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기획하는별입니다.
드디어 유닛 이코노믹스와 트랙션에 대한 이야기의 마지막 편입니다. 지난 1~3편을 통해 우리는 ‘고장 나지 않은 엔진(유닛 이코노믹스, 이하 UE)’과 ‘헛바퀴 돌지 않는 속도(트랙션)’를 갖추는 법을 알아봤습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 남았습니다.
“엔진도 멀쩡하고 속도도 나고 있어요. 그럼 우리 성공한 건가요?”
스타트업 씬에서 ‘성공했다’ 혹은 ‘시장에 안착했다’는 것을 흔히 PMF(Product-Market Fit)를 찾았다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이 PMF라는 게 참 모호합니다. 느낌적인 느낌이 아니라, 정확히 언제 PMF를 찾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앞서 배운 두 가지 개념을 통해, 우리 회사의 현재 위치를 정확히 진단하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PMF는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입니다
많은 사람이 PMF를 “고객들이 미친 듯이 우리 제품을 찾는 상태”라는 막연한 ‘현상’으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PMF는 단순히 엔진이 좋거나(Good UE), 속도가 빠른 것(High Traction)만으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두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어야만 비로소 진짜 PMF입니다.

- 조건A : 팔면 팔수록 이익이 남는가? (건강한 엔진)
- 조건B : 고객이 계속해서 우리를 찾는가? (폭발적인 트랙션)
이 두 가지 질문에 모두 “YES”라고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PMF를 찾았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라도 “NO”라면, 아직은 아닙니다.
매출이 같아도 운명은 다릅니다
많은 창업자가 “우리 월매출 5천만원이에요!”라고 자랑합니다.
하지만 투자자가 더 궁금한 것은 아래 두 가지입니다.
“그거 팔아서 남는 거야, 까먹는 거야?” (엔진 체크)
“그 고객들 다음 달에도 살 거야?” (속도 체크)
똑같이 월매출 5천만원인 A사와 B사를 비교해 볼까요?
A사 (온라인 과외 플랫폼)
- 수강생 1명당 진짜 이익(공헌이익) : +3만원
- 월 재등록률 : 15%
→ 엔진은 좋은데 고객이 계속 빠져나감
B사 (할인 식자재 배송)
- 주문 1건당 진짜 이익(공헌이익) : -2천원
- 월 재구매율 : 45%
→ 고객은 몰려드는데 팔수록 적자
핵심 차이
- A사는 마케팅과 제품 개선을 동시에 해도 됩니다. 엔진이 튼튼하니 멈출 필요는 없어요.
- B사는 마케팅을 당장 멈추고 엔진부터 고쳐야 합니다. 지금 달리면 더 빠르게 망해요.
이것이 PMF가 단순한 합격/불합격이 아니라, 두 축의 조합으로 판단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 회사는 지금 어디에 속할까요? 2편에서 알아본 엔진 체크와 3편에서 알아본 속도 체크를 떠올리며, 아래 4가지 유형 중 하나를 찾아보세요.
4가지 유형으로 보는 우리 회사의 현주소
여러분의 현재 상태는 다음 4가지 중 어디에 해당하나요? 냉정하게 판단해 보세요.

Type 1. 밑 빠진 독 : Bad UE x High Traction
- 상태 : 마케팅 돈을 쏟아부어 매출은 오르고 가입자는 늘어나는데, 팔수록 적자 폭이 커지는 상태입니다.
- 진단 : 이건 PMF가 아니라 ‘자선사업’입니다. 고객은 여러분의 제품이 좋아서가 아니라, 싸서(또는 혜택이 좋아서) 쓰는 겁니다. 이것을 ‘가짜 PMF’라고 부릅니다.
- 실제 사례:
- 오늘회(오늘식탁) : 당일 배송으로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만들었지만, 높은 물류비용과 재고 폐기율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후속 투자가 끊기자 서비스 중단이라는 결과를 맞이했죠.
- 부릉(메쉬코리아) : 연 매출 3천억 원을 돌파하며 유니콘을 바라봤지만, 만성적인 영업 적자를 이겨내지 못해 법정관리를 거쳐 매각되었습니다. - 처방 : 지금 당장 멈추세요! 마케팅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가격을 올리거나 원가를 낮추는 수술부터 해야합니다. 지금 엑셀을 밟으면 낭떠러지로 떨어집니다.
Type 2. 숨겨진 보석 : Good UE x Low Traction
- 상태 : 한 명에게 팔면 쏠쏠하게 이익이 남는데, 아직 고객 수가 적어 전체 매출은 작은 상태입니다.
- 진단 : 제품은 훌륭한데 ‘확성기’가 없는 상태입니다.
- 실제사례:
- 무신사 : 2001년 스트릿 패션 커뮤니티로 시작해 소수의 마니아들에게만 알려져 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입점 브랜드 수수료 모델로 건강한 마진을 유지하면서, 충성 고객들의 높은 재구매율을 확인한 뒤 본격적으로 대중화 마케팅에 나섰습니다. - 처방 : 이제 돈을 쓰세요! 엔진이 튼튼하니 겁먹지 말고 마케팅 엑셀을 밟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무작정 마케팅만 쏟아부으면 안 됩니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합니다.
① 리텐션 점검 먼저
- 지금 있는 고객들이 계속 남아있나요? (3편 참조)
- 만약 재등록률/재구매율이 낮다면, 신규 고객을 데려와도 밑 빠진 독이 됩니다.
- 예: 재등록률이 15%라면 → 마케팅하기 전에 “왜 85%가 떠나는가?”부터 파악하세요.
② 채널 실험 후 확장
- 어떤 채널이 우리 제품과 맞는지 소액으로 테스트하세요.
- 인스타그램 광고로 고객 1명 데려오는 데 1만원
- 네이버 블로그 체험단으로 고객 1명 데려오는 데 3천원
→ 가장 효율 좋은 채널을 찾은 뒤 집중 공략하세요.
핵심은 엔진이 좋다고 무작정 엑셀만 밟으면 안 됩니다. 속도계(리텐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가속하되, 멈출 필요는 없습니다.
Type 3. 취미 생활 : Bac UE x Low Traction
- 상태 : 팔아도 돈이 안 남는데, 찾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 진단 : 냉정하게 말해 아직 ‘사업’이 아닙니다.
- 처방 :
- 심폐소생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무작정 피봇하기 전에,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세요.
- 지금 필요한 건 PMF가 아니라, 그 이전 단계인 Problem-Solution Fit(PSF) 점검입니다.
- “우리가 풀려는 문제가 진짜 고객의 문제인가?”, “우리 솔루션이 그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가?”
- 고객 인터뷰 최소 5명 이상 진행하고, MVP로 다시 검증하세요. - 실제 사례:
- 럭키밀(모난돌컴퍼니) : 노코드 툴로 3일 만에 MVP를 만들어 “마감 빵을 싸게 사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를 먼저 검증했습니다. 사람들이 줄을 서는 현상을 확인한 뒤에야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죠.
제품의 컨셉을 완전히 바꾸거나(피봇), 타겟 고객을 다시 정의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Type 4. 위대한 기업 : Good UE x High Traction
- 상태 : 팔면 팔수록 이익이 쌓이고, 고객이 스스로 몰려와서 친구까지 데려옵니다.
- 진단 : 축하합니다. 이것이 바로 진짜 PMF입니다.
- 실제 사례:
- 토스 : 초기에 간편송금 기능 하나로 입소문을 탔습니다. 광고 없이도 사용자가 친구를 초대했고(High Traction), 수수료 모델로 확실한 수익 구조(Good UE)를 만들었죠.
- 당근마켓 : 지역 기반 중고거래라는 명확한 가치 제안으로 재방문율이 높았고, 광고 수익 모델로 건강한 수익 구조를 구축했습니다. - 처방 : 스케일업(Scale-up) 하세요. 이제는 투자금을 크게 유치해서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러 나갈 자격이 충분합니다.
단, 주의하세요. PMF는 한 번 찾으면 영원한 게 아닙니다.
시장이 변하고, 경쟁자가 나타나고, 고객의 기대치가 올라가면서 PMF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초기 얼리어답터(Early Adopter)와 대중 시장(Mass Market) 고객의 니즈는 다릅니다.
대표적인 예로 줌(Zoom)은 코로나 시기에 완벽한 PMF를 보였지만, 팬데믹 이후 사용자 감소와 경쟁 심화로 PMF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금의 PMF를 계속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도 새로운 전쟁입니다.
순서가 틀리면 망합니다
많은 초기창업자가 Type 1(밑 빠진 독) 상태를 Type 4(PMF)로 착각합니다. “일단 사람만 모으면 돈은 나중에 벌리겠지”라는 생각으로 덩치만 키우다 무너집니다.
성공한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이 순서를 지켰습니다.
- 문제 검증 : 먼저 ‘진짜 문제(Problem-Solution Fit)’를 찾는다.
- 내실 다지기 : ‘남는 장사(Good UE)’를 만든다.
- 검증하기 : 소수의 고객에게 ‘진짜 만족(Retention)’을 확인한다.
- 채널 찾기 : 우리 제품과 맞는 마케팅 채널을 실험한다.
- 달리기 : 튼튼한 엔진과 검증된 채널을 믿고 ‘마케팅’을 쏟아부어 ‘폭발적인 트랙션’을 만든다.
PMF를 찾았다는 착각 : 숫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정량적 지표’로 PMF를 진단하는 법을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PMF에는 숫자로 포착되지 않는 ‘정성적 시그널’도 있습니다.
진짜 PMF를 찾았다면, 이런 현상들이 나타납니다.
Sean Ellis Test(숀 엘리스 테스트)
고객에게 물어보세요. “우리 제품이 내일 사라진다면 어떤 기분이 드시겠어요?”
“매우 실망할 것이다”라고 답하는 비율이 40% 이상이면 PMF의 강력한 신호입니다.
언더바운드 인바운드(Unbound Inbound)
우리가 찾아가지 않아도 고객이 먼저 문의합니다.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물어보면 “친구 추천이요” 또는 “검색하다가요”라는 답이 늘어납니다.
NPS(Net Promoter Score)
고객이 자발적으로 우리 제품을 주변에 추천하는가?
“친구에게 우리 서비스를 추천할 의향이 있나요?” (0~10점) 질문에 9~10점을 주는 비율이 높으면 강력한 PMF 신호입니다.
정리하자면,
숫자(리텐션, 매출 성장 등)는 좋은데 이런 정성적 시그널이 약하다면? 아직 진짜 PMF가 아닐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숫자는 작아도 이런 신호들이 강하게 나타난다면, PMF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입니다.
시리즈를 마치며, 세 가지 질문으로 돌아가세요
총 4편에 걸쳐 스타트업의 생존과 성장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자동차 비유부터 영수증 계산, 트랙션 증명, 그리고 PMF 진단까지... 긴 여정을 따라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타트업은 매일매일이 불확실성과의 싸움입니다. “이게 맞나?” 싶은 불안감이 들 때마다, 막연한 느낌이 아닌 구체적인 근거로 판단하세요.
- 나의 엔진(유닛 이코노믹스)은 건강한가?
- 나의 속도(트랙션)는 진짜인가?
- 고객은 진심으로 우리 제품을 원하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숫자로도, 고객의 목소리로도 자신 있게 “YES”라고 답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이미 망하지 않는 길, 아니 위대한 기업으로 가는 길 위에 서 있는 겁니다.
여러분의 엔진이 꺼지지 않고 끝까지 달릴 수 있기를, 그리고 진짜 PMF를 찾아 시장을 장악하는 그날까지 함께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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