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탕비실에서 직원들이 믹스커피를 몇 개씩 주머니에 챙겨 간다. 누가 뭐라 하진 않지만, 괜히 눈치 보이면서도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그 공기. 아주 사소한 행동이지만, 회사와 나 사이의 거리, 그리고 이 조직이 얼마나 단단한지 슬쩍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 믹스커피 몇 개가 회사의 ‘깨진 유리창’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것을 커피믹스에서 수백만원 짜리 커미션이나 억단위 정부과제의 비효율적인 운영으로 바꾸어 생각해보자.
1. 깨진 유리창은 아주 작은 데서 시작된다
깨진유리창의 법칙은 동네 건물 유리창 하나가 깨진 채 방치되면 “여긴 관리 안 되는 곳이구나”라는 신호가 되어 무질서와 범죄가 점점 커진다는 이야기다. 회사도 비슷하다.
누구도 보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쓰는 택시비
“어차피 회사 돈이니까”라고 결제하는 각종 구독료
끝나지 않을 것처럼 유지되는 유령 프로젝트 예산
이런 것들이 쌓이면 “이 정도는 다들 그러니까”라는 분위기가 생기고 비용은 더 이상 ‘관리 대상’이 아니라 당연히 줄줄 새도 괜찮은 것처럼 취급된다.
2. 숫자보다 무서운 것은 태도다
비용관리에서 정말 무서운 것은 금액 자체가 아니라 그 금액을 대하는 조직의 태도다.
1만 원을 허투루 쓰는 조직은 1억도 쉽게 허투루 쓴다.
“작은 돈이니까 넘어가자”가 반복되면 어느 순간 손익계산서 전체가 흐릿해진다.
비용을 아끼자는 말은 결국 “우리의 집중력을 지키자”는 말과 비슷하다.
돈이 새는 구석은 대개 관심이 빠져나간 곳과 겹친다.
3. 깨진 유리창을 고치는 현실적인 방법
깨진 유리창을 고치는 일은 거창한 혁신 프로젝트가 아니어도 된다.
원칙을 한 줄로 정리하기
예: “고객 가치와 무관한 비용은 쓰지 않는다.”
심플하지만, 결제를 누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작은 비용도 드러나게 만들기 팀 회의 때 “이번 달에 새는 비용은 없었는지”를 5분만 점검해도 유리창을 닦는 효과가 있다.
잘 쓴 비용은 공개적으로 칭찬하기
낭비만 잡다 보면 조직이 쪼잔해진다.
매출이나 효율을 분명히 높인 지출은 “이런 건 과감하게 쓰자”라는 좋은 사례로 남겨야 모두가 기준을 배운다.
4. 비용관리는 결국 생존 기술이다
스타트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심지어 개인의 삶에서도 비용관리는 멋없는 절약이 아니라 생존 기술에 가깝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제때 갈아 끼우는 습관은 단순히 돈을 아끼는 차원을 넘어 “우리는 우리 삶과 회사를 제대로 돌보고 있다”는 신호가 된다.
지금 내 조직, 내 통장에는 눈감고 지나친 깨진 유리창이 하나쯤 있지 않은가.
그 유리창을 고치는 순간부터 비용관리는 비로소 ‘통제’가 아니라 ‘성장’의 언어가 된다.
오늘도 수많은 숫자와 영수증 사이에서 조직의 내일을 붙들고 있는 모든 경영자 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