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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모 정병 온다 >

< 외모 정병 온다 >

1. '외모 정병'이라는 말은 커뮤니티를 뒤져 보면 2020년 초반에도 있었지만, 약 1년 전부터 유튜브와 인스타, 스레드, 블로그 등에서 급격하게 많이 쓰이고 있다.

2. 내 외모가 계속 마음에 걸리고, 남과 비교하게 되고, 거울이나 사진을 볼 때마다 무너지는 느낌이 드는, 그 집착과 불안을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구글 검색어에는 '외모 정병 테스트'뿐 아니라 '예쁜데 외모정병', '남자 외모 정병'까지 붙어 있다.

3. '외모 정병'을 쓰는 콘텐츠를 보면 크게 두 가지로 갈린다.

4. 첫째, 자기 고백형이다. 내 외모가 싫고, 남과 비교하게 되고, 그게 반복되면서 쌓이는 불안과 열등감을 털어놓는다. 댓글에는 '나도 그렇다'는 반응이 달리곤 한다.

5. 둘째, 자기 평가형이다. 예전엔 '예쁘다', '멋지다' 정도였다면, 이제는 얼굴과 몸의 비율, 체형, 피부까지 기준을 세세하게 나눠 나를 잘게 쪼개 평가한다. 여기엔 사회의 외모 기준도 들어가는 형태.

6. 특히 이렇게 잘게 쪼개지는 평가 기준에 주목해야 한다. 2010년엔 '중안부(눈 밑부터 입술 위까지)'라는 단어를 거의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중안부뿐 아니라 얼굴 여백, 골격과 체형 유형, 심지어 '제니 어깨'라 불리는 직각 어깨까지 모두 자기 평가의 대상이다.

7. 마운자로로 그동안 쪘던 살을 걷어내면서, 자기 체형과 골격에 더 관심을 갖게 됐고, 골격과 체형에 맞는 스타일링이 중요해진 상황. 골격과 체형을 중심으로 피부 컬러와 헤어, 심지어 자세와 표정, 손짓까지 맞춤으로 잡아 주는 ‘이미지 컨설팅’ 콘텐츠도 2~3년 전부터 조회수가 늘고 있다.

8. 다만 이 현상의 이면도 봐야 한다. 이런 기준은 본인의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전엔 몰랐던 기준이 생겼다는 건 곧 ‘관리해야 할 기준’이 하나 더 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9. 게다가 주변 사람들의 관리 수준이 높아지면, 나도 그만큼 관리해야 한다는 강박이나 불안에 휩싸일 수 있다. 2024년 '제니 어깨 루틴' 영상이 롱폼과 숏폼으로 유행했던 것도 같은 맥락.

10. 커뮤니티나 스레드 반응을 보면, 이런 외모 불안은 연령대마다 결이 다르다.

11. 10대는 주로 얼굴과 몸의 비율, 키와 체형을 두고 친구나 아이돌과 비교한다. 또래의 시선과 평가를 신경 쓰는 경향이다.

12. 20대는 아이돌, 인플루언서, 추구미에 연애 스타일까지 결부된다. 20대 중후반으로 갈수록 취업해서 번 돈을 외모와 자기 관리에 투자하는 모습도 보인다.

13. 30대는 연애와 결혼 시장에서의 외모 경쟁력과 스펙을 이야기한다. 나이가 들면서 피부가 처지고 노화가 오기 때문에, 이상적인 외모를 이야기하는 10대, 20대와 달리, 지금의 얼굴을 지키려고 한다.

14. 이런 외모 불안을 키우는 건 비교 대상의 변화다. 2000년대엔 친구, 직장 동료, 가족, TV에 나오는 연예인 정도였지만, 지금은 SNS로 인플루언서는 물론 나와 비슷한 나이대 일반인의 외모까지 쉽게 접할 수 있다.

15. '얼태기'라는 말도 있다. 내 얼굴이 질리거나 낯설게 느껴지는 상태인데, 필터와 보정에 익숙해지다 보니 원래 내 얼굴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

16. 여기서 여성, 남성 모두에게 또 한 번 변곡점이 되는 게 '마운자로'다. 그동안 의지 부족으로 여겨졌던 다이어트가 치료의 영역으로 넘어오면서, 외모 정병 관련 글도 점점 늘고 있다.

17. 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외모 관리에도 돈이 든다는 점이다. 실비 처리가 안 되는 마운자로는 용량에 따라 한 달에 30만~70만 원대까지 들고, 비싸서 못 맞는다는 글도 많다.

18. 요즘 도는 짤 중 하나가 '과거 부자 vs 지금 부자'인데, 주로 체형에 맞춰져 있다. 과거 부자는 뚱뚱했는데, 지금 부자는 마운자로로 날씬하고, PT를 받아 근육도 있고, 피부 관리까지 받아 피부는 쨍쨍하고 머릿결도 좋다는 짤이다. (물론 일반화하기엔 통계에 맞지 않는다)

19. 외모 관리는 돈뿐 아니라 시간과 환경도 따라줘야 한다. 관리할 여력이 있어야 하는데, 생계가 불안정하면 그 여력 자체가 없다. 관리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것이다.

20. 결국 관리 기술이 발전할수록 체중, 피부, 노화 등 외모의 요소 하나하나를 개인이 통제하고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 강해질 수 있다. 외모를 바꿀 방법은 늘어나는데, 만족해야 할 기준은 오히려 까다로워지는 셈.

21. 외모 불안 콘텐츠가 늘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모 정병은 마음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여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여력의 차이는 외모 격차로, 외모 격차는 다시 외모 불안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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