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사업전략 #프로덕트
[Startup Codex 22] Codex 11. 반복되는 매출의 ‘구조’를 설계하는 법

리텐션(반복)은 마케팅 부서의 KPI가 아니다. 상품 기획의 출발점이자, 지속가능한 사업의 핵심 설계도다. 고객이 프로모션 때문에 다시 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반복되는 필요 때문에 다시 올 때, 당신의 상품은 고객의 삶에 스쳐 가는 ‘사건’이 아니라, 반복되는 ‘습관’으로 남는다


 

PART 2.  상품론 Engineer the Sellable Product 
Stop Making Products, Start Designing "Must-Buys"

CODEX 11. 반복되는 매출의 “구조”를 설계하는 법

 

 

매출은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맺는 것이다

"우리 서비스는 한번 쓰면 계속 써요!" 많은 창업가들이 자신의 상품에 대한 자신감을 이렇게 표현한다. 하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매번 새로운 고객을 찾아 나서는 ‘사냥꾼’의 삶을 살고 있다. 한 번의 성공적인 사냥(판매)에 환호하지만, 내일의 양식을 위해 또다시 사냥감을 찾아 불안한 질주를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성공하는 기업은 사냥꾼이 아니라 ‘상인’의 관점으로 사업을 설계한다. 그들은 당장의 사냥감에 의존하는 대신, 신뢰할 수 있는 가게(플랫폼)를 열고, 꾸준히 찾아올 단골(고객)을 확보하여 예측 가능한 거래(반복 매출)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리텐션, 즉 고객 유지는 판촉 행사(마케팅) 이전에, 고객이 다시 찾아올 이유가 담긴 가게의 '상품 구성' 그 자체의 문제다.

한 번의 대박 거래보다, 예측 가능한 단골들의 꾸준한 방문이 더 위대하다. 반복 매출은 운이 아니라, 잘 설계된 상거래 구조다. 우리의 역할은 최고의 사냥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상거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성장의 진짜 레버리지는 ‘반복’에 있다

많은 창업가가 '매출액'이라는 단 하나의 숫자에 집착한다. 하지만 건강한 매출을 만드는 공식은 다음과 같다.

매출 = 구매 고객 수 × 객단가 × 반복 횟수

이 세 가지 변수 중, 스타트업이 가장 강력하게 통제하고 설계할 수 있는 레버리지는 바로 ‘반복 횟수’다. 신규 고객 수는 외부 환경에 크게 좌우되고, 객단가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고객이 우리 상품을 다시 찾게 만드는 것은, 온전히 우리의 설계 역량에 달려있다. 광고 때문이 아니라, 상품이 고객의 반복되는 문제를 반복적으로 해결해 주기 때문에 고객은 다시 돌아온다.

 

 

피아노는 두 번 팔 수 없다: 반복 가능한 문제를 찾아라

반복 구매 구조를 설계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우리 상품이 해결하는 '문제 자체가 반복 가능한가'를 묻는 것이다. 고객은 피아노나 에어컨을 두 번 사지 않는다. 이런 상품은 한 번의 구매로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 자체가 주기적으로 발생한다면, 그와 연결된 상품은 반복 매출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피아노 판매(1회성) → 피아노 조율, 교습, 렌탈 서비스(반복성)
에어컨 판매(1회성) → 필터 교체, 청소, 점검 서비스(반복성)

즉, 상품을 설계하기 전에 고객의 일상 안에 반복되는 니즈가 존재하는지를 먼저 살피고, 그 문제의 주기에 맞춰 상품을 재구성해야 한다.

 

 

반복을 만드는 심리학: 인간은 ‘결정’을 피곤해한다

왜 한번 시작한 구독 서비스는 쉽게 해지하기 어려울까? 그 답은 행동 경제학에 있다. 인간에게는 현재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강력한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이 존재한다. 새로운 결정을 내리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기에, 뇌는 본능적으로 변화를 피하고 설정된 기본값(Default)을 선호한다.

반복 매출 구조는 바로 이 본성을 정교하게 활용한다.

고객이 가장 큰 결심을 하는 순간은 ‘첫 구매’ 단 한 번뿐이다. 일단 구독이 시작되면, ‘유지’는 아무런 노력이 필요 없는 기본값이 되고, 오히려 ‘해지’가 새로운 정보를 탐색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귀찮고 피곤한 행동이 된다.

결국, 잘 설계된 반복 상품은 고객의 재구매에 필요한 결정의 마찰(Friction)을 제거함으로써, ‘계속 사용하는 것’을 가장 쉽고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만든다. 이것이 바로 마케팅 프로모션을 넘어선, 구조가 만들어내는 강력한 심리적 락인(Lock-in) 효과다.

 

 

사례

달러 쉐이브 클럽(DSC)은 어떻게 ‘면도기’가 아닌 ‘면도 습관’을 팔았나?

질레트가 지배하던 면도기 시장은 전형적인 '사냥꾼'의 시장이었다. 더 많은 면도날, 더 정교한 기술(Better Than)을 내세워 마트 진열대에서 고객의 일회성 선택을 받기 위해 싸웠다. 이 시장에 나타난 스타트업 '달러 쉐이브 클럽(DSC)'은 더 좋은 면도기(제품)를 만들지 않았다. 대신, 고객을 확보하고 더 나은 반복 구매 구조(상품)를 설계한 상인이 되었다.

그들은 면도날이 '반드시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소모품'이라는 문제의 본질에 집중했다. 그리고 "매번 마트에 가서 비싼 면도날을 사는 것이 귀찮고 부담스럽다"는 고객의 고통을 발견했다.

DSC의 해결책은 월 1달러에 면도날을 집으로 배송해 주는 '구독 모델'이었다. 그들은 면도기라는 '물건'을 파는 대신, 고객의 '면도 습관' 전체를 관리하는 파트너가 되었다. 고객은 더 이상 면도날을 사러 마트에 갈 필요가 없어졌고, DSC는 매달 예측 가능한 매출을 확보했다. 그들은 '더 나은 사냥꾼'이 되는 대신, '새로운 방식의 상인'이 되어 시장의 룰을 바꾼 것이다.

 

방법론

단골을 만드는 상인의 3단계 상품 설계법

1. ‘가치의 최소 단위(Value Event)’를 정의하라
성공적인 상점에는 고객을 계속해서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미끼 상품'이 있다. 우리 상품에서 고객이 "아, 이것 때문에 돈을 낼 만해!"라고 느끼는 반복 가능한 가치의 최소 단위를 '가치-사건(Value Event)'으로 정의해야 한다. (예: 리포트 발행 1건, 좌석 1명 활성화). 이 가치를 고객이 얼마나 빨리(Time to Value), 얼마나 자주 경험하는지가 반복의 첫 단추다.

2. ‘반복 가능한 고객(ICP)’을 설계하라
훌륭한 상인은 모든 행인을 손님으로 만들려 하지 않는다. 매일 가게에 들를 '이상적인 단골 고객(Ideal Customer Profile)'을 명확히 하고 그들에게 집중한다. 우리의 상품이 해결하는 문제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삶이나 업무(JTBD)를 가진 고객 세그먼트를 공학적으로 설계하고, 그들에게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3. ‘지불과 가치’를 동기화하라 (Pricing & Packaging)
단골 고객이 가치를 느끼는 만큼, 자연스럽고 합리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게 만들어야 한다.

✓ 가치-사건(Value Event)에 기반해 사용한 만큼 지불하는 요금제
✓ 고객 성장에 따라 확장되는 패키지(Good-Better-Best)
✓ 월/연간 약정

등을 설계하여 고객의 성공과 우리의 성공을 정렬시켜야 한다. 이 구조가 LTV(생애가치)/CAC(고객획득비용) > 3, 높은 순수익 유지율(NRR) 같은 건강한 재무 지표로 증명될 때, 당신의 가게는 투자자들이 줄을 서는 맛집이 된다.

 

질문

생각을 다시 되묻는 피드백 루프

Q1. 우리 사업 모델은 매번 새로운 고객을 찾아 나서는 ‘사냥꾼’에 가까운가, 아니면 단골과의 관계를 쌓는 ‘상인’에 가까운가?

Q2. 고객이 우리에게 반복적으로 돈을 지불하게 만드는 명확한 ‘가치-사건(Value Event)’이 정의되어 있는가?

Q3. 우리 상품은 위에서 제시된 4가지 반복 구조(소모/교체/구독/업그레이드) 중 어떤 모델을 적용할 수 있는가?

Q4. 우리는 '다시 팔기 위한 마케팅'을 고민하고 있는가, 아니면 '다시 사게 되는 상품 구조'를 설계하고 있는가?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

당신의 상품은 사냥꾼의 멋진 ‘전리품’인가, 상인의 꾸준한 ‘스테디셀러’인가?

리텐션은 마케팅 부서의 KPI가 아니다. 상품 기획의 출발점이자, 지속가능한 사업의 핵심 설계도다. 고객이 프로모션 때문에 다시 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반복되는 필요 때문에 다시 올 때, 당신의 사업은 비로소 불안한 사냥꾼의 시간을 끝내고 풍요로운 상인의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결국, 위대한 상품은 고객의 삶에 스쳐 가는 ‘사건’이 아니라, 반복되는 ‘습관’으로 남는다.

 

 

 


실패하지 않는 사업의 첫 번째 비밀은 제품보다 먼저 고객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아직 Part1. 고객론을 읽지 않으셨다면 아래 아티클을 먼저 읽어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PART 1.  Decode the Customer 고객론

Codex 1. 시장에서 우리의 진짜 고객을 정의하고 찾아내기 LINK

Codex 2. 초기 고객 선정, 그물이 아니라 작살을 던져라 LINK

Codex 3. 고객의 진짜 문제, 어떻게 정의하지? LINK

Codex 4. 고객이 여러 명이라면, 어떻게 문제를 정의하지? LINK

Codex 5. 고객 확장을 통한 성장, 어떻게 하지? LINK

Codex 6. 고객 데이타는 '투자결정자산'이다. LINK


 

[사업개발에 관심이 있는 모든 행동가들을 위한 그릿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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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up Codex 22] 

브런치 작가 jaha Kim 님의 동의 하에 콘텐츠를 활용하여 제작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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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ha Kim의 브런치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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