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략 #운영 #트렌드
쿠팡, 지금은 정말 피할 때가 아닙니다

고객까지 돌아서면 쿠팡의 편에 설 이는 정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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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5년 12월 03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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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이틀 만에 사라진 사과문

 

3,370만 개. 이번에 쿠팡에서 무단 유출된 개인정보 건수로,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그런데 사상 최악의 유출 사태에도 정작 쿠팡 서비스 화면은 평온합니다. 어디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안내를 찾기 어렵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11월 30일 쿠팡 메인 화면에는 박대준 대표 명의의 사과문이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이는 불과 이틀 만에 내려갔습니다. 이제는 공지사항 메뉴를 따로 찾아 들어가야 이번 사태와 관련된 내용을 겨우 볼 수 있는 정도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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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쿠팡의 대처가 진정성이 없고 회피에만 급급하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이에 대해 박대준 대표는 국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사과문만으로는 부족해 별도 이메일로 보다 상세한 내용과 사과문을 발송할 준비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외부에서는 상황을 축소하려는 행보로 읽힐 여지가 큽니다. 매출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죠.

 

쿠팡이 비판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버티기 모드’를 택한 배경에는, 적극 해명·책임보다 침묵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있었을 겁니다. 주식시장 분위기도 이를 거들었습니다. 12월 1일 쿠팡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36% 하락에 그쳤고, 월가에서는 “소비자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냈습니다. 대체 가능한 서비스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 근거였고, 쿠팡도 비슷한 계산 아래 일종의 ‘배짱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고객 집착의 원칙에서 벗어났습니다

 

쿠팡이 이렇게 논란에 오른 게 처음은 아닙니다. 그간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많았지만요. 고개를 숙이는 일은 드물었죠. 김범석 의장은 국회 출석 요구를 여러 차례 피했고요. 필요하면 회사 차원에서 언론과 정면으로 각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최근 ‘택배 사회적 대화’에서도 ‘새벽 배송 금지’ 이슈로 프레임을 바꾸며 여론전을 주도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흐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쿠팡이 항상 당당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객의 압도적 지지’가 있었습니다. 아마존식 ‘고객 가치에 대한 집착’을 이식해 고객 기대를 넘기는 경험을 쌓아 왔고요. 그 힘으로 공급업체·택배기사 등 다른 이해관계자와의 갈등에서도 우위를 점해왔던 거죠.

 

하지만 이번은 다릅니다. 개인정보 유출의 최대 피해자가 고객이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쿠팡 고객 대부분’이 포함될 정도의 규모인데요. 평소 배송·환불에서는 보여주던 속도와 달리 이번 피해 책임과 보상에서는 주저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그 결과 여론도 과거와 달리 쿠팡에 등을 돌리고 있고요.

 

이처럼 고객 지지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대체재가 뚜렷하지 않은 서비스라도 동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카카오가 그 사례죠. ‘대체 불가능한 서비스’인 카카오톡을 갖고도 신뢰를 상실한 이후 브랜드 가치가 약화되며 전방위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까요.

 

더구나 정부 대응도 강경해질 수 있습니다. 이미 ‘영업정지’까지 거론되는 상황입니다. 지금처럼 책임을 미루거나 회피로 비칠 태도를 이어가면, 오히려 강력한 제재를 피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성장이 멈추면 타격이 큽니다

 

그나마 아직까지는 쿠팡의 고객 이탈이 뚜렷하게 확인되진 않았습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벌어지지 않은 셈이죠. 사실 영업정지 같은 극단적 조치가 현실화되지 않는 한, 대규모 이탈로 번질 가능성도 높지 않습니다. 이번 사태 이전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킨 SK텔레콤도 약 50일간 신규 영업이 중지되는 강한 제재를 받았지만, 시장점유율 하락은 1% 내외에 그쳤고, 심지어 이후 다시 회복세를 보였으니까요.

 

문제는 쿠팡의 사업 구조상 ‘작은 이탈’도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막대한 인프라 투자로 압도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규모의 경제로 이익을 내는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거래액 규모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과거의 대규모 적자 국면으로 되돌아갈 위험이 있다는 거죠.

 

그래서 쿠팡에게 매출 감소는 단순한 ‘숫자 하락’이 아니라 그 이상의 리스크를 뜻합니다. 메인 화면의 사과문을 불과 이틀 만에 내린 것도 ‘매일의 주문 수를 지키려는 선택’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지금 쿠팡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합니다. 과거 성장을 이뤘던 공식대로 고객 불만을 ‘속도’로 해소하는 것, 묻지 않고 즉시 환불하고, 피해에는 확실한 보상을 약속·이행하는 그 방식입니다. 책임과 보상을 머뭇거리면 신뢰 훼손은 장기화되고, 한 번 꺼진 성장 엔진은 다시 켜기가 훨씬 어려울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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