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태도가 변한 데에는 아마 다른 이유가 있을 겁니다
아래 글은 2025년 01월 15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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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규제에 나섭니다
지난 1월 8일, 쿠팡이 파트너스 광고 운영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습니다. 쿠팡 파트너스는 사용자들이 본인의 웹사이트에 쿠팡 광고를 게재하고, 이를 통해 유입된 고객이 구매를 하면 구매 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익으로 제공받는 서비스입니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예전부터 과도한 광고로 논란이 많았습니다. 특히 콘텐츠를 보기 위해 광고를 강제로 클릭하게 하거나, 광고가 화면 곳곳에 따라붙어 클릭을 유도하는 방식은 사용자들의 불만을 샀죠. 그리고 이번 공지에서 바로 그 문제의 핵심이었던 '더보기 배너'와 '플로팅 배너'가 공식적으로 금지되었고요.
이번 규정을 발표하며 쿠팡은 "사용자 친화적이고 긍정적인 건강한 광고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더욱 엄격한 광고 표준을 제시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고객 경험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쿠팡의 말과 달리, 오랜 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이제야 대책을 내놓은 이유가 궁금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정말 고객을 위한 변화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속내가 있는 걸까요?
자주보다는 더 오래 머무르게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쿠팡이 그동안 파트너스 광고에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 온 이유는 아마도 이 전략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특히 쿠팡의 강점인 '저렴한 생필품'과 잘 맞아떨어졌을 가능성이 높은데요. 언제든 필요할 법한 필수품을 저렴한 가격에, 늦어도 다음 날이면 받을 수 있으니, 고객들은 설사 광고가 불편해도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쿠팡은 고객 수와 주문 수를 꾸준히 늘려 왔을 거고요.
하지만 이제 쿠팡의 최우선 과제는 고객 수 확대에서 사용 시간 증가로 바뀌었습니다.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국내 인구수가 한정적인 만큼 성장세는 점차 둔화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쿠팡은 와우 멤버십을 중심으로 고객을 유지하고 있는데, 2023년 말 기준 멤버십 가입자가 이미 1,400만 명에 달하면서 이들을 추가로 방문시키는 것은 과거만큼 의미 있는 목표가 아니게 됐습니다.
이제는 매출 성장을 위해 고객이 한 번 방문했을 때 더 오래 머무르고 다양한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마케팅 전략도 '자주 방문하게 하는 것'에서 '더 오래 머무르게 하는 것'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번 쿠팡 파트너스 정책 개편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최근 쿠팡의 인당 사용 시간은 사용자 수 증가율을 넘어서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에 맞춰 상품도 변화 중입니다
여기서 쿠팡이 더욱 무서운 건, 마케팅 방식뿐만 아니라 상품 전략까지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필수재를 넘어 이제는 가치재로까지 상품군을 확장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고가 식료품 시장을 겨냥한 '프리미엄 프레시'를 만든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또한, 뷰티 카테고리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럭셔리 뷰티를 위한 전용 서비스 알럭스를 론칭했고, 중저가 라인 공략을 위해 PB 브랜드까지 출시하며 시장을 넓히고 있기도 합니다.
쿠팡은 단순히 고객을 모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더 오래 머무는 동안 구매할 만한 상품군을 늘려야 앞서 언급한 '더 오래 머무르게 하는 것'이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쿠팡은 상품 확대 전략을 병행하고 있는 셈이고요.
지난해 쿠팡은 매출 40조 원을 돌파하며 전례 없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성장에 대한 갈증은 남아 있습니다. 현재의 높은 기업 가치를 유지하고 인정받으려면 지속적인 성장세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이로 인해 쿠팡은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성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더욱 가속화된다면, 국내 유통 시장은 또 한 번 큰 변화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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