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략 #운영 #마인드셋
창업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밸류 산정에 대한 3가지 진실

이 글은 [비주류VC의 이상한 뉴스레터]에서 발행되었습니다.

이 뉴스레터를 통해 약간은 솔직한 VC와 스타트업 세계를 소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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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비주류VC (Non-mainstream VC / NMSVC) 입니다.

오늘은 여덟 번째 이야기에요.

 

VC를 하면서 겪은 속 터지는 얘기들을 풀어놓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알기 어려운 투자 업계와 스타트업 업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써보려고 합니다.

보시는 분이 불편하시거나 본인이 등판할 일 없으시도록 사실관계를 각색하거나 변경한 부분들이 있으니 양해를 바랍니다. 

시작합니다!

 

목요일에는 제가 관심있는 스타트업 산업의 인터뷰나 좋은 글들을 발송드리고 있사오니 많은 분들께 구독 주소를 뿌려주세요!!!

매번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연재하겠습니다!.

 

제가 투자업을 시작한 후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이거에요.

"밸류 산정은 어떻게 해요?"

"저희 회사와 미팅 해 보시고 나서 밸류를 얼마 정도라고 생각하세요?"

"저희 회사 밸류 얼마면 투자하실 거에요?"

흔히 밸류라고 이야기 하는 숫자는 "현 시점에 회사의 가치"에요.

이 숫자를 기반으로 투자 단가가 결정되니까 어찌보면 투자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라고 할 수 있어요. 

오늘은 이 숫자가 어떻게 정해지는지에 대해서 얘기해 볼게요.

 

(열심히 미팅 중인 "비주류VC")

우선 제가 최근에 만난 2개 업체에 대해서 설명을 좀 드릴게요.

 

A사 Case

이 회사는 업력이 약 3년 밖에 안 된 신생회사에요.

특정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고 있는 기업이고 2023년 매출액이 약 78억원이었고 이익은 약 4억원 수준이었다고 해요. 올해는 약 150억원에 순이익은 10~15억 원 수준을 생각하신다고 했어요.

주로 B2C, B2B 용역 사업을 하는데 B2B쪽의 매출이 훨씬 큰 편이고, 파편화 된 시장 구조 속에서 기업화에 성공한 아주 좋은 케이스였어요.

그리고 최근 미국과 유럽쪽의 PE에서 가장 인기 있는 투자업종으로 알려져 있어서 제가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리서치 하다가 찾아낸 기업이긴 한데 막상 찾아뵈려니 서로 시간이 잘 안맞아서 처음 연락 주고 받은 후로부터 약 3주가 지나서야 만나뵐 수 있게 되었어요.

일단 대표님이 나이가 젊으셨고 패기넘치는 분이었어요. 특히 영업쪽으로 특화 된 분이신 듯 했고 그래서 이렇게 빠르게 성장했나 싶었어요.

처음에는 저희를 좀 경계 하시더라구요. 왜 온거냐, 난 돈 필요없다, 너희가 하는 일이 뭐냐, 나 바쁘니까 빨리 끝내자 등등...

차근차근 저희가 하는 일과 오늘 왜 찾아뵈었는지를 자세히 설명드렸더니 조금씩 관심을 가져 주신 경우에요. 솔직히 제가 10년째 이 일을 하면서 VC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경우는 보질 못했는데 이 업체가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스타트업은 돈이 늘 부족하고 VC로부터의 투자유치를 굉장히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생각하는데, 이 기업은 설립 이후 곧장 매출이 팍팍 뛰어서 그런지 투자에 대해 관심도 없고 필요도 없으신 상황이었어요.

다만 주로 참석하는 스타트업 대표들 모임에서는 VC가 간혹 대화주제로 귀에 들려와서 도대체 뭐하는 곳인지 궁금했다고 해주셨어요.

사업 내용을 들어보니 굉장히 마음에 들었고 AI, 2차전지 같은 Sexy한 Business는 아니지만 꾸준히 성장할 Unsexy Business로 보여서 오히려 더 맘에 들었던 것 같아요.

좌우지간 서로의 이야기를 해보고 난 후, 대표님께 회사의 현 가치를 얼마 정도로 보시냐고 여쭤봤어요.

대답은 1초만에 나왔어요.

"500억!"

500억 정도는 가치가 있다고 대표님이 생각하셨어요.

 

B사 Case

공교롭게도 이 회사의 업력도 약 3년 이었어요.

주요 사업은 B2C 용역 부분이고 2023년 기준 매출액은 약 40억원, 순이익은 약 1억원을 냈어요. 

제가 봤을 때는 속해 있는 산업이 거의 파편화 된 개인사업자들로만 이루어 진 시장인 반면, 시장 규모 자체는 굉장히 큰 것으로 보였어요. A사와 굉장히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회사죠?

산업은 큰데 그나마 기업 단위로 사업을 진행하는 회사가 이 회사 정도라는 생각에 찾아갔었는데 제 예상대로 거의 유일한 기업이었죠.

왜 그럴까 생각을 해보니, 이 회사의 노하우 자체가 사실 엄청난 비밀이거나 특허가 걸려있는 것은 아니었던 거에요.

개개인의 실력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3개월 정도의 짧은 훈련을 거치면 누구나 비슷하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문제였죠.

여기서 대표이사가 생각을 잘 한 부분이 차라리 이런 개인사업자들 중 일 잘하는 사람들에게 일거리를 "몰아주는" 전략을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수수료를 받는 구조로 사업구조를 짜놨는데 이게 주효했던 것 같아요.

주요 사업장에 개인사업자들이 중구난방으로 모여있을 때, 20명에 가까운 직원들을 대동해서 옷도 일관되게 입히고 고객 대응도 체계적으로 진행해서 상대적으로 눈에 띄게 한 것이지요. 그로 인해 압도적으로 많은 주문을 받게 되었고 매출도 굉장히 빠르게 증가한 케이스라고 해요.

 

저는 이 얘기를 듣고 삼국지에 "여몽"이라는 장수가 떠오르더라구요.

여몽은 중국 후한 말 삼국시대 오나라 "손권" 휘하의 장수였어요.

여몽은 집안이 가난해서 무술에 올인한 케이스였고, 상대적으로 글공부는 한 적이 없어서 손권이 직접 공부를 하라고 권해 볼 정도였다고 해요.

원래 오나라의 주인이었던 "손책"이 급사하면서 아들인 "손권"이 모든 정권을 물려 받았고 급작스럽게 부대를 재정비 하기로 했다고 해요. 이 때 규모가 작거나 쓰임이 적은 군대는 통폐합을 하겠다는 명령이 떨어지고 여몽처럼 작은 군대를 소유한 장수는 살아남기 위한 묘수를 짜내야 하는 시점이 왔던 거에요.

여몽의 임기응변이 이 때 나타나요.

여몽은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서 병사들에게 통일 된 붉은 옷을 입히고 돈까지 지급해요. 결국 손권의 검열 날에 옷도 통일 되고 돈도 지급 받은 여몽의 군대는 특별히 빛나 보였고 절도까지 있어보여서 타 부대가 여몽의 부대 밑으로 통합되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요.

B사 대표님의 전략이 딱 여몽이 취한 전략과 맞아 떨어지더라구요. 역시 1,700년이 넘게 지났어도 삼국지는 여전히 우리 일상에 큰 교훈을 주네요.

좌우지간 미팅의 마지막에 제가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회사의 가치가 얼마쯤 되는지를 여쭤봤어요.

대표님은 오히려 저에게 가치가 얼마쯤 될 것 같냐고 되물으셨는데, 저는 끝까지 대표님이 먼저 말씀해주시기를 간청드렸죠. 

"40억원이요."

대표님은 약 40억원 이라고 하시면서 제 눈치를 조금 살피셨어요.

마치 엄청나게 큰 금액을 불렀는데 이래도 되려나? 싶은 표정이셨죠.

 

두 기업의 밸류 차이는?

기본적으로 대표이사는 자신의 사업을 사랑해요.

그건 정말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VC들도 대표이사가 사업을 사랑하는 만큼 신뢰를 보내는 것이지요. 자신의 사업에 자신이 없는 창업자는 보는 순간 티가 나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제가 만나뵌 두분은 완벽히 자신의 사업에 확신이 있었고 사랑하고 있었어요. 정말 좋은 미팅이었어요.

하지만 보시다시피 한 회사는 약 500억원의 밸류를 인정 받고 싶어했고, 나머지 한 곳은 약 40억원을 불렀어요.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왜 이렇게 될까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위의 두 분은 자신의 회사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잘 찾아보지 않은 것으로 보여요

다시 말씀드리자면 아직까지 투자자로부터 객관적인 밸류에 대한 설명을 들은 적이 없는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이 부른 밸류에 대해 숫자적인 뒷받침이 전혀 없어서 저렇게 큰 편차의 밸류 차이가 생기는 거에요.

 

그럼 기왕이면 그냥 큰 숫자를 부르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어차피 VC는 밸류를 깎을 것 아니냐는 것이지요? 솔직히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에요. 일단 VC가 밸류를 깎는 작업은 당연히 할 거에요. 하지만 만약 이 사업이 요새 글로벌 시장에서도 핫한 AI 산업이었다면 VC가 밸류를 깎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아요. 그리고 다른 VC들과 경쟁이 붙었다면? 당연히 밸류를 깎느니 빠르게 투자 룸을 확보하는 방안을 선택할 거에요.

하지만 두개 산업 모두 상당히 오래 된 전통 산업 중 하나이고 섹시하다기 보다는 언섹시하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통폐합되고, DX(디지털전환) 될 산업이거든요. 그래서 높은 밸류 산정은 어려울 것이고, 오히려 VC들이 낮은 밸류가 아니면 투자검토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밸류 산정에 대한 3가지 진실

자 여기서부터 중요한 것 같네요.

미리 말씀드리지만,

아래 설명드리는 부분들은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어요. 

하지만 제 경험상 상당부분 통용되는 것들이오니 참고해서 받아들여주시면 감사하겠어요.

솔직히 "정답"은 아니지만 "모범답안" 정도는 될 수 있다고 봐요.

 

1. 회사에 대해 아는게 전혀 없는 누군가가 갑자기 대표님에게 당신 회사의 밸류가 얼마냐고 물었을 때, 순간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 숫자는 무엇일까요?

가장 공격받지 않을 모범답안은 전년도 순이익에 10을 곱한 숫자입니다.

자 그럼 A사와 B사의 경우에 대입해 볼까요?

A사의 경우 2023년에 약 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어요. 따라서 40억원이 적정한 기업가치라고 볼 수 있어요.

B사의 경우 2023년에 약 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어요. 그럼 10억원이 적정한 기업가치라고 볼 수 있죠.

뭔가 좀 이상하긴 하죠?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매출이 70억 가까이 났는데 순이익이 작다고 밸류가 작아지는게 맞느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구요, 세금 문제로 일부러 순이익을 줄여놨을 수도 있는데 단순히 전년도 당기순이익에 10을 곱하는게 맞느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어요.

일단 이 "10"이라는 숫자에 대해서 잠시 얘길 해볼께요.

 

2024년 2월에 금융위원회가 발간한 ['한국증시의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참고해봐야 할 것 같아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2024)'은 한국거래소, 자본시장연구원 등의 기관들이 함께 내놓은 방안으로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과 주주 환원 정책을 통해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겠다는 프로그램이에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약 1,600개에 달하는 전체 코스피, 코스닥 상장사들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스스로 수립해서 연 1회 자율공시하도록 유도하고 있어요. 솔직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성공 여부는 제가 판단 할 부분이 전혀 아니고, 제가이 프로그램에서 언급드리고 싶은 부분은 위의 [표1]에 나온 PER 부분이에요.

2014년~2023년까지 한국 코스피, 코스닥 상장사들의 평균 PER이 14.16이었다는 거에요. PER은 다들 아시다 시피 [시가총액 / 당기순이익] 이죠?

따라서 스타트업들의 경우에도 이 PER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거에요.

그런데 왜 14.16이 아니고 10을 적용하느냐는 질문이 남겠죠?

이유는 이 14.16이 코스피, 코스닥, 업종 등을 다 무시하고 나온 숫자이기 때문이에요. 일반적으로 코스피 평균 PER은 약 10, 코스닥은 평균 PER 약 20 정도 된다고 알려져 있어요. 제가 일일히 찾아보진 못했지만 네이버에 쳐보니 그정도 나오나봐요.

위의 14.16은 코스피, 코스닥을 다 합쳐 놓은 숫자다 보니까 투자하고 싶은 회사를 어느 시장과 비교해야 할지 좀 모호해져요. 그리고 업종도 당연히 고려가 안 된 숫자다 보니까 보수적인 산업과 혁신적인 산업 중 어디에 적용해야 할지도 모호한 거에요.

VC입장에서는 가능한한 싸게 주식을 매입하고 싶어 하니까, 14.16보다 조금 낮은 숫자인, 그러면서도 확 낮추지 않은 숫자인 "10"에 대해서 아주 러프하게 수긍하는 거에요.

 

2. 회사의 업종을 고려하지 않고 IPO 시기만을 가정한 밸류 산정

위의 기본적인 사항을 말씀드린걸 조금 확장해서 VC가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을 시에 IPO 시기만을 가정해서 산정하게 되는 밸류에 대해서 설명드릴게요.

VC가 투자 심사를 진행하면서 만드는 자료가 "투자심사보고서"에요.

이 투자심사보고서 맨 마지막에는 반드시 들어가는게 있어요.

바로 "회수 시점의 회사 기업가치" 부분이에요.

이 기업가치를 어떻게 산정하는지 설명드리면 아래와 같아요.

- 회사의 향후 5개년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추이를 회사에 요청해요.

- 회사와 논의하여 숫자를 Massage(?)해요. 이건 회사와 얘기해서 진짜 이루어질 수 있는 것과 아닌것, 그리고 그 수준에 대해서 논의해서 Discount 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뜻이에요.

- 회사가 IPO를 시도할 수 있는 시점을 대략 추정해봐요. 제 경우에는 회사의 예상 당기순이익이 약 80~100억원 사이가 되는 해의 다음해에 IPO에 성공한다는 가정을 짜요.

ex) 2027년 말 기준의 당기순이익이 100억원으로 예상된다면 2028년 초에 IPO 청구하여 2028년 말에 거래 시작되는 것을 가정해요.

이런 가정 수립을 거쳐서 2027년 100억원의 당기순이익에 상기 PER 10을 대입해 보면 약 1,000억원의 기업가치로 코스닥 시장(코스피는 1,000억원으로는 좀 작아서...)에 성공적으로 데뷔할 수 있다는 걸 유추해 낼 수 있어요.

물론 중간에 추가적인 유상증자나 20% 수준의 공모 과정이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오늘 주제는 "러프한" 산정을 예로 들고 있으니 모두 무시할게요.

 

결론적으로,

VC가 2024년에 어떤 회사에 투자할 시, 2028년에 1,000억 밸류로 Exit할 수 있다는 논리를 세웠어요. VC는 대게 10배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하고 투자해요. 따라서 현 시점에 약 100억원 정도의 밸류로 투자하면 된다고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회사가 마음 먹은데로 계속 성장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고, 현 시점에서 잘 나가는 상황에서 경쟁사가 생기는 등의 변수가 존재할 수도 있기 때문에 100억원 보다는 조금 깎고 싶어할 거예요. 대략 첫 펀딩에서는 투자자가 조금 더 협상력에서 우위를 보이기 때문에, 위 IPO 가정을 준용한다면 약 60~70억 사이의 밸류로 투자 협상이 이루어 질 가능성이 높아요.

 

3. 회사의 업종과 IPO시기를 고려한 밸류 산정

이제 회사가 속한 업종도 같이 고려해 볼까요?

일단 처음 설명 드렸던 PER "10"은 굉장히 러프한 숫자에요.

상황을 예시로 들면 대표님이 어떤 식사 자리에 갔는데 초면에 인사한번 한 사이에서 나온 질문에서나 나올 숫자에요. 따라서 좀 더 구체적으로 산업과 회사에 대한 얘기가 오가는 상황에서는 PER이 많이 달라지겠죠?

VC는 일단 회사에 투자하기 위해 작성하는 투심보고서 상에서 회사의 "Peer Group"을 설명하게 되요.

전능하신 네이버님은 Peer Group을 또래 집단 이라고 설명해 주셨어요.;;;;

금융쪽에서 사용하는 Peer Group은 투자 분석 및 비교를 위해 사용되는 개념이고,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과 유사한 사업모델과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는 상장사들을 골라내는 거에요.

상기 설명드린 A사와 B사의 경우에는 B2C와 기업 대상의 B2B 외주용역이 주요 사업 내용이어서 비슷한 상장사를 찾아봤어요.

...꽤 오래 찾아봤는데 딱 맞는 Peer Group은 찾기가 힘드네요. 아직까지는 너무 소규모 단위의 사업체만 많은 상황이라 상장사가 나오지 못해서 비교대상을 찾기 힘든 것 같아요. 직관적으로 떠오른 회사들은 전부 다 비상장사들이네요.

그래서 일단은 러프하게 업종은 "상업서비스와공급품", 그리고 "전기유틸리티"를 꼽았어요. 이걸 쓰는 이 순간에도 사실 맘에 안드는 Pick이긴 한데...뭐 밤을 새서 찾을 수는 없으니...양해를 부탁드...

일단 상업서비스와공급품에는 "NICE평가정보", "이크레더블", "포스뱅크" 같은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고 대부분 기업들을 대상으로 B2B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들이네요. A사도 멀지만 B사는 이 업종과 대단히 먼 거리가 있지만....일단은 선정할게요. 

2024년 11월 15일 장 마감 동일업종 PER는 18.07 이네요.

두 번째인 전기유틸리티는 "한전KPS", "그리드위즈" 같은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고 이 기업들은 대부분 인프라를 제공하는 사업들을 하고 있어요. B사는 전혀 다르지만 A는 어찌보면...굉~장히 넓게 보면 인프라 제공(?)이라고 우겨볼 여지도 있어서...일단은 선정할게요.

2024년 11월 15일 장 마감 동일업종 PER는 6.88 이네요.

이렇게 두 개 산업의 평균 PER는 12.48로 나왔어요.

사실은 여기에다가 개별 기업들을 더 찾아서 평균을 구해야하는데 시간 제약상 일단 동일업종 PER만 가지고 얘길 해볼게요.;;; 죄송...;;;

B2C를 주로 하는 B사는 이 Peer Group으로는 도저히 비교 대상이 안되네요.

그래서 그냥 B2B가 주력인 A사의 경우를 예로 들어볼게요.

A사는 상기 "2. 회사의 업종을 고려하지 않고 IPO 시기만을 가정한 밸류 산정" 케이스를 적용할 시 2027년 말 기준으로 약 1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요.

따라서 2028년에 100억원 X 12.48인 1,248억원의 기업가치를 기록하면서 코스닥 시장에 상장될 것으로 예상되요.

VC는 10배 수익을 내고 싶어하니까 1,248 / 10 = 124억원 수준에 투자하려고 할 거에요. 위에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첫 투자이면서 스타트업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해서 100억원 언저리에서 거래를 할 것 같네요.

 

대표님이 원하시는 500억원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2023년 당기순이익인 약 4억원의 12.48배인 49.92억원 보다는 약 2배를 인정해 드리는 것이니까 어느 정도 대화를 해볼만 하지 않을까 싶어요.

 

창업자의 VC와의 밸류 논의

위에 설명 드린 3가지 케이스를 잘 보셨나요?

VC는 처음 뵙는 창업자와의 미팅에서도 위와 같은 가정을 빠르게 머리로 계산해 보고 밸류에 대해서 논의를 이끌어 가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진짜 투자심사 프로세스에서는 저것보다 훨씬 많은 변수를 적용시켜야 해요.

현 시점에서 어느 정도의 인지도나 인기가 있는 산업인지.

향후 몇년 안에 충분한 매출과 순이익을 낼 가능성이 있는 성장 산업인지.

거래소에서 IPO를 거절할 만한 업종은 아닌지.

현재 라운드에서 강한 의지를 가진 앵커 하우스가 있는지 등등...

너무 많은 변수가 있어서 위와 같이 아주 간단하게 요약한걸 그냥 말씀드리는게 맞을지 걱정도 앞서네요.


그래도 한가지는 확실해요.

위와 같은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얘길 시작하는 것과 아닌 것은 차이가 클 거라는 점이에요.

 

VC가 밸류를 물어볼 때 상기 사항들을 얘기하면서 현 시점에 밸류가 이 정도면 좋을 것 같다고 하는게 훨씬 빠르게 대화를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어요.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다음과 같아요.

1. VC가 창업자에게 현재 회사 밸류에 대해서 물어봤을 때 그냥 자신의 기대감만을 가지고 대답하면 간극이 너무 커요.

2. 회사가 속한 산업과 그 산업에 속한 회사들(Peer Group)에 대해서 자주 스터디 해보는 게 회사의 밸류를 설명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3. 오늘은 속터지는 얘기는 아니었지만, 창업자분들과 밸류 협의가 정말 안되는 상황을 생각하면 속터지는 얘기가 맞는 것 같기도 해서 써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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