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략 #프로덕트 #마인드셋
130억 투자 받은 'K-팔란티어' 스타트업, 어떻게 일하고 무엇이 다른가

요즘 웬만한 회사에는 다 생성형 AI가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 보면, 가장 기본적인 사내 검색조차 제대로 안 되는 곳이 허다합니다. 탁정수 인포시즈(INFOCZ) 대표가 매일같이 마주하는 풍경이죠. 회사 안의 데이터가 여기저기 흩어지고 잘게 쪼개져 있어서, AI가 있어도 제구실을 못 하는 겁니다.

기업들이 처음 꺼내 든 해결책은 ‘벡터 RAG’라는 기술이었습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직원이 질문을 던지면, 사내 문서 더미에서 그 질문과 가장 비슷해 보이는 대목을 찾아내 AI에게 건넵니다. AI는 그걸 읽고 답을 내놓죠. 2024년부터 2025년 사이 엄청나게 유행한 방식입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허점이 있었습니다. 질문과 ‘비슷해 보이는 대목’이 곧 ‘정답을 내는 데 필요한 대목’은 아니었거든요.

 

이미지 1. 탁정수 대표는 벡터 RAG를 도입한 뒤에도 환각이 남아 생성형 AI의 정확도가 약 70% 선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한다. (출처: EO)

 

그토록 많은 기업이 이 방식을 썼는데도, AI가 그럴듯한 거짓말을 지어내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탁 대표는 기업 현장에서 쓰는 생성형 AI의 정확도가 여전히 약 70% 선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합니다. 열 번 물으면 세 번은 틀린 답을 내놓는 셈이니, 중요한 업무에 마음 놓고 쓸 수가 없는 노릇이죠.

인포시즈는 이 70%의 벽을 ‘그래프(Graph) 기술’로 넘으려는 회사입니다. 낱말 퍼즐처럼 흩어져 있는 데이터들이 서로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먼저 관계도를 그려 두고, AI가 그 연결선을 따라가며 답을 찾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물론 기술력만 있는 회사는 아닙니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역량은 ‘실행력’인데요. 한번은 이 회사가 한 대기업 미팅 자리에서 복잡한 설계 도면 3,000장을 읽어 보겠다고 덜컥 답한 적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당시 인포시즈에는 이미지를 읽는 비전(Vision) 기술이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티클 내비게이션]

  1. 대기업 계약서 앞에서 열흘 넘게 고민하다: 기술을 지킨 보안 회사
  2. 조각난 보험 약관부터 30일 잠복 해커까지: 선으로 이으면 보이는 것들
  3. “그렇게 다 한다고 하시면 어떡해요” 도면 3,000장이 불러온 기적
  4. AI에게 ‘아무 말 대잔치’를 금지하는 법: 현장에 뛰어든 엔지니어들
  5. “남극 갈 건데 장비 챙겨서 출발한다” 세상에 없던 문제를 푸는 사람들의 모험
  6. 도면 그다음은 로봇과 수천 개의 AI: ‘생각하는 사람’을 위한 기술

 

 

대기업 계약서 앞에서 열흘 넘게 고민하다: 기술을 지킨 보안 회사

 

인포시즈의 출발점은 원래 AI가 아니라 ‘보안’이었습니다. 

보안은 IT 업계에서도 손꼽히게 까다롭고, 다뤄야 할 데이터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분야죠. 이 일을 하던 탁정수 대표는 평소 이런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나조차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정보들이 참 많을 텐데, 이 흩어진 점들을 선으로 이어 보면 전혀 몰랐던 새로운 통찰이 보이지 않을까?’ 

그 물음에 딱 들어맞는 답이 바로 데이터 간의 관계를 그물망처럼 연결하는 ‘그래프’ 이론과 기술이었습니다.

 

흩어진 정보를 서로 이으면 보이지 않던 통찰이 드러날 수 있다. (출처: EO)

 

탁 대표는 영화 〈아바타〉에서 나비족이 자신을 둘러싼 자연의 모든 것과 신경망으로 연결돼 거대한 힘을 끌어내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AI 시대에도 모든 데이터가 유기적으로 이어진 네트워크가 엄청난 힘을 낼 거라 믿고, 인포시즈는 꽤 오래전부터 그래프 기술을 갈고닦아 왔습니다. 

그리고 2025년을 넘기며 기존 검색 방식(벡터 RAG)의 한계를 넘을 대안으로 ‘그래프’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하자, 수많은 기업이 인포시즈에 먼저 연락해 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 길이 처음부터 꽃길이었던 건 아닙니다. 그래프 기술을 막 시작해 투자를 이어 가던 무렵, 인포시즈는 엄청난 돈과 공을 들인 끝에 한 대기업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가까스로 따냈습니다. 그런데 도장을 찍기 직전, 상대 기업이 조건을 하나 내걸었습니다. 이 솔루션에 대한 모든 소유권을 자신들에게 넘기라는 요구였죠.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면 당장 급한 프로젝트 비용은 들어옵니다. 하지만 핵심 기술을 통째로 넘기고 나면, 회사의 미래인 기술의 소유권을 다시는 되찾기 어렵습니다. 탁 대표는 열흘 넘게 고민한 끝에, 결국 계약을 포기하기로 결단했습니다.

 

탁정수 대표는 열흘 넘는 고민 끝에 솔루션 소유권을 모두 넘기라는 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출처: EO)

 

이미 쏟아부은 돈과 노력이 컸던 만큼 재정적인 타격도 뼈아팠습니다. 탁 대표는 그때를 회사 역사상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꼽습니다. 하지만 눈앞의 돈 대신 기술을 지킨 덕분에 핵심 역량은 회사 안에 고스란히 남았고, 오히려 그 일을 계기로 기술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그때의 쓰라린 선택이 오늘날의 인포시즈를 만든 가장 단단한 주춧돌이 되었다고 돌아봅니다.

 


 

조각난 보험 약관부터 30일 잠복 해커까지: 선으로 이으면 보이는 것들

 

그렇다면 데이터를 선으로 잇는다는 ‘그래프’는 실제 업무에서 어떻게 쓰일까요? 보험 약관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약관에서는 질문과 딱 맞는 문단 하나를 정확히 찾아냈다고 해서 정답을 다 얻은 게 아닙니다. 사람이 약관을 해석할 때 반드시 함께 대조해 봐야 하는 연관 문단들이 약관 여기저기에 뿔뿔이 흩어져 있기 때문이죠.

윤은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인포시즈에 합류해 처음 맡은 일이 바로 이 복잡한 약관을 다루는 챗봇이었습니다. 팀은 흩어진 약관 조항들을 그래프 형태로 촘촘히 연결해 모델링했습니다. AI가 관련된 정보를 빠짐없이 다 모은 뒤에 답을 내놓게 한 것이죠. 윤 CPO는 이때 그래프를 쓰면 기존의 단순 검색 방식(벡터 RAG)보다 AI가 정확하게 답할 수 있는 영역이 확실히 넓어진다는 걸 피부로 실감했습니다.

김창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인포시즈의 방식을 우리가 매일 쓰는 ‘내비게이션’에 비유합니다. 인포시즈는 문서를 단순히 조각내 검색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문서들이 다루는 핵심 개념과 대상을 모두 뽑아냅니다. 그러면 같은 개념을 이야기하는 여러 문서가 하나로 묶이죠.

우리가 보는 내비게이션 지도에는 가로수 모양이나 건물 외벽 색깔 같은 불필요한 정보는 빠지고, 건물이 어디 있고 도로가 어떻게 이어지는지처럼 ‘길 찾기’에 꼭 필요한 뼈대만 남습니다. 

인포시즈가 ‘온톨로지 레이어’라고 부르는 중간 단계가 바로 이 지도 역할을 합니다. 복잡한 데이터 속에서 핵심 개념과 연결 고리만 단순화해 지도를 그려 두는 것이죠. AI는 답변을 만들기 전에 이 지도 위에서 먼저 길을 찾고, 그 경로를 따라가며 답을 내놓기 때문에 훨씬 정확해집니다. 게다가 AI가 어떤 길을 거쳐 그런 답을 냈는지 과정까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시스템을 관리하기도 한결 수월해집니다.

 

온톨로지 레이어는 내비게이션 지도처럼 복잡한 개념을 단순화해, AI가 먼저 길을 찾고 답하게 한다. (출처: EO)

 

그래프는 문서뿐만 아니라 ‘사람의 행동’을 읽는 데도 쓰입니다. 편명장 ML 리드가 소개하는 인포시즈의 보안 제품은 사내 구성원들의 행동 기록을 그래프로 엮습니다. 기존의 보안 시스템은 이미 알려진 해킹 수법을 바탕으로 ‘이런 행동은 하면 안 된다’는 규칙을 수없이 세워 두고, 그 규칙을 어기는 행동을 막는 식이었습니다.

반면 인포시즈의 보안 제품은 애초에 규칙을 정해 두지 않습니다. 대신 직원이 평소 하던 업무 패턴을 그래프 관계망으로 파악해 두고, 누군가 평소 행동에서 크게 벗어나는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자동으로 경고를 띄웁니다. 그다음 거대언어모델(LLM)이 이게 진짜 위험한 위협인지 한 번 더 꼼꼼히 거르고, 최종 결과를 보안 분석가에게 넘기죠. 

실제로 이 제품은 시가총액 상위권의 한 반도체 회사가 기존 방식으로는 아예 잡아내지 못했던 새로운 종류의 위협을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단숨에 대량의 데이터를 빼돌리는 공격은 비교적 잡기 쉽습니다. 진짜 골치 아픈 건 30일 동안 조용히 숨어 지내면서 데이터를 아주 조금씩 밖으로 빼돌리는 지능적인 공격이죠. 이런 건 1시간 치 기록(로그)만 들여다봐서는 절대 알 수 없습니다. 오랜 기간에 걸친 행동 기록들을 그래프로 촘촘히 엮어 한눈에 이어 봐야만 비로소 꼬리가 잡힙니다. 

편 리드가 아는 한, 이런 그래프 기반의 이상 탐지 기술을 대규모 기업 환경에 실제로 적용해 검증해 낸 사례는 국내에서 인포시즈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렇게 다 한다고 하시면 어떡해요” 도면 3,000장이 불러온 기적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대기업 S사가 복잡한 설계 도면 3,000여 장을 컴퓨터로 빠르게 읽어 낼 방법을 6개월 넘게 찾아 헤매고 있었습니다. 미팅 자리에서 이 고민을 들은 탁 대표는 “그래프 데이터베이스로 한번 읽어 보면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했습니다. 정말 가능하겠냐는 S사 측의 물음에, 탁 대표는 “가능합니다”라고 확실하게 답했죠.

미팅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온 탁 대표가 팀원들에게 “이거 가능하지?” 하고 묻자, 사내에서는 이런 반응이 나왔습니다.

“그렇게 다 한다고 하시면 어떡해요”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인포시즈에는 도면 같은 이미지를 컴퓨터가 인식하게 하는 ‘비전(Vision) 기술’이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단 부딪쳐 보기로 했습니다. 팀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관련 분야 논문과 기존 비전 인식 기술의 온갖 시도들을 닥치는 대로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회사에 있던 사람들이 힘을 합쳐 기어코 무언가를 만들어 냈습니다. ‘안 될 수도 있겠다’며 반신반의했지만, 막상 해 보니 거짓말처럼 작동했습니다.

탁 대표에 따르면 결과물을 본 S사 담당자들은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가장 큰 기술 기업들과도 다 시도해 봤는데, 도면을 그래프 기술로 풀어내는 방식은 완전히 새로웠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은 깐깐한 대기업이 인포시즈를 파트너로 선택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도대체 설계 도면이 왜 그렇게 읽기 어려울까요? 

지금 인포시즈에서 이 난제를 붙들고 있는 주역 중 한 명은 대만에서 유학 온 첸보한(Chen Bo Han) 응용과학자입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대만에서 천문학 연구원으로 일했던 그는, 현재 도면의 복잡한 구조를 정밀하게 읽어 내는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가 짚는 어려움은 명확합니다. 복잡한 공학 도면을 캡처해서 챗GPT 같은 최신 AI에 넣어 봐도, 부품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배관 속 물질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지 같은 구조적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대만에서 유학 온 첸보한 응용과학자는 도면을 정밀하게 읽어 내는 AI 에이전트를 개발한다. (출처: EO)

 

편명장 ML 리드에 따르면, 지금까지 도면을 인식하는 작업은 대부분 사람이 일일이 눈으로 보고 손으로 입력해야 했습니다. 도면 한 장을 처리하는 데 최소 8시간 이상이 걸렸죠. 

하지만 인포시즈가 만든 제품으로는 단 5분 안쪽이면 충분합니다. 복잡하게 얽힌 도면 속 부품들의 연결 관계를 컴퓨터가 스스로 복원해 내는 일은 학계에서도 오랫동안 풀지 못한 난제였습니다. 편 리드는 인포시즈가 이 기술을 거의 처음으로 실제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상용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고 자부합니다. 현재 이 분야에서는 서울대학교와 공동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포시즈의 도면 인식 솔루션 화면. ‘@CND-TK-165 연결된 장비 찾아줘’ 같은 질문으로 도면 속 설비를 찾는다. (출처: EO)

 

첸보한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쓰는 방식은 ‘하네스 엔지니어링(Harness Engineering)’이라 불립니다. 말에 고삐(Harness)를 채워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처럼, AI가 엉뚱한 실수를 하지 않고 정확하게 움직이도록 전체 작업 판을 정교하게 설계하고, 정밀한 전용 도구들을 AI의 손에 직접 쥐여 주는 기술입니다.

그가 가장 중요한 성과로 꼽는 ‘델타플로우(DELTAflow)’ 프로젝트는 도면 위 수많은 부품의 연결 관계와 흐름 방향을 정확한 ‘지식 그래프’로 바꿔 놓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자랑거리는 심각한 환각 없이 정확한 답을 내놓는다는 점입니다. 이 시연 결과를 직접 본 한 대형 에너지 회사 담당자는 이 정도로 정확할 줄은 몰랐다며 놀라워했습니다.

비전 기술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맨땅에서 시작한 팀이었지만, 이제 윤은 CPO는 주저 없이 ‘비전 기술’을 인포시즈의 가장 확실한 무기 중 하나로 꼽습니다.

 


 

AI에게 ‘아무 말 대잔치’를 금지하는 법: 현장에 뛰어든 엔지니어들

 

어떤 문서를 넣을지도, 사람들이 어떤 질문을 할지도 아직 안 정해졌는데, 일단 챗봇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죠. 

윤은 CPO가 보험 약관 프로젝트 다음으로 맡은 한 공공기관의 요구사항이었습니다. 앞으로 기관에서 다룰 모든 비정형 문서(도면, 이메일, 계약서처럼 형태가 제각각인 정보)를 그래프로 바꾸고, 그 문서들에 대응할 수 있는 챗봇을 만들어 달라는 난감한 과제였죠. 

당시만 해도 비정형 문서에 그래프 기술을 적용하는 시도가 막 시작되던 때였고, 데이터 지도(온톨로지)를 어떻게 그려야 할지 어디에도 정답이 없어 온갖 방법을 다 시도해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그리고 그 치열한 시행착오 속에서 윤 CPO가 얻은 뼈저린 교훈은 곧 인포시즈 팀 전체의 철칙이 되었습니다. ‘무작정 기술부터 들이밀지 말고 반드시 고객의 진짜 문제부터 정의할 것, 그리고 그다음에 풀 방법을 찾을 것.’

고객사 현장에 직접 파견 나가 그렇게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까지 해내는 엔지니어를 ‘FDE(Forward Deployed Engineer)’, 우리말로는 ‘전방 배치 엔지니어’라고 부릅니다. 신지훈 FDE는 고객사에서 숨은 문제를 찾아내는 일부터 그게 정확히 어떤 문제인지 정의하는 일까지 모두 직접 맡습니다.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하기 전에 현업 담당자들과 워크숍을 열고, 아예 그 분야의 준전문가가 될 만큼 업무를 깊이 파고들죠.

 

신지훈 FDE는 고객 현장에 들어가 문제 발굴부터 정의까지 직접 맡는다. (출처: EO)

 

왜 굳이 엔지니어가 고객사 현장까지 들어가야 할까요? 

대기업들은 보안 때문에 사내 데이터를 회사 밖으로 절대 내보낼 수 없습니다. 결국 회사 안에서만 데이터를 다듬고 정제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사내 IT 인력만으로 이 난도 높은 AI 문제들을 다 풀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신 FDE는 바로 이 지점에서 기업들이 현장 투입형 엔지니어인 FDE를 간절히 찾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그렇다고 현장에 갈 때마다 매번 맨손으로 바닥부터 시작하는 건 아닙니다. 인포시즈가 이미 다져 놓은 솔루션을 바탕으로 하면, 단 몇 시간 만에 기본 세팅을 끝내고 그 자리에서 바로 고객사에 시연해 보인 적도 있을 만큼 전개가 빠릅니다.

현장의 요구는 때로 가혹할 만큼 까다롭습니다. 김창하 CTO가 짧은 기간 깊이 몰입했던 한 고객사 프로젝트에는 타협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조건이 걸려 있었습니다. ‘절대로 틀리면 안 된다. 정확도는 무조건 100%여야 한다.’

어떻게 하면 거짓말을 잘하는 생성형 AI로 정확도 100%를 달성할 수 있을까? 치열하게 고민하던 김 CTO는 한 가지 역발상을 떠올렸습니다. ‘AI에게 자유도를 덜 줄수록 정확도가 높아지겠구나.’ AI가 마음대로 문장을 만들 수 있는 자유도가 높다는 건,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실수하거나 딴소리를 할 여지가 많다는 뜻이니까요.

그래서 그가 꺼내 든 해법이 ‘도메인 특화 언어(DSL)’입니다. AI가 아무 말이나 자유롭게 지어내게 두지 않고, 그 업무 분야에 딱 맞춰 엄격하게 정해 둔 전용 언어의 틀 안에서만 움직이게 고삐를 죄는 방법이죠. 재빠르게 실험해 보니 성능이 무척 뛰어났고, 이 DSL 방식은 인포시즈 플랫폼에 정식으로 반영되어 회사의 새로운 핵심 방법론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김창하 CTO는 문제 하나만 보지 않고 주변을 함께 살피며 진짜 문제를 찾는다. (출처: EO)

 

신지훈 FDE의 팀도 현장에서 아주 비슷한 돌파구를 찾아냈습니다. 

거대언어모델(LLM)로 업무용 AI 에이전트를 만들다 보면, AI가 항상 올바른 데이터만 찾아내게 만들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흔히 표로 정리된 데이터베이스에서 정보를 꺼내 올 때는 ‘SQL’이라는 컴퓨터 언어를 쓰는데, 실제 기업 현장의 데이터 구조는 워낙 복잡해서 AI에게 바로 SQL 코드를 짜라고 시키면 사람조차 해독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오기 일쑤죠.

팀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AI와 SQL 사이에 ‘OQL’이라는 새로운 중간 다리(계층)를 놓았습니다. 사람도 이해하기 쉽고 AI(LLM)도 다루기 쉬운 징검다리 언어를 만든 셈입니다. 데이터 간의 관계까지 의미로 연결해 묻는 이 OQL 덕분에, 팀은 AI가 엉뚱한 답을 내놓는 환각률을 거의 ‘0’에 가깝게 떨어뜨릴 수 있었습니다.

 

 OQL은 SQL만으로는 놓치는 데이터 간 관계까지 의미로 연결해 묻는 질의어다. (출처: EO)

 

김 CTO가 보기에 AI 에이전트의 똑똑함을 좌우하는 건 결국 ‘데이터의 품질’입니다. 그리고 흙탕물 같은 날것의 데이터를 깨끗하게 정제하려면 그 회사의 실제 업무를 속속들이 이해해야 하고, 그러려면 현장 실무자와 엔지니어가 거의 한 몸처럼 호흡하며 일해야 합니다.

이렇게 엔지니어들이 현장에서 발로 뛰며 쌓은 값진 경험들을 일회성으로 날리지 않고 회사 전체의 자산으로 바꾸는 일은, 플랫폼 리드이자 FDE를 겸하고 있는 윤은 CPO의 몫입니다. 그가 만들고 있는 ‘AI FDE’ 시스템은 선배 엔지니어들이 현장에서 무엇을 고민했고 왜 그런 기술적 선택을 했는지 그 노하우를 차곡차곡 모읍니다. 덕분에 다음 현장에 투입되는 엔지니어는 맨땅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아도 됩니다.

 


 

“남극 갈 건데 장비 챙겨서 출발한다” 세상에 없던 문제를 푸는 사람들의 모험

 

대기업 AI 연구원으로, 또 누구나 아는 대형 커머스 플랫폼의 추천 시스템 엔지니어로 남부럽지 않은 경력을 쌓았지만, 편명장 ML 리드의 마음 한구석에는 늘 아쉬움이 남아 있었습니다. 처음 대학원에 진학할 때 품었던 ‘내 손으로 만든 AI로 세상을 크게 바꾸고 싶다’는 뜨거운 포부에는 조금 못 미쳤기 때문이죠. 그런 그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한 것이 바로 ‘세상에서 아무도 풀지 못한 문제에 도전한다’는 인포시즈의 목표였습니다.

국내의 흔한 B2C(소비자 대상) IT 기업에서 머신러닝 엔지니어로 일하면, 대개 검색, 상품 추천, 광고 셋 중 하나를 맡게 됩니다. 이미 문제의 패턴이 깔끔하게 규격화돼 있고, 바다 건너 실리콘밸리에 훌륭한 모범 답안(레퍼런스)도 다 나와 있죠.

 반면 편 리드가 보기에 지금 인포시즈가 부딪히는 문제들은 전 세계 어디를 뒤져봐도 참고할 만한 선례가 없습니다. 기업 안의 뒤죽박죽인 날것의 데이터를 의미가 서로 맞물리는 정교한 형태로 끌어올리는 이 작업은, 그가 대형 커머스에서 겪었던 대규모 트래픽 문제보다 훨씬 더 난도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숨 막히게 어려운 문제를 맞닥뜨리면 오히려 짜릿한 희열을 느낍니다. 문제가 어렵다는 건 그만큼 세상의 아무도 아직 풀지 못했다는 뜻이고, 우리가 그 문제를 풀어냈을 때 산업 전반에 미칠 파급력이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확실한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편명장 ML 리드는 세상에서 아무도 풀지 못한 문제에 도전한다는 목표에 끌려 인포시즈에 합류했다. (출처: EO)

 

물론 전례 없는 문제를 풀다 보면 벽에 부딪혀 막막하고 힘든 시간도 꽤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 팀은 주저앉기보다 ‘일단 해 보자’며 부딪치는 쪽을 택합니다. 김창하 CTO에게 그 순간은 마치 이런 기분입니다.

“남극 갈 건데 장비 챙겨서 출발한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 기업은 위계질서가 뚜렷하고 딱딱한 사회로 보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대만에서 온 첸보한은 인포시즈에서 일하며 한국 직장에 대한 편견이 완전히 깨졌습니다. 인포시즈 사무실에는 흔한 대표이사 전용 방이 없고, 임원들도 개인 사무실을 따로 쓰지 않습니다.

편 리드가 옆에서 지켜본 탁 대표는 “이게 너무 재미있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소년처럼 천진하게 계속 건네는 사람입니다. 반면 윤 CPO가 본 대표는 회사가 자금난으로 아무리 휘청거려도 직원들부터 먼저 챙겼고, 무슨 일이 있어도 직원들 월급날만큼은 단 한 번도 밀리지 않게 지킨 사람이었죠. 

탁 대표 자신은 리더의 책임감이 결국 ‘신뢰’에서 나온다고 믿습니다. 고객에게는 더 좋은 제품을 납품하겠다는 신뢰를, 함께 뛰는 동료들에게는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가 계속될 거라는 신뢰를 대표인 자신이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는 철학입니다.

 

인포시즈 구성원들이 한 테이블에 모여 일하고 있다. (출처: EO)

 

윤은 CPO는 AI를 만드는 엔지니어들이 자칫 잘못하면 ‘당장은 나에게 이득이 되지만, 길게 보면 사회에 해를 끼치기 쉬운’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드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하는지, 문제 앞에서 얼마나 정직할 수 있는지가 무척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눈앞의 쉬운 길 대신 “진짜 문제를 해결하려면 저기까지 가야 한다”고 정직하게 말할 수 있는 동료들. 윤 CPO가 인포시즈 사람들을 깊이 신뢰하는 이유입니다.

 


 

도면 그다음은 로봇과 수천 개의 AI: ‘생각하는 사람’을 위한 기술

 

복잡한 도면을 AI로 읽어 내는 데 성공했지만, 인포시즈의 걸음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윤 CPO가 지금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과제로 꼽는 일은, 도면과 비정형 문서를 하나로 연결하고, 나아가 가상 실험(시뮬레이션)까지 가능하게 만드는 ‘설계 에이전트’입니다. 고객사가 먼저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이자 컴퓨터 속 AI가 실제 물리적 세계(공장·설비)에 한층 더 가까워지는 일이라, 그는 이 프로젝트를 회사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탁 대표가 그리는 미래의 큰 그림도 정확히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산업 현장의 설비들을 디지털 공간으로 똑같이 옮겨 놓으려면 먼저 ‘도면 인식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옮겨 놓은 디지털 설비 위에 흐르는 센서 데이터와 공정 데이터를 지도(온톨로지)로 엮어 의미에 따라 촘촘히 연결하면, 하나의 거대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지죠.

탁 대표는 바로 이 지점에 우리가 절대 남에게 양보해서는 안 될 기술이 있다고 강조합니다. 미국의 팔란티어나 엔비디아 같은 글로벌 기업의 앞선 기술을 가져다 쓰더라도, 우리 산업의 뼈대에 해당하는 핵심 AI 인프라는 반드시 우리 손으로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업의 민감한 데이터를 해외나 외부로 한 줄도 내보내지 않고, 문제를 푸는 ‘방법론’ 자체를 세계 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에서도 그 가치는 막대합니다.

올해 8월 공개된 인터뷰 영상에서 탁 대표는 기업의 AI 환경이 곧 폭발적으로 바뀔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지금까지는 한 기업이 다루는 AI 에이전트가 많아야 10개에서 20개 남짓이었지만, 올 하반기에서 내년 초가 되면 한 회사 안에 수백, 수천 개의 에이전트가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AI 에이전트가 기업의 거의 모든 실무를 분담해 맡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셈이죠. 

그렇게 되면 그 수많은 에이전트를 지휘하고, 각 에이전트에게 회사의 정확한 정보를 엉키지 않게 전달하는 일이 기업의 사활을 가르는 문제가 됩니다.

공장이나 현장에 투입되는 ‘로봇’도 마찬가지입니다. 탁 대표는 로봇 박람회나 전시회에 가 보면 로봇들이 당장이라도 모든 걸 해낼 것처럼 화려하게 시연되지만, 정작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돼 일하는 로봇은 그중 10분의 1도 채 안 된다고 짚습니다. 복잡한 생산 현장에서 로봇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가이드와 현장 정보가 로봇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죠.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수천 개의 소프트웨어 에이전트든 눈에 보이는 로봇이든, 기업의 방대한 정보와 구조를 정확하게 전달받아야만 비로소 손발이 되어 움직일 수 있습니다. 탁 대표는 그 두뇌와 신경망 역할을 맡을 가장 핵심적인 기술 중 하나로 ‘그래프’와 ‘온톨로지’를 꼽습니다.

여기에 김창하 CTO는 기술적인 숙제를 하나 더 덧붙입니다. 이런 좋은 기술을 돈 많은 대기업만 쓸 수 있어서는 안 되니, 데이터 지도(온톨로지)를 만드는 복잡한 과정 자체가 상당 부분 자동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쯤 되면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이 떠오릅니다. AI가 이렇게 똑똑해지면, 결국 사람의 일자리를 다 대신하게 되는 걸까요? 이 물음에 대한 윤은 CPO의 답은 명쾌합니다.

“AI는 사람의 일을 대체할 수 없어요. 근데 어떤 사람의 일을 대체할 수 없냐면, 생각하는 사람을 대체할 수 없어요.”

 

윤은 CPO는 사람이 더 깊이 고민할 수 있도록 돕는 제품을 만든다. (출처: EO)

 

윤 CPO가 밤낮으로 고민하며 만들고자 하는 기술은, 결국 사람이 더 본질적이고 깊은 고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허드렛일을 덜어 내 주는 제품입니다. 그렇게 사람이 ‘생각하는 일’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일하는 사람 각자의 행복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믿기 때문이죠. 그가 보기에 인포시즈는 그 이상적인 목표를 향해 이제 막 30% 정도 걸어와 있습니다.

 


 

📌 인포시즈 구성원 여섯 명이 직접 들려주는 더 자세한 이야기는 EO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 편집: 김지윤 | 글: 서용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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