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매쉬업벤처스 이승국입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서 성장을 이끌며 그로스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앤디 존스(Andy Johns)는 많은 창업가들이 저지르는 가장 흔한 실수는 타겟 고객을 너무 광범위하게 정의하는 것이며, 타겟 고객을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좁게(comically narrow)" 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수많은 성공적인 스타트업이 걸어온 길이기도 합니다.
제가 수많은 창업팀의 IR 자료를 검토하며 가장 안타까운 순간 중 하나는, '저희 타겟은 20-30대 전체입니다'와 같은 말을 들을 때입니다. 이는 원대한 비전이 아니라, 아직 싸움의 첫 격전지를 정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언뜻 '타겟을 좁히는 것'과 '큰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서로 모순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성장은 직선이 아닌, 하나의 도미노가 다음 도미노를 쓰러뜨리는 연쇄 반응에 가깝습니다. 이 글에서는 왜 이 역설이 초기 스타트업의 성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진실인지, 그리고 그 첫 번째 도미노를 어떻게 찾고 쓰러뜨릴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 글은 2025년 9월에 처음 공개한 뒤, 2026년 8월 창업자 워크샵에서 다룬 내용을 더해 개정한 것입니다. 워크샵에서 실제로 사용한 AI 실습 프롬프트는 글 마지막에 함께 공개합니다.
왜 타겟을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좁게' 정의해야 하는가
- 자원의 효율적 배분: 스타트업은 인력, 자본, 시간 등 모든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제한된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우리의 노력이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명확한 지점에 집중해야 합니다.
- 시장 지배력 확보: 넓은 시장에서 미미한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보다, 작지만 명확하게 정의된 니치 마켓에서 압도적인 1위가 되는 것이 초기 생존과 성장에 훨씬 유리합니다.
- 지수 성장의 기반 구축 (가장 중요): 스타트업이 타겟을 좁혀야 하는 가장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이유입니다. 스타트업이 제품-시장 적합성(PMF, Product-Market Fit)을 찾았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고객이 만족을 넘어 "너도 꼭 써봐"라고 말하는 자발적 추천, 즉 입소문(Word of Mouth, WoM)입니다. WoM은 그 자체로 강력한 성장 엔진인 동시에, 마케팅의 효율을 보장하는 전제 조건이 되기 때문입니다. 강력한 WoM이 없는 상태에서의 마케팅은 '밑 빠진 독에 비싼 돈을 붓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입소문은 어떻게 발생할까요? 사람들은 광고보다 '나와 비슷한 사람'의 추천에 가장 강력하게 반응하고 신뢰합니다. "내 주변 사람들이 다 쓰네?"라는 인식이 생기는 순간 전환은 쉬워집니다. 똑같이 3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더라도, 흩어진 100명 중 3명보다 서로 동질감을 느끼는 10명 중 3명을 장악하는 것이 입소문의 시작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타겟을 뾰족하게 설정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집니다.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좁고 동질적인 집단을 타겟으로 해야, 그들 사이에서 "이거 모르면 대화가 안돼", "우리 같은 사람들은 다 이거 써"와 같은 강력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입소문이 폭발적으로 퍼져나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입소문이 폭발하는 지점, 즉 '임계 질량(Critical Mass)'의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Everett Rogers의 '혁신 확산 이론'에 따르면, 어떤 제품이나 아이디어가 특정 집단 내에서 약 15%~18%의 점유율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자체적인 동력을 얻어 급속도로 퍼져나갑니다. 이 지점을 넘어서면 제품은 더 이상 소수의 혁신가가 쓰는 특이한 것이 아닌, '우리 그룹의 표준(Standard)'으로 인식되기 시작합니다. '나만 모르면 안 된다'는 FOMO(Fear Of Missing Out)가 작동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액션 플랜은 명확합니다. 뾰족한 타겟 그룹을 정의하고 그 안에서 빠르게 30% 수준의 침투율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특정 그룹에서 30% 침투율을 빠르게 달성하는 방법은 두 가지뿐입니다. 유입을 늘리거나, 분모(모수)를 작게 잡는 것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후자, 즉 뾰족한 타겟 세그먼트입니다.
알면서도 타겟을 좁히지 못하는 이유들
모두가 타겟 설정의 중요성을 알지만, 실제로는 쉽게 실행하지 못합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심리적 함정이 있습니다.
- '비전'과 '전략'의 혼동: VC 미팅에서 "시장이 너무 작은 것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받을까봐 창업가들은 수조 원짜리 전체 시장(TAM)을 설명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립니다. 바로 여기서 거대한 비전(TAM)과 날카로운 초기 전략을 혼동하는 오류가 발생합니다. 투자자는 '원대한 비전'(대륙 정복)과 '정교한 초기 전략'(상륙할 해변 설정)을 모두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 '솔루션'에 대한 맹신: 많은 창업가들이 고객의 '문제'가 아닌 자신이 만든 '솔루션'과 사랑에 빠집니다. 그 결과, 이 솔루션을 필요로 할 '모든' 사람을 찾아 헤매는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 '가짜 성장'에 대한 집착: "일단 트래픽은 늘면 좋은 것 아니냐?"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아직 우리 제품에 만족하지 못할 고객들이 유입되면, 그들은 쉽게 이탈하고 "써봤는데 별로"라는 부정적 입소문(Negative WoM)을 퍼뜨리는 진원지가 될 수 있습니다. 잘못된 고객 한 명의 불만족 후기는 우리가 정말 잡고 싶었던 잠재 고객 열 명을 떠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부정적 입소문은 긍정적 입소문보다 빠르게 퍼지고 구매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모두에게 칭찬받고 싶은 욕구: 칭찬은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하고 도파민을 분비시킵니다. 이 강력한 쾌감은 '칭찬 중독'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칭찬에 중독된 창업가는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동시에 비난에 더 취약해집니다. 문제는 타겟을 좁힌 제품일수록 타겟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불만과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타겟을 좁힌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누군가에게 '이건 당신을 위한 제품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고, 많은 창업가들이 이 불편함 때문에 명확한 선을 긋지 못하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하게 됩니다. 초기에는 핵심 타겟과 인접 타겟 외의 대중이 우리 제품을 잘 알지 못하도록 의도적으로 상황을 만드는 것도 방법입니다. 타겟에 맞춘 유저 획득(User Acquisition), 웨이팅 리스트 같은 장치가 그 예입니다.
어떻게 타겟 세그먼트를 명확히 정의하는가
"우리 고객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즉시 답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I-E-T 프레임워크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 Inclusion (포함 기준): 우리 고객 그룹에 포함되는 조건입니다.
- Exclusion (제외 기준): 전략적으로 포기할 대상을 명확히 하는 조건입니다.
- Trigger (트리거): 제품에 대한 니즈를 폭발시키는 특정 이벤트나 상황입니다.
B2B와 B2C 타겟 정의를 위한 구체적인 기준
I-E-T 프레임워크를 채우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알아내야 할까요? 타겟이 B2B인지 B2C인지에 따라 다음과 같은 기준들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B2B 타겟을 정의할 때 고려할 점들:
- 회사 규모: 우리 제품을 구매할 예산과 필요성을 가진 최적의 규모는 어디인가?
- 핵심 사용자 직무: 누가 우리 제품을 가장 고통스럽게 사용하고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가?
- 핵심 문제점: 그들은 어떤 문제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가?
- 사용 중인 도구: 그들이 이미 돈을 내고 사용하는 다른 SaaS는 무엇인가?
- 지불 의사와 예산 출처: 이 문제 해결에 얼마까지 지불할 의사가 있고, 그 돈은 어느 예산 항목에서 나오는가?
- 활동 플랫폼: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 어디에 시간을 쓰는가?
B2C 타겟을 정의할 때 고려할 점들:
- 연령대·성별·소득: 우리 제품의 핵심 가치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구매할 여력이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 라이프스타일/관심사: 그들의 주말은 어떤 모습인가? 무엇에 열광하는가?
- 핵심 문제점: 일상에서 느끼는 가장 큰 불편함은 무엇인가?
- 소비 행동: 어디에 돈을 아끼고 어디에 돈을 아끼지 않는가?
- 시간과 미디어 소비: 깨어 있는 시간을 어디에 쓰고, 어떤 채널로 정보를 얻고 구매를 결정하는가?
이 기준들을 채울 때 가장 자주 빠지는 것이 시간과 돈 항목입니다. 우리 제품이 고객에게서 무엇을 내주게 하는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고객이 내줄 수 있는 것은 시간, 개인의 돈, 조직의 예산 세 가지이고, 대부분의 사업은 이 중 둘 이상을 필요로 합니다. 유료 구독 콘텐츠는 시간을 먼저 가져오고 돈은 그다음이며, 광고 모델은 유저의 시간과 광고주의 예산을 둘 다 가져와야 합니다. 어느 것이든 이미 다른 곳에 배분되어 있어서, 우리가 차지할 자리는 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빼앗아 오는 것입니다.
시간이라면 시간대와 맥락 단위로 봐야 합니다. 출근 지하철, 점심시간, 잠들기 전은 각각 점유자가 다르고, 그것은 유튜브일 수도, 낮잠일 수도, 동료와의 잡담일 수도 있습니다. "평소 시간을 어디에 쓰세요?"보다 "어제 퇴근하고 잠들기 전까지 뭐 하셨어요?"가 낫고, 이미 우리 제품을 쓰는 고객이 있다면 우리 제품을 시작하면서 무엇을 줄였는지가 시간을 실제로 가져왔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개인의 돈이라면 이 문제 근처에서 실제로 쓰고 있는 돈이 있는지, 어디에 아끼고 어디에 과감한지를 봅니다.
조직의 예산이라면 B2B는 예산 항목 기준으로 움직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없던 항목을 새로 만드는 것은 기존 항목에서 가져오는 것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에, "우리 제품이 좋은가"보다 "어느 예산 항목에서 우리가 돈을 따올 수 있는가"를 확인해야 합니다. 관련 예산이 어떤 항목으로 누구의 결재로 잡혀 있고, 지금 어디로 나가며(외주, 기존 툴, 인건비), 언제 편성되는지가 그 질문입니다.
B2B에서 가장 큰 예산은 인건비입니다. 그래서 많은 창업자가 "우리 제품이 사람 두 명 몫을 한다"는 계산으로 접근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 계산이 잘 작동하지 않습니다. 정규직 해고가 법적으로 어렵고 조직 문화상으로도 드물기 때문에, 구매자 입장에서 지금 있는 사람의 인건비는 줄일 수 있는 예산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인건비 예산을 따올 수 있는 자리는 따로 있습니다. 뽑으려던 사람을 안 뽑아도 되게 하는 것, 퇴사자가 생긴 자리를 채우지 않게 하는 것, 그리고 외주·파견·계약직·초과근무처럼 실제로 변동하는 인건비입니다. 그러니 "인건비를 얼마나 아낄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대신, 지금 열려 있는 채용 공고가 있는지, 그 자리가 왜 필요해졌는지, 최근에 외주로 처리한 일이 무엇이었는지를 물어야 합니다. 채용 공고는 밖에서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트리거라, 이런 제품이라면 타겟 리스트를 만드는 출발점으로도 쓸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 제품의 자리는 고객의 시간표나 예산표에서 누군가를 밀어내고 확보하는 것입니다.
1. Inclusion (포함 기준) 설정: 모호함을 제거하라
우선 인구통계학적 정보(Demographics)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연령, 성별, 소득, 직업, 지역 등을 구체적으로 정의합니다. 특히 지역은 매우 중요합니다. 입소문은 물리적으로 가까운 환경에서 더 강력하게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이 하버드에서, 당근이 판교에서 시작한 것처럼 많은 성공 사례가 이를 증명합니다. 지금은 전국 단위 이커머스인 쿠팡도 출발은 지역별 할인 쿠폰을 파는 소셜커머스였습니다.
인구통계학적 정보 외에는 누가 봐도 우리 타겟인지 아닌지를 즉시 판단할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측정 가능한 기준을 세우는 것입니다. 모호한 표현은 팀원 간의 혼란을 야기하고 리소스를 낭비하게 만듭니다.
- "활발한 아이패드 사용자" (X) → "일주일에 3회 이상 아이패드를 업무 또는 학습 목적으로 사용합니다." (O)
- "스포츠 팬" (X) → "일주일에 최소 6시간 스포츠를 시청하고, 매주 최소 3개의 스포츠 팟캐스트를 듣습니다." (O)
이렇게 구체적인 행동 기반의 정의는 팀 모두가 동일한 고객을 상상하고, 그들을 찾아내기 위한 명확한 액션을 취할 수 있게 합니다.
2. Exclusion (제외 기준) 설정
포함 기준을 만족하더라도, 우리 제품의 가치를 제대로 느끼기 어려운 사람들을 전략적으로 제외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경쟁사 솔루션을 3개월 이상 사용 중인 고객"이나 "아이가 있지만 5세 이상인 경우"와 같이 명확한 기준을 세워 리소스 낭비를 막을 수 있습니다.
3. Trigger (트리거) 파악
고객이 우리 제품을 간절히 원하게 되는 결정적인 사건이나 변화를 의미합니다. 개인에게는 취직, 이사, 결혼, 출산 등이, 기업에게는 투자 유치, 팀원 급증, 사무실 이전 등이 강력한 트리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좁혀야 하는가?
I-E-T 프레임워크를 통해 정의된 우리의 타겟 그룹은 얼마나 작아야 할까요? 결론적으로, 가용 리소스, 전환 기간, 현재 성장 속도를 고려했을 때 1개월에서 6개월 내에 30%의 침투율을 달성할 수 있을 만큼 좁혀야 합니다. 고객 전환(Conversion)이 빠른 제품일수록 더 좁은 타겟을 대상으로 더 짧은 시간(예: 1개월)을 목표로 해야 하며, 전환이 느린 제품이라면 더 큰 규모의 타겟을 대상으로 다소 긴 기간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계산은 단순합니다. 우리가 그 기간 안에 확보할 수 있는 사용자 수를 먼저 현실적으로 추정하고, 그 숫자를 0.3으로 나눈 것이 우리가 정의해야 할 그룹의 크기입니다. 3개월 동안 100명을 확보할 수 있다면, 타겟 그룹은 300명 남짓이어야 합니다.
고객 심층 이해를 위한 사용자 인터뷰
이 모든 전략의 기반은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 즉 '인지적 공감'입니다. 인지적 공감이란 상대방의 상황과 관점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사용자 인터뷰입니다. 많은 팀이 서베이를 먼저 떠올리지만, 두 도구의 목적은 완전히 다릅니다.
- 서베이: '무엇'을 하는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는 정량적 검증 도구
- 인터뷰: '왜' 그렇게 하는지, '어떻게' 느끼는지 알 수 있는 정성적 탐색 도구
제대로 된 답을 얻기 위한 인터뷰 노하우
효과적인 인터뷰를 위해서는 '연구 질문'과 '인터뷰 질문'을 분리해야 합니다.
- 연구 질문: 우리가 진짜 알고 싶은 것 (예: 가사도우미 고용 시 신뢰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 인터뷰 질문: 연구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고객에게 실제로 던지는 질문 (예: 최근에 가사도우미를 어떻게 고용하셨나요?)
"신뢰가 중요한가요?"라고 직접 물으면 대부분 "그렇다"고 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행동'에 대해 물으면 진실에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친척에게 소개를 부탁했어요"라는 답이 나오고, "왜 친척을 통해서 소개받으셨나요?"라고 되물었을 때 "지인을 통해 소개받는 것이 더 신뢰할 수 있어서요"라는 답이 나온다면, 고객이 먼저 '신뢰'를 언급했고 그것이 실제 행동으로 뒷받침된 것입니다.
좋은 인터뷰 질문의 원칙은 세 가지입니다.
- 과거 행동에 집중합니다. 사람들의 '의지'는 부정확하며, 과거의 '행동'만이 진실을 보여줍니다.
- 오픈형으로 묻습니다. 단답형 대신 고객이 자신의 경험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유도합니다.
- 유연하게 진행합니다. 준비한 질문을 순서대로 읽는 것이 아니라, 답변에서 나온 구체적인 내용을 따라 추가 질문을 던지고 순서를 바꿉니다.
이 원칙을 가장 잘 정리한 책이 롭 피츠패트릭의 <The Mom Test>입니다. 글 마지막에 공개하는 AI 인터뷰 실습 프롬프트도 이 책의 원칙을 기반으로 만들었습니다.
인터뷰 내용 정리를 위한 '4-Part 고객 탐색 캔버스'
인터뷰를 통해 얻은 파편적인 정보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하기 위해 다음의 4가지 프레임워크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 WHO: 어떤 사람인가? 타겟의 내면적인 심리, 동기, 믿음, 가치관은 무엇인가?
- WHAT: 어떤 문제를 겪고, 어떤 기회를 보는가? 타겟이 현재 겪는 가장 큰 고충(Pain Point)은 무엇인가? 우리가 해결해 줄 수 있는 사업적 기회가 있는가?
- HOW: 어떻게 행동하는가? 기존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 새로운 솔루션에 대한 수용도는 어떤가?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데 어떤 마찰 요인이 있을까? 어떤 경쟁 서비스를 고려하는가?
- WHERE: 어디에 있는가? 누구와 연결되는가? 주로 어떤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정보를 얻고 시간을 보내는가? 누구에게 영향을 주고, 누구에게 영향을 받는가?
인터뷰, 어떻게 꾸준히 할 것인가? (리크루팅 및 주기)
인터뷰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활동이어야 합니다.
- 기존 사용자를 적극 활용: 초기 타겟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미 우리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입니다. 외부에서 새로운 대상을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 가입 완료 이메일에 인터뷰 요청 포함: 신규 사용자에게 보내는 가입 완료 이메일에 자연스럽게 인터뷰 요청과 간단한 스크리닝 설문을 포함하여 잠재적인 인터뷰 대상을 꾸준히 확보할 수 있습니다.
- 창업자의 습관화: 창업자는 시장과 고객의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최소 주 1회는 고객을 직접 만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타겟 확장 전략: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어떻게 확장하는가
명확한 타겟을 정의했다면, 이제 그 시장을 지배하고 체계적으로 확장해야 합니다.
1단계: 코어 집중 - 핵심 시장 지배력 강화하기
가장 먼저 할 일은 현재 우리 제품에 가장 잘 반응하는 '코어 세그먼트' 안에서 지위를 공고히 하는 것입니다. 현재 가장 높은 리텐션, LTV, NPS를 보이는 유저 그룹을 식별하고 I-E-T로 명확하게 정의합니다. 목표는 단순한 만족을 넘어 고객이 주변에 적극적으로 추천하게 만드는 'Wow 경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오가닉 성장을 발판으로 삼은 뒤에 유입에 본격적으로 리소스를 투자해야 합니다. 그 전 단계에서의 과도한 유료 마케팅은 의미가 없습니다.
2단계: 인접 확장 - 다음 시장 공략하기
핵심 시장에서의 성공은 다음 성장을 위한 '교두보'입니다. 이 기반을 활용해 '인접 유저'를 공략해야 합니다. 확장 과정은 4단계로 이루어집니다.
- 확장 후보군 정의: 제품을 인지하고 가입도 했지만 핵심 유저로 전환되지 못한 채 주변부를 맴도는 유저 그룹을 식별합니다. 이들은 이미 어느 정도의 의도(Intent)를 보여준, 가장 가능성 높은 후보들입니다.
- 타겟 선정: 후보군 중 진입 난이도, 시장 크기, 확장 가능성 등을 고려해 먼저 공략할 그룹을 선택합니다.
- 핵심 장벽 진단 및 해결: 선택된 그룹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를 데이터와 인터뷰로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제품 역량을 집중합니다.
- 새로운 GTM(Go-to-Market) 전략 실행: 새로운 타겟 그룹의 언어와 채널에 맞춰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시장에 진입합니다.
성장의 원칙: '물 들어오는 곳'에서 노를 저어라
성장의 가장 큰 동력은 항상 '물 들어오는 곳'에서 나옵니다. 우리 리소스의 대부분은 가장 거센 물줄기에서 더 빠르게 나아가기 위해 사용되어야 합니다.
동시에 두 가지를 기억해야 합니다. 첫째, 물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도 들어오기 시작하므로 리소스의 일부(예: 20%)는 꾸준히 인접 유저를 탐색하고 실험하는 데 써야 합니다. 둘째, 물이 말라버린 곳에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합니다. 이탈한 유저(Churned User)를 모두 붙잡으려 애쓰는 팀을 많이 봅니다. 하지만 이는 물이 들어오는 곳에 써야 할 귀중한 리소스를 낭비하는 행동입니다.
타겟은 오직 하나여야 할까?
"타겟을 좁혀야 한다"고 하면 많은 창업가들이 이런 고민에 빠집니다. 'A 그룹도 우리 고객 같고, B 그룹도 가능성이 있는데, 이 중 딱 하나만 골라야 하나?' 이 압박감이 깊어질수록, 결국 어느 쪽도 아닌 애매한 교집합을 타겟으로 삼거나, 가능성 있는 시장 하나를 완전히 포기하는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초기 타겟은 하나일 필요가 없습니다. 단, 여기에는 '테스트하려는 모든 타겟이 그 자체로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뾰족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붙습니다.
이는 '여기저기 다 걸쳐보자'는 안일한 태도와는 정반대입니다. 오히려 어떤 뾰족한 그룹이 우리 제품에 가장 폭발적으로 반응하는지, 가장 적은 리소스로 가장 빠르게 학습하기 위한 '체계적인 병렬 실험(Parallel Experiment)'에 가깝습니다. 아직 어떤 시장이 진짜 '대박'일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하나의 가설에 모든 것을 거는 대신, 몇 개의 날카로운 가설을 동시에 테스트하며 최적의 격전지를 찾아내는 전략입니다.
그렇다면 기업의 단계별로 몇 개의 '뾰족한 가설'을 운영하는 것이 적절할까요?
- 초기 스타트업 (가설 검증 단계): 2~3개의 독립적이고 뾰족한 타겟 가설. 이 단계의 목표는 '시장 지배'가 아니라 '학습'입니다. 리소스를 낭비하지 않는 선에서, 완전히 다른 성격의 2~3개 타겟 그룹을 설정하고, 어떤 그룹에서 가장 강력한 초기 신호(Traction)가 오는지 검증하는 데 집중합니다. 예를 들어, '강남의 1인 헤어 디자이너'와 '성수동의 소규모 공방 운영자'라는 두 개의 뾰족한 가설을 동시에 테스트해 볼 수 있습니다.
- 성장 단계 기업 (성공 패턴 복제 및 탐색): 1~2개 집중 공략 + 3~5개 신규 탐색. 초기 테스트를 통해 검증된 1~2개의 핵심 타겟 그룹을 본격적으로 공략(Exploitation)하여 시장 지배력을 높입니다. 동시에, 다음 성장 동력이 될 3~5개의 새로운 뾰족한 가설을 꾸준히 탐색(Exploration)하며 실험을 멈추지 않습니다.
- 대규모 기업 (시장 세분화 및 지배): 수십 개 이상의 동시 운영. 성공 공식이 확립된 수십 개 이상의 세분화된 시장(Segment)을 각각의 팀과 리소스를 통해 동시에 운영하고 관리합니다.
이 관점에서 제프리 무어의 '볼링 핀 전략'을 다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초기 스타트업 단계에서 여러 타겟 가설을 테스트하는 것은, 어떤 핀이 가장 강력한 연쇄 반응을 일으킬 '1번 핀(Head Pin)'인지 탐색하는 과정과 같습니다. 일단 최적의 1번 핀이 무엇인지 데이터로 확인했다면, 그때부터는 모든 에너지를 그 핀을 확실하게 쓰러뜨리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직접 해보기: AI와 함께 타겟 정의부터 인터뷰 연습까지
여기까지 읽었다면 이제 직접 해볼 차례입니다. 2026년 8월 창업자 워크샵에서 참가자들이 실제로 사용한 AI 실습 프롬프트 6개를 그대로 공개합니다. 사업 자료 하나만 있으면 타겟 세그먼트 정의, 인터뷰 질문 설계, AI 페르소나와의 모의 인터뷰, 캔버스 정리까지 이 글의 전체 흐름을 반나절 안에 한 번 돌려볼 수 있습니다.
AI로 인터뷰를 연습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실제 고객 인터뷰는 섭외부터 진행까지 리소스를 많이 소모하지만 AI 페르소나는 24시간 즉시 응답하고, '연구 질문'을 '과거 행동을 묻는 인터뷰 질문'으로 바꾸는 근육은 반복 연습으로만 생깁니다. 다만 AI 인터뷰는 연습입니다. AI는 실제 고객보다 과하게 협조적이라 인사이트를 정리해서 건네주는 경향이 있고, 프롬프트에 이를 막는 장치를 넣었지만 진짜 고객 인터뷰를 대체하지는 못합니다. AI 인터뷰에서 찾은 패턴은 실제 고객에게 확인해야 할 가설 목록으로 취급하세요.
| 실습 | 프롬프트 파일 | 함께 첨부할 파일 | 산출물 |
|---|---|---|---|
| 0. 사업 요약 만들기 (사전 준비) | target-practice0_deck-to-md.md | 사업 자료 아무거나 (IR덱, 사업계획서, 텍스트 설명. 없어도 가능) | 사업요약.md |
| 1. 타겟 세그먼트 정의 (I-E-T) | target-practice1_segments.md | 사업요약.md | 타겟정의.md |
| 2. 고객 인터뷰 질문 설계 | target-practice2_interview-questions.md | 타겟정의.md + 사업요약.md | 인터뷰가이드.md |
| 3. 모의 인터뷰용 페르소나 생성 | target-practice3_persona.md | 타겟정의.md | 페르소나1_이름.md 등 3개 |
| 4. AI 모의 인터뷰 (페르소나마다 새 대화) | target-practice4_mock-interview.md | 페르소나 1명 | 인터뷰기록_이름.md |
| 5. 4-Part 캔버스 정리 | target-practice5_4part-canvas.md | 타겟정의.md + 인터뷰 기록 3건 | 세그먼트 캔버스 + I-E-T 수정안 |
실습 1은 사업 요약에 적힌 타겟을 정답으로 받아 적지 않고, 문제와 솔루션만 추출한 뒤 후보 세그먼트를 6개 이상 발산해 그중 3개를 고릅니다. 창업자가 놓치고 있던 세그먼트를 찾아내는 것이 이 실습의 가장 큰 가치입니다. 실습 4는 "인터뷰 종료"라고 입력하면 페르소나 연기를 멈추고 코치로 돌아와 잘한 질문, 아쉬운 질문, 놓친 단서를 짚어줍니다. 실습 5는 인터뷰 3건을 종합해 2명 이상에게서 공통으로 나온 것은 패턴으로, 1명에게서만 나온 것은 추가 검증 가설로, 답변이 갈린 것은 세그먼트를 다시 쪼개야 한다는 신호로 정리합니다.
진행 방식은 단순합니다.
- 실습마다 새 대화를 열고, 그 실습의 프롬프트 파일과 위 표의 첨부 파일만 넣은 뒤 "진행해줘"라고 입력합니다. 실습 3은 "세그먼트 N으로 진행해줘"로 시작합니다.
- 각 실습이 끝나면 마지막에 출력되는 코드블록을 안내된 파일명으로 저장합니다. 그 파일이 다음 실습의 첨부 파일이 됩니다.
- 실습 3과 4에는 사업요약.md를 첨부하지 않습니다. 페르소나가 우리 사업을 알아버리면 인터뷰 연습이 오염되기 때문입니다.
- 원본 IR덱은 실습에 직접 쓰지 않고 실습 0에서 만든 사업요약.md를 씁니다. 이미지 위주 덱은 AI가 읽는 데 컨텍스트를 많이 쓰고 추출 품질도 들쭉날쭉합니다.
모델은 작업 성격으로 고릅니다. 실습 0, 1, 2, 5처럼 깊게 생각해야 하는 작업(자료 추출, 타겟 발산과 수렴, 가정 추출, 기록 종합)은 쓸 수 있는 가장 상위 모델을, 실습 3, 4처럼 빠르게 주고받아야 하는 작업(페르소나 생성, 모의 인터뷰)은 빠른 모델을 씁니다. 매 답변마다 길게 생각하는 모델로 모의 인터뷰를 하면 대화 리듬이 깨집니다. 모델 이름은 몇 달 단위로 바뀌므로 특정 모델을 적지 않습니다. 무료 플랜은 상위 모델 선택이 안 되고 사용량 한도도 실습을 버티지 못하므로 유료 플랜을 권합니다.
결론
Y-Combinator의 공동창업자 폴 그레이엄은 "100만 명이 그럭저럭 좋아하는 것이 아닌, 100명이 사랑하는 것을 만들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는 시도는 결국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좁은 타겟'을 설정하는 것은 단순히 시장을 작게 보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절실하게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고객에게 집중하여 그들을 완벽히 만족시키고, 그들의 사랑을 기반으로 더 넓은 시장으로 나아가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길입니다.
지금 당장 여러분의 타겟 고객을 종이에 적어보세요. 그리고 자문해보세요. "이것이 정말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좁은가?". 다음 투자 미팅에서 '저희 서비스의 타겟은 OOO입니다'라고 망설임 없이 정의하고, 그들을 어떻게 만족시켰는지 숫자로 증명하는 창업가를 만나 뵙기를 고대하겠습니다.
추천 자료
- How To Define Your Target Audience (Brian Balfour)
- The Adjacent User Theory (Andrew Chen)
- How to identify your ideal customer profile (Lenny's Newsletter)
- User Interviews: The Ultimate Guide (Nielsen Norman Group)
- https://www.learnmorefaster.com/
- 책 <The Mom Test>(롭 피츠패트릭 저)
- 책 <티핑 포인트> (말콤 글래드웰 저)
- 책 <캐즘 마케팅> (제프리 무어 저)
- 책 <콜드 스타트> (앤드류 첸 저)
Mashup Ven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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