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17일 파리 지방법원(Tribunal judiciaire de Paris)은 프랑스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Louis Vuitton)의 정품을 해체해 만든 재킷과 액세서리를 판매한 업사이클링 업체에 상표권 침해 책임을 인정하고 손해배상 합계 92만 유로를 명했다. 같은 해 2월 26일 한국 대법원은 루이비통 가방을 다른 가방과 지갑으로 고쳐 준 리폼업자에게 상표권 침해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대법원 2026. 2. 26. 선고 2024다311181 판결). 두 사건 모두 재료는 루이비통의 상표가 표시된 제품이었고 완성품에도 그 상표가 남아 있었다. 두 법원의 판단을 가른 것은 완성품이 누구에게 갔는가였다. 한국 사건의 가방은 맡긴 사람에게 돌아갔고, 파리 사건의 재킷은 시장에서 팔렸다.

재킷 앞판에 가방의 가죽 손잡이와 루이비통의 이름이 찍힌 가죽 이름표를 달았고, 옷깃 아래에는 'Kamad Paris'라는 자수가 있다.
(사진 출처: TheFashionLaw 2026년 10월 2일 보도 수록 화면)
파리 사건의 업사이클링은 사들인 정품으로 새 제품을 만들어 파는 사업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피고는 2021년 파리에서 설립된 업사이클링 업체 카마드 리워크드(Kamad Reworked)다. 이 업체는 루이비통 정품을 사들여 해체하고, 거기서 나온 원단과 부속을 넣은 의류와 주얼리, 액세서리를 만들어 판매했다. 보도에 실린 이 업체의 제품 사진을 보면 흰색 재킷 앞판에 가방의 가죽 손잡이와 루이비통의 이름이 찍힌 가죽 이름표가 달려 있다. 판매된 제품에는 모노그램과 다미에 무늬 같은 루이비통의 상표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업체는 소진(상표권자가 상품을 적법하게 판 뒤에는 그 상품에 더는 상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원칙)을 주장했다. 법원은 업체가 판매한 제품이 루이비통이 시장에 내놓은 그 제품과 같은 제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원을 다시 쓰는 일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환경 보호를 이유로 지식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정한 법 규정이 없다고 보았다. 1심인 이 판결에서 법원은 상표권 침해와 부정경쟁을 인정했다.
한국 사건의 리폼은 맡긴 가방을 고쳐 돌려주는 일이었다
한국 사건의 피고는 가방과 지갑의 수선 및 제작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2017년경부터 2021년경까지 가방 소유자들의 요청에 따라 대가를 받고 등록상표가 표시된 가방을 건네받았고, 그 원단과 금속 부품으로 크기와 모양, 기능이 다른 가방과 지갑을 만들어 그 소유자들에게 돌려주었다. 디자인과 형태는 소유자가 매장의 샘플이나 홈페이지 사진에서 고르거나 스스로 제시해 정했다. 원심인 특허법원은 상표권 침해를 인정했다(특허법원 2024. 10. 28. 선고 2023나11283 판결).
대법원의 판단은 상표의 사용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상표법에서 상표의 사용은 상표가 표시된 상품이 상거래에 제공되어 거래시장에서 유통되는 상황과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 대법원은 유럽연합 상표규정의 '상거래 과정에서의 사용'과 미국 연방상표법의 '상업적 사용' 요건을 들어 이 점이 국제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소유자가 개인적으로 쓰려고 제품을 리폼하면서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는 그 제품이 거래시장에서 유통되지 않는 한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지 않고, 리폼업자가 소유자에게서 개인적 사용을 위한 리폼을 요청받아 작업한 뒤 돌려준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같다. 그런 거래에서는 일반적으로 제품의 소유권이 처음부터 끝까지 소유자에게 있고, 리폼업자가 받는 돈도 "리폼 제품의 판매 대가가 아닌 리폼 서비스 제공에 대한 대가에 가깝다"는 것이 대법원의 설명이다.
판결문은 소유자의 개인적 사용을 위한 리폼을 설명하면서 괄호 안에 "alteration, customizing 또는 upcycling 등"이라고 함께 적었다. 대법원이 따진 것은 리폼인지 업사이클링인지라는 명칭보다 완성품이 거래시장에서 유통되는지였다.

두 판결이 따진 것은 완성품이 시장에 나갔는가였다
대법원은 같은 판결에서 리폼업자가 책임을 질 수 있는 경우도 밝혔다. 하나는 겉으로는 소유자의 요청에 따른 리폼 서비스로 보여도 실질적으로는 리폼업자가 과정을 지배하고 주도하면서 리폼 제품을 자신의 제품으로서 거래시장에 유통되게 했다고 평가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로, 이때는 리폼업자의 상표 표시가 상표의 사용에 해당해 상표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 그런 사정이 있는지는 요청의 경위와 내용, 제품의 목적과 형태와 개수를 최종적으로 누가 정했는지, 리폼업자가 받은 대가의 성격, 재료의 출처, 그 재료가 리폼 제품에서 차지하는 비중, 리폼 제품의 소유관계 등을 종합해 판단하고, 그 사정을 증명할 책임은 상표권자에게 있다. 다른 하나는 소유자가 거래시장에 유통할 목적으로 리폼을 요청한다는 사정을 리폼업자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리폼 서비스를 제공한 경우로, 이때 리폼업자는 상표권 침해에 따른 공동의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

(자료: 대법원 2024다311181 판결문, 파리 지방법원 2026년 9월 17일 판결 보도)
대법원이 든 요소에 파리 사건의 사실관계를 대입하면, 재료는 업체가 사들였고 받은 돈은 제품의 값이었으며 완성품은 업체의 제품으로 시장에서 팔렸다. 한국 사건에서는 재료를 소유자가 맡겼고 디자인을 소유자가 정했으며 완성품이 그 소유자에게 돌아갔다. 파리 사건은 대법원이 상표의 사용이 될 수 있다고 본 쪽의 사정을 갖추고 있다.
대법원은 상표권 소진에 관해서도 리폼의 정도가 리폼 전 제품과의 동일성을 해할 정도에 이르러 실질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생산한 것으로 평가되면 소진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기존 판례를 다시 인용했다. 그런 경우에도 리폼 제품이 거래시장에서 유통되지 않고 "개인적 용도로만 사용되는 한"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 법리에 따르면 정품을 해체해 만든 새 제품을 시장에서 파는 사업은 한국에서도 상표권 소진을 주장하기 어렵다.
리폼과 업사이클링 사업자가 확인할 것
수선과 리폼 서비스를 하는 사업자는 대법원이 든 요소에 해당하는 사실을 주문서와 작업 기록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 고객이 가져온 제품인지, 디자인과 개수를 고객이 정했는지, 받은 돈이 작업의 대가인지, 완성품이 그 고객에게 돌아갔는지가 그 대상이다. 미리 만들어 둔 완성품을 진열해 파는 방식, 사업자가 조달한 재료의 비중이 큰 제작, 되팔 목적이 드러난 주문은 이 요소에 비추어 리폼업자의 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큰 유형이다.
타사의 상표가 드러나는 중고 제품을 사들여 새 제품을 만들어 파는 업사이클링 브랜드는 대법원 판결을 사업의 근거로 삼기 어렵다. 상표가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재료를 쓸 수 있는지, 상표권자와 협의할 여지가 있는지를 사업 설계 단계에서 검토해야 한다.

대법원이 사건을 돌려보낸 이유는 원심이 위 두 가지 사정이 있는지를 살피지 않았다는 데 있고, 사건은 특허법원에서 다시 심리되고 있다. 명칭이 리폼이든 업사이클링이든 상표권 침해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타인의 상표가 남은 완성품이 의뢰한 소유자에게 돌아가는지, 시장에 나가는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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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정태균 파트너변리사는 BLT 전략본부장으로 스타트업들의 IP전략, BM전략, 시장진출(GTM)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2011년 48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으며, 현재 여러 분야의 스타트업의 IP(특허, 상표, 디자인)업무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 참여하여 성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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