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빌딩 #운영 #기타
3억을 태운 프로젝트가 실패한 이유, 그리고 얻은 교훈

안녕하세요.

국내 최초의 설비 안전점검 SaaS ‘지킴E’를 만들고 있는 
마이스터의 대표 유광열입니다.

 

‘지킴E’는 전기, 소방 등 설비 점검 현장에서 여전히 종이로 이뤄지고 있는
기록 관리, 고객 대응, 매출 청구, 점검 일정 조율 등
수많은 업무를 디지털로 전환하고,
현장의 안전과 운영 효율을 동시에 높여주는 서비스입니다.

 

설비 안전점검 SaaS를 만들게 된 계기는 이전글에서 소개했으니 시간나실때 읽어봐 주세요 ^^
1. 수십 년째 그대로인 ‘안전점검’, 왜 IT 스타트업의 기회인가?
 

 

창업 이전, 저는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던 2세 경영자였습니다.
많은 기대를 받으며 빠르게 승진을 했었지만, 그 직책이 마냥 실력 없이 주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늘 회사의 성장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마다하지 않았고, 감사하게도 대부분 아이디어는 환영받았습니다.
 

덕분에 첫 IT 프로젝트에 도전했을 때 예산도, 리소스도 충분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안일함을 불렀고, IT 프로젝트 전체를 날리는 뼈아픈 실패를 겪었습니다.

‘지킴E’라는 이름조차 없던 시절 제가 했던 실수와 그로부터 배운 점에 관해 이번 글에서 나누고자 합니다.

 

회사 홈페이지를 리뉴얼하던 중, 점검기록을 여전히 종이에 적고 있는 현장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이걸 왜 디지털로 안 하지?’

당시는 스마트폰이 한참 보급되고 모바일 웹이 활성화 되던 시기였습니다. 

‘종이 점검지를 스마트폰에서 작성하는 솔루션를 만들자!'

는 생각을 떠올렸고,
그 순간부터 제머리속에서는 중장기적인 IT 프로젝트는 시작되었습니다. 

 

 

 

실패로 가는 과정의 시작

 

저는 평소에도 회사내에서 행사 기획이나 마케팅 콘텐츠 제작 등에 대한 외주 경험이 풍부했기에

 “회사 내부에 개발력이 없다면 외주를 주면 되지” 쉽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당시에는  “홈페이지 제작 = 외주”라는 공식이 있을 정도로 웹 개발에 대해 어렵지 않게 생각하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다만 제 스스로 생각해도 일반 홈페이지 제작과는 규모가 다른 IT 프로젝트이기에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존재했죠. 직접 진두지휘 해볼 엄두는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당시 IT 대기업 출신이던 마케팅 팀장이 예전 회사에서 비슷한 프로젝트를 많이 해봤다며

“아이디어만 주세요. 중간중간 제가 보고드릴게요.”

라는 말을 믿고, 
그렇게 제 이름을 건 프로젝트가 착수 되었습니다.

프로젝트가 시작되자 마케팅 팀장은 외주사를 선정하고 
본인이 직접 챙기기 보다는 외주사와 커뮤니케이션 및 진행을 담당할 PM을 새로 채용했습니다. 

그리고 기획과 실무 대부분을 그 PM에게 넘긴 채, 
일주일에 한 번 회의를 통해 상황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운영했습니다.

나에게 의견을 물어볼법도 한데 회의 초대도 없었고,
궁금한 제가 회의에 참석해도 되냐고 물어보면, 
아직 참여할 단계가 아니라고 하며 나중에 알려주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회의 결과는 저에게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궁금해서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보여줄 수 있냐”고 물어보면 언제나

“아직 보여드릴 단계가 아닙니다. 지금은 개발 중이라 보여드려도 오해만 생깁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라는 말 뿐이었습니다.


답답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예산은 계속 쓰이고 있었지만 
정작 무슨 일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니까요.
그러다 결국, 개발비의 3분의 2가 집행된 시점, 
이대로 더 미루다간 정말 돌이킬 수 없겠다는 생각에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지금 무조건 보여달라. 기획서든 뭐든 당장 확인하겠다.”

그제야 마지못해 받은 기획서와 그때까지 진행된 상태의 결과를 열어본 순간, 저는 얼어붙었습니다.

 

 

 

책임없이 흘러간 프로젝트의 말로

 

그건 (처음 기획했던) ‘안전점검 솔루션’이 아니었습니다.
기획서에는 입찰, 채용, 매칭, 커머스 등 
제가 언젠가 여담처럼 이야기했던 확장 아이디어들이 잔뜩 들어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 생각했던, 점검 현장을 효율화할 ‘핵심 기능’은 형식적으로만 들어 있었고,
실제로는 무엇 하나도 온전히 작동할 수 없는, 
그저 메뉴만 있는 하이브리드 괴물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존 플랫폼들과도 경쟁할 수 없고, 우리가 강점이라 말할 수 있는 기능도 없는, 
이도 저도 아닌 프로그램이 되어 있었던 겁니다.

상황 파악을 위해 담당팀장과 외주사 대표를 불러 회의를 했습니다.
본인들만 믿으라던 외주사 대표는 전투모드로 입장했습니다.

“왜 초기 기획서대로 안 됐죠?”

“PM 요청대로 진행했습니다.”

“문서나 확인 절차는요?”

“전화로만 조율했고, 따로는 없습니다.”

“핵심 기능이 빠졌는데 책임자 확인도 없이요?”

 

말을 더 이어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전문가들이니 알아서 잘하겠지’하고 믿었던 대가는 너무 컸습니다.

 

 

 

 

조직도, 신뢰도, 자신감도 무너졌습니다.

 

저는 이후 마케팅 팀장을 프로젝트에서 배제하고 PM과 직접 소통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프로젝트는 틀어질 대로 틀어져 있었고, 
PM 역시 기존 보고 체계에만 익숙해져 있었으며
제가 IT 비전공자라는 점을 의식해 제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았습니다.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는 방향을 되돌리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야심찬 IT 프로젝트는 결국 실패로 끝났고, 
그 회사의 마지막 IT 투자로 남게 되었습니다.


 

제가 직접 실패한 건 아니었지만, 결국 모든 책임은 제 몫이었습니다.
아이디어도 제 것이었고, 진행을 보고한 사람도, 책임져야 했던 사람도 결국 저였습니다.

이 일을 통해 저는 세 가지를 배웠습니다:

  1. 아이템을 낸 PO가 책임지지 않으면 배는 산으로 간다.

  2. 책임질 자신이 없다면 애초에 시작하지 마라.  자신이 있을때 시작해라.

  3. 외주는 ‘내가 잘 아는 영역’을 맡기는 것이다.
     ‘내가 모르는 걸 대신해줄 사람’을 찾는 게 아니다.
 

 

 

하지만, 실패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손실액 3억원.
규모가 큰 기업입장에서는 그다지 크지 않은 액수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수익구조가 열악한 안전서비스 산업에서 
수십명의 직원들이 개미같이 피땀흘려 번돈으로 만든 기회를 허망하게 날려버렸기에,
한동안 회사에서는 저는 대역죄인이었습니다.


IT 프로젝트 뿐만이 아니라 모든 새로운 시작이 두려웠습니다.

“나는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는 사람인가?”

“믿을만한 조력자 없이는 혼자서는 프로젝트를 이끌긴 어려운 것인가…?”

그런 자괴감이 깊게 남았고,
특히 ‘디지털 안전점검’은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이라 생각하며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국내 최초의 설비 안전점검 SaaS ‘지킴E’는
그 실패를 겪은 제가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고, 직접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입니다.

이제는 어떤 프로젝트든 구조를 제가 먼저 그리고,기획서도 직접 쓰며, 개발자와의 소통도 주도합니다.
누구에게 맡기지 않고, 제가 필요해서 배우고, 제가 책임져야 하기에 끝까지 붙들고 갑니다.

 

어쩌면 처음에 겪었던 실패가 저에게 큰 교훈은 준 거라 생각합니다. 
무모하지만 위대한 시도는 결코 예산 부족에 좌초되는 게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달라졌습니다.

 

그때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다음 세가지 교훈을 실제로 실천하며 ‘지킴E’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1. 아이템을 낸 PO가 책임지지 않으면 배는 산으로 간다. 
→ 지금 저는 기능 기획부터 흐름도 설계, 구현, 테스트, 배포까지 전 과정을 직접 주도합니다.
디자이너와 개발자와의 미팅에도 빠짐없이 참여하며,
아이템에 대한 이해와 책임을 바탕으로 끝까지 이끌고 있습니다.

 

 2. 책임질 자신이 없다면 애초에 시작하지 마라. 
→ ‘지킴E’는 단순한 사업 아이템이 아니라, 제가 직접 현장을 보고 겪으며 얻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우리팀은 ‘무엇을 왜 만드는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을 때에만 시작합니다. 
시장의 소리 외에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스스로 책임질 준비가 되었을 때만 추진합니다.

 

 3. 외주는 ‘내가 잘 아는 영역’을 맡기는 것이다. 
 → 지금은 핵심 시스템은 내부에서 직접 설계하고 주도합니다.
외주가 필요하다면 제가 이해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 영역(디자인, 영상, 마케팅 등)에만 맡깁니다.
맡긴다고 끝이 아닌, 제가 끝까지 챙깁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도 배우고, 바뀌고 있습니다.

 

그 실패가 없었다면, 지금의 ‘지킴E’는 없었을 것입니다.
창업자는 늘 실수하고, 그 실수에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제가 배우며 변화하는 과정을 조금씩 나누겠습니다.

 

 

 

<다음글 예고>
3. 시도한 사람이 없던 것이 아니었다. 성공한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 아무도 안 했던 게 아니라, 아무도 끝까지 못 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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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열 마이스터 · CEO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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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stib.ee/Y6kI
귀한 경험담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으서 아주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기에, 더더욱 공감했습니다.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안할 수 있으면 안하는게 가장 좋겠지만, 또 실패를 해야 얻을수 있는 경험이라니.. 웃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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