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략 #트렌드
<VC 업계가 수십 년째 반복하는 헛발질 일곱 가지>

- 구글을 눈앞에 두고도 구글을 못 알아본 사람들

- 다들 맞는 말만 하다가 수천억을 날렸습니다

"구글이 얼마나 커질 것 같아요?"
존 도어의 질문에 래리 페이지가 답합니다. “100억 달러요.”
도어는 속으로 '젊은 친구가 꿈이 크네' 했을 겁니다. 시가총액 얘기인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점잖게 한마디. "음... 10억 달러 정도가 현실적이지 않을까요?"

그런데 페이지가 말한 건 매출이었습니다. 1년 매출 100억 달러. 
도어는 그날 수표를 썼고, 떼돈을 벌었습니다. 해피엔딩이죠. 다만 그 방 안에서만큼은 실리콘밸리 최고의 투자자가 눈앞의 승자를 자릿수 하나 틀리게 보고 있었다는 것.

구글에 투자한 사람도 구글을 이렇게 잘못 봤다면, 정말 배울 건 '맞힌 쪽'이 아니라 '틀린 쪽'입니다. 최근 VC의 유명한 실수들을 정리한 글을 읽었는데, 일곱 개 사례가 결국 한 군데로 모입니다. 지금 눈앞에 놓인 모습에 값을 매기고, 그게 장차 무엇이 될지 결정하는 '역량'은 부족한 현실.


1. 붐비는 시장을 끝난 시장으로 착각하기

• 1999년 초, VC 베서머의 데이비드 코완은 스탠퍼드 학생 둘이 만든 검색엔진 얘기를 듣고도 무시. 그 둘이 페이지와 브린
• 변명거리는 있었음. 당시 야후와 MSN이 검색 트래픽 대부분을 쥐고 있었고, 이미 승부 난 시장에 굳이?
• 차이는 정보가 아니라 방법: 코완은 "검색엔진은 이미 있잖아"로 패턴 매칭. 클라이너 퍼킨스의 도어와 세쿼이아의 모리츠는 거꾸로 "진짜 승부처가 어디냐"를 따짐
• 승부를 가르는 게 유통이 아니라 검색 품질이고, 기존 강자들이 구조적으로 품질 경쟁을 못 한다면? 경쟁자가 몇 명이든 상관없다는 얘기
• 두 회사는 1999년 6월 2,500만 달러를 공동 투자
• 교훈: "누가 이미 하고 있던데"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바로 시장의 병목을 짚어야 할 때


2. 고쳐야 할 문제에 선입관 '딱지' 붙이기

• 코완은 PayPal 시리즈A도 패스. 사유는 '신참들 + 규제 악몽'. 웃긴 건 둘 다 사실이었다는 점. 틸과 레브친은 금융 경력이 전무했고, 송금업 규제 싸움은 회사를 끝장낼 수도 있을 만큼 험했음
• 그런데 경험 부족은 사람을 붙여서 메울 수 있음
• 1977년 돈 발렌타인의 애플 투자가 정석: 투자 메모에 경영진 우려를 대놓고 적었고, 잡스가 이상하다며 아예 말도 안 섞는 투자자도 많았음. 발렌타인은 떠나는 대신 노련한 운영자 마이크 마큘라의 합류를 투자 조건으로 걸었음
• 구글도 같은 각본: 경험 있는 CEO 영입을 조건으로 넣었고, 창업자들 반발 속에 2년이 걸려 2001년 에릭 슈미트가 합류. 브린은 나중에 '어른의 감독'이 필요했다고 별로 내키지 않는 투로 인정
• 교훈: 딱지는 게으른 실사가 멈추는 자리. 진짜 일은 거기서부터 시작돼야 함


3. 적자를 사형선고로 읽기

• 2006년 베서머의 바이런 디터는 테슬라 로드스터를 시승하고 자기 돈으로 예약금까지 걸었음. 그러고는 시리즈C를 "마이너스 마진 회사"라며 패스 (차는 사고 회사는 안 산 셈)
• 계산은 맞았음. 그해 매출은 거의 없고 손실은 약 3천만 달러
• 문제는 그 적자를 결국 메운 사업들이 2006년엔 테이블 위에 없었다는 것: 에너지 저장장치, 그리고 지금 많은 분석가들이 꼽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 반대로 끝까지 적자인 경우도 있음. 위워크는 소프트웨어 회사처럼 몸값을 받았지만, 실상은 수백억 달러짜리 장기 임대 부채를 진 임대업. 470억 달러 근처에서 베팅한 손정의는 나중에 "어리석었다"고 인정했고, 위워크는 끝내 회복 못 함
• 교훈: 엑셀 위에서 '단계로서의 적자'와 '구조로서의 적자'는 똑같이 생겼음. 테슬라와 위워크를 가르는 건 계산이 아니라 "이 손실이 지금 뭘 사고 있나"에 대한 판단


4. 승자의 복리 속도를 얕보기

• 2010년 1월, 베서머의 제레미 레빈이 브라이언 체스키를 만남. 에어비앤비가 처음으로 월매출 10만 달러를 찍은 달. 체스키가 원한 약 33배 멀티플에 내린 판정은 '미쳤다'
• 2월 20만 달러, 3월 30만 달러. 4월엔 레빈이 거절한 가격보다 높게 투자를 받았는데, 멀티플은 오히려 낮아졌음. 매출이 밸류보다 빨리 뛰었으니까
• 속도 기준은 사이클마다 리셋됨: 챗GPT는 5일 만에 100만 명, 스레드는 그걸 1시간으로 깸
• 게다가 대부분 네트워크 사업이라 가치는 사용자 수가 아니라 연결 수를 따라감. 사용자가 두 배면 가치는 대략 네 배
• 교훈: 놓친 사람들이 산수를 못한 게 아님. 직관이 직선형 세상에 맞춰져 있었을 뿐


5. 첫 번째 사업 안에서 자라는 두 번째 사업 못 봄

• AWS는 2006년 매출 약 2,100만 달러로 출발. 이미 100억 달러 넘게 버는 회사 안에 묻혀 있었고, 아마존은 2015년에야 별도 부문으로 공개
• 그때 이미 수십억 달러 매출에 연 70% 안팎 성장. 곧 아마존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책임지게 됨 (2026년 1분기 59%). 정작 본체인 이커머스는 내내 박리 장사
• 2006년 엔비디아가 게임 칩에 범용 연산을 열어준 결정에 대해, 월가는 10년 가까이 '비싼 곁가지' 취급. 생성형 AI가 터지면서 데이터센터 매출이 게임을 추월했고 2023년 시총 1조 달러 돌파
• 두 번째 사업을 미리 콕 집는 건 대체로 어려움. 2003년의 이커머스에서 AWS를, 2007년 게임 실적에서 지금의 엔비디아를 본 사람은 거의 없음
• 대신 볼 수 있는 건 '비대칭적 상방': 그 역량이 여러 방향을 겨누는지, 팀이 2막을 찾아낸 이력이 있는지. 


6. 해리 스테빙스, 스스로 설득해서 날린 7억5천만 달러

• 20VC 창업자 스테빙스는 2025년 10월, 10년 투자 인생의 최대 교훈을 공개: 확신하는 초기 딜이라면 라운드 크기나 가격 같은 딜 조건 때문에 놓치지 마라
• 첫 번째 실수(약 5억 달러): 친한 친구 둘의 소개로 할마르 닐손네, 훗날 네코 헬스가 될 회사를 만남. 펀딩 세션까지 같이 앉아 있었는데 가격 때문에 패스. 
• 아픈 대목은 창업자도 시장도 의심 안 했다는 점. 헬스케어를 바꿀 거라 믿었고, 다발성경화증을 앓는 자기 어머니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을 정도. 오직 진입 가격 하나로 스스로를 설득해 빠져나옴
• 두 번째 실수(약 2억5천만 달러): '확실히 똑똑한' 창업자가 포스트머니 1천만 달러에 200만 달러를 모으는 중이었고 작은 수표 자리도 있었음. 이번엔 가격이 아니라 시장을 의심. 이 카테고리가 100억 달러짜리 새 플레이어를 품을 수 있겠냐고. 그 회사, 지금 약 140억 달러
• 본인 요약이 압권: "시장보다 내가 똑똑하다고 생각한 게 실수"
• 교훈: 시장과 창업자가 동시에 내 생각과 다른 말을 하면, 틀린 쪽은 대개 생각


7. 입장 후 얼마 안 되 나가기

• 유명한 실수담은 거의 다 '입장' 얘기. 건너뛴 미팅, 안 낸 가격. 그런데 뛰어난 투자자들이 제일 자주 저지르는 실수는 거기 없음
• 수익은 어디에 들어갔느냐보다 승자를 얼마나 쥐고 있었느냐에서 나옴. 
• 좋은 펀드와 전설적인 펀드의 차이는 대개 '놓친 회사'가 아니라 '가졌다가 일찍 털고 나온 회사'
• 이 실수가 무서운 건 손실처럼 안 느껴져서. 잘나가는 회사를 비싸 보인다고 건너뛰면 신중함처럼 보이고, 유동성 생기자마자 세컨더리로 팔면 그해 장부엔 실현 이익으로 찍힘
• 2009년 유리 밀너의 DST는 약 100억 달러 가치에 페이스북에 들어갔는데, 산 물량의 상당수가 기존 주주들이 기꺼이 넘긴 주식. 
• 10년 만기 펀드 구조는 IPO 때 분배를 사실상 강제해 최고의 결과에 뚜껑을 씌움. 그래서 세쿼이아는 2021년 에버그린 구조로 갈아탔음. 


일곱 개를 다 늘어놓고 보면 결국 같은 얘기입니다.

"이미 누가 하잖아", "신참이잖아", "적자잖아", "너무 비싸잖아", "이제 팔 때잖아". 하나같이 틀린 말이 아니에요. 다 사실이고, 다 합리적으로 들립니다. 문제는 그 사실들이 전부 '오늘만의 모습'이라는 점. 

이 사례들의 주인공 상당수가 VC인 베서머 사람들. 베서머는 아예 '안티 포트폴리오'라는 이름으로 자기들이 놓친 딜을 공개해 옴. 틀린 걸 숨기지 않고 박제해두는 회사가 결국 오래 살아남는다는 교훈.

출처: “These Famous VC Mistakes Still Teach the Best Investing Less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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