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권상우의 운동법을 보고 필 받아서 다이소에서 유사한 운동 기구를 샀다. 틈날 때 조금씩 했었는데 어제 갑자기 강도를 높이고 싶어서 덜덜 떨면서 기구를 당기다가 중심을 잃고 앞으로 넘어졌다. 다행히 코가 깨지지 않았고 치아가 깨지지도 않았지만 입술이 터지고 앞니가 살짝 들어갔다.
치과에 갔더니 치아 두 개에 실금이 갔다고 했다.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실금은 아무는 게 아니라 영구적이라고 하더라. 그리고 위아래 계속 부딪치는 지점이 있으니 아랫니를 갈자고 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신경을 계속 건드려서 앞니가 검게 물들 수도 있다고 경고하면서. 음식 먹을 때 불편하긴 하지만 생니를 갈자고 하니 탐탁지 않아서 일단 경과를 보기로 했다.
물론 다쳤으니 머리가 띵하고 잇몸도 아프고 발음도 새고 치아끼리 닿아서 자극이 계속 간다. 하지만 어디 하나 부러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한다. 위험하지 않은 운동을 하다가 다친 게 좀 웃기지만, 운동하다 보면 이 정도 영광의 상처 하나쯤 다들 갖고 있지 않나? 고작 그거 하다가 다친 게 분하긴 하지만 과정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때 그 운동을 안 했더라면, 조심했더라면, 다른 자세로 했더라면, 이런 후회는 이제 소용이 없다. 사건은 이미 벌어졌으니까.
뭔가를 하다 보면 크고 작은 외상/내상은 겪기 마련이다. 그게 두려워서 아무 것도 못한다면 배움도 없을 테고 성장도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다치고 병원을 다녀와 가장 먼저 한 행동은 운동 기구를 다시 살펴보는 일이었다. 어떻게 하면 다치지 않고 저 영상처럼 할 수 있을까, 다른 운동을 하면서 관련 근육을 키우고 기구를 병행해야 안전하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런 저런 자세를 테스트했다.
아직 창업 새내기이지만 창업을 시도하면서도 현상에 그치지 않고 그걸 분석해서 도약하는 게 필요하단 걸 느낀다.
나는 12월 중순부터 앤틀러라는 창업 프로그램에서 만난 개발자 분과 팀을 이뤄 AI를 활용한 지식 콘텐츠 저장/관리 서비스인 '지식정원 WON'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한 달 정도 시간이 지났고 MVP 런칭도 했지만 최근에 조율이 쉽지 않은 지점이 생겨서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 그에 따라 기존 베타 버전도 마무리하기로 했다. (베타 테스트 참여하고 계신 분들께는 이메일로 모두 전달드림)
사실 기능만 보면 AI 활용 지식 콘텐츠 저장/관리 서비스는 하지 않는 게 좋을 수도 있다. 이 시장에 유사 서비스가 너무 많기에. 서비스 종류가 많다는 건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방증인데, 단순히 저장 기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저장된 콘텐츠 활용 단계까지 나아가면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저장된 콘텐츠에 대한 유저 동의가 있어야겠지요)
1. 유저 관점: AI가 콘텐츠 생산에 참여하게 되면서 '양질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점점 높아질 거고 '사람이 저장한 콘텐츠'에 대한 신뢰가 더 높아질 것이다. (인간 필터링 작동)
2. 비즈니스 관점: 브라우저/앱의 경계 없이 저장된 콘텐츠는 광고주에게 매력적일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라우저/앱 경계없이 사람들이 저장한 콘텐츠" 자체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기에 단계별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었다.
하지만 팀을 마무리한 지금 단계에서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일지 전체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할 듯하다.
별 관계 없어 보이는 두 가지 일을 이틀 간격으로 겪으면서 나는 다음과 같은 레슨을 얻었다. 뭐든 직접 겪어보면 더 와닿는 법이다.
- 이미 벌어진 일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대처하느냐 이다.
- 현재가 최선임을 믿고 감사하라. 노력했는데도 벌어진 일이라면 그건 이미 불가항력이다.
- 그럼에도 그 노력이 정말 최선이었는지는 의심하라. 현재 상황이 발생한 이유에 대한 사후 부검은 철저히 해야 한다.
- 기존의 계획을 변경할 정도의 일이 발생했다면 한 발 떨어져 현재를 조망하고, 모든 경우의 수를 검토한 후 선택해야 한다. 당장 벌어진 일을 수습하기 위해 선택한 급한 선택은 악수일 수도 있다.
-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뭐가 좋을지 알 수 없을 땐 최대한 많이 시도하는 게 우월 전략이다. 일이든 사람이든.
- 다음에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좋을지, 혹시나 또 발생한다면 어떻게 더 잘 대응할지 미리 고려하라.
- 그리고 목표가 있다면 끊임없이 나아가자.
지식정원 WON 베타 서비스 종료
AI를 활용한 지식 콘텐츠 저장/관리 서비스 '지식정원 WON'의 베타 버전은 1월 20일에 종료됩니다.
향후의 방향성은 곧 업데이트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관심 갖고 참여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