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략 #운영 #프로덕트
"페이스북에서 해고된 후 만든 80조 방산 기업" 안두릴 창업자의 삶과 철학

Editor: Alex

 

전쟁의 시대입니다.

 

뉴스에서는 연일 공습, 집속탄, 사상자 같은 참혹한 단어들이 쏟아집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이미 1,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비보도 들려옵니다.

 

이번 미국-이란 전쟁은 과거의 전쟁과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과거의 전쟁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죽였다면, 이번 전쟁은 AI가 사람을 죽이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이란 공습 작전에서 AI는 목표 식별부터 타격 승인에 이르는 전 과정을 주도했습니다. 팔란티어가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클로드가 작전을 설계하고, 안두릴의 자율 드론이 실제 타격을 수행했습니다.

 

그 중 가장 놀라웠던 건 안두릴의 자율 드론입니다. 인간의 조종 없이도 이란의 방공망을 회피하고, 단 24시간 만에 1,000개 이상의 표적을 제거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란의 지휘통신체계는 붕괴되었습니다. 압도적인 결과죠. 

 

대체 누가 이런 무기를 만들었을까요? 그리고 이 파괴적인 기술을 만든 이는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요? 

 

이번 아티클의 주인공은 방위산업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안두릴의 창업자, 팔머 러키입니다.

 

인물 소개


<팔머 러키, 출처: KNKX>
<팔머 러키, 출처: KNKX>

 

팔머 러키는 괴짜 발명가이자 창업가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전자공학에 몰두하며 레이저 총과 전기 충격 장갑 등을 독학으로 제작했던 그는, 19세에 VR 기업 오큘러스(Oculus)를 설립해 페이스북에 20억 달러에 매각했습니다.

 

현재는 첨단 방산 기업 안두릴 인더스트리(Anduril Industries)의 수장으로서, 기술 혁신을 통해 기존 방산 시장의 비효율성을 타파하고 있습니다. 

 

기업 소개


<안두릴 로고, 출처: Anduril>
<안두릴 로고, 출처: Anduril>

 

안두릴은 방산 시장의 '느린 관행'을 깨면서 빠르게 성장 중인 스타트업입니다. 정부의 요구를 기다리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자체 자본으로 제품을 선제 개발하고 정부에 제안하죠. 또한 무인기, 지능형 감시체계 등 AI 기반의 저비용·고효율의 자율형 무기체계를 구축함으로써, 현대전의 양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Editor's Pick!


  • 19살에 첫 회사를 창업했죠. 온라인에서 사귄 친구 크리스와 함께 회사를 시작했어요. 크리스에게 전화했을 때가 기억나네요. 그를 실제로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제가 물었죠. "너 대학 가지마. 나랑 같이 VR 회사 차리자."

 

  • 오큘러스는 제 모든 것이었습니다. 5년 넘게 제품을 만들며 사귄 모든 친구가 거기 있었고, 제 평판과 업적도 거기 있었습니다. 페이스북은 "이제 모든 것을 뺏을 거고, 누구와도 연락하지 마. 한마디라도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습니다.

 

  • 방산 기업들은 계약 기간이 길어질수록, 무기를 더 비싸게 만들수록 돈을 더 많이 버는 구조거든요.. 우리는 단순한 '방산 계약 회사'가 아니라 '방산 제품 회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우리 돈을 들여 무엇을 만들지, 어떻게 만들지 결정하고, 완성 시점도 우리가 정한 뒤에 그 기술 기반의 제품을 정부에 판매하는 방식이죠. 

 

  • 중국에게 있어서 대만이 최종 목표가 아닙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있죠. 그들은 필리핀, 한국, 일본까지도 자신의 영토라고 여깁니다. 그들은 수 천년동안 그랬어요. 설사 대만에 대해서 당신이 신경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에 대해서 당신은 반드시 생각해야할 겁니다.

 

  • 우리는 '세계의 무기상'이 되어야 합니다. 동맹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필요한 무기를 팔되, 그 창고 선반이 비지 않도록 확실히 채워둬야 하죠.

 

아, 그리고 뉴스레터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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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인터뷰

본 아티클은 <Palmer Luckey - EagleEye: Inside the Military's AI Powered Superhuman Helmet | Shawn Ryan Show>의 내용을 가상 인터뷰 형식으로 편집한 글임을 밝힙니다.


Q. 반가워요 팔머. 첨단 무기를 만드는 기업의 대표로서는 특이한 배경을 갖고 계시군요?

 

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저는 저널리즘 전공자입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 신문인 Daily 49er의 온라인 편집장이었죠. 10대때부터 쭉 저널리즘에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미국의 저널리즘, 특히 테크 저널리즘의 수준에 실망했었고 이를 개선하고 싶었거든요. 결과적으로 기자보다는 테크 창업가의 길을 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직접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훨씬 즐겁고 보람차거든요.

 

Q. 흥미롭군요. 어린 시절에는 어떤 환경에서 자랐나요?

 

저는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자동차 영업사원이셨고, 어머니는 저와 세 여동생을 홈스쿨링으로 키우신 전업주부셨죠. 제가 홈스쿨링을 한 건 공교육 시스템에 잘 맞는 아이가 아니었기 때문일 거예요. 요즘 같으면 ADHD라고 했겠지만, 당시엔 그냥 '활동적인 남자애'라고 불렸죠. 부모님은 제가 공립학교보다는 홈스쿨링 환경에서 더 잘 성장할 거라고 판단하신 것 같아요.

<캘리포니아 롱비치, 출처: TripSavvy>
<캘리포니아 롱비치, 출처: TripSavvy>

 

Q. 어릴 때는 어떤 것에 관심이 많았나요?

 

어릴 땐 야외활동을 좋아했어요. 달리기, 서핑, 수영 같은 걸 즐겼죠. 그러다 12~13살쯤 전자 공학에 심취하면서 방구석에 틀어박혔죠.

 

가장 처음 만든 건 '전기 충격 장갑(Stun Glove)'였어요. 가죽 장갑에 축전기 충전 회로를 달고, 손등 부분에 사진기 플래시용 축전지들을 잔뜩 붙였죠. 330볼트의 전압을 굵은 전선을 통해 주먹 끝에 달린 두 개의 금속 돌기로 한꺼번에 쏟아붓는 장치였습니다. 그걸 끼고 금속판을 때리면 엄청난 스파크와 굉음이 터지면서 금속에 깊은 구멍이 파였어요. 제 몸에도 몇 번 시험해 봤는데, 살에 구멍이 뚫리진 않지만 근육이 정말 미친 듯이 수축하더군요. 당시 전 너무 어려서 고암페어 전기 무기가 얼마나 위험한지 전혀 몰랐습니다.

 

Q. 범상치 않은 어린이였군요.. 이제 당신의 첫번째 회사인 오큘러스에 대해 얘기해봅시다. 어린 나이에 창업을 하셨네요?

 

19살에 첫 회사를 창업했죠. 온라인에서 사귄 친구 크리스와 함께 회사를 시작했어요. 크리스에게 전화했을 때가 기억나네요. 그를 실제로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제가 물었죠. "크리스, 이번 가을에 뭐 해?" 그가 대답하더군요. "여름엔 피자 가게에서 알바하고 가을엔 대학 가야지." 제가 말했습니다. "아니, 너 대학 가지마. 나랑 같이 VR 회사 차리자."

 

3일 뒤, 제 낡은 미니밴을 끌고 그의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저희 집에서 2시간 반 정도 거리였죠. 크리스는 자기 짐을 몽땅 차에 실었고 우리는 그대로 떠났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엄마, 나 학교 자퇴하고 인터넷에서 알게 된 팔머라는 애랑 회사를 차릴 거야"라고 하니까 그냥 "그래, 그러렴" 하셨는데, 그게 바로 당장 떠난다는 뜻인 줄은 꿈에도 모르셨을 거예요. 그렇게 우리는 허름한 모텔을 렌트해서 오큘러스의 초기 몇 달을 거기서 보냈죠.

 

Q. 결과적으로 오큘러스를 통해 대단한 성공을 거두셨습니다. 페이스북에 약 20억 달러(약 3조 원) 이상의 가치로 회사를 매각하셨죠. 오큘러스가 성공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당시 수억 원씩 하던 기존 시스템들은 너무 무거웠고, 뭔가 핵심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분명히 있다고 믿었죠. 당시 VR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업계에서 VR 기술은 비웃음거리였죠. "90년대에 반짝하다 죽어버린 기술"이라며 아무도 안 된다고 했지만, 저는 끝까지 믿었습니다. 수년간 연구하면서 헤드셋을 점점 더 가볍고 작고 저렴하게 만드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그때 선택해야 했습니다. 학교에 남아서 저널리즘 학위를 딸 것인가, 아니면 자퇴하고 회사를 차릴 것인가. 만약 학위를 따느라 시간을 지체하면, 제가 발견한 이 핵심 기술을 다른 누군가가 먼저 알아채고 시장을 선점해 버릴까 봐 두려웠습니다. 이 기술은 아인슈타인 수준의 엄청난 통찰이 아니었거든요. 2011~2012년 당시 VR 산업을 눈여겨보던 똑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달했을 법한 자연스러운 결론이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실행에 옮겼고, 그 선택은 옳았습니다. 실제로 몇 년 뒤 소니가 출시한 플레이스테이션 VR도 제가 생각한 것과 거의 같은 원리로 만들어졌거든요. 

<어린 시절의 팔머 러키, 출처: Sterling Academy>
<어린 시절의 팔머 러키, 출처: Sterling Academy>

 

Q. 원래부터 회사를 매각할 계획이 있었나요?

 

아니요. 하지만 몇 가지 일이 겹쳤죠.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 VR을 발표하면서 우리가 혼자 달리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공룡들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었죠. 겨우 75명 규모의 스타트업이 수조 원을 가진 거대 기업들과 어떻게 경쟁하겠어요?

 

게임 개발사들이 우리 플랫폼용 게임을 만들지 못하도록 소니가 돈을 뿌려 독점 계약을 맺기 시작했을 때, 저희는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게임 없는 게임기를 누가 사겠어요? 그때 페이스북이 나타났습니다. 마크 저커버그는 진심으로 VR이 미래의 컴퓨팅과 게임의 핵심이 될 거라고 믿고 있더군요.

 

마크는 이렇게 말하며 매각을 제안했습니다. "다른 곳에 가면 당신들의 기술은 세상을 바꾸지 못하고 10년 계획의 아주 작은 부품으로 남겠지만, 페이스북은 판을 흔들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우리는 온 우주를 VR과 AR로 옮기고 싶다."

 

Q. 회사 매각 후 페이스북에서의 생활은 어땠나요?

 

처음엔 정말 좋았습니다. 판매량, 사용자 유지율 등 모든 지표에서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죠. 5년 안에 달성하기로 했던 사용자 1,000만 명 목표를 2년도 안 돼서 끝내버렸습니다. 성과급도 다 받았고 인사 고과도 최고였죠.

<팔머 러키와 마크 저커버그, 출처: fortune>
<팔머 러키와 마크 저커버그, 출처: fortune>

 

Q. 민감한 주제일 수 있겠지만.. 회사 내에서 정치적인 문제로 갈등을 겪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일이었나요?

 

당시 실리콘밸리는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이 강한 곳이었습니다. 저는 자유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이었지만, 정치는 제 우선순위가 아니었어요. 전 그저 VR 기술에만 관심이 있었어요. 그러다 2015년,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습니다.

 

저는 당시 '트럼프 지지 및 힐러리 반대' 단체에 9,000달러(약 1,300만 원)를 기부했습니다. 그들은 오하이오에 빌보드 광고 딱 하나를 걸었는데, 힐러리 클린턴의 사진과 함께 "감옥에 가기엔 너무 거물(Too big to jail)"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죠. 기밀 정보 취급 부주의로 조사를 받던 그녀를 비판하는 아주 상식적인 정치적 의사표현이었습니다.

 

그런데 언론이 제 기부 사실을 알아내더니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팔머 러키가 백인 우월주의자 댓글 부대를 동원해 힐러리 지지자들을 공격하고 있다", "인종차별적 밈에 자금을 대고 있다"는 식으로요. CNN, 블룸버그, 워싱턴 포스트 할 것 없이 모든 매체가 저를 인종차별주의자, 여성 혐오자로 몰아세웠습니다. 단 하나의 증거도 없이요.

 

Q. 그렇게 회사에서 해고당하신 거군요. 

 

오큘러스는 제 모든 것이었습니다. 5년 넘게 제품을 만들며 사귄 모든 친구가 거기 있었고, 제 평판과 업적도 거기 있었습니다. 제가 곧 오큘러스였는데, 페이스북은 "이제 모든 것을 뺏을 거고, 누구와도 연락하지 마. 한마디라도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습니다.

 

그 후로도 수년간 그들은 저의 해고가 정치와 무관하다고 주장했습니다. CTO인 앤드류 보즈워스는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팔머의 해고에 정치는 단 1%의 요인도 아니었다"고 말했죠. 심지어 사람들에게는 제가 정당한 사유가 있어서 해고됐다고 떠벌리고 다녔어요. "왜 해고됐는지는 말할 수 없지만, 믿어달라. 그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짓을 저질렀고 우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식으로요.

 

그런데 최근에 일종의 승리를 거뒀습니다. 앤드류 보즈워스가 약 한 달 전쯤 트위터(X)에 사과문을 올렸거든요. "팔머 러키에게 사과하고 싶다. 과거에 그에 대해 사실이 아닌 말을 했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속았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미안하고,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내가 틀렸다"고요. 드디어 그들이 정치는 요인이 아니었다느니, 제가 무슨 잘못을 해서 해고됐다느니 하던 말들이 전부 헛소리였다는 걸 인정한 거죠. 10년이 지나서야 받은, 아주 미미한 위안이지만요.

 

Q. 페이스북에서 쫓겨난 후 현재 운영하고 있는 기업 안두릴을 창업하셨죠? 

 

해고당한 당일에 바로 안두릴을 시작했죠. 사실 그 전부터 사람들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거든요. 조금 거슬러 올라가 보자면, 제가 오큘러스를 시작하기 전인 10대 시절에 '브레이브 마인드(Brave Mind)'라는 육군 프로젝트에서 거의 1년 동안 일한 적이 있었어요.

 

가상현실 노출 치료를 통해 퇴역 군인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치료하는 작업이었죠. 원리는 이렇습니다. 환자들을 PTSD를 유발할 수 있는 상황의 VR 시뮬레이션 속에 넣는 거예요. 그리고 치료사의 지도하에, 그들이 신체적 반응을 완화할 수 있도록 대처 훈련이나 사고 훈련을 가르치는 거죠. 혹은 전쟁터에서 마주칠 법한 상황에 미리 노출시켜서 예행연습을 하도록 돕기도 하고요.

 

그게 제가 정부가 기술을 사용하는 방식, 즉 우리 군대에 기여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을 처음으로 접한 계기였습니다. 동시에 방산 시장의 조달 시스템이 얼마나 망가져 있는지도 보게 됐죠.

 

Q. 조달 시스템이요? 

 

네, 물건을 사고 조달하는 방식, 특히 '비용 가산(Cost-Plus) 계약'이 얽혔을 때 발생하는 유인 구조 같은 것들 말입니다. 예를 들어, 방산 기업들은 계약 기간이 길어질수록, 무기를 더 비싸게 만들수록 돈을 더 많이 버는 구조거든요. 

 

군 복무 중이거나 군용 도구를 만드는 친구들과도 시스템이 엉망이고, 얼마나 많은 돈이 낭비되고 부정하게 쓰이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죠. 

 

Q. 기존 방산 시장의 비효율을 해결하고자 창업을 하셨군요.  

 

오큘러스로 큰돈을 벌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이 판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는 작은 국방 스타트업을 찾아 투자하는 것이었습니다. 제 생각은 이랬어요. '좋아, 난 돈은 벌었지만 이 문제에 직접 매달릴 시간은 없어. 하지만 테크 산업의 기술을 국방 분야에 접목해 정말 의미 있는 변화를 증명해낼 회사를 찾아보자.'

 

결국 투자는 거의 못 했어요. 아주 사소한 건 몇 개 있었지만 실질적인 건 없었죠.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곳을 찾을 수 없었거든요. 제2의 록히드 마틴이나 노스럽 그루먼(미국의 대표적인 방산 기업)이 되려는 회사는 없었습니다. 대부분은 그저 거대한 기계의 부품이 될 작은 장치나 가젯을 만드는 회사들뿐이었고, 거시적인 차원에서 세상을 바꿀 의지가 없어 보였어요.

 

Q. 투자할 기업을 찾는 과정에서 안두릴의 공동 창업자를 만났다고 들었습니다.

 

네.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을 사귀게 됐죠. 그중 한 명이 안두릴의 공동 창업자인 트레이 스티븐스였습니다. 당시 그는 피터 틸의 벤처 캐피털인 파운더스 펀드에서 심사역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저와 똑같은 걸 찾고 있었어요. 수백 개의 작은 국방 업체들을 만나며 정말 크고 의미 있는 존재가 될 가능성이 있는 곳을 뒤지고 있었죠.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됐고, 당시 팔란티어의 엔지니어링 디렉터였던 브라이언 심프를 비롯해 여러 사람을 만났습니다. 제 친구 조 첸도 있었는데, 오큘러스 초기 멤버이자 공수부대 출신이라 기술로 국방을 개선하는 데 관심이 아주 많았죠.

 

결국 몇 년 동안 매번 만날 때마다 "세상에, 이거 진짜 다 엉망이지 않냐? 왜 이딴 말도 안 되는 데 돈을 낭비하는 거지? 대형 방산업체들에 맞설 회사가 하나도 없다는 게 말이 돼?"라며 불평만 하다가.. 제가 해고당한 바로 그날, 전화를 들었습니다. 조, 브라이언, 트레이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죠. "이봐, 우리가 투자할 회사를 찾아 헤맸지만 없었잖아. 그냥 우리가 직접 시작해야겠어.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야."

<안두릴 공동 창업자, 출처: Business Insider>
<안두릴 공동 창업자, 출처: Business Insider>

 

Q. 방산기업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을텐데요. 

 

당시에는 정말 논란이 많았습니다. 군대와 관련된 일은 무조건 무용하거나, 악하거나, 전쟁광 같은 짓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았죠. 심지어 돈을 아껴준다는 사실조차 부정적으로 보더군요. 제가 "무기 시스템에 돈을 너무 많이 쓰고 있어"라고 하면, 그들은 "아, 그래서 무기를 싸게 만들고 10배나 더 많이 살 수 있게 만들겠다고? 그게 더 낫다는 거야?"라며 비꼬았죠.

 

전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당신들이 군대를 혐오하고 나토(NATO)를 싫어한다고 칩시다. 그러면 그들이 물풍선이나 새총으로 무장해야 하나요? 어느 정도의 무력 수준까지 용인할 수 있는 거죠? 만약 나토가 물풍선 든 꼬맹이들 수준 이상으로 존재할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면, 적어도 적을 이길 수 있는 무기를 갖추길 바라야 하는 것 아닌가요?"

 

Q.  안두릴은 다른 방산 회사와 비교했을 때 무엇이 다른가요?

 

우리는 단순한 '방산 계약 회사'가 아니라 '방산 제품 회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우리 돈을 들여 무엇을 만들지, 어떻게 만들지 결정하고, 완성 시점도 우리가 정한 뒤에 그 기술 기반의 제품을 정부에 판매하는 방식이죠. 

 

전 미래 전쟁의 향방은 전적으로 인공지능과 자율성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선지자처럼 보일지 몰라도, 당시에는 미친놈 취급을 받았죠. 제 생각은 사수와 무기, 조종사와 비행기의 1:1 비율이라는 근본적인 연결을 끊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소수의 인원이 수많은 칼을 휘두를 수 있게 만드는 거죠.

 

이것이 모든 것을 바꿀 것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작고 저렴한 드론뿐만 아니라 대규모 시스템에서도요. 인간은 고차원적인 무기 관리자가 되고 AI가 초 단위의 실행 명령을 마이크로 매니징하게 된다면, 전쟁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수 있습니다. 

 

Q. 무기 안에는 어떤 AI가 탑재되나요?

 

래티스(Lattice)입니다. 래티스는 그 위에 다른 것들을 쌓아 올릴 수 있는 격자 구조 같은 겁니다. 이 핵심 소프트웨어 제품을 만들고, 그 위에 자율 전투기, 자율 탱크, 순항 미사일, 소화기, 감시 시스템, 보안 시스템, 드론 방어 시스템 등을 올리는 거죠. 이 모든 것이 공통된 두뇌를 공유합니다. 오늘날 24개가 넘는 하드웨어 제품이 모두 같은 AI 두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래티스, 출처: asd news>
<래티스, 출처: asd news>

 

Q.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 같은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맞습니다. 제가 내놓는 아이디어 중 완전히 새로운 건 사실 없습니다. SF 작가들이 이전에 이미 상상했으니까요. SF 작가는 어떤 일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지기 전부터 상상하고 글을 써서 사람들을 흥분시킵니다. 제가 무언가를 생각해낼 때마다, 50~70년 전에 어떤 사람이 이미 정확히 똑같은 아이디어를 다룬 작품을 최소 한두 개는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현재 작업 중인 AR/VR 기반의 병사 시각 증강 기술은 1959년 소설 '스타쉽 트루퍼스'에 이미 나온 아이디어입니다. 기술적으로 가능해진 게 최근일 뿐이죠. 자율 전투기 구상은 100년 전부터 있었습니다. 

 

Q. 래티스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래티스가 안두릴 제품만을 위한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우리는 이미 국방부의 기존 플랫폼 100여 개 이상에 래티스를 통합했습니다. 군이 이미 보유한 차량, 무기, 센서들에 이 '두뇌'를 연결하는 거죠. 단순히 우리 무기뿐만 아니라 군이 가진 모든 자산을 하나로 묶어 거대한 '공통 하이브 마인드(Common Hive Mind)'를 만들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모든 병사, 차량, 로봇이 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게 됩니다. 아군과 적군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곧 일어날 일을 예측할 수 있죠. 예전에는 각자 따로 놀던 사일로 형태의 시스템들을 하나의 거대한 두뇌로 통합하는 건 정말 강력한 혁신입니다.

 

전 구형 험비 같은 레거시 시스템을 활용하는 데 관심이 많아요. 테슬라처럼 자율주행차를 새로 살 게 아니라, 로봇이 험비에 타서 직접 운전하게 만드는 거죠. 일반 소비자라면 그냥 자율주행차를 사는 게 맞지만, 군대는 이미 수조 달러어치의 장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아까운 자산들을 새로 사게 만드는 게 아니라, AI를 '모든 것'에 이식해서 활용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Q. 기발한 아이디어네요! 국방 비용을 훨씬 더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 첫번째 사업 계획서 첫 페이지에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안두릴은 매년 수백억 달러를 벌어들임으로써 납세자들에게 매년 수천억 달러를 아껴줄 것이다." 수조 달러 규모의 하드웨어를 팔아먹던 회사들 입장에서는, 안두릴이 나타나서 "새로 살 필요 없어요, 기존 거 계속 쓰세요"라거나 "우리 물건은 기존 업체들의 1/10 가격입니다"라고 하니 얼마나 소름 끼치겠어요?

 

우리는 납세자로서 모든 것에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군용이라는 이름만 붙으면 민간에서는 500달러면 살 광학 장비가 4,500달러가 돼요. "특수 군용 도료를 칠했다"는 식의 핑계를 대면서요. 이런 짓은 이제 멈춰야 합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말했듯, 모든 총과 폭탄은 결국 아이들이 누려야 할 교육과 병원을 빼앗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히피처럼 전쟁이 절대 안 일어날 거라 믿을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적정한 비용을 써야 합니다. 

 

Q. 결국 제조 비용 효율성이 중요하겠군요.

 

네. 중요한 건 '제조 방식'입니다. 우리의 미사일이나 잠수함은 테슬라 자동차를 만드는 방식과 비슷하게 조립 라인에서 로봇이 만듭니다. 숙련된 용접공이 수작업으로 붙잡고 있는 게 아니에요. 덕분에 부품 수가 경쟁사보다 90%나 적습니다.

 

왜 이게 중요하냐고요? 워게임 결과에 따르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군은 단 8일 만에 미사일이 바닥납니다. 100년 단위의 계획을 세우는 중국 입장에서 8일간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8일만 버티면 미국은 무기가 없으니 우리가 이긴다"라고 생각하겠죠. 우리는 무기를 '쓰는 속도보다 만드는 속도가 더 빠른'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생산 능력을 회복해야 합니다. 그래야 중국이 8일이 아니라 80일, 800, 8000일 뒤를 걱정하게 되고, 전쟁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중국에게 있어서 대만이 최종 목표가 아닙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있죠. 그들은 필리핀, 한국, 일본까지도 자신의 영토라고 여깁니다. 그들은 수 천년동안 그랬어요. 설사 대만에 대해서 당신이 신경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에 대해서 당신은 반드시 생각해야할 겁니다.

 

Q. 현재 중국의 제조 능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중국은 일주일 만에 미국이 1년 동안 만드는 양보다 많은 크루즈 미사일을 찍어낼 수 있는 자동화 공장을 가지고 있어요.

 

더 무서운 건 조선 능력입니다. 중국의 선박 건조 능력이 미국보다 얼마나 더 클 것 같으세요? 5배? 20배? 아닙니다. 무려 350배입니다.

 

사람들은 "그건 민간 선박 만드는 능력이 아니냐"고 하겠지만, 중국 법상 모든 민간 선박은 군사 기준을 맞춰야 합니다. 승객과 자동차를 실어 나르는 페리선이라도 탱크를 실을 수 있도록 갑판을 보강해야 하죠. 전쟁이 나면 민간 선박 전체를 즉시 군용으로 전환하겠다는 계산입니다. 그들은 단순히 '혹시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닙니다. 그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건, 실제로 그럴 계획이 있다는 뜻이죠.

<중국의 조선소, 출처: rivieramm>
<중국의 조선소, 출처: rivieramm>

 

Q. 그 정도로 차이가 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우리는 이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단순히 AI가 똑똑한 게 문제가 아니라, 무기를 10배, 100배 빠르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진정한 국방력입니다. 중국은 그게 자신들의 핵심 전략이라고 믿고 있군요. 물론 선박 대 선박으로만 따지면 우리 배가 더 훌륭하겠지만, '양은 그 자체로 질을 능가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350배 차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사람들은 "중국 해군이 우리보다 고작 두 배 정도 크다"고 하지만, 그건 오늘 기준일 뿐입니다. 전쟁 10일 차가 되면 격차는 벌어질 거고, 우리가 한 달에 배 한 척을 간신히 찍어낼 때 그들은 350척을 쏟아낼 겁니다. 미국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이 되는 거죠.

 

그렇게 되면 우리는 동맹국들에게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가 됩니다. 입으로만 "동맹을 지키겠다"고 떠드는 꼴이 되는 거죠. 일본에 "우리는 당신들 편이다"라고 말한들, 우리 함대가 모두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고 한 달에 새 배 한 척 나오는 상황에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공허한 약속일 뿐이죠. 

 

Q. 그렇다면 미국은 어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제 신념은 이렇습니다. 미국은 이제 '세계의 경찰' 노릇을 그만둬야 합니다. 우리 젊은이들을 전 세계로 보내서 남의 전쟁을 대신 싸워주게 하는 짓을 멈춰야 해요. 대신 우리는 '세계의 무기상'이 되어야 합니다. 동맹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필요한 무기를 팔되, 그 창고 선반이 비지 않도록 확실히 채워둬야 하죠.

 

Q.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제가 안두릴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건 오큘러스를 팔아 이미 수조 원을 벌었기 때문입니다. 이건 우리 시스템의 수치입니다. 

 

만약 2011년에 10대였던 제가 30만 달러짜리 군용 VR보다 훨씬 좋고 가벼운 300달러짜리 오큘러스를 들고 군대를 찾아갔다면, 그들이 제 물건을 샀을까요? 절대 안 샀을 겁니다. 요즘 관료들은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모험을 하지 않습니다. 그 결과로 국가 안보가 위험에 처해 있죠.

 

우리는 '조달 시스템'을 고쳐야 합니다. 억만장자가 국방 회사를 차려서 성공한 걸 두고 "시스템이 잘 돌아간다"고 자축해선 안 됩니다. 억만장자가 아니더라도 2011년의 팔머 러키 같은 젊은 인재들이 혁신적인 무기를 군에 팔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컴퓨터 공학자, 기계 공학자, 혹은 영업직에 종사하는 분들께 말씀드립니다. 주차 앱이나 만드는 대신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국가를 지키는 국방 산업으로 오세요. 지금이 바로 거대 방산 기업들의 뒤를 쫓아 세상을 바꿀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 기회를 잡으세요.

<안두릴과 팔머 러키, 출처: officehai>
<안두릴과 팔머 러키, 출처: office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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