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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창업가들은 어떻게 처음 비즈니스를 시작했을까요? 창업가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Day 0로 돌아가, “처음”에 어떤 시행착오를 거쳐 고객에게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 수 있었는지를 배웁니다.

회원 가입을 할 때나 티켓을 예매할 때 삐뚤빼뚤한 모양의 글자를 똑같이 따라 입력해본 적,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신호등이 들어 있는 그림을 모두 고르고 ‘로봇이 아닙니다’를 체크해본 적도요. 이는 인간과 컴퓨터를 구분해내는 프로그램 리캡챠(reCAPTCHA)입니다.

한편 앱스토어 교육 카테고리에서는 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초록색의 부엉이 로고를 볼 수 있는데요. 재미있는 콘텐츠와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해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전 세계 1위 외국어 학습 앱 듀오링고입니다.

겉보기엔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는 이 두 서비스는 사실 한 사람으로부터 탄생했습니다. 과테말라에서 온 컴퓨터과학부 교수 루이스 폰 안이 그 주인공이죠. 오늘은 리캡챠와 듀오링고의 창업자 루이스 폰 안(Luis von Ahn)의 Day 0, 1996년으로 돌아갑니다.

오늘의 인사이트 요약
1.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면 해결책이 보인다
2. 하나의 도구로 해결한 두 가지 문제
3. 더 큰 목표를 위해 고수해온 원칙을 버릴 수 있는 용기
4. 결국 좋은 제품이 승리한다는 믿음

1.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면 해결책이 보인다

1979년 과테말라에서 태어난 루이스 폰 안(이하 폰 안)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의사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사탕공장에서 놀면서 기계를 분해 조립하기도 하고, 학생 때는 수학에 푹 빠져 몇 학년씩 앞선 문제들을 모두 풀어내기도 했죠.

한편 과테말라는 폰 안이 태어난 1979년부터 1996년까지 내전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차량이 도난당하는 것은 예삿일도 아니었고, 심지어 폰 안의 이모가 납치됐다가 겨우 돌아온 적도 있었죠. 과테말라가 더 이상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낀 폰 안은 15살이 되던 해 내전을 피해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됩니다.

미국의 듀크 대학교에 입학한 폰 안은 어렸을 때부터 즐겨왔던 수학을 전공으로 택합니다. 수학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쌓는건 헛된 일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하네요. 이때까지만 해도 폰 안은 본인이 다른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죠.

수학 공부를 이어가기 위해 카네기 멜론 대학교의 수학 대학원에 가려던 폰 안은, ‘300년간 풀리지 않은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는 교수님의 말을 듣습니다. 그 순간 폰 안은 벽을 느끼게 되죠.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재미를 느꼈던 그는 자신에게 수학 대학원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컴퓨터과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진학합니다.

그렇게 폰 안이 박사 과정을 막 시작했을 때 야후의 연구원이 특강을 하러 방문했고, 이것은 그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됩니다.

연구원은 야후가 해결하지 못한 10가지 문제를 이야기했는데, 그 중 하나는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계정을 무제한 생성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야후는 누구에게나 무료 계정을 제공하고 있었고, 한 계정 당 하루에 최대 500개의 메일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었죠.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계정을 계속해서 만들어내서 수천만 통의 스팸 메일을 보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보기로 결심한 폰 안은 ‘컴퓨터는 하루에 수백 개 계정을 만들 수 있지만, 사람은 그렇게 많은 계정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그렇게 그는 “이메일 계정을 만드는 대상이 컴퓨터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인지 확인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죠.

폰 안은 인간과 컴퓨터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인간은 읽을 수 있지만 컴퓨터는 읽지 못하는 ‘왜곡된 글자’를 개발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를 ‘캡챠(CAPTCHA)’라고 이름 짓습니다. 캡챠는 야후를 시작으로 다양한 웹 사이트에서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이후 그는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일을 찾고, 사람들에게 그것을 하게 만드는 것’을 박사 연구 주제의 방향성으로 잡게 됩니다. 그렇게 다음으로 그가 개발한 것은 이미지 라벨링에 활용되는 게임이었습니다.

랜덤하게 매칭된 두 사람에게 같은 그림을 보여주고, 동일한 단어을 입력하면 점수를 주는 방식이었는데요. 만약 두 사람이 같은 단어를 입력한다면 그 이미지에 해당 단어를 라벨링하는 원리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 게임을 온라인에 올리자 수백만 명이 참여했고, 사람들은 그저 게임을 할 뿐이지만 동시에 컴퓨터가 웹상의 이미지들을 잘 인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었죠. 이 게임은 구글이 사가게 됩니다.

📒 Editor’s Note: 처음 ‘캡챠’라는 이름을 들었을 땐 ‘캡쳐’라는 단어와 뭔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실은 ‘컴퓨터와 인간을 구분하기 위한 완전 자동화된 공개 튜링 테스트(Completely Automated Public Turing test to tell Computers and Humans Apart)’라는 아주 긴 단어의 앞글자를 딴 약자라고 한다.

2. 하나의 도구로 해결한 두 가지 문제

박사 과정을 마치고 카네기 멜론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던 폰 안. 그는 어느 날 빌 게이츠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예전에 인턴을 했던 폰 안을 당사의 연구원으로 채용하고 싶어했고, 그를 설득하기 위해 무려 빌 게이츠가 직접 전화를 건 것이었죠. 빌 게이츠는 폰 안의 우상이었지만, 교수로서 자신의 연구를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폰 안은 힘들게 그의 제안을 거절하게 됩니다.

그렇게 빌 게이츠의 제안을 거절하고 다시 연구에 몰두하던 폰 안은, 캡챠를 풀기 위해 쓰이는 시간이 너무 큰 낭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캡챠를 한 번 풀 때 10초 정도 걸리는데 매일 약 2억 건의 캡챠를 사람들이 풀고 있었고, 그럼 하루에만 무려 인류의 50만 시간이 쓰이는 것이었죠. 그래서 폰 안은 이렇게 많은 인류의 시간을 더 유용하게 쓸 순 없을까 고민했고, 문서 디지털화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떠올립니다.

당시 구글은 전 세계의 모든 책을 디지털화하고 온라인으로 제공하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는데요. 책의 스캔본에 있는 글자를 컴퓨터가 인식해서 디지털화를 진행해야 했는데, 스캔본의 30% 정도는 컴퓨터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캡챠의 글자들처럼 왜곡된 글자는 컴퓨터가 쉽게 해독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이러한 문제에 주목한 폰 안은 스캔본에서 컴퓨터가 인식하지 못하는 단어를 추출해서, 캡챠를 통해 사람들이 읽어내는 시스템을 개발합니다. 스캔본을 이용한 이 캡챠를 최초의 캡챠와 구분하기 위해 ‘리캡챠(reCAPTCHA)’라고 부르는데요.

리캡챠는 캡챠와 달리 사용자에게 두 가지 종류의 단어를 제공합니다. 하나는 이미 디지털화된 단어고, 다른 하나는 아직 컴퓨터가 해독하지 못한 단어죠. 앞의 단어는 컴퓨터가 답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정확하게 입력하면 참여자를 사람으로 인식하고, 뒤의 미해독된 단어에 대해서도 정확히 입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여러 사람에게 같은 단어를 보여주며 정확도를 점점 올려가는 것이죠.

‘사람과 컴퓨터를 구분하는 도구’인 캡챠는 이제 동시에 ‘컴퓨터가 읽지 못하는 글자를 사람이 읽어내는 도구’로도 쓰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3. 더 큰 목표를 위해 고수해온 원칙을 버릴 수 있는 용기

폰 안은 리캡챠를 통해 뉴욕타임스의 130년치 아티클을 디지털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막대한 돈을 벌었고, 이후 구글이 리캡챠를 인수합니다. 폰 안은 계약에 따라 3년간 구글에서 일하게 되죠.

하지만 그는 2년만에 구글에서 나와 듀오링고를 창업하게 되는데요. 계약 조건인 3년을 채우지 못해 일부 금전적인 손해를 감수해야 했지만, 예전에 빌 게이츠의 제안을 거절했던 일화와 유사하게 무언가에 꽂히면 다른 부분은 기꺼이 포기하는 그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리캡챠 인수로 젊은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누리게 된 폰 안. 더 이상 금전적인 부분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자, 창업의 동기가 변하게 됩니다.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이죠.

폰 안이 살던 과테말라는 매우 가난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본인처럼 풍족한 사람들은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읽고 쓰는 것조차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죠.

듀오링고는 대학원 제자였던 세버린 해커와 공동 창업한 회사인데요. 과테말라에서 온 폰 안과 스위스에서 온 세버린 모두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었습니다. 둘 다 영어를 배우면서 인생이 완전히 바뀐 케이스였죠. 언어를 배우는 것이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폰 안과 세버린은 그렇게 외국어 학습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 Editor’s Note: 세버린 해커(Severin Hacker)라는 이름은 ‘자르다(sever)’라는 영어 단어와 ‘해커(hacker)’가 합쳐져 마치 닉네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컴퓨터공학도였던 그에겐 운명같은 이름이 아닐까.) 폰 안이 세버린과 함께하기로 결정한 데는 영화에나 나올법한 그의 멋진 이름이 한몫 했다고.

누구나 쉽게 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듀오링고를 창업한 것이었기에, 폰 안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리캡챠와 유사하게 크라우드소싱 방식을 활용해, 이용자들의 참여로 제휴 업체에게 번역을 제공하는 방식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는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했죠.

결국 폰 안은 중대한 결정을 내립니다. 바로 듀오링고에 광고를 넣기로 한 것이죠. 누군가에게는 쉬운 결정일 수 있지만, 폰 안과 듀오링고 팀은 사용자 경험을 굉장히 중요시했기에 제품에 광고를 절대 넣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금까지 고수해왔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창업할 때 세웠던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더 큰 목표에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폰 안도 그걸 느꼈습니다. 돈을 벌어야만 ‘무료로 언어 교육을 제공한다’는 회사의 미션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었죠.

폰 안은 1년에 걸쳐 직원들을 설득했습니다. 폰 안의 설득에 결국 듀오링고 팀은 각 수업이 끝날 때마다 작은 배너 광고를 넣게 되는데요. 광고 도입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가져왔습니다. 0이었던 수익은 연간 1000만 달러까지 증가했죠.

한편 광고가 도입되자 많은 사용자들로부터 광고를 끌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문의가 들어왔고, 듀오링고는 광고를 없앨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구독 서비스는 광고보다 훨씬 더 큰 돈을 벌어다주었고 마침내 듀오링고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게 됩니다.

4. 결국 좋은 제품이 승리한다는 믿음

한편 듀오링고 팀이 지금까지 계속해서 지켜온 원칙도 있습니다. 단순히 수익을 많이 내는 제품이 아닌, 사용자들의 외국어 학습에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죠.

언어를 배우는 데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부분은 사용자가 꾸준히 학습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듀오링고는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를 활용해 사람들이 즐겁게 학습하도록 만들죠. 또한 꾸준한 학습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AI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주기적인 알림 메시지를 보내줍니다.

📒 Editor’s Note: 듀오링고를 사용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푸시 알림이 오는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 알림이 소용이 없나 보네요..." 투의 알림을 띄우며 알림이 다시는 뜨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사용자의 죄책감(?)을 유발하는 알림 메시지가 오히려 가장 효과가 좋았다고. 듀오링고의 집요한 푸시 알림은 세계적인 밈(meme)이 되기도 했다.

사실 언어 학습 방식을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많은 노력과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다. 당장의 수익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기에, 교육 회사들은 제품 개선에 공을 들이기보다는 화려한 마케팅에 비용을 더 많이 쓰곤 하죠.

하지만 듀오링고는 이와 반대로 마케팅에 많은 돈을 쓰지 않고 대부분의 비용과 시간을 제품 개선에 투입한다고 합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결국 좋은 제품이 승리한다는 믿음 때문이죠. 그래서일까요? 매일 3천 4백만 명이 넘는 전 세계 사람들이 듀오링고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수익 확보와 동시에 무료 언어 교육 제공에 충실하고 학습 효과를 높이는 것에 집중해온 듀오링고는, 마침내 2021년 나스닥에 상장하게 됩니다. 2024년 10월 현재 듀오링고는 100억 달러(한화 약 13조)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죠.

“돈이 없는 사람도 모두 저와 같은 기회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라고 말하는 루이스 폰 안. 캡차와 리캡차를 통해 인터넷 보안의 역사를 바꾸고, 이제는 듀오링고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의 외국어 학습을 돕고 있는 그는 ‘하나에 꽂히면 집요하게 몰두하는 성격’을 그의 성공 요인으로 꼽습니다.

💬 ”결국 더 나은 제품이 승리한다고 믿고 있으며, 그래서 우리는 마케팅에 많은 돈을 쓰지 않습니다.” - 루이스 폰 안

뉴스레터에 소개되지 않은 더 많은 이야기를 읽어보세요! 전문을 읽고 난 후, 아래 질문에 대해 고민해보시면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거예요.

❓ 빌 게이츠의 설득, 안정된 구글의 삶, 나라면 이 모든 것을 뿌리칠 수 있을까요? 그만큼 강렬한 꿈을 가져본 적이 있나요?

❓ 경제적 자유를 이루게 된다면, 내가 정말 풀고 싶은 문제는 어떤 게 있을까요?

❓ “장기적인 관점에서 마케팅보다는 제품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이 의견에 동의하시나요? 그렇다면/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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