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두려워하는 순간, 조직의 성장은 멈춘다
대부분의 사람은 갈등을 피합니다. 하지만 갈등을 두려워하는 순간, 성장은 그 자리에서 멈춥니다. 다행히 모든 갈등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어떤 갈등은 성장을 폭발시키지만, 어떤 갈등은 관계를 좀먹고 실행을 멈추게 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갈등을 어떻게 식별하고 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할 것인가. 이것이 오늘 우리가 마주해야 할 본질입니다.
두 종류의 갈등: 과제 갈등 vs 관계 갈등
우리가 ‘갈등’이라는 단어에서 느끼는 불편함은 당연합니다. 마찰은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평온한 일상을 흔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장은 정지된 호수가 아니라 끊임없이 부딪히며 흐르는 강물 위에서 일어납니다.
심리학자 캐서린 젠(Jehn, 1995)은 갈등을 두 가지 차원으로 명확히 구분했습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방법론과 아이디어를 치열하게 논의하는 '과제 갈등(Task Conflict)'과, 개인의 성향이나 감정적 대립에서 기인하는 '관계 갈등(Relationship Conflict)'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 둘을 혼동한다는 데 있습니다. 아이디어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나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오해하는 순간, 생산적인 토론은 감정적인 싸움으로 변질되고 맙니다.
‘평온한 침묵’이 우리 조직의 성장을 막고 있다.
혹시 오늘도 회의실 문을 나서며 찝찝한 마음을 삼키지는 않았습니까? 분명 팀원의 기획안에 허점이 보였고 이대로라면 결과가 뻔한데도, "고생했어요, 일단 진행해 봅시다"라며 웃어주지는 않았나요? 팀 분위기를 해치기 싫어서, 혹은 까다로운 사람으로 보이기 싫어서 선택한 그 '평온한 침묵'이 사실은 팀의 숨통을 조이고 있습니다.
지금 당신이 처한 상황은 명확합니다. 갈등이 두려워 '과제 갈등'까지 원천 봉쇄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 고요함은 화합이 아니라 '정체'입니다. 리더가 날카로운 피드백을 주지 않으니 팀원들은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당신은 그들의 미흡한 결과물을 수습하느라 정작 본인의 중요한 업무는 손도 못 댄 채 야근을 반복하게 됩니다.
갈등 회피의 대가: 무능한 평판과 인재의 이탈
이대로 가면 당신은 소중한 두 가지를 잃게 됩니다. 첫째는 당신의 평판입니다. 시장은 당신의 '착함'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결과가 참담할 때 사람들은 당신의 인품이 아니라 '무능함'을 손가락질할 것입니다. 둘째는 유능한 인재입니다. 진짜 성장을 원하는 에이스들은 건강한 마찰이 없는 지루한 팀을 가장 먼저 떠납니다. 결국 당신 곁에는 비판 없이 '예스'만 외치는 평범한 사람들만 남게 될 것입니다. 두려움 때문에 갈등을 피했지만, 역설적으로 그 선택이 가장 확실한 실패를 불러오는 셈입니다.
하버드 로스쿨의 조셉 그래니 교수는 성과가 높은 팀은 일반적인 팀에 비해 과제 갈등의 빈도가 3배 높고, 성장 속도는 2.6배 빠르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좋은 팀'이란 갈등이 없는 팀이 아니라, 목적을 위해 기꺼이, 그리고 제대로 부딪힐 줄 아는 팀입니다.
갈등은 장애물이 아니라 에너지다.
갈등은 제거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에너지입니다. 탁월한 리더는 관계를 해치는 감정적 갈등은 최소화하되, 더 나은 결과를 위한 과제 갈등은 의식적으로 장려합니다. 아이디어 때문에 치열하게 다투는 회의실은 살아있는 조직의 증거이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고뇌는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확실한 지표입니다.
실패한 창업자들은 나중에야 후회합니다. "그때 욕을 먹더라도 본질을 따질걸."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당신의 욕구가, 당신을 믿고 인생을 건 팀원들의 미래를 날려버린 것입니다. "이 기능이 정말 유저에게 필요한가?", "이 비용 집행이 최선인가?"라는 질문으로 바닥까지 긁어내야 합니다. 이 불편함을 외면하는 순간 회사는 좀비 기업으로 전락하지만, 이 마찰을 견뎌낸 팀은 비로소 ‘진짜 실력’을 갖춘 대체 불가능한 조직이 됩니다.
갈등과 마찰을 즐겨라
이 원리는 개인의 성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스스로를 향한 '내적 과제 갈등'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정말 최선인가?", "내가 놓치고 있는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마음의 평화를 깨뜨리는 불편한 마찰입니다. 하지만 이 마찰을 피하는 순간, 우리는 익숙함이라는 함정에 빠져 어제와 같은 오늘을 반복하게 됩니다. 자신의 한계를 밀어붙이는 건강한 마찰만이 우리를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립니다.
지금 당신의 삶이 지나치게 고요하다면 경계하십시오. 진정한 성장의 증거는 평온함이 아니라 '건강한 마찰'입니다. 두려움을 뒤로하고 과제 갈등의 한복판으로 뛰어들 때, 우리는 비로소 정체를 끝내고 위대한 진화의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