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셋 #커리어 #기타
글을 써야하는 이유 (Paul Graham)

안녕하세요 알렉스입니다.

Y Combinator 창업자 Paul Graham의 에세이 <Putting Ideas into Words> 에세이를 번역했습니다.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Paul Graham, 출처: Accelerationist>

 

아, 그리고 뉴스레터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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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내가 잘 아는 주제라 할지라도, 보통은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줍니다. 머릿속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 작업은 매우 혹독한 과정입니다. 처음에 떠오른 단어들은 대개 틀리기 마련이라, 문장을 완벽하게 다듬기 위해서는 수도 없이 고쳐 쓰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게다가 우리의 생각은 단순히 부정확한 데서 그치지 않고, 내용 자체가 불완전하기도 합니다. 최종적으로 에세이에 담기게 되는 아이디어의 절반은 글을 쓰는 도중에 비로소 떠오르는 것들입니다. 사실, 제가 글을 쓰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일단 글이 세상에 발표되면, 사람들은 '글의 내용이 곧 글을 쓰기 전부터 당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이었다'고 여깁니다. 이것이 당신의 아이디어였고, 이제 그것을 표현했다는 식이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 자신은 압니다. 아이디어를 말로 구체화하는 과정이 본래의 생각을 변화시켰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진정한 시련은 내가 쓴 글을 읽는 순간 찾아옵니다. 우리는 마치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을 전혀 모르고, 오직 내가 적어 놓은 활자만을 접하는 객관적인 독자인 척해야 합니다. 그 독자가 내 글을 읽었을 때, 내용이 정확하고 온전하게 느껴질까요?

노력만 한다면 내 글을 완전히 낯선 타인의 시선으로 읽어낼 수 있으며, 그렇게 했을 때 듣게 되는 평가는 대개 냉혹합니다. 저는 하나의 에세이가 이 '낯선 타인(자신을 뜻함)'을 통과하기까지 수많은 수정 단계를 거칩니다. 하지만 이 타인의 시선은 합리적이기에,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본다면 결국에는 통과해낼 수 있습니다. 그가 "X라는 내용이 빠졌다"거나 "이 문장을 충분히 구체화하지 않았다"며 만족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X를 언급하고 내용을 더 보완해야 합니다. 이제 만족하는가요? 이 과정에서 애써 만든 멋진 문장들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낯선 독자를 만족시키면서도 최대한 좋은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이 정도 이야기는 크게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진부하지 않은 주제에 대해 글을 써보려 노력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신의 생각이 너무나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어 그대로 술술 글로 옮겨지는 사람도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으며, 설령 만난다 해도 그것은 그 사람의 능력보다는 사고의 한계를 보여주는 증거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실제로 이는 영화의 단골 장면이기도 합니다. 어려운 일을 해낼 계획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자세히 묻자 머리를 톡톡 치며 "전부 머릿속에 다 들어있지"라고 말하는 식이죠.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모두 이 말의 의미를 압니다. 기껏해야 그 계획은 모호하고 불완전하며, 어쩌면 계획 전체를 무너뜨릴 치명적인 결함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잘 봐줘도 그것은 단지 '계획을 위한 대략적인 구상'일 뿐입니다.

체계적이고 명확하게 정의된 영역, 예를 들어 체스 같은 분야에서는 머릿속으로 완전한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수학자들 역시 머릿속으로 어느 정도 계산이나 논리를 전개하지만, 일정 길이 이상의 증명은 직접 적어봐야 확신을 갖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형식화된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아이디어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이들이 하는 것은 머릿속으로 아이디어를 '글로 써보는' 행위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어느 정도는 머릿속으로 에세이를 쓸 수 있습니다. 가끔 걷거나 침대에 누워 있다가 최종 원고에 거의 그대로 살아남는 단락을 떠올리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사실 저는 그 순간 이미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글쓰기의 정신적인 작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단지 손가락만 움직이지 않을 뿐이죠.

글로 쓰지 않고도 무언가에 대해 엄청난 지식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지식을 남에게 설명하려 시도할 때, 더 이상 새로 배울 것이 없을 만큼 많이 아는 것이 가능할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저는 제가 잘 아는 두 주제, 즉 리스프 해킹(Lisp hacking)과 스타트업에 대해 글을 썼는데, 두 경우 모두 글쓰기를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두 주제 모두 남에게 설명해야 했을 때 비로소 제가 의식적으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경험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많은 지식은 무의식의 영역에 있으며, 오히려 전문가일수록 초보자보다 무의식적인 지식의 비중이 더 높습니다.

물론 글쓰기가 모든 아이디어를 탐구하는 유일하거나 최고의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건축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실제 건물을 지어보는 것이 가장 좋은 탐구 방법일 것입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다른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아무리 깊이 탐구한다 하더라도, 그것에 대해 글을 씀으로써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디어를 말로 표현하는 것이 반드시 '글쓰기'를 의미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옛 방식대로 말하기를 통해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글쓰기가 훨씬 엄격한 검증의 도구입니다. 글쓰기는 최적의 단어 순서 하나에 집중할 것을 강요합니다. 대화처럼 목소리 톤으로 의미를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말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듭니다.

저는 에세이 한 편을 쓰는 데 종종 2주를 투자하고 초안을 50번이나 다시 읽습니다. 만약 대화에서 이렇게 한다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물론 게으르다면 글쓰기든 말하기든 제대로 된 결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제대로 다듬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싶다면, 글쓰기가 훨씬 더 힘든 작업입니다.

제가 이처럼 비교적 명백한 주장을 이렇게 길게 설명하는 이유는, 이 논리가 많은 사람이 충격적이라고 느낄 만한 또 다른 결론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자신의 아이디어를 적어보는 것이 항상 그것을 더 명확하고 완전하게 만든다면,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써본 적이 없는 사람은 그 주제에 대해 완전히 정립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아예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은 진부하지 않은 어떤 것에 대해서도 완전히 정립된 아이디어가 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특히 자신의 생각을 비판적으로 점검하는 습관이 없다면, 마치 완벽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낍니다. 아이디어는 머릿속에서 완전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것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그것을 글로 옮기려 시도할 때뿐입니다. 따라서 아이디어를 이 시험대에 올려보지 않는다면, 완전히 정립된 생각을 갖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그렇다는 사실조차 영원히 알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아이디어를 글로 표현하는 것이 그 생각이 옳다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생각을 올바르게 만드는 충분 조건은 아닐지라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요 조건임은 분명합니다.

참고자료

https://paulgraham.com/word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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