네이버, 카카오, 쿠팡 같은 골리앗과 전면전을 벌여 이길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상황별 점유율'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바이런 샤프 교수가 말한 '현저성'은 "누가 더 유명한가?"가 아니라 "구매의 결정적 순간에 누가 튀어나오는가?"입니다.

 

 '동네 직거래'라는 맥락을 선점한 당근 

당근(당근마켓)이 처음 나왔을 때, 이미 중고거래 시장은 '중고나라'가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물량과 트래픽으로 당근은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근은 '전국구 택배 거래'라는 거대한 시장 대신, 아주 좁고 구체적인 상황을 파고들었습니다.

"안 쓰는 물건 버리긴 아깝고, 택배 싸기는 귀찮을 때" "동네 인증된 사람과 사기 걱정 없이 거래하고 싶을 때"

이 구체적인 상황(Context)에서만큼은 당근이 압도적 1등이었습니다. 고객들은 '중고거래'를 하러 가는 게 아니라 '당근'을 하러 간다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마케팅에서 말하는 CEP(Category Entry Points, 카테고리 진입점) 전략입니다.

 

💡 Founder's Insight 

경쟁사와의 스펙 비교표(Feature Comparison)를 그리는 것을 멈추십시오. 대신 우리 서비스가 고객의 어떤 상황에 가장 필요한지 시나리오를 써보십시오.

"비 오는 날엔 파전"이라는 공식처럼, 경쟁사가 미처 선점하지 못한 빈틈 상황을 찾아 그곳에 깃발을 꽂으십시오. 10개의 작은 상황에서 1등을 하면, 결국 전체 시장을 흔들 수 있는 팬덤이 생깁니다. 이것이 후발 주자가 시장에 안착하는 유일하고도 가장 확실한 생존 방정식입니다.

 


 

돈은 '감'이 아니라 '팩트(Fact)'를 사는 데 쓰세요

초기 창업가에게 정부지원금이나 시드 투자는 단순한 돈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실패를 늦추고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생명줄(Lifeline)이니까요.

이 소중한 자금을, 오직 대표님의 '가설'을 맹목적으로 실행하는 '개발'과 '마케팅'에만 쏟아붓지 마십시오. 그 가설이 맞는지 ‘검증(Data)'하는 데 먼저 쓰시길 권장드립니다.

개발자 한 명을 한 달 고용할 비용의 1/10만 투자하더라도, 우리 사업이 절벽으로 가고 있는지, 아니면 J커브를 탈 준비가 되었는지 미리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하기 전, 나침반을 점검하듯 '시장 데이터'를 제대로 확인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그 작은 과정이, 어쩌면 1년 뒤 마주할지도 모를 거친 파도(폐업의 위기)를 피하게 해 줄 가장 현명한 투자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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