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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 사용을 허락할 때는 표장의 모습까지 정해야 한다 - 특허법원 '곰표' 판결로 보는 상표등록 취소의 요건

 

2026년 9월 15일 특허법원은 국수 상표 '곰표국수'의 등록을 취소한다는 특허심판원 심결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특허법원 2026. 9. 15. 선고 2026허10002 판결). 취소를 청구한 쪽은 밀가루 '곰표'로 알려진 대한제분이고, 상표권자는 국수 등을 판매해 온 영동식품의 대표다. 대한제분은 2023년 2월까지 이 상표권자에게서 '곰표' 상표의 사용을 허락받았던 회사이기도 하다. 취소의 원인이 된 것은 상표권자에게서 사용을 허락받은 다른 업체들이 피자와 브리또 포장에 올린 '곰표' 표장이었다.

상표를 다른 회사에 쓰게 하는 일은 협업 상품과 위탁 생산이 늘면서 흔해졌다. 이 판결은 사용료와 기간만 정하고 표장의 모습은 정하지 않은 사용 허락이 상표등록 취소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특허법원 단계의 판단이고 상고심 절차가 남아 있을 수 있지만, 법원이 취소 요건을 하나씩 따진 과정은 상표 사용을 허락하는 기업이라면 읽어 둘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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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상표(왼쪽)와 사용권자들이 포장에 표시한 표장(오른쪽). 출처: 특허법원 2026허10002 판결문

 

 

밀가루 '곰표'와 국수 '곰표'는 권리자가 달랐고, 두 회사는 사용허락 관계였다

'곰표' 상표는 상품에 따라 권리자가 나뉘어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대한제분은 1952년 설립 무렵부터 밀가루를 팔아 왔고 '곰표' 상표를 1955년 등록했다. 영동식품의 대표는 '곰표' 문자가 들어간 상표 3건을 따로 갖고 있다. 이 사건 등록상표(등록 제113134호)는 그중 하나로, 곰 그림 아래 '곰표국수'를 적은 표장이며 지정상품(상표를 쓰겠다고 정해 등록한 상품)은 국수, 토스트 등이다.

대한제분은 2018년부터 팝콘, 밀맥주 같은 협업 상품으로 '곰표'를 넓혀 왔다. 2021년 2월에는 상표권자에게서 상표 3건을 국수, 만두, 피자 등에 2년간 쓰도록 허락받았고, 대가로 영동식품의 국수 제품을 납품받기로 했다. 법원은 대한제분이 가공식품으로 사업을 넓히려고 이 허락을 받은 것으로 보았다. 2022년에는 상표권자, 대한제분, 다른 업체 한 곳이 토스트, 부리토, 피자 제품에서 협력했고, 이때 대한제분은 자사 로고의 디자인 가이드를 제시했다. 이 협력은 그해 9월경 끝났고, 대한제분에 대한 사용허락도 2023년 2월 갱신 없이 끝났다.

협력이 끝난 뒤 상표권자 쪽은 2022년 11월부터 다른 사업자 7곳과 사용허락계약이나 위탁 생산(OEM) 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피자, 브리또, 토스트 등의 포장에 '곰표' 두 글자, 또는 3색 동심원 안의 '곰표'와 음식을 먹는 곰을 넣은 표장을 썼다.

그사이 두 회사의 관계는 나빠졌다. 상표권자는 이 소송에서 대한제분이 사용허락을 받아 영업하면서 이 등록상표의 권리범위에 속하는 상표를 여러 건 출원하고, 허락하지 않은 유형의 제품을 만들어 팔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대한제분이 그런 상표를 다수 출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서도, 출원 자체를 배신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한제분은 재계약을 협의하던 중 연장 거부를 통보받았다고 주장한다. 대한제분은 새 사용권자들에게 부정경쟁행위라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2024년 4월 등록취소심판을 청구했다. 영동식품은 같은 해 대한제분 측을 상표법 위반으로 고소했으나 검찰은 2025년 8월 불기소 처분했다. 그리고, 특허심판원은 영동식품 측의 상표권을 2025년 11월에 등록 취소했다(특허심판원 2024당1221 심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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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표' 상표를 둘러싼 두 회사의 관계와 분쟁 경과. 특허법원 2026허10002 판결문을 바탕으로 작성

 

 

사용권자에게 고의가 없어도 세 요건을 갖추면 취소된다

근거는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2호다. 사용권자가 지정상품이나 그와 유사한 상품에 등록상표나 그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해 수요자에게 품질 오인이나 다른 사람의 상품과의 혼동을 일으키면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법원은 세 요건을 모두 인정했다.

먼저 사용권자의 사용이다. 법원은 위탁 생산 계약도 명시적 또는 묵시적 통상사용권의 설정으로 보았다. 다음은 상품과 표장의 범위다. 토스트는 지정상품과 같고, 피자, 브리또 등은 밀가루를 가공한 음식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했다. 표장은 외관이 등록상표와 다르지만 '곰표'로 불리고 곰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보았다. 마지막은 혼동이다. 법원은 대한제분의 '곰표'가 수요자에게 널리 알려졌고, 사용권자들의 표장이 등록상표보다 대한제분 협업 상품의 디자인에 더 가깝게 바뀌었다고 판단했다.

상표권자는 대한제분의 인지도가 자신의 사용허락에 기댄 것이어서 '타인의 상표'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대한제분이 허락을 받기 전부터 자기 표지를 써 왔다는 점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용권자에게 부정경쟁의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조문에 그런 요건이 없다는 이유로 배척했다.

이 사건에서 판단된 취소 사유는 제2호이고, 불사용 취소(같은 조 제3호)는 판결에 나오지 않는다. 새 사용권자들만 등록상표와 같지 않은 유사 범위의 표장을 3년 이상 썼다면 불사용 취소도 시도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심판은 대한제분에 대한 사용허락이 갱신 없이 끝난 2023년 2월부터 3년이 되기 전인 2024년 4월에 청구되었다. 대한제분이 불사용 취소를 시도하지 않은 것은 이 때문으로 판단된다(필자 판단. 판결문은 청구 사유를 고른 이유를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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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권자들의 표장(위)과 대한제분이 사용해 온 표지(아래). 출처: 특허법원 2026허10002 판결문

 

 

최종 확인 조항과 수정 요구만으로는 상당한 주의가 되지 않았다

상표권자가 '상당한 주의'를 했다면 취소를 면한다. 대법원은 주의나 경고로는 부족하고 사용권자를 실질적으로 지배할 정도의 감독이 있어야 하며, 그 증명은 상표권자가 해야 한다고 본다(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후3329 판결).

상표권자는 일부 계약에 포장과 광고 디자인의 최종 확인 조항을 두었고, 메신저로 "저 띠 형태로는 안됩니다"라며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법원은 계약 조항과 메시지, 그리고 사용권자들의 표장이 앞선 협력 때 대한제분이 제시한 디자인을 고친 것이라는 점에 비추어 그 사용이 상표권자의 승인 아래 이루어졌다고 보았다. 그리고 바꾼 표장도 대한제분 표지의 주된 모티브를 유지했고, 수정 요구는 수요자의 혼동보다 대한제분의 문제 제기를 염려한 것으로 보이며, 대한제분의 내용증명 뒤에도 사용을 바로 중단시킨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상당한 주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용권 계약에는 표장 견본, 승인 기준, 사용 자료 확보가 들어가야 한다

첫째, 사용할 표장의 견본을 계약서에 붙이고 그 모습대로 쓰게 한다. 색, 글씨체, 그림, 상품명 배치까지 정한다. 등록상표와 거래통념상 같다고 볼 수 없을 만큼 바뀐 표장은 등록상표의 사용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후2463 전원합의체 판결). 그런 표장으로는 나중에 불사용 취소심판이 청구되어도 등록상표를 쓰고 있었다고 다투기 어렵다. 다른 모습이 필요하면 다른 회사 표지와의 충돌을 검토하고, 출원해 등록받은 뒤 사용을 허락한다.

둘째, 승인 기준을 두 가지로 둔다. 등록상표와 같은 모습인지, 알려진 다른 회사의 표지와 헷갈리지 않는지다. 정기 점검 기록을 남기고, 문제 제기를 받으면 바로 사용을 중단시킬 권한을 계약에 넣는다.

셋째, 사용권자의 사용 자료를 받아 둔다. 불사용 취소심판에서 사용을 증명할 책임은 상표권자에게 있다(상표법 제119조 제3항).

상표 사용을 허락한 기업이라면 그 상표가 지금 어떤 모습으로 팔리고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등록된 모습과 다르다면 사용권 계약서와 출원 목록을 함께 다시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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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권 계약에서 정해 둘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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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정태균 파트너변리사는 BLT 전략본부장으로 스타트업들의 IP전략, BM전략, 시장진출(GTM)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2011년 48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으며, 현재 여러 분야의 스타트업의 IP(특허, 상표, 디자인)업무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 참여하여 성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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