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을 리뷰합니다. 줄여서 ‘바스리’. 투자시장이 얼어붙어도 뛰어난 기술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은 계속해 탄생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이들을 바이라인의 기자들이 만나봤습니다.
https://byline.network/2025/10/16-573/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여기 코딩 수저가 있다. 개발자인 부모님 따라 어릴 때부터 “사부작사부작 혼자만의 프로젝트”를 하고 놀았다. 프로그래밍만 잘하면 덜 부러웠을 텐데, 돈 버는 머리도 비상하고 실행력도 있다. 스무 살 남짓한 나이에, 애플이 꽤 고가의 ‘에어팟’을 출시하는 걸 보며 ‘사람들이 케이스를 원하겠다’ 싶어 중국에서 제품을 대량으로 가져다 팔았다. 그때 돈 좀 만졌느냐 물었더니, “지금보다 많이 벌었다”라고 답한다.
누구 말이냐. 스물두 살의 나이에 “내가 기업 사장님이라면 문서를 읽고 처리하는 딥러닝에 돈을 쓸 것”이라고 판단, 회사를 차려 흑자를 내고 있는 김지현 ‘한국딥러닝’ 대표의 얘기다. 소프트웨어를 전공하던 이 청년은, 2019년 회사 문을 열어 이듬해부터 흑자를 봤다. 지난해에는 연매출 30억원에 영업익 3억원을 냈다(생각해 보니 이 사람 에어팟 케이스로는 대체 얼마를 번 건가).
심지어 최근 100억원 대의 투자를 유치하기 전까지 사업자금으로 지난 6년 간 단 한 번도 남의 돈을 가져오지 않았다. 애초에 비즈니스 모델을 짤 때 ‘돈 쓰는 의사결정을 하는 사장님이 진짜로 지갑을 열 수 있는 기술’로 사업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아이템은 문서를 잘 읽어내는 ‘도큐먼트 AI’. 그냥 글자만 틀리지 않게 읽어서는 될 일이 아니다. 이 문서의 구조와 맥락, 이미지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원하는 결과를 뽑아낼 수 있도록 데이터화 해야 하는 일이다.
“우리가 푸는 문제를 쉽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OCR(광학문자인식) 기술을 가진 곳도 많다. 그러나, 진짜 도큐먼트 AI라고 불릴 수 있는 ‘문서 지능’을 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고 말하는 겁 없는 김지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얼마나 무서운 사람이냐면, 초거대언어모델(LLM)이 모든 AI 분야를 잡아먹을 거라고 예상하는 이 시점에, “LLM이 잘 되려면 좋은 데이터로 학습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LLM 회사들도 우리 기술을 써야 할 것”이라고 단언하는 이다. 진짜 흥미로운 건, 실제로 LLM 회사들이 한국딥러닝의 기술을 구매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