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략 #운영 #프로덕트
첫 투자 유치, 그리고 생긴 변화

지난 8월 짐워크의 시드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2개월 동안 투자 라운드를 진행하며 처음 시도해보고 배운 것들이 정말 많았다. 정보가 워낙 폐쇄적인 영역이라 미리 알았더라면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우리처럼 정보가 부족했던 초기 창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회고를 작성해본다.

 

투자유치 기사: https://www.m-i.kr/news/articleView.html?idxno=1182172

 

왜 투자를 받기로 결심했나요?

짐워크도 처음에는 일정한 수익이 어느정도 나기 시작하면서 “투자 받지말고 자생해보자!” 라는 꿈을 갖고 있었다. 투자 라운드 들어가는 리소스 때문에 프로덕트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이해관계자가 늘어날수록 사업 방향에 대한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4년 상반기에는 각자 회사를 다니면서 사이드프로젝트로 하다보니 점점 늘어지면서 어느샌가 지표도 정체되기 시작했다. 정체의 원인은 절대적으로 들이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 결국엔 짐워크를 키우려면 더 이상 사이드프로젝트가 아닌 본업으로 전환해야 할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

다만 본업으로 전환하려면 일단 최소 생계유지비가 필요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투자가 클로징 되면 퇴사를 할 생각이었다. (희망회로...)

 

 

어떤 투자사에 연락을 돌렸나요?

2023년 예비창업패키지(예창패)에 합격했을 때부터 긍정적으로 봐주셨던 메쉬업 벤처스, 그리고 주변 분들의 소개를 통해 다른 투자사들에게도 연락을 돌렸다. 이때 창업자의 네트워킹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투자 유치 경험이 없는 우리로서는 주변 지인들로부터 최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IR 발표 때 무슨 질문을 받나요?

IR발표 후 집에 가고 싶은 대표님

대표가 IR 발표를 10~15분 정도 진행하면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진다. 이 과정에서 나온 질문들을 통해 우리 비즈니스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할 수 있다. 단순히 방어하고 넘어갈 질문이 아니라 우리 팀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될 수도 있고,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지표들을 준비하면서 현 상황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배움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시장 크기 

우리는 헬스 매니아라는 좁은 타겟층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시장 크기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아무리 좋은 프로덕트라도 시장 자체가 작으면 비즈니스에 한계가 생기기 때문이다.

  • 전체 피트니스 인구 중 잠재 고객이 얼마나 될지
  • 국내에 메가 헬스 인플루언서들이 얼마나 있는지
  • 초보, 여성 타겟으로 넓힐 계획이 있는지
  • 글로벌 진출 계획

 

간절함

"이 사업에 그만큼 확신이 있다면, 왜 아직 퇴사를 안했어요?"

처음 몇군데의 투자사들과 미팅을 할 때 이런 피드백을 들었다. 물론 이런 이유가 투자 검토에 얼마나 결정적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돌이켜보면 투자는 몇 억 원의 베팅을 우리 팀에게 해달라는 것인데, 퇴사도 안 한 상태로 믿어달라는 건 무리한 요구였을지도 모른다.

이런 피드백을 몇 번 받은 후, 최종 클로징과 상관없이 일단 퇴사하기로 결심했다.

 

강점

  • 제품 퀄리티: 투자를 고민하시던 분들도 제품 퀄리티에는 다들 이견없이 만족한다는 피드백을 들었다.
  • BM 검증: 구독 모델로 이미 유의미한 수익을 내고 있었다. 
  • 팀구성: 유니콘 스타트업 출신의 멤버들이 모여있다 보니 긍정적으로 봐주셨다.

 

 

투자 전으로 회귀한다면… 알아두면 좋은 것들

 

1. 지표가 우상향할 때 투자를 받아야한다.

주식과 비슷하게 '지금 여기에 투자하시면 저점입니다~ 곧 성장해요~' 라는 느낌을 그래프에서 보여줘야한다. 다른 스타트업들이 라운드 돌기 전에 마케팅에 그렇게 돈을 쏟는 이유가 있다. 물론 건강한 지표는 아니지만 신규유저라도 확보해서 최대한 지표를 우상향으로 보이게끔 하려는 것이다.  우리는 구독자 수가 다소 정체됐을 때 라운드를 돌았다. 차라리 올해 초에 상승세를 그리고 있을 때 시작했더라면 더 높은 밸류를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 글로벌 진출 계획에 따라서 밸류가 달라진다.

같은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라도 메인 타겟이 국내인지, 해외인지에 따라 기업 밸류 차이가 많이 난다. 국내와 해외의 시장 크기는 압도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글로벌 진출이 전략만 구상된 상태인지, 실제로 가설은 검증해 놓은 상태인지에 따라서도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짐워크도 시장 크기에 대한 우려를 많이 들었지만, 서비스 초기부터 국내에서 PMF만 검증되면 바로 글로벌에 적용할 계획이었다. 창업 멤버 모두 해외 프로덕트 경험이 있다는 점, 해외 인플루언서 영입 전략 등을 강조하며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어필했다.

 

3. 텀시트는 연봉협상의 최종 오퍼와 비슷하다.

텀시트는 VC에서 희망하는 투자 금액과 회사의 밸류를 제안하는 문서다. 이직할 때 연봉을 가장 빠르게 올리는 방법이 다른 회사의 오퍼를 들고 가 경쟁을 붙이는 것이라면, 투자 라운드에서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도 비슷하다. 여러 VC로부터 텀시트를 많이 받아야 비교 경쟁을 통해 회사의 밸류를 올릴 수 있다.

텀시트에 관련된 더 자세한 정보는 유튜브 존잡생각 채널에 아주 잘 설명되어 있다. 당근에서 퇴사 면담할 때 창업조언을 많이 들었는데 어리버리한 내가 딱했던지 꼭 보라고 추천해주신 채널이다. 정말 귀한 정보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투자 후 생긴 변화   

 

1. 풀타임으로 일했을 때의 시너지

처음에는 정말 시간이 부족한게 문제일까? 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각자 회사를 퇴사하고 짐워크에 본격적으로 합류할때마다 매출이 뛰는걸 보면서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에 안도감이 들었다. 놀랍게도 지난 1년 동안 배포한 피처보다 최근 2개월간 배포한 피처가 더 많았다. 월간 리포트를 받은 투자사 측에서도 감탄해주셨다. 저희 소처럼 열심히 해요…^^

지난 1년간의 구독자수 그래프. 끌어~올려~

 

 

2. 월간 리포트로 회고하기

어느 투자사를 선택하든 매달 어떤 업무를 했고 재정 상황은 어떤지 투자사에 공유해야 한다. 이전 회사에서는 팀 PM들이 작성한 리포트에 첨부 이미지를 만드는 역할을 했는데, 이제는 직접 작성해야 하니 감회가 새롭다.

짐워크팀은 모두 앞만 보고 달려가는 스타일이라 매월 어떤걸 했는지 회고하는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월간 리포트를 작성하며 매달 만든 피처와 그 결과를 돌아보게 되었다. 단순히 보고용 작업이 될 줄 알았는데 팀원들 모두가 오히려 이걸 만들면서 회고하는 시간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고 느끼고 있다.

 

 

3. 기타 경영 지원 & 포트폴리오사 간의 네트워크

클로징이 됐다면 투자사도 이제 한 배를 탔기 때문에 함께 회사 밸류를 높이기 위해 힘써주는 존재가 된다. 
경영과 관련된 고민을 함께 나누거나 법률 자문, 패밀리 혜택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 포트폴리오사 대표들이 모인 카톡방에서는 종종 좋은 정보들이 공유되는데, 최근 이사한 사무실도 덕분에 정말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었다.

 


마무리

좋은 투자사를 찾은 덕분에 투자받기 전 걱정했던 부분들이 많이 해소됐다. 우리 팀이 가려는 방향을 믿고 지원해줄 수 있는 파트너를 찾은 느낌이다. 앞으로 그 믿음에 성과로 보답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저희를 믿어주신 매쉬업 벤처스의 정재원 심사역님, 인상혁 파트너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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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디 짐워크 · UX 디자이너

창업한 프로덕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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