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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of AI)

이 글은 ‘튜링 포스트 코리아’에 발행된 주간 뉴스레터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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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했던 ‘미래에 대한 상상’

한 때 - 보통 어렸을 때일 텐데요 - 상상해 봤던 미래가 지금 도래했는지, 예전에 했던 생각을 돌아보는 건 항상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죠.

밑의 그림은, ‘심술통’으로 유명한 만화가, ‘이정문 화백’님이 1965년 그리신 ‘서기 2000년대 생활의 이모저모’라는 상상도라고 합니다. 그 때 기준으로 보면, “앞으로 35년 후에 우리 생활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본 한 장의 그림이죠.

어떠세요? 그림이 나와 있는 2000년대의 생활 모습, 지금하고 비슷한가요?

 

이정문 화백의 2000년대 생활에 대한 상상도. Image Credit: 전자신문

 

지금 우리는 AI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예전에는, 소위 ‘지식 기계’가 어떤 모습일 거라고 상상했을까요? AI라는게 거의 도표, 그림, SF 등에만 존재하던 시절, 우리의 학교, 사무실, 도시는 어떻게 그려졌을까요?

자, 그럼 지난 한 세기에 걸쳐서 ‘디지털의 미래’라는걸 사람들이 어떻게 상상해 왔는지 한 번 쭉 추적을 해 볼까요? - 스포일러를 하자면, 과거에 우리가 지금 만들어가고 있는 세상을 놀라울 정도로 잘 예측한 걸로 보입니다!

 

Facetime with style, 1920s

 

미국의 발명가이자 엔지니아, Vannevar Bush의 Memex부터 시작해 보죠. 1945년에 Vannevar Bush가 고안한 ‘전자기계식 책상’이 Memex인데요, 마이크로필름으로 문서를 불러오고, 생각하는 것만큼 빠른 속도로 각종 아이디어를 연결할 수 있는 개념의 책상입니다. 부피도 꽤 크고, 아날로그식 기계였지만, 그 핵심에 있는 생각들 - 하이퍼텍스트, 개인의 지식 베이스, 정보의 흐름을 요약하고 연결하는데 사용하는 AI 등 - 은 놀랍게도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시스템들과 닮아 있습니다.

 

Memex.

 

1950년대 상상했던 미래는 ‘버튼’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1958년부터 1963년까지, 만화가 Arthur Radebaugh의 ‘Closer Than We Think’는 순수하게 미래를 상상해 본 내용을 그린 일요 만화였습니다. 초기의 만화 중에, 교실에서 학생들은 콘솔형 책상을 앞에 놓고 방송으로 중계되는 선생님의 강의를 보면서, 책상에 부착된 푸시 버튼, 카메라 등으로 소통하는 모습이 등장하는데요. 이 ‘Push-Button School of Tomorrow’는 다소 키치하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그 밑바닥의 전제 - 개인화된, 기계가 보조해 주는 학습 - 는 오늘 우리가 여전히 추구하는 에듀테크와 지능형 튜터링 시스템의 핵심이죠. 어때요? 섬뜩할 정도로 비슷한 구석이 있지 않나요?

 

‘Closer Than We Think’의 초기 만화, Push-Button School of Tomorrow.

 

그 다음, ‘세계 박람회’와 함께 찾아온 1960년대는 대중에게 ‘대화형 컴퓨팅’이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자동 튜터 (Auto-Tutor)’, ‘손으로 눌러서 하는 쇼핑’, ‘원격 학습 및 화상 통화용 콘솔’ 등이 그것들이죠. 1968년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는 신체는 없는 AI 시스템, HAL 9000을 데뷔시켰습니다 - 이 개념은 여전히 우리가 어시스턴트 기술에 대해 생각할 때 떠올리는 개념이기도 하죠. 이런 문화적 아티팩트나 개념, 소설의 소재 뒤에는 J.C.R. Licklider 같은 진지한 사상가들이 있었는데, 이 사람들은 대부분의 가정에 TV 리모컨조차 없었을 때 ‘Man-Computer Symbiosis’ 같은 논문과 개념을 구상했습니다.

 

Auto-Tutor 이미지. 미드저니로 그린 거 아닙니다 ^.^

 

1970년대에 이르러서, Xerox PARC는 다이나북 (Dynabook)을 설계하고 있었는데, 이건 아이들이 배우고, 뭔가 창작하고, 이리저리 사용하면서 탐험해 볼 수 있는 초기의 태블릿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출시된 제품은 아니었지만, 이후 아이패드, 노트북, 디지털 교실의 프로토타입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Alan Kay가 쓴 ‘A Personal Computer for Children of All Ages’라는 논문에서, 이런 장치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자세히 구상하기도 했습니다.

 

Xerox가 설계한 Dynabook

 

1980년대에, 드디어 애플이 Knowledge Navigator 비디오를 공개했죠 — 나비넥타이를 맨 대화형 AI가 탑재된, 접이식 태블릿인데, 교수의 강의 준비를 도와줄 정도로 똑똑했어요. 음성 인식, 터치 입력, 그리고 영상 통화 기능도 갖고 있었구요. 그 당시에는 엄청나게 환상적으로 보였겠지만, 물론 지금 보면 어찌보면 우스꽝스럽기도 한 수준이기는 합니다.

1990년대 초에는, 미국의 통신사 AT&T이 했던, 상징적인 캠페인 “You Will”이 있습니다. 기업의 미래를 세련되고 영화같은 감성으로 포장한 캠페인인데, 소위 ‘보이지 않는 기술과 지능’으로 구현하는 미래적인 삶의 모습들이 단편적으로 등장합니다. 1,000마일 떨어진 곳에서 책을 빌린다든지, 길을 누군가에게 물어볼 필요없이 알아서 전국을 횡단한다든지, 차를 운전하다가 멈추지 않고서 통행료를 낸다든지, 해변에서도 팩스를 보낸다든지 하는 것들이요. 그저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지능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다 (You Will)’이라고 이야기한 겁니다. 이 캠페인은, 전자책, GPS, 원격의료, 영상통화, 스마트워치, 이런 모든 것이 등장하기 훨씬 전에 그려진 그림이예요.

2000년대 초반에 이르러, Ambient Intelligence 개념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 시기는 스마트 홈, 디지털 도시, 그리고 지능형 광고판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MIT의 Project Oxygen은, 그 이름이 상징하듯이, AI라는 걸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고 항상 켜져 있는 무언가’로 설명했습니다 – 마치 산소 자체처럼 말이죠. 이 개념과 함께, ‘지능’이 ‘전면 (책상, 장비, 화면 등)’에서 ‘배경’으로 숨어 ‘환경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미래, 이어지는 우리들의 ‘상상’으로부터 구성, 재구성, 실현된다

 

오래 전부터 상상해 온 ‘미래에 대한 비전’을 살펴보면, 확실하게 두드러지는 점은, 상당히 많은 핵심적인 개념과 아이디어는 변하지 않고 그대로 이어져 왔다는 점이예요. 인터페이스는 변했습니다. 크기는 작아졌죠. 하지만 그 목표 - 인간의 기억력을 보조해서 더 강화한다, 지식 기반 작업을 더 쉽게 하게끔 한다, 환경 자체가 사람의 필요에 반응하게 한다 등 - 는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도 실현되지 않은 아이디어들도 많죠. 완전히 자동화된 교사 없는 교실? 여전히 교육학적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주제죠. 도시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의 니즈에 맞춤화하면서 반응하는 지능형 도시? 역시 진행 중인 - 그것도 초기라고 해야 할 - 작업이죠. 뭔가 요청하기도 전에 뭐가 필요한지 예측하고 미리 준비해주는 디지털 집사? 애플한테 언제쯤 되냐고 물어봐야 할까요? ^.^

이런 ‘오래된 꿈’을 잊지 않고 들여다보는 건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 과거의 사람들이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들의 세부 사항들을 맞췄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의 입장에서 ‘디지털 어시스턴트’라는게 뭘 의미하는 걸까를 과감하게 상상했던 것이기 때문이예요. 그 상상들이 결국 디자이너, 엔지니어, 연구자들에게 목표로 삼을만한 뭔가를 제공한 거죠 - 바로 ‘가능성’이요.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우리보다 먼저 이 세상에 살았던 많은 사람들이 상상해 온 그 미래, Push-Button이 가득 찬 교실, 나비넥타이를 맨 에이전트의 상상도를 보면서, 그 시대 사람들의 상상에 대한 존경, 그리고 애정이 섞인 감정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로부터 진짜 미래가 구성, 재구성되어가면서 점점 세련된 모습으로 또 바뀌어가고 만들어지게 될 겁니다. 역사, 바로 그게 우리 모두의 끝없는 영감의 원천일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와 Ksenia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우리를 위해서 일하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Ambient Intelligence’를 더욱 더 많이 상상하고 경험해 보고 싶습니다. 그 때야말로 진짜 우리가 이야기했던 ‘AI가 우리 주변에 전기처럼 퍼져있는 때’일 것 같다고 생각해요.

지금부터 30년 지난 미래의 사람들은, 우리의 상상을 돌이켜보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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